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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독자들에게 7
들어가며 13 1 새로운 미국의 시대 25 2 독립 인도네시아 61 3 발밑에는 불벼락, 하늘에는 포프 111 4 진보를 위한 동맹 135 5 다시 브라질로 157 6 9월 30일 운동 193 7 절멸 231 8 세계 곳곳에서 267 9 자카르타가 온다 303 10 다시 북으로 351 11 우리는 챔피언 387 12 그들과 우리는 어디에? 403 부록 425 감사의 말 437 옮긴이 후기 443 찾아보기 448 |
Vincent Bev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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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과 인도네시아 그리고 다른 21개 국가에서 벌어진 폭력은 우연도 아니고 세계사적 주요 사건에 속하지 않는 부수적인 일도 아니다. 그 죽음들은 “차갑고 무미건조”하며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 비극적인 오류가 아니다. 실은 정확히 그 반대다. 그 폭력은 더 거대한 과정의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부분이었다. 전 세계적 차원에서 냉전과 미국의 목표를 다 파악하지 않은 채로는 이 사건들을 믿을 수도 없고 이해하기도 어렵다.
--- p.20 토지개혁 문제야말로 “내가 하는 대로가 아니라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의 전형적이고 반복되는 사례였다. 맥아더 장군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에서 야심 찬 토지개혁 프로그램을 추진했고 같은 시기 남한에서도 미군정이 토지개혁을 지휘했다. 전략적으로 미국이 통제하는 국가에서는 역동적인 자본주의 경제를 건설하기 위해 봉건적 토지 지배를 해체할 필요성이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러나 좌파 세력이나 지정학적 경쟁 국가가 시행하거나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협할 경우, 토지개혁은 공산주의의 잠입이나 위험한 급진주의 취급을 당하기 일쑤였다. --- p.87 수하르토는 전 지구적 우익 사상의 터무니없이 광적이고 과장된 버전의 반공 서사에 공식적 정당성을 부여했다. 바로 몇 주 전에 비하면 놀라운 반전이었다. 그렇지만, 아직은 수카르노가 대통령이었고, 이 나라에는 공산주의자 또는 공산주의에 대체로 관대한 이들이 수없이 많았다. 이제 여섯 달 동안 군대가 이 두 가지 문제를 처리할 것이다. --- p.230 인도네시아인 백만 명, 어쩌면 더 많은 수가 워싱턴의 전 지구적 반공 성전의 일부로 죽었다. 미국 정부는 오랜 기간 동안 폭력적인 충돌이 벌어질 조건을 만드는 데 상당한 자원을 쏟아부었고, 결국 폭력이 벌어지자 자신의 오랜 동반자 군대가 미국의 지정학적 목표를 성취하는 수단인 민간인 대량학살을 저지르도록 지원하고 지휘했다. 그리고 종국에 미국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다. 아주 큰 승리였다. --- pp.263-264 대량학살 덕분에 미국이 냉전에서 이겼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냉전이 끝난 가장 큰 이유는 소비에트 공산주의 내부의 모순과 그 지도자들이 돌발적으로 국가를 해체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나는 반공 원칙에 의해 조직되고 정당화된 절멸 프로그램의 느슨한 네트워크가 미국이 거둔 승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으며, 그 폭력이 우리가 사는 오늘날의 세계를 근본적으로 형성했다고 말하고 싶다. 이 모두는 냉전이 실제로 무엇이었냐고 보는지에 달려 있다. 영어권 세계에서는 냉전이 두 나라 간의 분쟁이었으며, 양국이 직접 전쟁을 벌이지는 않았어도 여러 간접 분쟁에 얽혀들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이해가 완전히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지구상 극소수의 경험에만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냉전은 거의 모든 인류에 영향을 미쳤다. --- p.3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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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국제문제 전문 저널리스트로 『로스앤젤레스타임스』 특파원으로 브라질에 있으면서 극우 정치인 보우소나루의 부상과 강력한 반공 세력의 준동을 살펴보게 된다. 이러한 극우 반공주의의 흐름이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알아보며 ‘자카르타’라는 단어가 인도네시아의 수도라는 뜻 이외에 더 폭넓은 뜻을 가진다는 점과 이러한 전 세계적 반공의 흐름이 정치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렇게 동남아시아에서 있었던 학살 사건이 어떤 식으로 남미를 비롯한 제3세계에 영향을 주었는지 탐구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지금껏 연결해서 생각할 수 없었던 전 세계적 흐름을 포착하게 된다. 전 세계에 안착한 미국 주도 반공 자본주의 체제로 이르는 길은 평화롭고 편안한 길이 결코 아니었다.
