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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시작과 곡절을 기록하다
급보가 전해진 이후의 일록日錄 해마다 세공을 바칠 물목物目 각처에서 근왕勤王 한 일을 기록하다記各處勤王事 강도江都에서의 일을 기록하다記江都事 척화하여 의에 죽은 이들의 일을 적다記斥和死義諸公事 난리가 지나간 뒤의 잡다한 기록雜記亂後事 청음淸陰 김상헌이 무고를 당한 일 저자 후기後記 『병자록丙子錄』의 저자 나만갑의 약력 |
羅萬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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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호란 당시 인조의 곁을 지키던 관량사 나만갑의 뼈아픈 병자호란 일기
이 책은 병자호란 당시 인조 곁에서 조선의 여러 대신들과 함께 병자호란을 직접 겪고 나서 당시의 처참했던 사실들을 기록한 나만갑의 『병자록(丙子錄)』을 번역한 것이다. 전란 중 식량을 책임진 관량사로서 인조를 보필했던 나만갑이 그 뼈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후세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일기체 형식으로 기록한 『병자록』은 현재 국내에 약 10여 가지의 필사본이 전해오고 있다. 그 중에서 분량이 가장 많고 자세한 것은 일본 오사카大阪 천리대(天理大)가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이것은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에 그 복사본이 있다. 철저하게 일기체 형식으로 쓴 것인데, 모두 5권으로 되어 있다. 나만갑의 『병자록』은 한 번도 활자본으로 인쇄·배포된 적이 없으므로 필사본만이 전하고 있다. 앞에서 설명한 일본 천리대 소장본 『병정록』(5권)은 현재까지 전하는 『병자록』 가운데 가장 분량이 많다. 누가 언제 이것을 필사했는지는 적혀 있지 않지만, 아마도 이것은 나만갑이 직접 쓴 진본의 필사본이거나 진본에 가장 가까운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러나 이 『병정록』은 그 양이 방대하여 이번 번역 대상으로 삼을 수 없었다. 대신 또 다른 『병자록』이 한 권짜리 필사본으로 남아 있는데, 이 역시 누가 언제 필사하였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나만갑 사후 그의 후손이나 이 기록의 자료적 가치를 충분히 알고 있던 누군가가 필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을 이번 번역본으로 삼았다. 이 필사본은 원문이 151페이지의 적당한 분량이고, 독자의 이해에 적합할 것으로 판단하였다. 병자호란과 관련된 내용이 간략하게 잘 정리되어 있어서 『병정록』 1~5권의 요약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필사본의 표제는 『병자록』으로 되어 있는 반면, 『병정록(丙丁錄)』 5권은 강도록과 병자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주목하여 본 번역서의 표제를 『병자록(丙子錄)』 대신 『병자년 남한산성 항전일기』로 바꾸어 출간하게 되었다. 380여 년 전, 이 땅에서 벌어졌던 피눈물 나는 사건을 이 마당에 떠올려보려는 것도 바로 이 점에 있다. 병자호란이나 그 전 정묘호란은 무엇보다도 평형외교에 실패한 데 가장 큰 원인이 있었다. 명분과 지나친 자존, 우물 안 개구리 식의 외교 감각, 실리 외교의 실종이 문제였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근본적인 원인은 명나라 및 청나라와의 등거리 외교를 추진하던 광해군을 인조반정으로 몰아냄으로써 명나라에 편향된 외교정책을 밀어붙인 데 있었다. 물론 그 당시 조선은 군사·경제적으로도 보잘 것 없던 나라였으므로 14만 청나라 군대, 그 중에서도 기병의 기습전에 속절없이 당한 것이었지만, 외교와 전쟁에 반드시 힘만이 전부는 아니다. 조선의 정치 지도자들이 성숙된 정치 감각과 외교력을 갖추고 있었다면 정묘·병자의 양대 호란은 겪지 않았을 것이며 그통에 애꿎은 조선의 수많은 생령이 어육이 되는 비참한 일은 없었을 것이다. 비극적인 결과를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명분만을 앞세우고 현실과 실리를 외면함으로써 조선의 체면과 자존심마저 송두리째 무너졌다. 불과 40년 전, 임진왜란은 비록 참혹했으나 조선이 이긴 전쟁이었다. 그러나 병자호란은 임진왜란보다 더욱 참혹하였고, 그 결과는 더욱 비참하였다.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과 한반도의 사정 때문에 한국을 ‘화약고’라는 말로 표현하는 이도 있다. 그만큼 주변국과의 관계가 정치·외교적으로 과열되어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그들 주변국의 한가운데에 있다. 그것은 한국이 모든 일의 중심에 있을 수 있는 존재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만약 우리가 주변 강대국의 힘을 적절히 이용하면서 여유 있는 ‘평형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면 현재의 여건은 오히려 우리에게 주어진 축복일 수 있다. 그 속에 나라의 살림살이는 물론 국격과 나라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도약의 요소도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내용은 어찌 보면 서글프고 참혹한 과거의 반추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역사란 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를 위한 기록이라고 본다면 이 기록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크고도 중요하다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