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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문학이 편향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어느 한쪽에 말이다. 매력적인 작가가 분명 세계 어느 곳에든 있을 터인데, 잘 만날 수가 없다. 에카 쿠르니아완은 그것의 반증이다. 더할 나위없이 매력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필체와 놀라운 상상력으로 독자를 압도하는 소설이 우리에게 찾아왔다. - 문학 M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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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저자 서문?
가계도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10장 11장 12장 13장 14장 15장 16장 17장 18장 옮긴이의 말 |
Eka Kurnia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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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 책의 역자입니다.
2018-09-08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의 오탈자 수정사항입니다. 아래 문서에서 계속 업데이트하겠습니다.
https://docs.google.com/document/d/1rr-zMzLj5okqnmubM1RUgv1ksx3uiIE1nkauqh__q28/edi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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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질 수 없다고 사랑할 수 없는 건 아니란다. --- p.45
우리 군대가 일본군을 무찌르길 바라야죠. 안 그러면 우리도 설탕이나 쌀처럼 팔려갈지 몰라요. --- p.79 그날 밤 소녀들은 각기 네 명에서 다섯 명의 일본군을 상대했다. 데위 아유를 괴롭힌 것은 제 몸을 신기할 정도로 마비시키는 일본군의 지치지 않는 욕정이 아니었다. 친구들의 비명과 울음이었다. 딱한 애들 같으니. 이길 수 없는 것에 맞서 싸우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또 있을까. 그렇게 아침이 왔다. --- p.111 네덜란드령 동인도군에 가담한 원주민과 게릴라인 원주민이 마주치기도 하는 혼란스럽기 짝이 없는 전쟁이었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 시작이었다. 원주민들은 이 전쟁을 혁명이라고 불렀다. --- p.122 왜냐하면 개는 내가 예쁘건 못생겼건 신경 쓰지 않거든. --- p.148 여자는 모두 창녀가 아닌가. 현모양처라는 여자들도 결국 몸을 팔잖아. 지참금에, 생활비에, 아니면 사랑에. 사랑 그런 게 있다면 말이지. --- p.156 원주민들은 참으로 한심하고 딱한 족속이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토후와 술탄 아래서 속으며 살아왔는데 이번에는 유럽인들이 불쑥 나타났다. 유럽인들은 자바 땅에 여전히 남아 있는 거창하기 짝이 없는 윗사람에 대한 경외와 예절을 이해하지 못했다. 농민들은 강제로 일해서 거둔 수확물을 다 빼앗기고도 대여섯 살 난 네덜란드인 여자애가 지나가기만 해도 허리를 굽혀 절했다. 지구상에서 이런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아름다운 꿈에서 공산주의가 태어났다. --- p.205 인간 위에 다른 인간이 있는 걸 없애는 데 평생을 바쳤단다. 내 생각엔 우리가 사는 여기가 바로 지옥이야. 우리의 임무는 그 지옥을 천국으로 만드는 것이고. --- p.208 천국의 모든 것은 믿을 수 없이 아름답다고 했다. 클리원은 천국이 그렇게까지 대단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모두가 똑같은 양의 쌀을 얻을 수 있다면 족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쩌면 제 꿈이야말로 믿을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일인지도 모른다. --- p.324 바보 같은 놈. 공산주의자는 모두 사형장의 이슬이 되고 만다는 것을 알았어야지. --- p.350 사람들은 우리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쓰레기라 여기지. 맞는 말일지도 몰라. 하지만 우린 인간 구실을 할 만큼 배우지도 못했고 제대로 살아볼 기회도 없었다고. 결국 도둑이며 소매치기가 된 자들이 무얼 할 수 있단 말이냐. 