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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유정천 가족 1』

제1장 납량상의 여신 13
제2장 어머니와 뇌신 59
제3장 다이몬지 납량선 전투 111
제4장 금요클럽 163
제5장 아버지가 떠나던 날 217
제6장 에비스가와 소운의 암약 271
제7장 유정천 가족 357

『유정천 가족 2』

제1장 2세의 귀환 9
제2장 난젠지 교쿠란 75
제3장 환술사 덴마야 135
제4장 다이몬지 납량선 전투 195
제5장 아리마 지옥 265
제6장 에비스가와가의 후계자 325
제7장 덴구의 피, 바보의 피 429

저자 소개3

모리미 토미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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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ihiko Morimi,もりみ とみひこ,森見 登美彦

‘교토의 천재’ ‘21세기 일본의 새로운 재능’ 등의 찬사로 수식되는 작가. 1979년 일본 나라 현 출생으로, 나라여자대학 부속 중고교를 졸업했다. 교토대학 농학부 생물기능과학과에서 응용생명과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농학연구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2003년 『태양의 탑』으로 제15회 일본판타지노벨대상을 수상하면서 소설가로 데뷔했다. 2006년에는 천진난만한 후배 아가씨와 그녀의 뒤를 쫓는 어수룩한 선배의 청춘판타지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로 제20회 야마모토슈고로상을 수상했으며, 이 작품은 나오키상 후보작에 오르는가 하면 2007 《다빈치》 올해의 책 1위, 서점대상
‘교토의 천재’ ‘21세기 일본의 새로운 재능’ 등의 찬사로 수식되는 작가. 1979년 일본 나라 현 출생으로, 나라여자대학 부속 중고교를 졸업했다. 교토대학 농학부 생물기능과학과에서 응용생명과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농학연구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2003년 『태양의 탑』으로 제15회 일본판타지노벨대상을 수상하면서 소설가로 데뷔했다. 2006년에는 천진난만한 후배 아가씨와 그녀의 뒤를 쫓는 어수룩한 선배의 청춘판타지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로 제20회 야마모토슈고로상을 수상했으며, 이 작품은 나오키상 후보작에 오르는가 하면 2007 《다빈치》 올해의 책 1위, 서점대상 2위, 기노쿠니야서점 베스트텐 2위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모리미는 '매직 리얼리즘'의 기법으로 현실과 가상을 교묘하게 배열하는 독특한 세계관과 문체로 유명한데, 그의 소설들은 『펭귄 하이웨이』를 제외하고 모두 교토를 무대로 하고 있어 『사슴남자』(가제)의 작가 마키메 마나부와 함께 '교토 작가'로 불리기도 한다. 초기 작품들은 대부분 교토의 대학생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으나 2007년 발표한 『유정천 가족』에서는 너구리 가족이 등장하는 등 동물이나 초등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도 쓰고 있다.

현재 교토의 한 도서관에서 근무하면서 집필을 계속하고 있는 모리미는 마키메 마나부와 함께 이사카 코타로를 있는 일본 문단의 새 기대주로 젊은 독자들의 절대적 사랑을 받고 있다. 저서로는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 『스위트 블루 에이지』, 『여우 이야기』, 『신역 달려라 메로스』, 『유정천 가족』, 『연문의 기술』, 『요이야마 만화경』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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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태어나 중앙일보사에서 기자로 일했고, 1987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인 무라타 기요코의 『남비 속』을 우리말로 옮기며 번역을 시작했다. 2019년 서점대상 수상작인 세오 마이코의 『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를 비롯해 미야베 미유키, 기리노 나쓰오, 히가시노 게이고, 하라 료 등 주로 일본 소설을 우리말로 옮기는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밖에도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과 존 딕슨카가 쓴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 등 영미권 작품과, 하라 료의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 마치다 고의 『살인의 고백』 등을 번역했다. 논픽션으로는 『킬러 스트레스』 『다시 일어나 걷는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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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미야베 미유키의 『벚꽃 다시 벚꽃』, 『형사의 아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애프터 다크』,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 미쓰다 신조의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온다 리쿠의 『나와 춤을』, 『달의 뒷면』, 『유지니아』 등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삼월은 붉은 구렁을』로 일본 고단샤에서 수여하는 제20회 노마문예번역상을 수상했다. 그밖에 『빙과』, 『전쟁터의 요리사들』, 『항구 마을 식당』,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 등 다수의 일본문학은 물론 『데이먼 러니언』, 『어두운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미야베 미유키의 『벚꽃 다시 벚꽃』, 『형사의 아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애프터 다크』,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 미쓰다 신조의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온다 리쿠의 『나와 춤을』, 『달의 뒷면』, 『유지니아』 등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삼월은 붉은 구렁을』로 일본 고단샤에서 수여하는 제20회 노마문예번역상을 수상했다. 그밖에 『빙과』, 『전쟁터의 요리사들』, 『항구 마을 식당』,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 등 다수의 일본문학은 물론 『데이먼 러니언』, 『어두운 거울 속에』 등 영미권 작품도 활발하게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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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1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984쪽 | 1030g | 128*188*40mm

