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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도시 변방에 자리 잡은 마을 이야기
여는 글 새, 나무, 바위, 하천, 들녘, 하늘, 그리고 사람 1부 물밑에 잠긴 마을의 이야기를 듣다 대전 동구 신하동 비금마을 날아오른 그 새는 어디로 갔을까 대전 동구 직동 양구례마을 너른 들판 아름다운 강변 모두 물밑으로 대전 동구 주산동 금성마을 금성마을에 흐르는 시간은 달랐다 대전 동구 주산동 상촌마을과 고용골마을 30년 전, 코끼리 바위 아래 마을을 만들다 대전 동구 주촌동 토방터마을 아름다운 물빛 아래 가라앉은 금강의 기억 대전 동구 주촌동 배말마을 그곳에 사막이 있었다 대전 동구 오동 안골마을 잊히지 않는 이웃의 이름 하나하나 대전 동구 추동 상추마을 옹애나무 하얀 꽃 눈송이처럼 활짝 대전 동구 비룡동 비름들마을 비름들마을 바위지도 만들자 대전 동구 세천동 장개울마을 적당한 여백이 인상적인 마을 대전 동구 세천동 세정골마을 세정골에는 특별한 느낌이 있다 2부 골목 앞에서 큰 숨을 몰아쉬다 대전 동구 소제동 대동천과 새둑길 사이 골목이 그립다면 지금 소제마을로 대전 동구 소제동 대동천 우안 마을 주변 소제동 직박구리는 이제 어디로 갈까? 대전 동구 신안동 남대전로 북쪽 쌍둥이 빌딩 그림자 짙게 드리운 해 뜨는 마을 대전 동구 신흥동 신흥초등학교 주변 키다리아저씨 문방구, 용호이발관 이제 안녕 대전 동구 인동 철로 옆 마을 주변 장롱 속에서 오래된 사진을 우연히 발견한 느낌… 대전 동구 인동 인동시장 주변 그는 지금, 가냘픈 숨을 몰아쉬고 있다 3부 희미해져 가는 마을의 경계에 서다 대전 동구 삼괴동 소룡골마을 용이 터를 잡아 살던 소룡골마을 대전 동구 삼괴동 공주말마을 대전 한가운데서 공주를 만나다 대전 동구 소호동 신완전마을 완전 안전한 마을 신완전마을 대전 동구 대별동 도니골마을 도니골, 당신에게 온몸으로 ‘삶의 의미’를 묻다 대전 동구 구도동 물류단지 공사 현장 600년 역사 간직한 마을, 흔적도 없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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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산 너머에서 쏟아져 들어온 따뜻한 햇살이 나무 마루에 몸을 움츠리고 앉았습니다. 어머니는 굳이 나무 마루에서 내려와 토방에 엉덩이를 붙입니다.
“저짝이 해가 들어서 따땄하니께 그짝으로 앉아.” 당신이 함께 앉아도 넉넉한 자리인데, 햇살 따스한 그 넓은 나무 마루를 정체도 모르는 사내에게 온전히 내어 줍니다. 그러곤 조용조용 마을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자기 삶이 고스란히 담긴 진짜 이야기입니다. 태어나서 처음 가 본 공간에서, 처음 만난 사람으로부터, 처음 듣는 이야기가 마음을 울리는 이유는 그것이 ‘진짜 이야기’라서 그렇습니다. 가식적이지 않은 진지한 삶이 녹아내린 시간이 쌓여 만들어 낸 이야기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월간 토마토》에 연재한 대전여지도 중에 대전 동구 마을을 모아 세상에 내놓습니다.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대청호 주변 마을과 골목이 여전히 살아 있는 오래된 마을, 개발 앞에서 사라져 가는 마을 등을 한 권의 책에 담았습니다. 우리가 벌인 이 작업은 ‘기록’입니다. 가치를 어설프게 해석하려는 시도도 없지 않지만 그 거대한 삶의 숭고함 앞에 옹색할 뿐입니다. 다만, 이 책이 담은 보편타당성은 꼭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내 고향도 아니고, 우연히라도 가 본 적 없는 곳이지만, 당대 삶의 유사성은 그곳이 어디든 내 삶과 결코 무관하지 않습니다. 마을을 기록한다는 일은 이런 의미를 지닙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인간 본연의 모습이 여전히 그곳에 있습니다. 점점 치열하고 각박한 삶 속에서 자칫 잃어버리고 잊어버리기 쉬운 그것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작업입니다. --- pp. 9~10 김연구 할머니 고향은 마산동 달개미다. 그곳 고향에서 10리 떨어진 충청북도 보은군 회남면 법수리로 시집을 갔다. 스물한 살 되던 해, 음력 10월 보름이었다. 그러고는 남편을 따라 서울에 올라갔다. 1949년이다. 남편은 종로에 있던 ㈜대한교과서에 다녔다. 단란한 신혼생활을 보내고 있던 이듬해 한국전쟁이 터졌다. 남편과 함께 피난을 떠나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 밤새 남편을 기다리다가 다음 날 다른 이웃과 함께 경마장에 가 보니 앳돼 보이는 남자부터 나이가 제법 든 사람까지 사내들로 덕실덕실거렸다. 