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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사례들
제1장 서명의 은유적 구조 제2장 주희 리일분수의 은유 분석 제3장 구석진 여백 제4장 잃어버린 보물 [제2부] 말타기의 관점에서 제1장 인승마 은유의 형성과 변형 1 제2장 인승마 은유의 형성과 변형 2 제3장 말타기에 대하여 [제3부] 사유의 갈림길 제1장 리발설과 은유: 체험주의적 분석의 필요성 제2장 리발설의 은유적 해명 제3장 이이의 기묘함(妙)에 대하여 제4장 이이: 켄타우로스를 상상한 유학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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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 책의 저자입니다.
2012-01-04
제 책의 제목은 3부의 마지막 장에 해당하는 「이이: 켄타우로스를 상상한 유학자」라는 글에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조선시대의 유명한 유학자인 율곡 이이의 성리학이 그리스 신화의 켄타우로스를 성립시킨 것과 같은 인지적 상상력을 배경으로 한다는 것이 마지막 장의 주장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런 생경한 주장이 가능한 것은 제 책의 이론적 기초가 이질적인 세 가지 이론의 혼합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들은 각각 인지언어학, 언어철학, 그리고 성리학입니다. 쉽게 말해 제 책은 성리학에 대한 인지언어학과 언어철학의 혼합으로 이루어진 ‘체험주의’라고 이름붙인 철학적 방법론에 기초한 분석이자 재해석입니다.
체험주의의 주된 이론적 특징은 간단하게 묘사해서 첫째 신체화된 마음, 둘째 무의식적 사고, 셋째 추상적 개념의 은유적 성격에 대한 주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가정은 오늘날 제2세대 인지과학이라고 불리는 경험적 탐구의 성과를 요약한 것입니다. 결국 “현대의 인지과학적 탐구가 가져다 준 지적 참조점을 바탕으로 성리학의 고전적 텍스트들을 분석할 경우에 과연 어떤 결과가 나타날 것인가?” ― 바로 이 질문이 제 책의 전체를 꿰뚫고 있는 핵심이며 제 책의 내용은 이 질문에 대한 개별적인 대답의 사례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개별적인 질문이란 예를 들자면 이런 것입니다. 양촌 권근의 「천인심성합일지도」는 어째서 왼쪽 아래 부분에 구석진 밝은 여백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논어집주에서 주희는 어째서 배움[學]을 본받는다[效]라고 해석하는가? 퇴계 이황의 사단칠정론은 어째서 통속적 양심에 대한 성리학적 정당화로 해석되는가? 율곡 이이의 성리학 이론은 정말로 창백한 켄타우로스의 이미지를 포함하는가? 이런 종류의 질문에 지적 호기심을 느끼는 독자라면 제 책을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글쎄요. 수많은 새 책 가운데 이례적인 긴 제목의 책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고 한들 무엇이 더 새로울 것이 있겠습니까! 그저 종이와 잉크의 낭비가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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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승마에서 켄타우로스로.
사람과 말의 비유를 통한 리기 관계의 새로운 정립 리와 기의 관계는 리기 개념이 성리학의 가장 핵심적인 범주쌍으로 정립된 이래 줄곧 논의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러나 리기는 그 추상성과 선험성으로 인해 이해하기가 여간 어려운 개념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주희는 ‘인승마人乘馬’의 비유를 써서 리가 기를 부리는 상황을 현장감 있게 그려내었다. 그런데 이 경우 기에 대한 절대적 리의 우월성을 주장함에도, 리가 기를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理弱氣强, 리-사람-약, 기-말-강이라는 힘의 은유 구조)도 존재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주희 리기론의 모순에 대해 한국의 성리학은 모순을 극복하고 그것을 계승하느냐 아니면 다른 방법을 내세우느냐의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지고의 리의 존재가 위협받는 상황은 이황을 대표로 하는 리 중심적 사유 학자들에게서는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다. 이황은 인승마를 계승하고 강하고 주도권을 가진 리로의 전환을 꾀하였다. 그러나 이이를 대표로 하는 기 중심적 사유의 학자들은, 리무위理無爲 기유위氣有爲라는 주자학의 대전제에 따라 이황의 리 개념은 리와 기의 이원화를 암시한다고 비판하였다. 리와 기가 분리될 수 있다는 논리는 ‘리기불상리理氣不相離’라는 리기론의 전제와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이는 리의 능동성 결여를 인정하면서 인승마를 비판하고 리약기강의 양상이 나타나는 리기론적 세계상을 묘사하기 위해, 기발리승일도설氣發理乘一途說을 통해 리기의 일원화를 주장하였다. 이것은 율곡학의 정수가 리기지묘理氣之妙(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理와 氣가 조화를 이룸)의 세계관에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이 책은 이처럼 끊임없이 이어져 온 리기 관계 논의를 ‘체험주의와 개념적 은유이론’이라는 방법론에 기초하여 새로이 정립한다. 기존의 리기 관계는 상당 부분 추상적인 방식으로 나타나고 설명되어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점에 착안, 저자는 인승마뿐 아니라 일상적이고 경험 가능한 물과 그릇, 달과 강, 말과 사람 등의 구체적인 대상을 빌려 리기 개념을 좀 더 구체화시켰다. 그 결과 리와 기의 관계는 바로 이이의 기발리승일도설에서 발전한 모습인 리-사람과 기-말의 선후가 없고 나뉘지 않는 상태, 즉 아래는 말, 위는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 켄타우로스를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주장은 이렇다. 리기불상리 원칙에 근거하여 ‘인승마’ 은유에서 사람과 말의 분리 가능성을 없애면, 애초부터 말과 분리되지 않기 때문에 말에 올라타고 내리는 동작 자체의 가능성을 사전에 봉쇄당한 사람, ‘리무위’의 의인화로서 움직이지 않고 활동하지 않는 존재가 가정된다. 또한 ‘승乘’은 ‘탄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타 있는 혹은 탄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렇게 ‘승’이 ‘사람이 말에 타 있는’ 이미지를 구체화하면, 리는 절대 기와 분리되지 않기 때문에 이 상태는 영구적이며, ‘리기불상잡理氣不相雜’이라는 원칙에 따라 리와 기의 뒤섞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은유적인 사람과 말이 뒤섞이지 않는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말 등에 영원히 결박된 인간, 불가분리적으로 말과 결합되어 있으면서도 서로 뒤섞이지도 않고, 요동하는 말 위에서 절대 내릴 수 없는 사람의 이미지가 구체화된다. 이것을 상상할 때 위로 가면 우리는 사람의 모습을 만나고, 아래로 가면 말의 몸통과 다리를 만나게 된다. 이러한 이미지는 고대 그리스신화 속에서 나타난 켄타우로스라는 반인반마의 형태와 가장 유사하다. 저자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인승마’ 은유가 사실상 성리학에서 주변적이고 일회적인 비유가 아니라, 성리학의 내적 논리를 지배하는 뿌리 은유(root metaphor)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파악하게 될 것이라고 서술한다. 또한 결과적으로 고대 그리스의 켄타우로스와 성리학의 ‘인승마’ 은유는 동일한 인지적 능력이 역사와 문화적 조건의 차이에 따라 분화된 것이라는 언급은 기존의 독해와 상이하다. 이 책을 통해 성리학을 연구하는 하나의 방법론으로 체험주의가 대두되며, 그것은 성리학 연구에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