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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아마도 나는 너를
1. 너와 내가 어색해진 이유 2. 너에게 가까워지는 방법 3. 나는 너에게 열병이 되고 싶다 4. 이어진 이야기- 그들의 열병은 끝나지 않았다 에필로그 1. 시간이 지나도 마음은 닳지 않기를 에필로그 2. 그리고 또 다른 열병 외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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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
혹시라도, 그 애를 부르는 얼굴이 이상하게 일그러져 있으면 어쩌지. “나도 부탁 하나만 하자.” 그리고 이런 부탁을 하는 마음을 단번에 들키기라도 하면, 그래서 후에 한마디도 하지 못 하면. 그땐 어쩌지. 크게 숨을 들이마시는 성진의 모습에 솔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친구들은 여전히 꺅꺅, 소리를 지르고 있었지만. 불안해 보이는 건 솔이 한 사람뿐이었다. “무, 무슨 부탁?” 생각 같아선 부탁 같은 소리 하고 있다며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아는 척하지 않기로 약속해서 아까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어떤 여자가 찾고 있으니 그렇게 급하게 갔던 거 아니었나? 성진의 행동을 이해하려 애써 보지만, 난데없이 찾아와서 부탁한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게 아니면, 호세의 번호를 지우라는 걸까? 연락하지 말고 무시하라고? 그렇담 또다시 의문이 생긴다. 왜? 자기가 무슨 권한으로? “거절은 됐고. 싫다는 말은 나도 싫어.” 성진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피었다. 어쩌면 솔이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남자의 미소. 그리고 ‘남자’로서 다가오려는 그의 표정. “우리, 친구 하자. 그냥 친한 친구 말고. 흑심 있는 친구.” 흑심 있는 친구. 전혀 생각지 못한 성진의 선전포고였다. 아니, 어쩌면 ‘생각하지 못한’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얘가 왜 이러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 말이었다. 솔은 그런 성진을 한참이나 쳐다보다 이내 낮은 숨을 터트렸다. 신선한 공기를 주입해야 머리가 잘 돌아가고 그래야 이 상황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참 이상하게 생글생글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는 성진의 모습을 보니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 또 무슨 대답으로 이 상황을 종결시켜야 할지 알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뭐, 대답 안 해도 돼. 이미 내가 그렇게 하겠다고 결심했으니까.” “저, 저기.” “이거 네 핸드폰이지?” 성진은 솔의 말을 듣지도 않은 채, 그녀의 손에 쥐어진 핸드폰을 낚아챘다. 이미 제 번호가 저장되어 있지 않을 리 없었기에 조금 긴장되기 시작했다. 과연 뭐라고 저장되어 있을까. 제 번호는 무슨 이름으로 자리 잡고 있을까. 묘한 긴장감을 뒤로한 채, 성진이 키패드에 제 번호를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행여나 솔이의 친구들에게 들킬세라, 핸드폰을 부러 치켜들면서 말이다. 저에게 전화를 걸기 무섭게 익숙한 벨소리가 들렸다. 솔이에게 전화가 올 때만 들리는 벨소리. 누군가 알아주길 바란다거나, 굳이 제 친구인 솔이 알아주길 바란 건 아니었지만. “이거 솔이 벨소리 아니야?” “그러게? 솔이 거랑 똑같은 건데?” 똑같다는 말에 어쩐지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같다. 그 단어가 이토록 설레는 단어였던가. 이제껏 솔이 앞에서 단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감정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그래? 우연이네.” 성진은 웃었다. 그 미소가 너무 자연스러워 친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성진은 솔의 핸드폰에 뜬 제 이름을 보기 위해 눈을 굴렸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가슴속으로 무언가 쿵! 떨어지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작게 시작한 진동이, 자잘한 전율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시작해 그의 온몸을 울리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