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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사색’을 펴내며
머리말 1부 삶과 예술 청춘의 흔적 1 ?무익조의 꿈 청춘의 흔적 2 ?어둠을 살리는 침묵의 전야여, 너는 언제나 밝아오려나 디자인의 두 얼굴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의 의미 레게 ?한과 해방의 노래 악의 구렁텅이에 빠진 나 너의 삶을 살아라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와 나 민교협 공동의장의 빛과 그림자 2부 호모 쿨투라 김추자, 5·18, 레게 황석영과 이문열 리영희와 마광수, 박노해와 장정일 생각은 높이, 삶은 소탈하게 ?리영희의 교훈 시시포스 엉덩이 밀기 기기설 치열하게 더 치열하게 ?‘인생의 후배’들에게 호모 파베르에서 호모 루덴스로 ‘즐좌’의 추억 *보론* 정주영, 이명박, 오세철 3부 책과 삶 유신 세대 독서 편력기 새로 읽은 고전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 하워드 패스트와 『스파르타쿠스』 안토니오 그람시와 『옥중수고』 맨슈어 올슨과 『집단행동의 논리』 니코스 풀란차스와 『정치권력과 사회계급』 로버트 달과 『폴리아키』 요스타 에스핑-안데르센과 『복지자본주의 세 가지 세계』 4부 세계를 간다 프랑코도 잊히고 ‘패자의 정의’ 못 세우고 ?스페인 민주주의 기행 혁명의 도시에 각인된 자유와 진보의 함성들 ?프랑스 민주주의 기행 돈이 아니라 진실이 중요하다 ?헝가리 민주주의 기행 증권거래소로 변한 공산당사 ?폴란드 민주주의 기행 절차적 민주화와 아직도 불안한 봄 ?태국 민주주의 기행 아키노는 편히 잠들지 못한다 ?필리핀 민주주의 기행 유령을 찾아서 ?『공산당 선언』 150주년에 찾아간 마르크스주의의 흔적 미국을 보면 한국이 보인다? ?21세기 미국 사회 ‘주마간산’기 파리 코뮌을 기리는 사람들의 또 다른 얼굴 ?코뮌의 흔적을 찾다 시베리아 한인 노동자들과 혁명 운동 ?바이칼과 시베리아, 내몽골 지역에 남아 있는 한인들의 흔적 만델라는 배신자? ?남아공 인종 해방 22년의 빛과 그림자 |
孫浩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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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반항하기에 이렇게 뛰어든다. 역사와 운명은 결코 관조하는 것이 아니라 피로 꽃피우는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모든 투쟁과 참여는 이러한 절박한 인간에의 사랑의 달성을 위한 몸부림이지, 결코 이데올로기적 맹신이나 정치적 차원의 해석으로 가능한 문제는 아니다. 우리가 슬퍼하는 것은 우리의 동족이 굶주리느니, 헐벗느니, 자유가 없다느니 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인간답게 살지 못한다는 데에서 오는 삶 본연의 갈구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선택된, 그것도 그릇 선택됐을지도 모르는 소수만을 기억하고 대다수의 삶을 외면, 망각하려는 역사를 고발하려고 한다. 결코 지성인이란 기성 지배 질서가 요구하는 주문품 내지 기호품만을 만들기 위해 고용된 장인이 아니다. --- p.35~36
“호철아, 그래도 나도 사치가 하나 있어. 먹물의 사치인데, 그것만은 못 버릴 것 같고 안 버릴 거야.” 궁금해서 목이 빠져라 선생님 입만 쳐다보는 제게 선생님은 웃으며 이렇게 이야기하셨습니다. “글을 쓸 때 반드시 좋은 만년필로 쓰는 것이야. 나는 죽어도 볼펜으로 글을 못 써. 글은 자신의 피로 쓰는 거야. 그러니 내가 직접 내 피가 펜에 들어가는 것을 눈으로 보듯이 경건한 마음으로 잉크를 넣고 펜촉을 닦고, 잉크가 다 소모되면 내 피가 그만큼 나갔구나 생각하고 다시 경건한 마음으로 잉크를 넣고 해서 써야지, 어떻게 볼펜처럼 대량 생산된 소모품으로 글을 써. 그리고 만년필 중 하필 좋은 만년필이어야 하는 이유는 글을 많이 쓰니 손목이 아파서 글이 잘 나가야 하기 때문이고.” --- p.94 “한마디로, 새로운 세상을 본 기분.” 1980년대 초반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을 때 니코스 풀란차스의 『정치권력과 사회계급』을 처음 접하고 받은 충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이중적 의미에서 그렇습니다. 저는 1970년대 정치학과에서 그 무렵 미국에서 유행하던 행태주의라는 과학주의 정치학을 배웠는데,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부터 1960년대까지 정치학의 핵심 주제이던 국가에 관한 연구, 즉 국가론이 낡은 비과학적 연구이고 정치학은 국가가 아니라 ‘정치 체제(political system)’를 공부한다고 귀가 닳도록 들어야 했습니다. 