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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inrich B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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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그 안에서...
--- 99/10/28 김선희(rosak@hanmail.net)
제목도 기억나지 않지만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하나가 생각났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그 소설의 내용은 이렇다. 퇴각하는 군인 중에 한 사람이었던 '나'는 어느 민간마을을 지나고 있었다. 마을의 여자들이 길거리에 나와 속옷을 보이며 군인들을 유혹했다. 어느 한 여인이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싸게 해줄테니 놀다가라고... 그 여인을 뿌리친 한 참 후에야 '나'는 그녀가 '나'의 아내인 것을 알았다는...
이 <창백한 개>의 유작집 속, <파리에서 붙들리다>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가 있다. 한 남자가 적군으로부터 쫓기고 있었다. 몸을 숨기기 위해 뛰어 들어간 어느 집에서 그는 젊은 부인을 만났다. 남편 또한 전장으로 보낸 그녀는 다행히도 그를 위해 추적자를 따돌려주고 따뜻한 저녁과 포근한 잠자리까지 제공해 주었다. 그 순간, 남자는 고향의 아내가 퍽이나 그리웠다. 그 그리움은 이 여인에게 또 다른 모양의 애정으로 표현되고, 둘은 그녀의 침실에서 그날 밤을 같이 보냈다. 그러나, 이튿날 그녀의 침실에서 깨어났을 때 그 둘 사이에는 예상치 못했던 찬 기운이 흘렀다. 그걸 느낀 여자가 말했다. 슬퍼하지 말라고....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우리를 용서할 것이라고...... 아주 오래된 흑백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다. 넘치지 않는 잔잔한 문체가 조용하지만 강하게 와 닿는 작품이다. 만약, 아직도 명분을 위해서 전쟁이 필요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유작집 속 <실낙원>과 <베르코보의 다리 이야기>를 읽어볼 일이다. 아마도 그들에게 전쟁에 대한 새로운 각도를 제시해 줄 것이다. 이 유작집의 선정된 (엽편소설을 포함한) 총 열 한편의 단편에는 그의 전쟁에 대한 냉철한 견해들이 모두 공감할 만하다. 우리 인간에게 살아가면서 과연 무엇이 중요한가를 차분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면 지레 따분한 작품일 것이라고 겁을 먹는 독자가 있다면 이 작품은 그저 편안하게 읽어도 좋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상처입은 사람들>을 읽은 '하인리히 뵐'의 팬이라면 이 유작집에서 또 한 번 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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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존재 안에는 더 이상 그 여인을 탐하는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그녀의 눈은 그냥 그의 온갖 짐을 다 벗어던지게 했다. 그녀는 작고 가냘픈 손으로 지폐 몇 장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그것을 쳐다보지도 않고 주머니에 넣었다…….주저하지 않고 그는 손을 꼭 잡아 쥐었다. '그것이 당신에게 도움이 될지 몰라요.' 작은 목소리가 말하였다. '슬퍼하지 마세요. 우리를 사랑하는 세 분, 하나님과 당신 부인, 또 제 남편이 아마 우리를 용서하실 거예요…….'그리고 그녀는 그의 이마에 재빨리 가볍게 키스했다……. 그는 밖으로 뛰쳐나와 달의 차가운 얼굴을 향해 갔다…….
--- '파리에서 붙들리다 중 p.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