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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십 년이나 지나자 모든 물건이 다 없었다. 신바닥을 기울 노끈이 없어 베옷을 풀어 꼬아 깁고, 지을 실이 없어 모시옷과 무명옷을 풀어 썼다.
내인들은 발이 짓물러 울고 다녔다. 한 내인 아이가 발이 삐어 비명을 지르며 우니, 대비마마께서 들으시고 불쌍히 여기셔서, “아무쪼록 그 아이의 발을 잘 간수하여 주어라.” 하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칼로 평평한 나막신을 만들어 주다가 점점 익숙해지자 굽이 달린 나막신을 만들어 주었다. 나막신에 박은 못은 진상 들어온 궤짝의 못을 빼어 박았다. 칼 할 것이 없어서, 옛날에 있던 환도還刀를 둘로 끊어 칼을 만들거나, 가위를 벼려서 갈아, 날을 만들었다. 하인들의 옷 할 것이 없자, 낡은 아청鴉靑 옷을 뜯어 흰 것에 드리워 입혔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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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마마께서 울음을 터뜨렸다.
“너희들은 내인이라서 어미 자식 사이의 정을 모르는구나! 참으로 차마 내주지 못하겠노라!” 한편, 대군을 모시는 내인들은 대군아기씨를 달랬다. “사나흘만 피접 나갔다가 금방 올 것이니, 버선 신고 웃옷 입고 소인을 따라 나가시지요.” 그러자 어린 대군이 대답하였다. “나를 죄인이라 하고, 죄인들이 드나드는 문으로 내어 가려 하니, 죄인이 버선 신고 웃옷 입은들 다 쓸데없다!” “누가 그리 이르더이까?” “남이 일러줘서 알았을까, 내가 그냥 알았네. 서소문은 죄인들이 드나드는 문이니, 나도 죄인이라 하여 그 문 밖에다가 두려는 게지?”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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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책방 시리즈 다섯 번째 권 『계축일기』
지금까지는 문학적인 토대에서 『계축일기』를 바라보았기 때문에 모략과 비방, 저주, 궁중의 암투가 난무했던 궁중 여인들의 이야기 정도로만 보아, 이 책을 통해 그 역사적 가치나 당시의 생생한 궁궐 언어, 생활 모습에 대한 면모에는 덜 집중하였다.
오래된 책방 시리즈 5번째 권 『계축일기』는 그 옛날 이 글을 쓴 어느 사람의 눈을 통해, 그것을 읽는 한 지식인의 눈을 통해 또 이 책이 독자에게 더 쉽게 재미있게 그리고 허황되지 않게 읽히기를 바라는 편집자의 눈으로 이 책을 만들었다. 그래서 당시의 사회?문화?정치에 대한 친절한 설명과 역자주, 그림을 통해, 이 책이 단순히 재미있는 고전 소설의 위치를 넘어서도록 그러면서도 지루하지 않도록 하는 데 힘을 쏟았다. 또한 오래된 책방 시리즈를 5권째 만들어 오기까지 쌓아온 경험으로, 원문 해독이나 주의 신중에 신중을 기해 기존에 나온 그 어떤 “계축일기”보다도 그 정확성을 높였다. 첫째, 오래된 책방 시리즈 5) 『계축일기』는 1973년에 대제각에서 펴낸 『한국고전총서』 제4권 중 「고대여류문학선」에 있는 계축일기 영인본(낙선재본)을 가지고 현재의 글로 옮겼다. 참고로『계축일기』는 2권 1책의 한글 필사본으로 낙선재본樂善齋本 『계튝일긔』와 홍기원본洪起元本 『서궁일기』의 두 가지가 전하는데, 낙선재본은 6·25 때 소실되었고 『조선역대여류문집』에 수록된 영인본만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둘째, 우리가 흔히 TV를 통해 많이 들어 알고는 있지만, 그 단어가 정확히 어떤 뜻인지 모르는 ‘마마’, ‘아기씨’, ‘아지’와 같은 단어의 어원이나 어휘 변천사를, 또 광해군 측에 붙어 큰 권세를 누렸다는 상궁 ‘김개똥’을 왜 ‘김가히’나 ‘김개시’라 부르는지, ‘공주’와 ‘옹주’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간단한 주를 통해 이야기해 주고 있다. 또한 왕이 타고 다녔다는 ‘연’이나 공주가 타고 다녔다는 ‘덩’ 같은 명쾌한 그림을 넣었다. 그럼으로써, 새로운 역사적?문화적 사실을 찾아내고 기존의 오류를 바로 잡았다. 셋째, 『계축일기』 속에 숨은 역사적 사건을 이야기해 주고자, 특별히 페이지를 할애하거나 역자주를 늘려서 임진왜란 이후 선조가 임시 궁으로 정했던 ‘정릉동 행궁(오늘날의 덕수궁 자리쯤에 있었던, 세조의 큰손자 월산대군의 집)’과 ‘김직재의 난’, 계축년 난의 계기가 되었던 ‘강변칠우’, ‘계축옥사’, ‘인조반정’ 등을 독자 수준에서 알기 쉽게 설명하였다. 더불어 『계축일기』의 주요 인물인 궁인들의 생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궁인들에 대해서도 설명을 아끼지 않았으며, 왕실의 가족 체계를 이해하도록 선원록을 정리하여 첨부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계축일기』를 하나의 문학적 소설이 아니라 하나의 역사적 기록으로서 당시의 사회를 한번 꼼꼼히 훑어보도록 하였다. 끝으로, 이 책이 나오기까지 조선 중세어를 현대 한글말로 옮기고, 『계축일기』를 펴내기까지 끝까지 긴장을 놓치 않고, 노력하신 저자에게 감사드린다. 사실, 『계축일기』는 말만 한글 소설일 뿐, 띄어쓰기도 안 돼 있고 쉼표?마침표가 없다. 문장의 주어나 서술어 또한 명백하지 않고 아예 없는 경우가 허다하여, 어떤 부분에서 한자로 된 책보다도 읽어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사람마다 다르게 읽어내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본문에 나오는 ‘사자경’과 ‘다라파축’이 무엇인지 찾아내기 위해 『팔만대장경』의 「중아함경」까지 뒤지는 열의를 보였다. 그리고 모르는 것은 “정말 모르겠습니다.” 하고 솔직히 인정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