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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뼈를 씹는 산 거미줄 타고 내려오는 거미 석양과 문신 바람 부는 밤의 상간(相姦) 어느 여름날의 비밀 일본 놈, 쪽바리 엄마를 범한 날 이별과 권총 사형(私刑)이 집행된 오후 류고로 돌아오다 소년의 결심 사람을 죽인다는 것 오토바이라는 괴물 두 여자 살인자를 찾아서 남자들 틈에서 남자가 혼자 있을 때 성의 자각 속에서 우러러볼수록 존경스러운 한낮의 폭주 여자의 향기 검은 개의 그림자 남자와 여자 사이 10년 후의 약속 의리의 세계 강사람의 싸움 방법 봄날의 병든 나뭇잎 뜨겁게 흘러내리는 것 여자를 파는 동네 일몰을 앞두고 미숙한 첫날밤 범하는 남자들 이별 혼자만의 새벽 열여덟 살의 출발 |
Hiroyuki Itsuki,いつき ひろゆき,五木 寬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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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람 기질'이라는 말이 있다. 지쿠호를 관통하여 흐르는 온가강의 강줄기에서 발생해 점차 그 주변으로 번진 탄광 지대 남자들의 독특한 기풍이다.
"이러쿵저러쿵 말하지 마라. 핑계를 대선 안 돼." 강의 남자들은 결단을 내려야 할 때 종종 그렇게 말하고 일어섰다. 남자뿐만 아니다. 지쿠호에서는 여자들 역시 남자 못지않은 기질을 가졌다. 이부키 신스케의 아버지인 주조도 자주 이 말을 입에 담았다.---p.17 조선인 남자아이는 콧물과 눈물과 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잠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땅에 무릎을 대어서 정좌를 하고 작은 목소리로 뭔가를 중얼거렸다. "더 큰소리로 말 못해?" 누군가가 큰소리를 질렀다. 남자아이는 얼굴을 들고 외쳤다. "일본인의 욕을 했습니다. 나는 비국민입니다." "좋아, 일어서." 신스케는 남자아이를 일으키고 봉투에서 흘러나온 석탄을 주워서 상대방에게 주었다. "그걸 가져가게 해선 안 되지." 아이들 중 하나가 말했다. 남자아이는 갑자기 잡아먹을 것 같은 눈으로 신스케를 노려봤다.---p.93 당시 신스케와 같은 어린아이들의 머릿속에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그들을 경멸하려는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센진이나 조센진이라는 말을 하면서 얕잡아 봤던 이유는 어떻게 보면 그들의 생활수준이 일반적인 일본인들보다 더 낮았고 그들의 일본어에 독특한 억양이 있었던 데다가 주변 어른들이 그들을 한 단계 낮은 인간으로 보는 유치한 의식을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에 흐르는 정치적인 우월감과는 어딘가 조금 달랐다. 신스케는 그날, 학교에서 집단하교를 할 때 혼자 빠져나와서 그 강가의 길을 따라갔다. 그는 그때 한 가지 결심을 하고 있었다. 신스케는 어젯밤 엄마 다에에게 맞은 것이 상당히 마음에 걸렸다. 다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단지 신스케를 때렸을 뿐이었다. 하지만 신스케는 다에가 마음속으로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버지의 아들답게 굴어야지.' 다에의 눈은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달려들어서 한 명을 상대로 괴롭히는 것은 남자가 할 일이 아니지. 아버지에게 부끄럽지 않니?'---p.97 "그때 침수된 북쪽 갱구에 갇혀 있었던 이들은 절반 이상이 조선에서 갓 온, 일에 익숙치 못한 노동자들뿐이었습니다. 큰소리로 말할 것은 못되지만, 회사 측에서는 그런 이유 때문에 만약의 경우 우리들의 목숨을 무시해도 좋다고 생각했겠지요. 그래서 소중한 제2신갱을 폭파해서 북쪽 갱구의 물을 그쪽으로 빼내는 일은 하려고 들지 않았던 겁니다. 