책 속으로

덴구는 인간을 잡아가고, 인간은 너구리를 전골로 만들어 먹고, 너구리는 덴구를 함정에 빠뜨린다. 이렇게 수레바퀴처럼 빙글빙글 돈다. 돌아가는 수레바퀴를 보고 있으면 그 무엇보다 재미있다. 나는 이른바 너구리지만, 일개 너구리임을 부끄러이 여기며 덴구를 아득하게 동경하고, 인간 흉내도 무척 좋아한다. 따라서 내 일상은 눈이 팽팽 돌 지경이라 따분할 틈이 없다.
--- p.11

나는 일찍이 너구리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 까다로운 문제로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재미있게 사는 요령은 알고 있는 셈이지만 그 밖에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최고다.” 이건 그 유명한 나폴레옹이 한 말이다. 그래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다 보니 아무래도 재미있게 사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해야 할 일이 없는 것 같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 p.57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 형제는 반나절 동안 멍하니 있다가 그다음에야 겨우 울음을 터뜨렸다. 큰형도 울었고, 작은형도 울었고, 나도 울었다. 동생은 어린애였기 때문에 원래부터 울고 있었다.
--- p.109

살아가는 한 이별을 겪지 않을 수는 없다. 인간이나 덴구나 너구리나 다 마찬가지다. 이별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슬픈 이별이 있는가 하면 때로는 고마워서 속 시원한 이별도 있다. 성대한 송별 파티를 하며 요란뻑적지근하게 헤어지는 이도 있고, 누구의 전송도 받지 못하고 혼자서 이별하는 이도 있다. 긴 이별이 있고 짧은 이별도 있다. 일단 헤어진 이가 멋쩍은 듯이 훌쩍 돌아오는 일은 흔히 있다. 그런가 하면 짧은 이별인 줄 알았는데 쉽사리 돌아오지 않는 이도 있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생애 단 한 번뿐인 진짜 이별도 있다.
--- p.219

이 세상과 작별하는 데 있어 우리 아버지는 위대한 그 피를 정확하게 넷으로 나누었다. 큰형은 책임감만 이어받았고, 작은형은 느긋한 성격만 물려받았으며, 동생은 순진함만 물려받았다. 그리고 나는 바보스러움만. 완전히 제각각인 형제를 이어주는 것은 바다보다 깊은 어머니의 사랑과 위대한 아버지와의 작별이다. 위대한 이별 하나가 남은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일도 있다.
--- p.220

바보라서 숭고해진다. 우리는 그것을 긍지로 삼는다. 춤추는 바보로 보이는 바보. 같은 바보라도 춤추는 바보가 낫다고 한다. 그렇다면 멋지게 춤추면 된다. 우리 몸속에 매우 진한 ‘바보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한 번도 창피하게 생각한 적이 없다. 이 태평성대를 살아가며 맛보는 기쁨이나 슬픔도 모두 이 바보의 피가 가져다주는 것이다.
--- p.274

좌우지간 재미있게 살고 볼 일이다. 일단 그렇게 단정해보면 어떨까. 나는 현대 교토에 사는 너구리이지만, 일개 너구리라는 것을 긍지가 허하지 않아 먼발치에서 덴구를 동경하며 인간 흉내를 내는 것도 좋아해 마지않는다. 이 성가신 습성은 조상 대대로 면면히 전해 내려온 것이 틀림없다. 선친은 그것을 “바보의 피”라고 불렀다.
--- p.11

