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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 5
1993년 / 9 1994년 / 2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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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삶의 흔적이다. 그래서 역사를 거울삼으면 흥망을 알고 사람을 거울삼으면 운명을 안다고 하였다. 그동안 많은 사람과 교류하며 살아왔다. 그 교류가 곧 나의 역사다.
쇼펜하우어는 인생론에서 “인간 개개인에 대해 생각해보면 한 생애의 역사는 어쩔 수 없이 반드시 패배자로서 낙인찍히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끝장이 난 모든 생애는 재앙과 실패의 연속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의 지내온 삶도 지나온 기록들을 살펴보면 후회의 고백서며 참회의 기록이다. 실수라기보다 욕심이 빚어낸 결과이며 항시 유동적인 인간의 심리에 의해 이익을 추구하고 환경에 의해 배신당하기도 한다. 나는 그런 나약해지는 마음을 되잡기 위해 지난날을 돌이켜보며 돌아올 날들의 삶을 위해 다짐의 글을 써왔다. 글 같지 않은 글은 쓰지 말자고 하면서도 나는 습관적으로 글을 쓰고 또 남의 글을 읽었다. 위대한 철인의 글이나 불후의 명저보다 나와 동시대인들이 쓴 글들이 감명을 주었다. 유종호 교수의 한국전쟁 전후의 고향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낸 1950년의 『회상기』, 김현 님의 1986년에서 1989년의 381일간의 독서일기인 『행복한 책 읽기』, 1960년대부터 거창한 얘기에 가린 그 시절의 속살을 샅샅이 헤쳐낸 민병욱 기자의 『민초통신 33』을 읽고 이런 글들이 어느 현학적이고 고차원적인 고담준론보다 나의 독서편력에 단맛을 주었다. 그래서 2016년 9월에 『한 출판인의 사초(私草)』(1995~1997)를 펴낸 후 1993, 1994년의 일기를 합하여 또 한 권의 『한 출판인의 사초』를 발행하게 되었다. 또한 요사이 읽고 있는 모지스 할머니의 이야기가 용기를 북돋아주고 있다. 그녀는 76세에 한 번도 배운 적 없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여 93세에 『타임』지 표지를 장식하였으며 100번째 생일은 ‘모지스 할머니의 날’로 지정되고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그녀를 ‘미국인의 삶에서 가장 사랑받는 인물’로 칭했다. 10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며 1600여 점의 그림을 남겼다. 나의 이 작업도 무료의 소견법이요 카타르시스의 배설이요 패배자의 기록이라 여긴다. 타인의 글을 출판하면서 나의 글도 하는 욕심 섞인 마음의 산물이다. ---「서문」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