댁의 남편께서는 그 사실을 알고 혼자서 다이너마이트를 들고 제2신갱으로 들어갔습니다. 군대와 회사의 귀중한 재산인 신갱을 폭파하는 이상 살아 돌아올 생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들은 이부키 씨 덕분에 살아났고 이렇게 일도 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p.114 김주열과 신스케와 다에는 달콤한 주사액을 맛보면서 얼굴을 마주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한 가족이 모인 것 같은 평화로운 기분이었다. ---p.155 약간 왼쪽 다리를 끌면서 걷는 오리에와 나란히 걷고 있으면 신스케는 뭔가 부드러운 것이 몸 안쪽을 상냥하게 어루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일부러 약간 떨어져서 걸었지만 오리에는 가끔 손등으로 눈을 문지르면서 신스케를 완전히 신뢰하는 태도로 그 뒤를 따라온다.---p.58 먼 곳을 응시하는 아즈사 선생의 뺨이 석양으로 인해 장밋빛으로 물들어간다. 신스케의 눈에 그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답게 느껴졌다.---p.288 '이게 마지막이야.' 신스케는 숨 막히는 자기혐오에 빠져서 마음속으로 속삭였다. 이 행위를 할 때마다 그렇게 결심했지만 오늘도 신스케는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도둑고양이처럼 특활실로 숨어들었다. 신스케는 눈을 감고서 머릿속에 아즈사 선생의 얼굴을 그렸다. 이번에는 아까의 생생한 이미지가 아니라 먼 풍경 속에서 5월의 바람처럼 시원시원한 아즈사 선생의 모습이 떠올랐다. ---p.312 '도쿄에 가면 아즈사 선생을 만날 수 있다…….' 그것도 어엿한 대학생으로서 아즈사 하타에라는 여성과 교류를 할 수가 있다. 그렇게 생각하자 신스케는 갑자기 눈앞에 구름의 틈 사이에서 강한 태양빛이 내리쬐는 느낌을 받았다. 신스케는 지금까지 자신이 대학에 진학해서 도쿄로 간다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설령 류고로가 그런 말을 했다고 해도 신스케는 그다지 진학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신스케는 아버지 주조, 다에, 류고로, 김주열, 그리고 다가와의 뼈 후지산으로 불린 석탄산, 가와라다케, 가라스오 고개, 그리고 이들 전부를 하나로 묶은 지쿠호라는 세계에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으며 자신은 아버지처럼 이곳에서 죽게 될 거라고 맨 돃음부터 아무런 의심 없이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p.335 오리에는 콤팩트를 꺼내서 화장을 고친다. 그리고 신스케를 올려다보고 빙그레 웃음을 지어보인다. 아주 예뻐졌구나, 하고 신스케는 생각했다. 사실은 그런 드레스를 입고, 입술을 빨갛게 칠하고, 뭔지 모를 좋은 냄새를 풍기는 오리에가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였다.---p.446 신스케는 오리에를 안고서 오리에를 위해 함께 울어주고 싶은 슬픔과 애정을 느꼈다. 하지만 그러는 한편으로, 완전히 정반대의 무서운 감각도 그의 마음속 어두운 부분에서 눈을 뜨기 시작했다. '나는 대체 어떻게 된 인간인 거야?' ---p.4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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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키 신스케는 탄광사고로 광산에 갇힌 징용 조선인 광부를 자신의 생명을 걸고 구해낸 지쿠호의 전설적인 인물 이부키 주조의 아들이다. 신스케의 아버지 주조는 강제징용되어 일하다 갱내에 갇혀버린 조선인들을 구하고 죽음을 맞는다. 주조에게 의협심과 정의감을 물려받은 신스케는 강인하고 아름다운 계모 다에와 함께 험난한 시대의 물결을 헤쳐나간다.