이 책의 원제목은 『자카르타 메소드: 워싱턴의 반공 성전과 우리의 세계를 만들어 낸 대량학살The Jakarta Method: Washington’s Anticommunist Crusade and the Mass Murder Program that Shaped Our World』이다. 책은 냉전 시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미국 정부가 전 세계에서 반공 대량학살을 지원하고 공모한 사실과 그 결과를 다룬다. 원제목의 ‘자카르타 메소드’라는 말은 1965년에서 1966년 사이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대량학살 사건을 가리키는 것인데, 당시 약 백만 명에 이르는 이들이 좌파 정치 세력과 개혁 세력을 말살하기 위한 목적으로 학살당했다. 여기서 살펴볼 수 있는 키워드인 반공과 대량학살은 떼어놓을 수 없는 단짝처럼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을 거치며 현재에 이른, 전 세계의 흐름을 바꿔 놓았다. 파시즘의 패망과 함께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으로 분리되어 시작된 냉전 가운데, 그동안 제국주의 아래 식민지로 살아가던 여러 나라가 제3세계라는 이름으로 세계사의 주요 세력으로 등장했다. 그 중심에 있던 나라 중 하나가 제국주의 일본의 침략과 네덜란드 식민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가고 있던 인도네시아였다. PKI는 제3세계 운동이 발흥하던 반둥 회의의 시기에 당원 숫자만 전 세계 3위인 공산당으로 비폭력 합법 노선의 운동을 펼치며 노동자, 농민 등 민중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공산주의에 대한 적대감과 공포를 숨기기 어려웠던 미국은 군사학교를 통해 군인들에게 반공 의식을 주입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군부를 지원했고, 군부 반공 세력들은 미국 주도 체제에 편입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례 없는 학살을 벌이게 된다. 이러한 학살을 목격한 소련을 비롯한 공산 세력들은 각자의 계산에 따라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고, 생존을 모색하던 각지의 공산당들은 인도네시아 학살을 목격하며 더욱 극단적인 대립과 폭력의 길로 빠져들게 된다. 인도네시아에서 있었던 어마어마한 학살 사건이 어떻게 지금까지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묻혀 있었을까? 2012년,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이 〈액트 오브 킬링〉을 비롯한 다큐멘터리를 발표하면서 인도네시아의 참상이 세계에 알려졌다. 그럼에도 사건에 대한 관찰자의 시각은 대체로 잘 알 수 없는 제3세계 어느 곳에서 벌어진 야만적인 사건일 따름이라는 반응일 뿐이었다. 이러한 단순한 해석에서 좀 더 나아가, 책에서는 학살과 관련된 사람들의 기억과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고자 했던 인도네시아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세계사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해 준다. 이 책은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및 기타 지역에서 개혁 운동에 대한 대량학살 전략이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설명한다. 미국이 지원하는 인도네시아 군부가 벌인 학살은 이후 라틴아메리카에서도 좌파 및 개혁 세력을 제거하는 데 매우 성공적으로 활용되었다. 이렇게 ‘자카르타’라는 말은 미국의 지원을 받아 다른 권위주의적 독재정권이 실행한 유사한 후속 계획의 학살 행위들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폭력의 결과 빚어진 것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냉전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얻을 수 있는 교양서로 읽을 수 있을 것이며, 또한 인도네시아 현대사 및 반공주의의 역사와 제3세계의 부상과 몰락의 이야기로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강조하고 싶은 이 책의 미덕이라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알려지지 않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미국이 주도한 세계사의 흐름이 어떻게 수많은 피를 묻히고 지금의 세계를 만들어 냈는지 알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전쟁 이후 아직까지도 세계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반공이 실제 힘을 발휘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해서도 평화로운 미래를 밝혀 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역사적 진실을 알려 준다. 