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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내가 떠나보는 거야 Old wishful thinking
# 전망 좋은 방 Room with a view # Venice Info 01 지구 반대편에서 베니스 탐색하기 # 차오 베니스! Ciao Venice! # 18세기 집사용법 This is time travel # 대문 밖 베니스 Finding Venice # 산마르코 광장, 리알토 다리, 대운하 Must see, Must do # Venice Info 02 알고 사용하자, 패스의 세계 # 예술을 탐하다 Feast of masterpieces # 멋진 당신과의 듀엣 Meet a legendary fashionista # 베니스 한 달 거주자 Daily life as a month Venetian # Venice Info 03 베니스 부엌에서 요리 도전기 # 천국의 빛 You can see the way to heaven # 사람 그리고 음악 Two people I met # 과거를 기억하는 법 Preservation & restoration # 젤라테리아의 키아라 Taste of heaven # 미소년은 거기 없었다 An ordinary day of Lido # 기차여행 Train trip to Padova # 비와 함께 간다 Come with the rain or shine # 내 친구 Dear my friend # 마법의 순간 Glass island, Murano # 헤밍웨이를 찾아서 Burano and Torcello # 낭만 뱃놀이 Ride with a gondolier # 베니스의 상인들 Unique Souvenir Shops # 맛있는 베니스 Gourmet trip # Venice Info 04 홀짝홀짝 해롱해롱 음주생활 백서 # 두 번째 기차여행 The great Palladian city, Vicenza # 친구야 안녕! See you in Korea, my friend! # 공동묘지 나들이 Following flowers # 그리운 맛 Taste of Korea # 조금 이른 작별인사 You have to come back # 내 발 아래 베니스 Farewell to my love # 백설기 타임 Afternoon tea with rice cake # 모두 모두 고마웠어요. Grazie di tutto # 마지막 날 I left my heart # Venice Info 05 눈으로 방문하는 베니스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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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출발 11시간 만에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에 착륙, 입국 심사를 받았다.
"베니스에는 뭐 하러 가니?" "여행하러." "얼마나?" "한 달." 소리 내어 말은 안 했어도 직원의 얼굴에 자막이 뜬 걸 읽을 수 있었다. 의심해서가 아니라 부러움을 섞어 되묻는, ‘정말?’ 여행을 결정하고서 자랑할 때면 은근히 즐겨왔던 일명 ‘좋겠다 반응’은 유럽 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입국허가 도장이 찍힌 여권을 받아들었을 때 그가 옆자리에 앉은 동료에게 전하는 얘기가 들려왔다. "휴, 한 달이래!" --- ‘차오 베니스!’ 중에서 이곳에서 한 달을 ‘산다’는 것은 밀린 빨래를 하고 때로는 손수 식사를 차리거나 청소가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베니스에 와서 처음으로 세탁기를 돌려 빨래를 했던 날,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탁조를 보며 생각했다. ‘여행은 일상에서 탈출한다는 게 매력인데 여기서도 이러고 있구나.’ 하지만 내가 널어둔 양말 아래로 지도를 든 사람들이 두리번거리며 지나는 걸 보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였다. 이렇게 한 달을 한 도시에서 지낸다는 건 여행자와 일상 생활하는 사람의 태도를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 ‘베니스 한 달 거주자’ 중에서 예배당 서쪽입구 위로는 「최후의 심판」이 그려져 있고, 그 안에는 엔리코 스크로베니가 성모에게 예배당을 바치는 모습도 보였다. 영혼이 구원을 받지 못할 경우 맞닥뜨리게 될 지옥의 모습도 한쪽에 묘사되어 있었다. 지옥불로 떨어진 한 무리의 사람들, 이미 한 사람의 상반신을 꿀꺽 삼킨 채 다음 희생자를 거머쥐고 있는 괴물……. 엔리코 스크로베니의 아버지 레지날도 스크로베니는 단테가 「신곡」의 지옥편에 등장시킬 만큼 악독한 인물이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아들이 기울인 노력 덕분에 지옥행은 면하지 않았을까. --- ‘기차여행’ 중에서 곤돌라는 좁은 물길을 미끄러지듯이 빠져나왔다. 가만히 몸을 기대고 흘러가는 풍경에 눈을 맡겨도 좋았겠지만 우리는 줄줄이 질문을 꺼내놓았다. 에밀리아노는 친절하고도 재미있는 이야기꾼이어서 배는 마치 수다의 힘으로 가는 것처럼 계속 웃고 떠들며 나아갔다. "첫 손님을 태우던 날을 잊을 수 없어요. 일을 끝내고 선임한테 완전히 깨졌거든요. 날 더러 이 일을 절대 할 수 없을 거라고 모진 소리를 했죠. 하지만 봐요. 나, 벌써 11년 째 일하고 있다구!" 