시간이나 때우면서 부러워 죽겠는 사람들에게 복수할 기회만 기다릴밖에. 사람들이 가족들과 행복하게 있는 걸 보면 질투가 났어.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지. 나는 간신히 그토록 바라던 가족을 이루었지만 부하들은 또 그렇지 못했지. 이제야 겨우 행복을 맛보았는데 어떤 놈이 내 행복을 훔쳐가버리다니, 오래된 분노가 되살아나는군. --- p.488 아름다운 여자 때문에 상처를 받았나? 하.하.하. 얘야, 그렇다면 말이다. 못생긴 여자를 찾아보렴. 그런 여자는 절대 상처를 주지 않는단다. --- p.524 “이렇게 못생긴 나를 사랑하나요?” “응” “왜?” 그는 답을 알았지만 말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죽기 바로 전날 밤 그는 실토하고 말았다.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니까.” --- p.5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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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떨어진 운석처럼 등장한 놀라운 작가
에카 쿠르니아완이 작가가 된 배경에도 인도네시아 현대사가 자리하고 있다.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가 인도네시아를 강타한 이래 연일 이어진 폭동과 격렬한 시위 끝에 수하르토가 사임하고 32년의 독재 시대가 막을 내리자 인도네시아는 새로운 에너지로 들끓기 시작했다. 특히 검열이 실질적인 힘을 잃으면서 문화예술 분야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독서 대중의 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바로 이 시기에 에카 쿠르니아완은 첫 단편집 『화장실 벽의 낙서』(2000년)와 첫 장편소설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2002년)를 발표했다. 두 작품으로 그는 일약 인도네시아 문단의 스타가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2015년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와 『호랑이 남자』가 영어로 번역되었다. 마침 그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은 인도네시아였고 전 세계 출판 관계자들은 뒤늦게야 두 작품의 거침없는 상상력과 독창성에 놀라게 된다. 2016년 두 번째 장편 『호랑이 남자』가 인도네시아 작가 최초로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오르면서 다시 한 번 전 세계 출판계를 놀라게 한다.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 『호랑이 남자』 두 작품의 판권이 30여 개국 이상에 팔려나갔고 순식간에 에카 쿠르니아완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작가로 떠올랐다. 그야말로 예기치 않은 운석 같은 등장이었다. 매력적인 여성 주인공, 역사를 헤쳐 가다 “3월 어느 주말 해질녘, 스물한 해 동안 죽어 있던 데위 아유가 무덤에서 일어났다”로 시작하는 이 소설의 주인공은 데위 아유다. 네덜란드계 혼혈인으로 태어난 그녀는 매우 아름다운 여성이다. 열여섯 살, 한창 아름답게 인생을 꽃피울 무렵 전쟁이 터진다. 네덜란드가 물러나자 곧이어 일본군이 인도네시아를 점령한다. 그리고 순식간에 그의 삶은 뒤바뀐다. 가족들을 잃고, 전쟁 포로가 되고, 위안부로 전락했다가 전쟁이 끝난 후에는 결국 매춘부의 삶을 선택한다. 한 편의 신파극처럼 그의 삶은 기구하게 바뀌지만, 그런 줄거리와는 달리 데위 아유의 캐릭터는 활달하고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재치가 넘치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간다. 그는 매춘부의 삶을 살면서 아비 없는 세 명의 딸을 연달아 낳는다. 그리고 곧 하나같이 괴이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불패의 게릴라 군인, 불사의 깡패, 매력적인 공산주의자가 그들이다. 그들은 각기 인도네시아 현대사의 한 부분들을 상징하는데, 곧 데위 아유의 딸들과 하나씩 결혼하게 된다. 그리고 데위 아유는 잔틱(‘아름다움’이라는 뜻)이라는 아주 못생긴 딸을 낳고 죽는다. 소설은 이 비범한 여주인공 데위 아유와 그 딸들이 운명에 맞서 싸우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 딸들의 남편과 그들의 자녀 3명이 죽어가는 과정을 읽다보면 지은이 에카 쿠르니아완이 얼마나 뛰어난 이야기꾼인지를 금세 파악할 수 있다. 호러, 무협, 로맨스, B급영화… 빛나는 상상력 소설 첫 부분부터 작가의 상상력은 심상치 않다. 