許英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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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만화가의 일기장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낄낄 웃다가도 어느새 코끝 찡해지는 거장의 일상!허영만 화백의 날 선 의식과 선 굵은 작품에 익숙한 독자들은, 이 책을 펼친 순간 적잖은 당혹스러움을 느낄 것이다. 종이를 가득 메운 그림과 글이 때로는 정갈하지만, 때로는 흐릿하게, 때로는 애틋하면서도, 때로는 폭풍 같은 격정에 사로잡혀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필치로 괴발개발 흐트러져 있으니 말이다. 이는 허영만 화백이 그 누구도 의식하지 않은 채 오롯이 자신의 진솔한 감정과 마주한 까닭인데, 한편으로는 그 은밀하고도 내밀한 세계를 독자로서 아무런 여과 장치 없이 들여다볼 기회이기도 하다. 만화에 대한 꼿꼿한 신념과 철학을 시작으로 가족과 손자를 향한 찐득한 사랑, 친구와 주변 사람을 대하는 따뜻하고도 유쾌한 시선, 술과 여행, 골프 등의 취미 생활이 팔랑팔랑 넘어가는 페이지 가득 자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창작자로서의 치열하고도 냉혹한 삶을 세월의 무게로 받아내야 하는 거장의 애환이 독자의 콧날을 시큰하게 한다. 또한 무심하면서도 조용히 허를 찌르는 유머와 침이 꿀꺽 넘어가는 음식 이야기, 여기에 더해지는 진한 사람 내음이 ‘종심(從心, 마음이 하는 대로 따라도 도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의미로 일흔 살을 일컫는 말)의 경지’에 이른 인간 허영만을 고스란히 보여준다.2011년 6월부터 그리기 시작한 노트가 어느새 36권째수정 없이 채색만 해서 원본 상태 그대로 편집이 책은 너덜너덜한 수첩 안에 빼곡히 들어차 있던 허영만 화백의 내밀한 일상과 생각을 모았다. 재미있는 스토리 설정과 풍부한 상상력이 동원된 만화가 아닌 것이다. 그러한 까닭에 허영만 자신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 친구들이 모두 주인공이 되어 민낯의 실명으로 등장한다. 그의 손에서 재현된 어제는 오늘처럼 생생하고, 종이에 펼쳐진 에피소드는 지금 내가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현장감이 넘친다. 이것이 『허영만의 만화일기』가 지닌 맛깔 나는 힘이다. 이 책의 원고가 되는 수첩을 건네받은 편집자는 앞선 당혹스러움에 조심스레 물었다. 저, 선생님! 이 부분은 너무 직설적이라 삭제하면 어떨까요?그날의 주인공은 그 친구인데 빼면 어떡해.이 페이지는 도저히 읽어내기가……. 독자들을 위해 타이핑으로 보완하면 어떨까요?내가 쓴 글씨인데 할 수 없지요.이렇듯 『허영만의 만화일기』는 가공 없이 날것 그대로 출간되었다. 펜으로 스케치하듯 그려낸 그림에 최소한의 채색을 하는 수준에서 독자를 만나게 된 것이다. ‘원본 그대로의 가치’냐, ‘가독성’이냐를 선택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겠지만 작가의 권리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책상이건 택시건 길거리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순간’을 붙잡으려 한 만화가 허영만의 투철한 직업의식이 있었다. 이번에 선보이는 1, 2권은 각각 2011년 6월부터 2013년 3월까지, 2013년 4월부터 2013년 12월까지의 기록을 담고 있다. 기념비적인 1권에서는 ‘만화일기’ 시리즈를 둘러싼 열정 넘치는 모습과 취재 여행의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특히 화실 끼니를 책임지는 허영만 화백의 새로운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부록으로는 골프 초심자를 위한 ‘핸디캡 8 만들기’ 페이지가 붙어 있다. 이어지는 2권에서는 시대의 변화에 따른 고뇌와 염려가 드러나지만, 그와 동시에 허영만 화백 특유의 동심이 빛을 발한다. 쌓여 있는 나머지 일기들은 차례차례 두 달 간격으로 출간되어, 머지않아 현재 시점을 따라잡을 것이다. 이후에는 그려지는 속도에 맞추어 계속해서 독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은 조용하지만 거대한 행보를 이어온 국민 만화가와 동행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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