또한 여기에 대립하는 좌파라고 해봐야 조야한 이론만 보다가 뉴레프트북스가 영어로 번역해 낸 풀란차스의 치밀한 이론을 보니 그야말로 ‘신천지’였습니다. --- p.151~152 표지에는 아키노 암살 10주년 기념 특집의 제목인 ‘그는 평화롭게 잠들 수 있는가?’는 제목이 보이고 본문에서는 ‘아키노 암살은 누가 명령했는가?’고 묻고 있었다. 이런 물음이 바로 필리핀 민주주의의 현주소가 아닐까? 아니 나아가 여기에서 ‘그’를 단순히 아키노 개인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 목숨을 잃은 6개국의 희생자들, 아니 더 나아가 민주화 투쟁 속에서 목숨을 잃은 모든 인간이라고 생각할 때, 세계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바라보면서 과연 “그 사람들은 평화롭게 잠들 수 있는가?”고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앞서간 희생자들이 뿌린 씨를 거두고 결실을 봄으로써 평화롭게 잠들 수 있게 해주는 일은 우리 산 자들의 몫이리라. --- p.263 판자촌으로 가는 길은 기이하게도 케이프타운의 최고 부자 동네를 지나가게 된다. 그 길과 주변 풍경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장 부자 동네이자 유명 연예인들이 사는 베벌리힐스를 빼어 닮았다. 아니 차이가 있었다. 베벌리힐스보다 훨씬 잘살고 훨씬 좋았다. 이런 세계적인 부촌을 지나서 판자촌을 향하고 있자니 이번 여행을 위해 읽은 자료들과 밤새 읽은 책 내용들이 떠올랐다. 이 지구에서 가장 빈부 격차가 심한 나라는 어디일까? 나는 자본주의적 성장을 택한 ‘최근의 중국’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아니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막을 자랑하고 〈꽃보다 청춘〉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덕에 모두 가고 싶어하는 여행지로 떠오른 나미비아와 남아공이 바로 세계에서 가장 빈부 격차가 심한 나라다. 이 두 나라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잘사는 곳들이다. 그러나 빈부 격차는 세계 최고다. --- p.342~3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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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있는 사람의 사색을 엿보다 ? ‘비주류의 비주류의 비주류’ 손호철의 사색
색깔 있는 사람, 손호철의 사색(思索)은 사색(四色)이다. 때로는 상대를 사색(死色)으로 만드는 날카로운 논쟁을 벌이지만, 각자의 사색(思色)을 존중하는 태도에는 진보를 향한 낙관주의가 짙게 드리워 있다. 그런 낙관주의를 바탕으로 삼아 ‘비주류의 비주류의 비주류’로 살아온 개발 독재 세대의 한 지식인이 정년퇴직이라는 강제 종료 상황을 마주했다. 1차 레이스를 담담히 끝낸 멀티플레이어가 새로운 순환을 향해 삶과 생각을 리부트한다. 2018년 정년을 맞아 대학을 떠나는 손호철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매력을 지닌 사람이다. 독단에 빠지지 않는 진보적 학자, 날카로움과 따뜻함에 기민함이라는 미덕을 두루 갖춘 저널리스트, 차별받고 억압받는 민중들 곁을 지키는 거리의 실천가, 경계를 가로지르는 교양인이라는 면모를 모두 지닌 르네상스형 지식인이다. 그림을 그리고, 문학과 음악과 미술 평론을 하며, 사진을 찍는가 하면, 다작과 달필을 자랑하는 저술가다. 이른바 ‘학진 체제’가 자리를 잡기 전에 학문적 정세에 개입하며 쓴 짧고 긴 논문부터 그때그때 한국 사회의 쟁점들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정치 평론, 분과 학문의 울타리에 갇히지 않는 폭넓은 주제 의식과 자유로운 글쓰기를 보여주는 인문학적 에세이, 정치 기행이라는 독특한 영역을 개척한 여행기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많은 글을 쉬지 않고 썼다. 화가를 꿈꾸던 까까머리 고등학생 미술학도에서 학자, 저널리스트, 실천가, 교양인 등 네 가지 빛깔을 고루 지닌 한 사람의 삶과 생각이 ‘손호철의 사색’이라는 새 옷을 입고 독자들을 찾아간다. 1991년부터 2017년까지 한 달 평균 2.5편을 쓴 정치 평론집 5권, 길고 짧은 논문집 7권, 청년 시절의 감수성에서 출발해 즐거움의 원형을 찾아가는 에세이 1권, 전문가 수준의 사진을 곁들인 여행기 2권, 지성사를 겸한 자서전 1권까지 모두 16권에 이르는 대장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