“그게 아니야, 야시로. 천재는 99퍼센트의 바보와 1퍼센트의 영감이라고.” “그럼 노력은 언제 하는데?” “……천명天命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렇지만 형, 난 그럼 안 될 것 같은데.” 내가 ‘이 깡똥한 에디슨 같으니!’라고 말하려는데, 별안간 보이지 않는 거인이 잡아 흔드는 것처럼 숲의 나무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 p.23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일이 뭔가 하면 타인의 지시를 받는 거란 말이지. 내가 퇴거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리라고.” 남자는 당당하게 말했다. “꼭 한판 붙어야겠다면 도전은 받아주마.”
“아저씨, 그럼 나랑 놀까.”
“호오?”
남자는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눈 감고 열까지 세면 아주 재미있는 걸 보여줄게.”
--- p.150

“몰랑몰랑하게 있다 보면 어떻게든 돼. 우리는 너구리잖니. 보들보들한 게 매력인걸.”
“그럼 됐네요.”
“얘, 내가 가르쳐줄게. 나도 결혼했었거든. 힘들었던 건 다 잊어버리고 근사한 것만 기억나. 예쁜 털 뭉치를 많이 낳았던가……. 그러고 보니까 다들 어디로 흩어진 걸까. 많이 웃고 오동통한 털 뭉치들…….”
--- p.384

나는 천하태평을 사랑하는 너구리이지만 ‘그것만으로는 곤란하다’고 바보의 피가 속삭였다. 언제든지 풍파를 일으켜요. 팍팍 일으켜요. 언제든지 평화를 어지럽혀요. 팍팍 어지럽혀요.
--- p.394

“왜 너답지 않은 소리를 하느냐, 야사부로.” 아버지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나를 봤다. “우리는 너구리야. 웃으면 안 되는 때란 없다.”
지금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건만 느닷없이 눈물이 치솟아 탁자 위의 아버지 모습을 가렸다. 멀리서 이별의 소리가 들려왔다.
--- p.491

2세는 어째서 자신의 힘을 활용하려 하지 않는 걸까. 아버지의 지도 아래 개화된 덴구의 힘, 그 힘을 멀리서 동경하는 너구리도 있건만. 그러나 너구리는 덴구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고 덴구는 너구리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한다. 덴구에게는 덴구의 긍지가, 너구리에게는 너구리의 긍지가 있다. 그렇기에 덴구의 피와 바보의 피는 서로 반응한다.

--- p.534

출판사 리뷰

『유정천 가족 1』

위대한 아버지의 죽음, 바다보다 깊은 어머니의 사랑,
몰락한 집안의 바보 사형제, 그러나 주인공은 너구리?!

둔해 보이는 외모 때문에 의뭉스럽고 미련한 동물로 인식되거나, 혹은 그러한 사람으로 비유되곤 했던 한국의 너구리. 천 년 묵은 너구리가 사람으로 둔갑해 버젓이 인간의 사위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우리 설화에도 나온다. 한편 일본의 너구리는 우리의 너구리보다 ‘사랑스럽다’. 지브리 애니메이션 〈폼포코 너구리 대전쟁〉의 털북숭이 천진한 너구리들은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둔갑술을 이용해 인간들을 교란시키며 전투를 벌인다. 그들은 귀여운 외모에 익살스런 행동을 하고 “재밌게 사는 게 최고!”라는 유머 넘치는 인생관까지 지닌 사랑스러운 존재들로 그려진다.

어수룩한 남학생과 순진무구 여학생의 러브코미디 판타지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로 야마모토슈고로상을 수상한 모리미 도미히코는 『유정천 가족』에서 가슴이 훈훈해지는 가족애를 그렸다. 그런데 이번 소설의 주역은 너구리다. 몸속에 흐르는 주체할 수 없는 바보의 피 때문에 손해를 보고 매번 위기에 처하지만 그래도 들끓는 이 피의 세례로 늘 즐겁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너구리들이다. 화자는 교토 시모가모 신사 옆 다다스 숲에 사는 명문 시모가모가의 삼남 야사부로. 그는 너구리계의 걸출한 수장이었던 아버지가 너구리전골로 생을 마감하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추적하는 한편, 본인의 소질을 살려 ‘대학생’으로 ‘여고생’으로 ‘오뚝이’로 ‘삼나무’로 시시때때 둔갑하면서 그저 재미만을 좇는 일상을 추구한다.

