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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고백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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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u Machida,まちだ こう,町田 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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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이 4년인 1857년에 가와치노쿠니 이시카와 군 아카사카 촌 아자 스이분에 사는 농사꾼 기도 헤이지의 큰아들로 태어난 기도 구마타로는 마음 여리고 굼뜬 아이였는데, 자라면서 대책 없이 난폭해지더니 메이지 20년인 1887년에는 음주, 노름, 여자 때문에 신세를 망쳐 완전히 무뢰한이 되고 말았다. 서른 번째 생일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무렵이다.
부모로부터 사랑을 흠뻑 받고 자랐는데 어찌 그리되고 말았을까? 그래서는 안 되는 거 아닌가? --- p.7 눈앞에서 불꽃이 튀고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구마타로의 머릿속에 초간장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초간장이 담긴 작은 유리병이 숲속을 질주한다. 하나가 아니다. 몇 백 개나 되는 유리병이다. 그 수많은 초간장이 든 유리병이 허공으로 떠올라 숲을 질주한다. 숲에는 나무가 빽빽하기 때문에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던 초간장 병은 당연히 나무에 부딪혀 박살난다. 깨진 유리는 달빛에 반짝이며 풀숲을 기어 다니는 어둠 같은 숲의 바닥에 떨어진다. 그리고 주위에는 새콤달콤한 냄새가 피어오른다. 냄새는 사방으로 퍼지고 아직 깨지지 않은 유리병은 냄새 속을 다시 질주하다가 이내 나무에 부딪혀 깨지며 반짝반짝 빛난다. 내용물이 초간장이라 나무에 부딪혀 깨지면 끈적거린다. 나무도 기분 나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비가 내려 이 끈적거리는 걸 씻어내지 않으려나? 끈적끈적 기분 나쁘다. 그렇지만 비는 결코 내리지 않는다. 이런 생각을 하는 구마타로의 손이 피로 끈적거렸다. 화가 치민 나머지 두뇌회로가 끊어진 구마타로의 머릿속에서는 초간장이 든 몇 백 개나 되는 유리병이 숲을 질주하다가 나무에 부딪혀 깨지고 부서졌다. 하지만 실제로 구마타로는 팔꿈치에 얻어맞은 순간 반사적으로 입을 멍하니 벌린 농사꾼을 두들겨 패고 있었다. 그리고 농사꾼의 코에서 주르륵 흘러나온 새빨간 피가 주먹에 묻어 끈적거린다는 사실을 깨닫고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 p.219~2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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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시집 『헌화』를 출간하며 작가로 데뷔한 마치다 고는 1996년 첫 소설 『훌쩍이는 다이코쿠』로 노마 문예 신인상을 받고 2000년 두 번째 소설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이후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 다니자키 준이치로상, 노마 문예상 등 일본의 최고 문학상을 모두 휩쓸며 명실상부 일본을 대표하는 순문학 작가 중 한 명이 되었다. 2005년 그에게 다니자키 준이치로상의 영예를 안겨준 『살인의 고백』은 그의 대표작으로, 오에 겐자부로는 『살인의 고백』이 출간된 다음 해 마치다 고를 가리켜 “일본의 차세대를 이끌 독특한 작가”라고 말했다.
독특한 이력을 지닌 작가이기도 한데, 고등학생 시절 펑크록 밴드의 보컬리스트로 데뷔해 현재까지도 꾸준히 음악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작품 초기부터 슬랩스틱이나 기괴한 이미지, 문장의 리듬감을 느끼게 하는 독특한 작풍을 보여주고 있다. 『살인의 고백』 역시 살인이라는 묵직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무겁거나 어둡지 않고, 오히려 종잡을 수 없는 유머와 말의 리듬감을 보여준다. [아사히신문]은 “파멸의 드라마를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소설. 펑크의 지성이란 아마 모든 것을 회의(懷疑)하는 마음일 것이다. 마치다 고의 『살인의 고백』에서 그 야생적인 사고의 스피드와 파워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라고 평한 바 있다. 일본의 인기 연예인이자 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인 마타요시 나오키는 마치다 고의 팬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이렇게까지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본 소설은 본 적이 없다”며 여러 번 『살인의 고백』을 언급했고, 2015년에는 한 방송에서 ‘대학생이 읽어주었으면 하는 1권’으로 이 책을 추천하면서 그해 7월 『살인의 고백』은 아마존재팬 종합순위 5위로 역주행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단행본 676(문고본 842)페이지라는 적지 않은 분량, 19세기 말 일본 농촌이라는 배경, 대사와 지문 전반에 쓰인 일본 간사이 지방 사투리 때문에 여태껏 한국에 소개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한국 표준어로 옮기기로 결정한 후, 일본문학을 20년 가까이 한국에 소개해온 권일영 번역가의 3년여에 걸친 노력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전근대적인 농촌 사회에서 자의식에 눈떴으나 복잡한 내면을 표현할 언어를 찾지 못했던 비극의 주인공 구마타로 『살인의 고백』의 주인공 구마타로는 어릴 때부터 극도로 사변적이고 사색적이었다. 