에밀리아노가 어릴 때만 해도 곤돌리에르는 늘 술에 취해있고 불성실한 직업의 표본처럼 여겨졌다고 했다. "너 그렇게 공부 안 하면, 곤돌리에르가 된다!"는 얘길 들으며 자랐다니 더 물을 것도 없었다. 게다가 일은 얼마나 고되었는지. 30년 전엔 베니스에서 무라노까지의 장거리운행도 곤돌라의 몫이어서, 손님이 유리공방에 다녀오는 동안엔 술을 마시며 기다렸단다. 요즘도 근무 중에 술을 마셔도 괜찮은지, 그러니까 음주운전단속 같은 게 있는지 물었더니 공식적으로 검사하거나 적발하는 일은 없다며 잠시 후에 덧붙인 답이 예술. "숙련된 곤돌리에르에게 노젓기는 걷는 것과 다름없어요. 한 두 잔은 큰 문제 되지 않을 거예요." --- ‘낭만 뱃놀이’ 중에서 베니스에서만 한 달을 보내는 중이라고 하면, 모두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이 도시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아?’라고들 물었다. 매력적인 베니스를 수식하는 단어들은 수없이 많지만, 이곳을 어떤 미사여구 안에 온전히 표현해내려는 시도는 아름다운 물그림자를 억지로 움켜쥐려는 것처럼 부질없는 일이다. 하지만 명쾌하게 내린 답 한 가지는 있었다. 사람이었다. 나는 베니스 사람들이 좋았다. 베니스 사람들과 함께 한 하루하루가 다 행복했다. 한 달을 머물며 이 도시에 홀딱 반해버린 나를 귀여운 친구로 여겨준 사람들. 어떻게든 도와주겠다고 사방에서 손을 내밀어준 사람들. --- ‘모두 모두 고마웠어요’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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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 베니스에서의 한 달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아름다운 도시, 베니스. 운하를 누비는 곤돌라와 유구한 역사를 가진 그 곳은 세계 모든 여행자들이 꿈꾸는 선망의 도시다.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압도하는 건축물,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유물과 관광객의 지갑을 현혹하는 장인들의 정교한 물건들, 얼굴을 감춘 채 내면의 욕망을 대담하게 표출하는 가면축제…….
캐나다 알버타 주 관광청의 홍보직을 맡아 줄곧 타인에게 ‘여행 권하는 일’만 했던 저자는 어느 날 잠시 일을 내려놓고 인생의 다음 장을 고민하기로 한다. 그리고 이번엔 본인이 여행의 주체가 되어 한 달 동안 한 도시에 머물다 오기로 결심했다. 그녀가 결정한 목적지는 바로 베니스. 먼저 인터넷을 뒤져 18세기에 지어진 아파트로 한 달간 머물 숙소를 예약하고, 베니스를 후회 없이 만끽하기 위해 관련 영화와 책을 잔뜩 빌려다 꼼꼼히 정보를 섭렵했다. 그리고 무표정한 공항 입국 심사대 직원의 부러운 탄성까지 들으며 드디어 베니스로 입성! 여행자와 생활자를 오가는 시간들 한 달이라는 시간을 가지게 되면서 저자가 이 도시에서 발견한 것은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수많은 관광객 뒤에 오랜 세월 동안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지키고 살아온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아직 푸른 새벽, 그녀는 성당의 종소리와 청소부 아저씨의 빗자루소리에 선잠을 깨고, 지어진 지 200년쯤은 애교인 오래된 집에서 이곳 사람들이 좋아하는 커피를 내려 마셨다. 부지런히 걸어 다니며 길을 익히고, 동네 시장에서 장을 봐다가 이탈리아 부엌에서 맛깔 나는 요리도 척척.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바라본 좁은 골목에 나부끼는 빨래들의 비밀도 알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지날 때마다 그녀에게 반갑게 인사해주는 친구들이 하나 둘 늘어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낯설고 신기하기만 했던 리알토 다리나 산 마르코 광장은 그저 동네 산책하며 덤으로 얻는 풍경. 그렇다고 먼 길 떠나 베니스까지 왔는데 무한정 여유로운 일상만 영위할 수는 없는 법. 여행자로서의 저자는 부지런히 성당과 박물관, 주변의 도시들을 섭렵하며 베니스라는 사연 많은 여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려는 노력 또한 아끼지 않았다. 지친 몸과 마음은 현지인으로 소개받은 ‘알짜배기’ 맛집에 들어가 그곳의 미각을 행복하게 해주는 음식으로 위안을 받기도 했다. 낭만과 물의 도시에서 나를 알아가기 이렇게 낯선 풍경과 삶의 패턴에 뛰어들게 되면서 저자는 이 시간을 최대한 향유하려고 노력하고 그런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알아가게 되었다. 그것은 스스로의 일상에서 한 발짝 떨어져 일정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좀 더 잘해낼 수 있는 일종의 특권. 하물며 그 배경이 베니스라면 그녀의 행복지수는……! 하지만 여행이란 결국 돌아가야 하기에 여행일 수 있는 것. 새로운 모든 것에 대한 설렘이 두고 온 것에 대한 그리움으로 변해갈 즈음 그녀의 여행도 막을 내린다. 시간이 흘러 베니스에 대한 그리움이 짙어지면 언젠가 다시 이곳으로 찾아오리라. 돌아가는 그녀의 발길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