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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워싱턴 D.C.
2. 피렌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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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리스 스탈링은 재킷에 달린 모자를 푹 뒤집어쓰고 바니를 지켜보았다. 그가 거리에서 방향을 바꾸어 걸어가는 것을 보자 그녀는 토트 백을 어깨에 메고 뒤따랐다. 일단 그가 주차장과 버스 정류장을 지나치자 그녀는 안심이 되었다. 걸어서 간다면 미행이 더 쉬울 터였다. 바니가 사는 집을 몰랐으므로 그가 그녀의 존재를 알아채기 전에 거처를 파악해야만 했다.
중산층의 여러 인종들이 섞여 사는 병원 뒷동네는 조용했다. 자동차에 도난방지기만 설치하면 밤에 배터리를 분리하여 집안에 들여놓지 않아도 되고, 아이들도 밖에서 뛰어놀 수 있는 그런 동네였다. 세 블록쯤 지나자 바니는 잠시 멈춰 서서 자동차가 지나가도록 기다렸다가 길을 건넌 다음,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작은 집들이 들어선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 p.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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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으로 가는 행선지에 중간 기착역이 있다면 분명 메릴랜드 자선 종합변원의 앰뷸런스 출입구와 똑같이 생겼을 것이다. 미친 듯이 울려대는 사이렌 소리, 덜커덕거리는 이동침대 소리, 울음과 비명소리, 맨홀에서 간간이 뿜어져 올라오는 증기가 '응급실' 이라는 커다란 네온에 붉게 물들어, 밤에는 마치 모세의 불기둥처럼 솟아올랐다가 낮이면 구름처럼 변한다. 그날 아침 바니는 바로 그 증기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재킷 속에 감춰진 건장한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여기저기 깨진 인도의 바닥을 살피기라도 하듯 고개를 앞으로 푹 숙인 채 동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 p.1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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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터 박사는 지금 상점의 멋진 아르 데코 램프들의 부드러운 불빛 아래 서서 냄새를 맡으며 기억의 잔재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감옥의 냄새는 없었다.
다만......뭐지? 클라리스 스탈링이 풍긴 향기를 제외하면. 스탈링이 내가 갇혀 있던 철창 가까이로 다가와서 핸드백을 열었을 때 맡은 향기는 분명 레르뒤탕은 아니었다. 그런 향수는 상점에서는 팔지 않았다. 그것은 스킨 로션 냄새도 아니었다. 아, 사포네 디 만도를레 냄새군. 그 유명한 아몬드 비누. 그 냄새를 내가 어디서 맡았지? 멤피스였어. 그녀가 내 감방 바깥에 서 있을 때, 탈출하기 직전 그녀의 손가락을 살짝 건드렸을 때. 그러니까 스탈링의 냄새였어. 햇빛에 말려 다림질을 한 깨끗하고 결이 고운 옷을 입고 있던 그녀, 스탈링이었다. 성적 매력이 철철 넘치던 여자. 지겹도록 진지하고 원칙에 철저한 여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여자. 음...... 렉터 박사는 평소와는 달리 음산한 금요일을 맞아 상당히 많은 양의 비누와 로션, 배스 오일 등을 구입했다. 그는 그 가운데 일부는 자신이 갖고 나머지는 상점 직원에게 선적을 의뢰했다. --- 1권 p.2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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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소리없이 일어나서 주간신문을 들고 아메리카 대륙이 발견되기 전에 지어진 화려한 성당 안으로 들어간다. 촛불 앞에서 주간 신문을 펼치자 제단 위에 놓인 성상들이 어깨 너머로 보는 것만 같다. 타이틀은 72포인트 고딕체로 '죽음의 천사 클라리스 스탈링, FBI의 살인기계'라고 찍혀있다.
그가 촛불을 끄자 제단 주위에 그려져 있던 고통과 행복을 담은 얼굴들이 사라진다. 커다란 홀을 가로지를 때는 불빛이필요없다. 한니발 박사가 우리앞을 지나갈때는 찬바람이 휙 이는 듯하다. 거대한 문이 끼익 하고 열렸다가 탁 소리를 내며 닫힐때는 바닥의 떨림이 발바닥으로 전해져 온다.그리고는 이내 고요해 진다. 발자국 소리가 다른 방으로 들어간다. 공명에 으해 사방 벽들이 더 가깝게 느껴지고 천장은 더 높게 느껴진다. 공기속에는 양초 심지 타는 냄새와 가죽 냄새, 양피지 냄새가 섞여 있다. --- p.190,---pp15-p.191,---pp.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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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에서 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식인종 한니발 렉터 박사가 11년 만에 다시 우리 곁에 살아 돌아왔다. 그것도 더욱 잔혹하고 섬세한 모습으로!
격조 높은 스릴러로 전세계를 열광시켰던 <양들의 침묵>은 인간의 이상 심리와 광기를 긴박하고 짜임새 있는 구성과 화법에 담은 토머스 해리스의 출세작이다. 일단 <한니발>은 1988년 토머스 해리스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었던 <양들의 침묵>과 흡사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러나 식인 습성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 한니발이 미국연방수사국 수사관인 여주인공과 펼치는 기막히고 소름끼치는 이야기는 전작인 <양들의 침묵>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공표를 안겨준다는 것이 현지 언론들의 평이다. 소설 <한니발>은 미국 소설 역사상 3가지 기록을 갱신해서 더욱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초판 최대 발행부수(130만 부 + 20만 부), 최고 계약금, 최고 판권료(1,000만 달러)의 기록을 갱신했으며, 초판 150만 부가 순식간에 매진되는 경이로움도 남겼다. 이야기는 한니발 렉터 박사가 탈옥한지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부터 이어진다. 한니발 렉터의 희생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메이슨은 개에게 얼굴 대부분이 뜯어먹혀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살아가고 있는 정육업계의 재벌이다. 메이슨은 극악무도한 복수극을 오랫동안 치밀하게 계획, FBI 특별수사관 클라리스 스탈링을 이용해 한니발 렉터를 잡는 데 성공했다가, 극적인 반전을 통해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 이 소설의 간략한 줄거리이다. 강렬하고, 최면적이며, 창의적인 <한니발>은 눈부신 상상력의 잔치라 할 수 있을 만큼 놀라운 상징과 암시에 기반한 섬짓한 공포와 그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격조 높은 두뇌 플레이의 진면목을 선사한다. 또한 미국과 유럽을 넘나드는 장중한 스케일, 문학과 예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뛰어난 묘사는 기존의 블록버스터 소설로서는 기대하기 힘든, 작가 토머스 해리스만의 눈부신 장인의식을 새삼 느끼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