그러나 주변의 마을 사람들은 생각이 바로 말이기에 생각하는 내용이 그대로 말로 바뀌어 입으로 나갔다. 구마타로는 스스로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자신이 가진 한정적인 어휘로 표현하기에 구마타로의 사변은 너무 깊었고,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생각을 언제나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으며 남들에게 이해받지 못했다. 오히려 구마타로의 말과 행동은 주위 사람들에게 이질적으로 보여 바보라고 멸시당했다. 이것은 구마타로에게 비극이었다. 구마타로와 그를 둘러싼 공동체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어긋남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결국 세상을 비관하며 점점 엇나가기 시작한 구마타로는 술과 노름에 빠졌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내면에서 소용돌이치던 사변은 마침내 자신이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을 빼앗기고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가 되자 현실과 이상의 균열을 낳았다. 구마타로는 주위의 몰이해에 절망하고 세상으로부터 소외당한 나머지 자신이 믿는 ‘정의’를 위해 죽기로 결심한다. 마치다 고는 실제 있었던 사건에 나름의 해석을 붙여 구마타로의 인생 드라마를 재구성한다. 객관적인 서술과 작가가 정면으로 등장하는 주관적 서술, 시대적 묘사와 현대적 해석, 고전적인 형용사와 저속한 표현을 뒤섞으며 써나간다. 이런 것들이 충돌하는 에너지와 독특한 말의 리듬감은 묘하게 어우러져 이야기를 추진하는 힘이 되고, 그 결과 이 소설은 긴박감 넘치는 플롯의 이야기이자 범죄자에 대한 끈기 있는 날카로운 심리 분석이 된다. 구마타로에게서 자신을 발견하는 현대의 젊은이들 고립감, 이해받고 싶음… 인간의 보편적 감정을 건드리는 소설 이 책의 리뷰를 살펴보면 출간된 지 10년이 넘는 지금까지, 특히 젊은 층의 지지를 꾸준히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구마타로의 사변과 언어가 이어지지 않는 데서 오는 우스꽝스러움과 안타까움,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실패와 재난. 그 종착점은 10인을 살해하는 것이었다. 읽기 괴로웠다. 나 역시 생각을 말로 잘 표현할 수 없어 허공에 대고 말하는 듯한 감각에 안타까움을 느꼈던 경험이 적지 않다. 젊은 시절에 특히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것이다. 그 극단에 구마타로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면 더욱 마음이 아프고 괴롭다.” “주인공 구마타로의 마음이 완전히 이해되었다.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가 어딘가 깊은 곳으로 빠져버린다. 그런 사람은 더러 있다. 보통은 안 돼, 안 돼 하고 자신을 다잡지만, 구마타로는 그렇게 하지 못해 점점 다른 세계로 빠져버렸다. 이 책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이 아닐까.“ “주인공은 무엇을 해도 안 되는 인생이었다. 평생 주위에 책임을 전가하고 살면서 넋두리를 늘어놓고, 비관하고, 기대하고, 자의식 과잉이었다. 섬세한 묘사로 그리는 그의 삶의 궤적을 조금씩 따라가면서 감정이 점점 부풀어 올라 마지막에는 펑 터져버렸다. 장렬하고 슬프다. 구마타로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다.“ “어떠한 답을 찾고 싶어서 사람은 사람을 죽이는지도 모른다. 나도 당신도. 어떠한 결과를 얻고 싶어서 죽일지도 모른다. 나도 당신도. 그러나 죽인 뒤에도 인생은 계속된다. 무서운 현실이다. 나도 당신도 사자탈을 쓰고 사자춤을 추며 그 속에서 울고 있는 외로운 인간인지도 모른다.“ _[아마존재팬] 독자 리뷰들 중에서 어찌할 수 없이 형편없는 인간 구마타로. 하지만 그런 구마타로에게 감정이입이 되어버리는 건 그가 엇나간 이유가 인간이 자신 외의 타인이나 세상에 대해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이기 때문이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타인에게 이해받기 원하지만 100퍼센트 이해받을 수 없음을 알고 있기에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낀다. 독자들은 자신의 생각을 언어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좌절하는 구마타로에게 공감한다. 즉 구마타로의 인생과 자신들의 인생이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 것이다. 또한 미치광이니까 사람을 죽이는 것이라고 쉽게 판단해버리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질문을 던진다. ‘끔찍한 사건이니 분명히 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사람이 저질렀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쉽게 판단하지만, 이상하다는 것은 애초에 무엇인가. 그가 이상한 사람이 되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가를 생각해보는 것이야말로 필요한 문제 아닌가, 하고 이 책을 통해 마치다 고는 독자들이 생각해볼 거리를 남겨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