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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1987년 1988년 1989년 1990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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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살아오면서 남겨놓은 낙수(落穗)들을 모아 1991년부터 1997년까지의 사초(私草)를 『한 출판인의 사초』라고 3권으로 묶어 발행하였다.
한 권 한 권 단행본으로 엮을 때마다 이런 책을 내어야 하는가 하고 주저주저하면서도 70여 년 이상 써놓은 글들을 버리기가 아까워 다시 만용을 부리는 것이다. 이번에도 문학과지성사의 대표이자 문학평론가인 김병익 선생이 『문학과 문학』이라는 잡지의 특집대담에서 “요즘 문학작품보다는 전기나 자서전을 많이 읽게 된다면서 거기에서 보이는 사람살이의 정경을 재음미하고 특히 자서전에서 보이는 자기성찰이랄지 고백의 진정성이랄지 하는 것들을 반추할 때 인생의 심연에 다가서는 느낌이 든다”는 글이 머뭇거림에서 실행으로의 용기를 주었다. 그 동안에 월간 『책과인생』에 사초를 연재할 때 내가 살아온 기억 속에 떠오른 옛 친구들의 이야기를 사진이나 연하장이나 편지와 함께 게재한 것을 보고 반갑게 글월을 보내거나 전화가 올 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또한 허영자 교수님의 「시 쓰는 말」 중에서 “시 쓰기라는 작업을 통해서 나는 상처를 치유하고 위안을 얻고 다소의 자기 정화를 도모할 수 있습니다. 바라건대 이러한 시 쓰기가 나의 존재를 확인하는 증표가 되고 시를 읽어주는 세상의 어느 친구에게도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시 쓰는 마음”이라는 글은 내가 글을 쓰는 마음과 같다. 나는 지난날에 써놓은 잡록이나 잡기(雜記)를 되돌아보면서 옛날을 회상하고 참회하고 후회하기도 하며 껄껄거리며 웃어보기도 한다. 사초(私草)에 스쳐지나간 사람들은 나의 흰머리와 얼굴에 주름처럼 내 가슴에 각인된 사람들이다. 이제 나이 들어 젊었을 때의 내 살아왔던 시절의 진솔한 기록을 읽는 것이 더 마음에 와닿고 강하게 느낌이 온다. 이제 이 책을 합해 10여 년간의 사초를 간행하게 된다. 그래도 아직 60년 이상의 일기가 나의 서재에 쌓여있다. 이것만은 내 손수 편집하고 교정도 보고 요사이는 적은 숫자의 책을 제작하기 쉬워졌으니 모두 간행하고 싶은데 세상사 마음대로 되려는지 모르겠다. 내가 시작한 것은 내가 매듭짓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뜻대로 되려는지 알 수 없다. 내가 수필을 써보겠다고 하였더니 문학평론가인 선배가 수필을 쓰려면 철학서를 먼저 읽으라고 했다. 그래서 파스칼의 팡세로부터 실존주의에 관한 책들을 읽었다. 그러나 그 책들은 눈이 스치고 지나갈 뿐 머리에 머물지 않는다. 하지만 전기류인 링컨전, 디즈레일리전, 프랭클린전, 백범일지 등은 두 번 세 번 손이 가게 된다. 또 머리에 잔잔히 그 삶 등이 각인된다. 타인의 책 백 권쯤 만들어드리는 사이에 나의 책 한 권 끼워서 만들어보겠다. 기록이 모여 역사가 되고 역사가 곧 국가의 자부심으로 미래에 전달되는 것이 아닐까? 옷깃을 스치고 지나간 사람들도 천겁의 인연이라 하는데 앞으로 살아갈 세상이 조심스럽다. ― 저자 윤형두 ---「책머리에」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