그러던 중 다에가 병을 앓게 되고, 하나와 류고로가 돌아와 모자를 돕는다. 젊은 시절 다에를 두고 주조와 대립했던 하나와 류고로는 주조가 죽기 전, 다에와 신스케를 돌봐주겠다고 의리로 맹세한 적이 있는데 그 약속을 지킨 것이다. 다에는 요양원에 입원하고 신스케는 하나와 조직의 사무소에 기거하며 학교를 다닌다. 하나와 류고로가 우두머리로 있는 하나와 조직은 야쿠자 조직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운송업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신스케는 하나와 조직의 일을 도우며 조직의 형들과 어울린다. 그리고 도쿄에서 애인을 따라 지쿠호에 온 고등학교 음악선생님 아즈사와 친해지며 자신이 이제껏 거리감을 가졌던 도쿄라는 도시, 대학 등에 대해 점차 관심을 품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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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편력을 웅대한 구상으로 그려낸
불후의 명작 『청춘의 문』 32년간 나오키상 심사위원을 지낸 이츠키 히로유키의 대표작! 일본 출판 사상 최고의 기록(문고본 초판 100만 부 발행)!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수상작! 이츠키 히로유키 작가는 수많은 기록을 남긴 일본 문학계의 거장으로 손꼽힌다. 1978년에 「나오키상」 선정위원으로 발탁된 이래, 최고참위원으로 2009년까지 32년에 걸쳐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다수의 문학상, 신인상의 선정위원으로 활동했다. 『바람에 날리어』『대하의 한 방울』『사계-나츠코』『갈매기 조나단』(역서)『삶의 힌트』 등이 밀리언셀러가 되었고, 영화화된 작품이 16편, 연극화된 작품이 9편, 드라마화된 작품이 81편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의 대표작 『청춘의 문』은 총 발행부수가 2,200만 부를 넘는 롱베스트셀러로, 문고본 초판 100만 부 발행이라는 기록은 지금까지도 일본출판계 최고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하며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은 이 작품은 1975년, 1981년에 영화화되었고 1976년, 1991년, 2005년에 드라마화 되었는데 TBS 개국50주년기념드라마로 제작되었을 때는 17%의 시청률 기록했다. 2005년에는 만화로도 출간이 되었고, 2008년에는 연극무대에 올려졌다. 『청춘의 문』은 그야말로 시대를 넘어 대중들의 높은 지지와 사랑을 얻고 있는 것이다. 격렬하고 거친 시대의 파도 속에서 사랑과 인생에 눈을 떠가는 한 소년의 성장담! 이 소설이 세대를 넘어 읽히는 이유 중 하나는 한 소년이 자라면서 어른들의 세계를 알아가고, 다양한 방식으로 맺어진 인간관계와 소중한 가족의 죽음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 사랑과 성에 눈뜨고 자신의 길을 찾아 삶의 한복판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탄탄한 구성과 서사, 흡인력 있는 문체로 그렸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한 소년의 진로, 사랑과 성을 밀도 있게 그리고 있는데, 여기에 주인공이 복잡다단한 역사를 관통하며 겪는 전쟁, 민족문제 등 미묘한 주제들이 녹아들어 웅대한 인간 드라마를 창조해내고 있다. 이부키 신스케는 석탄산으로 둘러싸인 땅, 지쿠호에서 태어나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할 당시 유년기를 보내며 성장한다. 굴곡진 역사배경은 소설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신스케의 아버지 주조는 강제징용되어 일하다 갱내에 갇혀버린 조선인들을 구하고 죽음을 맞는다. 주조에게 의협심과 정의감을 물려받은 신스케는 강인하고 아름다운 계모 다에와 함께 험난한 시대의 물결을 헤쳐 나간다. 어느 날 신스케는 우연히 조선인 마을의 같은 또래 아이, 구남과 마주치고 한바탕 싸움을 벌이지만 결국 친구가 되고 그 형인 김주열과 알게 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김주열은 신스케의 아버지 주조 덕분에 목숨을 구한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김주열은 신스케가 계모 다에와 살고 있는 집에 드나들며 모자를 보살핀다. 김주열은 군대에 끌려가서도 집총을 거부하고 광산 노동자들을 위해 노력하는 인물로 신스케는 그에게 깊은 우정을 느낀다. 조금씩 열리는 어른의 세계 이부키 신스케는 그 나이답게 이성문제, 인간관계, 진로에 대해 고민하며 성장통을 겪는다. 대하소설 『청춘의 문』의 첫 번째 편인 ‘고향편’은 서툴고 혼란스러운 시기이지만 지나고 보면 아련하고 애틋한 청소년 시절을 박진감 넘치게 담아냈다. 신스케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유난히 따랐던 여자아이 오리에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다. 어렸을 때는 오리에가 한쪽 발을 절어 동네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하는 것이 안쓰러워 여동생 같은 심정으로 오리에를 감싸주었지만, 커가면서 오리에에게 여성적인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다. 또한 신스케는 도쿄에서 애인을 따라 지쿠호에 온 고등학교 음악선생님 아즈사와 친해지며 강한 성적 욕구를 느낀다. 그는 아즈사 선생님을 통해 자신이 거리감을 가졌던 도쿄라는 도시, 대학 등 이제껏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에 관심을 품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일생에 단 한 번, 청춘의 문을 빠져 나가고 그 섬세한 감성과 욕망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그리워한다. 뜨거운 청춘의 시절, 힘겹게 치러낸 성장통에 대한 기록은 지역과 시대를 넘어서서 누구에게나 진한 울림을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