죽었던 데위 아유가 21년 만에 되살아난다. 그 첫 설정 때문에 마치 엄청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데위 아유의 넷째 딸은 한 번 보기만 해도 무서워서 벌벌 떨 정도로 지독히도 못생겼으며, 보이지 않는 사람과 동침을 한다. 첫째 딸은 출산은 했지만 아이는 낳지 못했다. 손녀는 개에게 강간당하고, 공산주의자 유령이 온 도시를 배회하며, 악령은 결국 자신의 복수를 감행한다. 악령의 복수로 인해 데위 아유의 가족은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된다. 이처럼 이 소설에는 초현실적인 요소가 많이 배치되어 있다. 호러, 무협, 로맨스, B급영화 등 여러 장르들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그렇지만 결코 어색하거나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것이 인도네시아 구전설화와 엮이고, 인도네시아 현대사와 버무려지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로 탄생된다. 여기에는 작가 에카 쿠르니아완의 성향이 반영되어 있다. 그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저는 언제나 제 자신이 서로 충돌하고 모순되는 요소들로 가득한 세대에 속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한쪽에는 지방색 강한 전설/미신의 세계가 있고, 다른 쪽에는 대학에서 공부한 서양철학이 있습니다. 이쪽에는 싸구려 인도네시아 소설이 있고, 저쪽에는 문학사의 위대한 걸작들이 있습니다. 저는 소설과 이야기를 오락거리라 여기지만 동시에 정치적 표현을 위한 매체로도 봅니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문화가 교차하는 그 지점에서 만들어진 아이들이 아니던가요?” 그렇게 등장인물들의 감정, 해학, 비극을 따라가며 읽다보면 좋은 예술작품에서 느껴지는 큰 울림과 감동을 맛볼 수 있다. 역사와 더불어 현실과 초현실을 넘나들다 흔히 언론에서 에카 쿠르니아완을 “귄터 그라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살만 루슈디의 문학적 자식”이라고 평하고, 작가도 그런 평가를 영광으로 받아들인다.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분류되는 것에 대해서도 라틴아메리카와 인도네시아의 경험과 역사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선상에 놓을 수는 없겠지만, 그편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이나 루슈디의 『한밤의 아이들』 같은 마술적 리얼리즘의 걸작은 한 가족의 역사를 통해 한 나라의 역사를 은유적으로 보여주지만 독자들이 그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즐기는 데 역사적 지식이 반드시 필수적이지는 않다. 따라서 인도네시아의 역사를 모른다고 해서 이 작품 자체를 즐기는 데 큰 장애가 되지는 않겠지만, 역사를 조금이라도 알고 읽으면 더욱 재미있다. 이를테면,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다. 네덜란드는 인도네시아에 동인도회사를 설립해 원주민을 착취했고 어마어마한 이윤을 남겼다. 식민 통치가 거의 끝나갈 무렵 이 소설의 주인공 데위 아유가 태어난다. 그는 네덜란드 혈통과 원주민 혈통이 섞인 혼혈이다. 네덜란드의 통치 이후 곧 일본군이 점령군으로 등장하고, 데위 아유는 이 시기 전쟁 포로가 되며 위안부 생활을 한다. 이윽고 인도네시아가 독립을 선포하지만 혼란기는 지속된다. 이때 일본군에게 대항했던 게릴라 출신 군인 쇼단초가 등장하고, 이어서 불사의 깡패 마만이 등장한다. 이들은 각각 데위 아유의 첫째 딸 알라만다, 셋째 딸 마야 데위와 결혼한다. 한때 인도네시아공산당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컸다. 하지만 1965년 친공산당 쿠데타 시도가 실패하고 인도네시아 역사에서 가장 끔찍한 암흑기라 할 공산주의자 학살이 벌어졌다. 이 시기의 주인공은 데위 아유의 둘째 딸 아딘다와 결혼한 클리원이다. 할리문다에서 가장 존경받는 공산주의자인 그를 사람들은 ‘클리원 동지’라고 불렀다. 이 시기에 수많은 공산주의자들이 학살되었다. 그들을 학살한 사람은 쇼단초이고, 공산주의자들은 유령이 되어 쇼단초를 괴롭힌다. 쇼단초, 클리원, 마만과 결혼한 데위 아유의 딸들은 차례로 아이들을 낳는다. 3세대의 등장이다. 그러나 역사의 비극처럼 이 자녀들은 하나씩 죽어간다. 그 뒤 자녀들의 시체를 찾아 헤매던 깡패 마만도 죽고, 쇼단초도 미쳐가면서 죽어간다. 이렇듯 소설의 인물들은 인도네시아 현대사와 맞물려 전개된다. 소설은 인도네시아의 참혹한 과거를 아주 다양한 이야기들로 풀어내고 있으며, 결국 아름다움이 왜 상처로 끝나고 말았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