철망을 사이에 두고 준비해 간 도시락을 건넨 후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남편 얼굴을 본 것은 그것이 마지막이다. 다음 날 사내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한 후 만나는 것이 금지되었고 그날 밤 모두 떠나 버렸다. 인근 마을주민들 얘기로는 떠나는 무리에서 “우리는 평양으로 간다”라는 외침이 계속 들려왔다고 한다. 누구라도 듣고 가족에게 전해 달라는 심정을 담은 절절한 외침이었다. --- pp. 55~57 이 씨의 집이 사실상 마을에서 대청호로 내려섰을 때 끝 집이나 다름없다. 집 밑으로 버섯 재배 하우스와 작업장 등이 있지만 사람이 사는 곳은 아니다. 대청호는 산굽이를 따라 자신의 모양을 만들고 그곳에 하늘을 고스란히 옮겨 담았다. 바람에 흔들려 발밑으로 달려드는 물빛이 참 곱다. 이성골 금강변에 공기돌바위 중 깨진 바위도, 큰 느티나무가 있던 느티낭골도, 내탑동으로 가던 길목에 늘미모롱이도, 중골뱃나루터도 모두 아름다운 물빛 아래로 가라앉았다. 손가락으로 위치를 콕콕 찍어 주어도 낯선 이가 가늠하긴 영 쉽지 않다. “실향민은 통일이 되면 정든 고향 찾아갈 수 있잖아요. 근데 우리 같은 수몰민은 고향에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없어요. 댐 물을 모두 빼기 전에는요.” 이 씨의 눈빛에 그리움이 가득하다. --- pp. 92~93 오래된 골목길을 걷는 것이 즐거운 것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선지 모르겠다. 골목에서 만나는 작은 무엇들, 죽은 나무둥치에 밀려 무너지기 시작한 담장, 고물을 너무 많이 쌓아올려 터지기 일보 직전의 힘겨운 철문, 무인도에 세워 놓은 깃발처럼 건물 옥상에서 펄럭이는 빨래와 메주 몇 덩이, 유리도 비닐도 아닌 스피커로 막아 놓은 작은 쪽창. 그냥 그곳에 그렇게 있는 것이 아니라 조용한 목소리로 소곤소곤 말을 건넨다. --- pp. 204~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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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토마토]의 야심찬 장기 프로젝트 ‘대전여지도 시리즈’
그 두 번째 책, 동구편 출간 ‘대전여지도 시리즈’는 한국 잡지사에 큰 획을 그은 한창기 선생의 『뿌리깊은 나무』가 선보인 ‘한국의 발견 시리즈’의 뒤를 잇는 야심찬 기획이다. 2007년 창간한 『월간 토마토』는 창간 초기부터 ‘대전여지도’라는 꼭지로 대전의 유래와 역사, 흔적을 찾아 마을을 답사하고 기록하고 있다. ‘대전여지도 시리즈’는 수도권 집중현상과 도시개발의 확대로 나날이 사라지는 토박이 문화와 지역 고유의 공간, 그 안에 둥지를 튼 사람의 모습을 기록하고, 마땅히 보존해야 할 것에 힘을 싣는 작업이기도 하다. 대전 중구의 마을들을 다루었던 『대전여지도1』에 이어 『대전여지도2』는 대전 동구의 마을을 담았다. 대전 동구는 충청북도 옥천군과 경계를 이루며, 서쪽으로는 대덕구와 중구를 접하고 있다. 동구의 동쪽에는 1980년 생성된 대청호가 자리해 있기도 하다. 『대전여지도2』에서는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대청호 주변 마을과 골목이 여전히 살아 있는 오래된 마을, 개발 앞에서 사라져 가는 마을 등 동구의 22개 마을들을 만날 수 있다. ‘1부 물밑에 잠긴 마을의 이야기를 듣다’는 대청호 주변 마을의 모습을 담았다. 신하동, 직동, 주산동, 주촌동, 오동, 추동, 비룡동, 세천동은 대청호 인근에 자리한 마을로 수몰된 옛 마을을 가슴에 품고 사는 이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수몰로 고향을 잃고 새로운 터전을 갈고 닦은 마을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마을에 여전히 남아 있는 오랜 전통의 흔적을 살폈다. 대청호 주변 마을은 지금도 아름답지만, 금강의 비옥한 땅에 자리했던 마을에 대한 주민들의 그리움은 여전하다. ‘2부 골목 앞에서 큰 숨을 몰아쉬다’에서는 소제동, 신안동, 신흥동, 인동의 오랜 골목길이 살아 있는 마을들을 찾았다. 골목길에는 소소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죽은 나무둥치에 밀려 무너지기 시작한 담장, 고물을 너무 많이 쌓아올려 터지기 일보 직전의 힘겨운 철문.” 골목길에서 마주친 시간이 내려앉은 풍경들이 소곤소곤 말을 건넨다. ‘3부 희미해져 가는 마을의 경계에 서다’는 사라져 가는 마을을 포착했다. 삼괴동, 소호동, 대별동, 구도동은 도시의 변방에 자리한 곳이다. 2006년에야 마을 안쪽까지 버스가 들어온 삼괴동 소룡골마을, 고속도로가 지나게 된 이후로 마을의 기운이 예전 같지 않은 대별동 도니골마을, 물류단지 공사로 마을이 통째로 사라지게 된 구도동 마을까지. 점차 사라져 가는 마을의 소중한 모습들을 글과 사진으로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