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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시작
꽃이 피는 계절에 잊는 것과 얻는 것 동백꽃 무성하니 무정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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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주신은 세상을 둘로 나누었다.
땅에는 드넓은 들판과 높은 산맥과 순한 동물과 인간이, 하늘에는 새파란 대기와 새하얀 구름과 영특한 신수(神獸)가 존재했다. 주신께서 하늘의 존재를 특히 어여삐 여기사, 신령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비상한 능력을 내렸다. 다만 그들의 힘이 헛되이 쓰일 것을 우려하사 지상의 흙을 밟지 못하도록 명하였다. 하나 신수들은 지상으로 내려가길 염원하였고, 결국 주신의 명을 어기고야 말았다. 땅의 흙을 밟은 신수들은 더 나아가 땅을 점령하길 원하였고, 인간의 권역을 침입하여 그들을 괴롭히기도, 생명을 앗아가기도 하였다. 시간이 거듭될수록 땅의 피해가 커져 원성이 하늘을 찌르자 노한 주신께옵서 가라사대, 법도를 어긴 신수를 잡아 올 수 있는 어사(御使)를 파견하라. 신령들은 하늘에 남아 있는 신수 중 영리하고 날쌘 이를 추려 냈다. 범은 화가 많아 아니 되고, 늑대는 홀로 움직일 수 없어 아니 되고, 매는 유랑하는 것을 즐겨 아니 되니 남은 신수는 단 하나. 다름 아닌 여우라 하였다. *** “저쪽 뒷산에 작은 샘이 하나 있는데 그 샘물이 글쎄 요력을 가지고 있다지 뭐니. 먹으면 젊어질 수도 있다나 뭐라나……. 그래서 얘기를 듣고 있었어.” “그럼 그 물을 가져와야지?” “아, 그건 안 된대. 여우샘이 괜히 여우샘이겠니. 근처에만 가면 여우가 나타나서 사람을 홀린대.” “내가 여우한테 홀리는 게 빠를까, 내가 여우를 홀리는 게 빠를까?”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