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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쓸쓸한 저물녘 °008
방치 대장이 보낸 도전장 °015 겨울의 사야마 씨 °023 확신을 찾아서 °030 돈 빌려달란 소리를 자주 듣는 여자의 비극 °037혼란스러운 쓰레기 문제 °045 여름을 살아내다 °054 잘 가요, 내 사랑 °061 체지방과 나 °068 평온으로 가는 길 °076 어느 하루 °085 낡은 텔레비전의 위기 °093 나오지 않는 문제 °101 각자의 아침 °109 어묵의 기억 °116 사이토의 보은 °125 114 활동 °132 누명의 행방 °140 일인용 리필 °148 치즈의 야망 °153 공포영화의 교훈 °157 빨래를 널고 개는, 간첩 °163 너무 어려운 외국영화 °169 방향치에게 사랑이란 °173 굴은 조개가 아니다 °180 선풍기와의 싸움 °184 걷기 싫어서 °193 사케와의 이별 °198 거꾸로 재봉 °204 염소의 편지 °209 미인은 여전히 미인 °214 점원인 척 참새 °220 식빵 테두리 문제 °225 탑 그리고 여러 가지 °231 각 이야기의 그 후 °236 역자 후기 °248 |
Kimiko Kitaooji,きたおおじ きみこ,北大路 公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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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층인데 창밖에 미요짱이 있다.
당신은 오로지 그것밖에 다른 생각은 할 수가 없다. 실제로 미요짱이 아니라 당신 자신인데, 미요짱이 서 있다고 생각한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영문을 몰라 당신은 창가에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한다. 그저 도리 없이 꼼짝 않고 서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직후, 당신의 표정이 갑자기 변한다. 이제야 모든 것을 깨달은 것이다. 다정한 목소리로 당신은 미요짱에게 살며시 말을 건넨다. “아, 죽은 거구나, 미요짱. 그랬구나. 가엾어라. 언제 죽었어? 오늘?” ---「어쩐지 쓸쓸한 저물녘」중에서 아버지는 굳이 양말만 돌돌 말아놓는다. 뒤집는 게 아니다. 항상 돌돌 만다. 왜일까? 답은 하나뿐이다. 그렇다. 이건 빨래 담당이 아닌 자가 빨래 담당자에게 보내는 도전장이다. 나는 기꺼이 도발에 응했다. 그런 연유로 현재 우리 집 빨래 건조대에는 아버지의 양말이 돌돌 말린 채 널려 있다. 한쪽 양말에 다른 한쪽을 집어넣은 그대로니까 언뜻 보면 다 죽어가는 달팽이처럼 보인다. 정말 추접스럽고 더럽다. 게다가 영원히 설마를 것 같은 느낌이 그득하다. ---「방치대장이 보낸 도전장」중에서 아아. 아니, 초장부터 ‘아아’라고 하는 건 그렇지만, 그래도 아아, 뭐야 대체 이 추위는. 길다. 정말 지긋지긋할 정도로 긴 데다 매일같이 눈이 내린다. 그러니 재미라고 해봤자 이웃집 아저씨들이 삽이라는 이름의 무기를 한 손에 들고 “길에다 눈 던지지 마.” “안 던졌어. 그쪽이야말로 남의 집 주차장에 눈 쌓아놓지 마” 하며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 말고는 낙이 없는 겨울을 견디고 나면?참고로 초봄에는 삽이 눈덩이를 쪼개는 곡괭이로 바뀌어 긴장감이 배가된다?겨우 찾아오는 여름.” ---「여름을 살아내다」중에서 이 무렵 아버지는 뭘 하느냐 하면 보통 세면대에서 세수를 한다. 아버지의 세안은 아침과 저녁 모두 우리 집에서 가장 길다. 대체 어디를 어떻게 씻는지, 눈알이라도 꺼내서 닦는 건 아닌지, 그런 것 치고는 너무 탁하지 않은지 등이 상당한 화젯거리다. 일단 수도꼭지를 비틀어 얼굴을 적시고 비누를 칠해서 그것을 씻어내고 그런 다음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아, 개운하다”라고 아버지는 말한다. 아버지는 모르는 것이다. 자신의 세수가 아내와 딸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는 것도. 자신을 개운하게 만든 수건이 실은 아내가 깨끗이 빤 걸레라는 것도. ---「각자의 아침」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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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때 읽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피곤할 때 읽으면 피곤이 풀린다. 그 어떤 코미디보다 재밌다. 이런 에세이 보신 적 있나요? 뜨거운 여름을 맛보고 싶은 삿포로의 작가 기타오지 기미코는 일본 내에서는 ‘작가들의 작가’로도 유명하다. 작가들이 소재를 찾기 어려워 힘겨워하는 에세이도 술술 써낼 뿐 아니라, 특유의 재치 있는 문장으로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유쾌하기 때문이다. 섬세하게 일상을 관찰하고 솔직함과 유머를 담아 표현한 그녀의 문장을 읽다보면 느끼게 된다. 자기만의 스타일로 삶을 살고, 글을 쓰고,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의 당당함을. 기타오지 기미코의 에세이 『싫지만 싫지만은 않은』이 국내 출간하며 첫선을 보이게 되었다. 그녀는 왠지 싫기도 하고, 꺼려지기도 하고, 잘 못하기도 하고, 멀게 느껴지기도 하는 느낌의 것들을 소재로 하여 에세이 한 권을 집필했다. 그러나 한 편 한 편 읽다보면 싫은 것도 같지만 애정도 듬뿍 담겨 있는, 싫지만 싫어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작가의 섬세한 마음이 느껴진다. 또한 ‘싫은 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쓴 글을 읽다보면 독자들도 깨닫게 된다. 일상의 많은 것들이 사실 ‘싫지만 싫지만은 않은’ 범주에 속한다는 것을. “책장을 넘길 때마다 삿포로 블랙 라벨 병맥주가 무척 당길 것이다!” 독보적인 스타일의 수필가 기타오지 기미코를 알게 된다는 건 출구 없는 매력 속으로 쑥 빠져들었다는 의미 추운 삿포로에 살지만 차가운 맥주를 좋아하고, 남들처럼 살지만 남들과는 다르게 쓰는 작가, 기타오지 기미코만의 스타일이 빚어낸 『싫지만 싫지만은 않은』을 읽다보면 투정과 애정 사이, 그 틈에서 솟아나는 엉뚱한 유머를 통해 틀에 박힌 일상도 시트콤처럼 재미있는 사건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싫어하는 것들에 대한 작가의 관찰은 아주 세밀하고 특별하다. 이상해서 싫은 것(자신을 죽은 언니라 착각하는 엄마, 술 취한 후의 자신), 이해가 되지 않아 싫은 것(자동이 아닌 전자동 세탁기, 복잡한 분리수거), 맛없어서 싫은 것(굴, 식빵 테두리), 귀찮아서 싫은 것(고장 난 텔레비전) 등 이유도 다양하고 종류도 여럿이지만, 어찌 보면 타당한 저자의 싫은 것들 목록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나 싫은 것들에 대한 투정을 읽다 보면 어느새 애정이 느껴지는 묘한 기분은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취향은 확실하게 밝히지만 싫은 것과 좋은 것에 고루 마음을 쓰는 작가의 여유 있는 삶의 태도 때문이 아닐까. 우울할 때 명약처럼 복용하고 싶은 문장이 가득한 『싫지만 싫지만은 않은』을 여러분에게 강력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