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한국어판 저자 서문
발문-베네딕트 앤더슨 하나 둘 셋 넷 다섯 |
Eka Kurniawan
에카 쿠르니아완의 다른 상품
박소현의 다른 상품
|
안와르 사닷은 다행히 밖에서 자식을 보지는 않았다. 사생아란 어미보다는 아비 쪽 가족에게 재앙이 아니던가.
머릿속에 번개가 치는 것처럼 갑자기 그 생각이 떠올랐다. 배 속에 무언가가 있다고, 오장육부 말고 다른 것이 있다고 했다. 그것이 마르지오에게 그를 죽이라고 시켰다고 했다. 그게 힘이 셌어요, 그래서 아무 무기도 필요 없었다고 경찰에게 말했다. --- p.52 “내가 아니에요.” 마르지오는 아무런 죄책감 없는 표정으로 담담히 말했다. “내 몸 안에 호랑이가 있어요.” --- p.59 할아버지는 ‘정령들의 왕국’이라고 부르는 개울로 손자를 데려가주었다. 절대로 여자 정령을 가지고 놀지 말거라, 노인은 늘 경고했다. 하지만 여자 정령이 너를 좋아한다면 받아주렴, 그건 축복이니까. --- p.64 할머니에게는 아직도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무궁무진해서 따로 이야기를 지어낼 필요도 없었다. 다 진짜 있었던 일이란다, 하고 말할 따름이었다. 마 무아는 전대 이야기꾼에게 이야기를 들었고 그 이야기꾼은 또 전대 이야기꾼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이야기 중에는 지금 세대에 관한 것이거나 오직 선택받은 자만이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있었다. 물론 마 무아야말로 선택받은 이야기꾼 할머니였다. --- p.65 네덜란드인들이 젊은 장정들을 델리에 끌고 가 강제노동을 시키려 하자 이들이 얼마나 거세게 저항했던가. 네덜란드의 총알도, 나중에 나타난 일본인들의 사무라이 칼도 그 앞에서는 무력했다. 장정들이 분노하면 몸에서 흰 호랑이가 튀어나와 적에게 달려들었다. --- p.67 코마르는 병원에서 이틀을 보내고 마메에게 단호한 어조로 집에 가겠다고 했다. “의사는 필요 없다. 내 무덤이 다 파질 때까지는 버틸 만하니까.” --- p.85 131호 집으로 이사할 때 마르지오는 일곱 살이었다. 그는 나중에 이삿날을 얘기하면서 “소牛 가족의 소풍”이라고 불렀다. 식구들은 코마르 빈 슈엡이 거듭해서 “진짜 우리 집”이라고 부르는 곳을 향해 장장 세 시간에 걸친 모험을 떠났다. 자갈길은 걸핏하면 물웅덩이로 변해서 물을 가르며 지나가야 했다. 그 모습이 모스크에서 코란 읽기가 끝나면 마 소마가 얘기해주던 홍해를 건너는 유대인들 같았다. --- p.135 그날 아침 마 라비아는 사들였던 결혼 예복 중 한 벌을 차려입었다. 집 앞의 작은 의자에 앉아 앞마당의 흙을 퍼먹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말려봤지만 그는 차라리 땅을 다 먹어버리는 편이 낫다고 우겼다. 어미보다는 어미의 재산에 더 매달리는 자식들에게 땅이 넘어가는 꼴을 보느니 그 편이 낫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손으로는 계속 흙을 파서 입안에 털어 넣었다. --- p.115 사실 8년 동안 그 집에 살면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마르지오와 마메는 컸고 누라에니는 쪼그라들고 상했을 뿐이었다. --- p.115 누라에니는 자신이 서서히 죽어간다고 느꼈다. 그러나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친정으로 도망갈 생각은 한 번도 못했다. 친정 식구들이 벼락처럼 화를 낼 테니 그저 제 안에 모든 것을 담아두는 수밖에, 남편이 아주 가끔은 잘해줄 때도 있으니 희망을 버리지 않는 수밖에 없었다. --- p.131 어쨌거나 그 여자는 내 것이다, 그는 생각했다. 결혼하면 그 여자는 내 것이고 나를 위해 있는 것이다. 내가 원할 때 받아주지 않는다면 나는 화를 낼 권리가 있다. -163쪽남편과 아비의 삶이 얼마나 딱한 것인지 안다면 처자식은 나를 도와야 할 것이다. 그러지 못하겠다면 내가 부린 패악질을 받아들이고 용서해야 할 것이다. --- p.164 |
|
사랑과 욕망에 얽히고설킨 두 가족 사이의 비극
조용한 마을에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그것도 칼이나 총 같은 무기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의 목을 직접 물어뜯어 죽인, 흉측하고 잔인한 살인 사건이다. 여느 범죄 소설과 달리 독자들은 범인을 추리해나갈 수 없다. 왜냐하면 이미 소설의 첫 문장에서 피해자와 살인자가 밝혀졌기 때문이다. 살인자인 청년 마르지오와 피해자인 중년 사내 안와르 사닷은 이웃 지간이다. 아들처럼 여기던 이웃집 청년 마르지오에게 목을 물어뜯긴 안와르 사닷의 장례를 치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감옥에 갇힌 마르지오는 “내가 아니에요” “내 몸 안에 호랑이가 있어요”라고 죄책감 없이 말한다. 