최근 일어난 인도네시아 민주화 시위에서 시위대의 필독서로 이 책이 널리 읽혔다는 사실에서, 『자카르타가 온다』는 반공이라는 시대착오적인 행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 지은이의 말 - 제가 지적하고자 하는 주류 서사의 오해 중 하나는, 첫째로 전 세계 어디에서든 스스로를 공산주의자라고 부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소련이 주도하는 폭력적인 작전에 가담하여 세계질서를 전복하고 미국을 파괴하려 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을 통해 그러한 서사의 피상성이 바로잡아지길 바랍니다. 또 다른 큰 오해는 소련이 대량학살을 저질렀고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베트남 전쟁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고, 그 전쟁이 끔찍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일반적인 인식은 공산 진영이 민간인을 고의로 살해했고,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 자유 진영 측도 최소 22개국에서 조직적이고 치밀한 방식으로 민간인을 학살했습니다. … 미국에서 자란 사람들은 우리가 항상 선한 편이라는 선입견을 갖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물론 때로는 우리가 선한 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진지한 언론인으로서 역사적 문제를 진지하게 다룬다면, 자기 편이 항상 선하다고 미리 가정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가정을 버리고 사실을 꼼꼼히 살펴보면, 주류 담론의 그 부분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_ 〈로스앤젤레스 리뷰 오브 북스〉와의 인터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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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식민의 사슬을 끊고 새로운 세계를 꿈꾸던 아시아·아프리카 민족들은 인도네시아에 모여 제3세계의 미래를 선언했다. 그 회의가 열린 반둥은 세계사에 이름을 뚜렷이 새겼다. 그러나 불과 10년 뒤, 자카르타에서는 그 꿈이 참혹한 학살로 무너졌다. 반둥이 단순한 도시명을 넘어 제3세계의 희망을 상징하게 되었듯, 자카르타 또한 고유명사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냉전 질서가 낳은 대량학살의 은유이자, 국제적 공모 속에서 되풀이된 제3세계의 비극을 지칭하는 또 다른 이름이 되었다. ‘반둥 정신’이 아시아·아프리카에서 라틴아메리카로 확장되었듯, ‘자카르타식 해결’ 또한 전 지구로 퍼져 나갔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가 우리 내부의 폭력과 기억을 문학으로 증언했다면, 빈센트 베빈스의 『자카르타가 온다』는 저널리스트의 시선으로 제3세계 개입의 양상을 생생하게 재구성한다. 이제 이 책과 함께, 자카르타가 지구 곳곳에 남긴 그림자를 따라가 보자. 다크투어이지만, 희망을 찾기 위해 꼭 거쳐야 할 관문이다. - 옥창준 (한국학중앙연구원 조교수, 《냉전의 지구사》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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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카르타에 대해 잘 모른다. 인도네시아가 반둥 회의 개최국이었다는 정도가 교과서에서 배운 전부였다. ‘우리’의 범위 역시 미국 중심의 역사가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반둥 회의 이후 자카르타에서 벌어진 반공 제노사이드가 브라질로 이어졌으며, 남미에서 ‘자카르타’는 학살의 이름이 되었다는 것을, 알 턱이 없다. 저자는 중국계 인도네시아인, 사회주의자 마녀로 몰린 여성 노동자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동남아시아와 남미를 연결하는 냉전사를 기술한다. 《자카르타가 온다》는 성조기와 반공주의 이데올로기가 다시금 기승을 부리는 2025년 한국 사회에 뒤늦게 도착한 ‘우리’의 다른 얼굴이다. 여기 ‘우리’가 경험한 또 하나의 냉전이 있다. - 허윤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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