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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 혼내는 여자
015 노망나다 020 굳이 말하자면 026 니혼바시 호조키 032 킹콩 037 여자의 싱글 라이프 043 나와 클래식 음악 048 주부의 휴가 054 어른의 도 060 추리닝 닌자 065 역전 071 본심이란 077 반입 금지 083 멋없는 편이 낫다 089 인생 티켓 095 감정에 대하여 101 남자와 가정 106 여자의 심플 라이프 112 옆에 있는 사람 117 양심은 나쁘다 123 주부의 5월병 128 한마디로 134 망연히 마시는 술 139 인기에 대하여 144 여자의 유서 150 프로에겐 꿈이 없다 156 선물과 답례 162 아줌마 같다고? 168 내세 173 신부 기근 179 먹거리 문화 184 교토의 할머니 189 나의 평화상 194 공룡 199 그날그날 즐겁게 살면 돼 205 악녀 1 211 악녀 2 217 초봄, 기타큐슈 222 아저씨와 아줌마의 차이 227 타고난 인생 234 해설-시마자키 교코 241 옮긴이의 말 |
Seiko Tanabe,たなべ せいこ,田邊 聖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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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문제를 다루는 유쾌한 시선은 그대로
노년을 바라보는 작가의 ‘나이 듦’에 대한 성찰 또한 담아 『주부의 휴가』는 앞서 출간된 두 권의 에세이 『여자는 허벅지』 『하기 힘든 아내』와 동일선상에 있다. 다나베 세이코는 1971년부터 1990년까지 중년 남성이 주요 독자층인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에 매주 두 페이지짜리 에세이를 연재했다. 에세이지만 마치 소설처럼 ‘오세이 상’(다나베 세이코의 애칭)과 ‘가모카 아저씨’(오세이 상의 옆집 아저씨라는 설정. 실제로는 다나베 세이코의 남편에 가까운 인물이라고 알려져 있다) 두 인물이 등장하여 정치, 사회, 성 담론 등 다양한 이슈를 놓고 술 한잔 주고받으며 시종일관 경쾌한 설전을 벌인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다나베 세이코 스스로 이 에세이를 “내 젊은 시절, 반역의 상징”이라고 고백할 만큼, 그는 이 작업을 통해 남성 중심 사회에서 비롯된 차별 문화, 여성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지적하고 사회성 짙은 발언을 하는 데 서슴지 않았다. 『여자는 허벅지』 『하기 힘든 아내』 『주부의 휴가』는 이 연재 에세이를 바탕으로 엮은 것이다. 『여자는 허벅지』가 남자의 예상을 빗나가는 여자의 욕망을 섬세하게 포착한 글들로 이루어졌다면, 『하기 힘든 아내』는 7, 80년대 여성해방 운동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집필되었던 만큼 남녀 차별이나 젠더 문제에 대한 생각이 돋보였던 작품이다. 다나베 세이코는 『주부의 휴가』에서 남녀 문제를 바라보는 예리한 시선은 유지한 채 어느덧 육십대에 이르러 맞닥뜨린 ‘나이 듦’에 대한 성찰을 드러낸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변하게 된 입장의 차이를 문학 작품을 끌어들여 풀어낸 ‘역전’(65쪽)에서 다나베 세이코는 젊을 때는 『인형의 집』의 노라를 동정했는데, 나이가 들고 보니 노라의 남편 입장도 이해하게 된다고 말한다. ‘노망나다’(15쪽)에서는 치매를 소재로 이에 대한 현실적인 염려를 다소 엉뚱하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낸다. ‘한마디로’(128쪽)에서는 나이 듦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면 어떻게 볼썽사나워지는지 상상해 보기도 한다. * 최근에 깨달은 것이 있다. 텔레비전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중장년 편을 들게 된다는 사실이다. 책이든 연극이든 만담이든 무엇을 봐도 지금까지 편들던 사람의 반대쪽 편을 든다. 입장이 달라졌다는 것이 이런 걸 말하는 것이리라._‘역전’ 65쪽 * 앞으로 이십 년 정도를 더 산다고 치면 봄 스무 번, 여름 스무 번, 가을 스무 번, 겨울 스무 번이 남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게 한두 해 전이니까 계산해 보면 봄의 티켓은 벌써 두 장이나 끊어 건넨 셈이고, 남은 건 열여덟 장밖에 없다. 앞으로 열여덟 번 벚꽃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겨우’ 열여덟 번이라는 기분이 아니라 ‘우와, 열여덟 번이나 남았네’라는 기분이 든다. 벚꽃을 열여덟 번이나 볼 수 있다면 충분하지 않나요._‘인생 티켓’ 89쪽 * 애당초 ‘설’을 안 쇠면 심플하고 좋을 텐데 싶다. ‘설’을 안 쇤다고 생각하니, 문득 ‘장례식’도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식도 그렇다. 그렇게만 되면 숨통이 트일 것이다. 장례식을 하지 않으면 훗날 제사도 안 하게 될 것이다. 관혼상제라는 관습, 인사, 예법 전부 모조리 없애 버리면 얼마나 홀가분할까. 진심으로 슬프거나 기쁜 사람만 그 마음을 전하러 가면 되는 것이다. 의리 따위 없는 편이 낫다._‘여자의 심플 라이프’ 107쪽 * “자식론?교육론은 아이 없는 사람이 논하고, 부부론은 독신이, 소설 작법은 소설가가 아니라 독자가 써야 한다는 게 제 지론인데요, 여자에게 원래 남자는 필요 없다는 진리 역시 남자와 사는 여자가 깨닫기 쉬운 법이랍니다.”_‘주부의 5월병’ 126쪽 * 악녀란 남자가 본 해석에 지나지 않는다. 악녀는 자아가 있는 여자라는 뜻이다. 예술가라면 누구에게나 자아가 있다. 요즘은 여자라면 누구에게나 자아가 있다. 그렇다면 현대의 여자는 모두 악녀뿐이란 말인가._‘악녀 1’ 206쪽 뭔가 정답을 얻으려고 발버둥 치지 말 것 그나마 쉬엄쉬엄 가면 조금은 숨통이 트인다 다나베 세이코는 살아가는 데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면 아득바득 살기보단 술 한잔 기울이며 잠시 속도를 늦추는 게 삶을 통과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다나베 세이코는 에세이 작품에서 늘상 가모카 아저씨와 술을 마시며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 나눈다.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인생사 대부분은 옳고그름의 잣대로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는 시각을 전달한다. 그저 다양한 해석을 내릴 수 있을 뿐, 삶의 진실과 거짓을 조급하게 단언한다는 건 어리석고 위험할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준다. 이 책의 ‘해설’을 쓴 르포 작가 시마자키 교코는 “다나베 씨의 가르침 중에서 가장 고마운 것은 ‘그럴 수 있겠다’는 시점”이라고 하면서, 다나베 세이코의 에세이를 통해 “되는 대로 사는 인생”의 묘미를 알게 되면서 삶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다고 말한다. 인생이란 좌충우돌하며 열린 결말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지 처음부터 정해진 길 따라 직진하는 게 아니라는 의미일 것이다. “남자든 인생이든 가소성可塑性이 있는 것이 좋아요. 인생이란 철사 공예와 같아서 어떤 모양으로든 바꿀 수 있거든. 신조 따위 입으로만 지켜도 돼요. 죽을 때까지 가지고 있을 필요 없어.” 칠십대에 접어든 다나베 세이코가 인생에 대해 심플하게 전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