사실 마르지오의 몸 안에는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호랑이의 영이 들려 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곳곳에는 선량한 마을이나 가족을 지켜주는 신비로운 호랑이에 관한 전설이 있다. 에카 쿠르니아완은 이 전설을 모티프로 해 범죄 소설의 옷을 입혀 사람들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도대체 마르지오는, 마르지오 몸 안의 호랑이는 왜 안와르 사닷을 죽였을까? 그것이 바로 이 소설이 살인 사건의 범인은 누구인가에 연연하지 않는 이유이다. 책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이 마을을 만든 개척자 가문을 소개하기도 하고 죽은 안와르 사닷이 어떻게 이 마을에 정착하게 되었는지, 마르지오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어떻게 결혼을 했는지, 마르지오네 가족이 원래 살던 동네를 떠나 이 동네에 정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마르지오의 아버지가 얼마나 무책임하고 폭력적이었는지 하나씩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입체적 서사, 유화처럼 겹겹이 쌓인 각자의 이야기들 『호랑이 남자』는 등장하는 모든 이들이 책의 주인공인 것처럼 스쳐 지나가는 인물들에게도 풍성한 서사를 부여한다. 마을을 개척한 한 가문의 조상인 마 라비아가 탐욕적인 자식들에게 땅을 물려주지 않고 가난한 이들에게 땅을 나눠주면서 마르지오네 가족은 마을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었다. 이야기꾼 할머니 마 무아가 없었다면 마르지오는 마을 남자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호랑이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결국 이 모든 인물들의 이야기가 유화처럼 겹겹이 색을 쌓아 한 폭의 그림을 만든다. 일반적인 소설에서 기승전결에 맞게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것과 달리 서사를 쌓아 두터운 이야기의 층을 만드는 것이다. 에카는 책 속에서 마르지오와 가족들의 이야기는 물론 다른 이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리며 그 삶이 하나씩 모여 마치 문학과 현실의 경계를 뛰어넘듯 사람들이 살아가는 현실 그 자체를 재현한다. 무엇보다 『호랑이 남자』는 한자리에 앉아 단숨에 읽어 내려갈 만큼 재미있다. 『호랑이 남자』는 등장인물의 대화도 거의 등장하지 않고, 간결하고 건조한 문체로 쓰여졌다. 하지만 그 어떤 소설보다 장면과 서사가 생생히 그려지며 문장 하나하나 밀도 있다. 소설의 시간 또한 입체적이다. 마르지오가 안와르 사닷을 죽이는 곳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마지막 장에서 다시 그곳으로 돌아오는데 마치 우리에게 먼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것 같은 감각을 선사한다. 에카는 우리에게 낯설 수 있는 인도네시아 문화의 매력과 흥미진진한 한 편의 이야기를 선물한다. 영미 문학이나 유럽 문학에서 벗어나 문학의 다양성을 경험하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
|
“팽팽하고 짜릿하다. 훌륭한 범죄 소설이 그렇듯 이 책도 한자리에 앉아
읽어내려야만 그 정수를 맛볼 수 있다. 첫 문장에서 이미 밝혀진 범인과 피해자, 이야기는 박진감 넘치게 질주한다.” - [뉴욕타임스] |
|
“재기 넘치는 에카 쿠르니아완의 소설. 이 책에서는 가족이 함께하는 식사의 온기부터 너덜거리는 목정맥의 끔찍함까지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다.” - [BOMB 매거진]
|
|
“에카 쿠르니아완이 창조해낸 세계는 전설, 미스터리, 마술적 리얼리즘이 뒤섞여
익숙하면서도 예측할 수 없다. 이 거칠고 매혹적인 소설은 재미는 물론, 독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동남아시아 문화의 전통에 대해서도 일러준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
|
“살인과 욕망에 관한 초자연적인 이야기가 범죄 소설 장르를 매혹적으로 정복한다.
에카 쿠르니아완의 글쓰기는 가르시아 마르케스나 도스토옙스키 같은 거장과도 닮아 있다.” - [가디언] |
|
“폭발하는 문장과 환상적인 요소의 도발적 배치에 놀라지 않을 독자가 없을 것이다.” - [허핑턴포스트]
|
|
“에카 쿠르니아완이 인도네시아 최초로 노벨상을 받을지 누가 알겠는가?” - [르몽드]
|
|
“난데없이 떨어진 운석처럼 등장한 놀라운 작가.” - 베네딕트 앤더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