“바보의 피를 타고났다”
너구리와 덴구와 인간이 지은 뭉실뭉실 ‘교토 원더랜드’

소설은 아버지가 죽고 난 뒤에 사형제와 어머니가 힘을 합쳐 숙적 에비스가와가의 도전에 맞서는 줄거리로 꾸며진다. 여기에 또 다른 캐릭터로 마법사와 같은 신묘한 존재 ‘덴구’가 등장하고, 인간이었지만 덴구 수업을 받고 덴구보다 더 덴구다워진 아름다운 악녀 벤텐, 그리고 너구리전골을 먹는 인간들의 집단 ‘금요클럽’이 등장한다.

자의식 과잉의 대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태양의 탑』으로 데뷔한 모리미는 어수룩한 대학생의 일상과 망상을 그리는 노선을 고수해왔는데, 이번 소설에서도 역시 모리미 판타지가 펼쳐 보여주는 매력적인 망상의 세계를 한껏 만끽할 수 있다. 너구리가 전차로 둔갑해 교토 시내를 휘젓고 다니고 덴구의 ‘안방’은 하늘을 날고, 거기에 탄 너구리들은 인간들의 불놀이를 구경하며 즐거워한다. 모리미는 “주인공이 너구리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대로 맘껏 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지상의 인간, 땅바닥의 너구리, 천상의 덴구가 만든 ‘교토 원더랜드’는 이렇게 지어졌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를 아는
영특한 두 너구리 일가의 불꽃 튀는 대결

가족이란? 이에 대한 답이 전부 이 소설 『유정천 가족』에 들어 있다. 이 소설에는 다양한 가족의 다양한 모습이 있다. 교토 다다스 숲에 사는 너구리 명문 시모가모 일가와 이 집안의 숙적 에비스가와 일가. 너구리 하면 뭐니 뭐니 해도 교토의 너구리가 최고로 유명하다 한다. 역사도 있고 전통도 있고, 능력 또한 뛰어나다 한다. 뭐, 그렇다고 한다. 인간으로 둔갑하고, 인간들과 섞여 생활하는 법을 아는 매우 뛰어난 너구리들이다. 예를 들어 주인공 야사부로는 소설 서두부터 어여쁜 여고생으로 둔갑해 뭇 남성들의 시선을 교란하며 교토 거리를 활보한다. 그리고 어느 상점가 뒤편에 있는 초라한 연립주택에서 생활하는 스승의 집을 방문한다. 하늘을 날고 세상을 호령하고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는 덴구 스승이 연립주택 기거라니, 이 무슨 속된 짓인가 하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 잠깐 이 스승의 면면을 되짚어보면, 과거에는 ‘뇨이가다케 야쿠시보’로 근방에 이름을 날렸지만, 하늘에서 추락해 허리를 다친 뒤로는 이 퀴퀴한 구석방에서 칩거 중이다. 그는 이곳에서 와인을 홀짝거리며 고요히, 그렇지만 아주 고집스럽게 제자에게 왕짜증을 부리며 살아가고 있다.

다시 본론으로. 위대한 너구리의 총칭이라고도 할 수 있었던 아버지에 비해 아들들은 너무도 그릇이 작다. 장남은 아버지의 뒤를 이으려는 의욕은 강하지만 위기에 처할 때마다 꼬리를 감추고 내뺀다. 차남은 상냥하고 박식하나, 그 상냥함이 너무 지나친 나머지 아버지가 죽고 난 뒤 개구리로 둔갑해 우물 밑바닥에 처박혀버렸다. 그리고 동생인 사남은 아직 어려서 둔갑조차 서툰 어린 아이다. 아버지가 죽고 난 뒤 숙적들이 끊임없이 이들을 못살게 군다. 게다가 ‘금요클럽’이라는 인간들의 모임에서는 연말을 앞두고 송년회 냄비요리에 넣을 너구리를 구하려고 혈안이 돼 있다. 어머니와 큰형이 결국 숙부에게 붙들려 냄비에 들어갈 운명에 처한 일촉즉발의 상황, 모두가 조마조마해하던 바로 그때, 시험받은 것은 가족의 ‘정’이었다.

“같은 바보라도 춤추는 바보가 낫다고 한다.
그렇다면 멋지게 춤추면 된다.”

남은 못난이 형제들은 형과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뭉친다. 또 못된 쌍둥이 오빠들과 악한 아버지를 둔 에비스가와가의 외동딸 가이세이는 고민 고민 끝에 아버지와 오빠들을 고발한다. 이는 아버지를 죽이는 일이었으나, 동시에 아버지를 살리는 일이기도 했다. 이 모습 또한 가족애다. 가이세이는 악행을 반복하는 가족을 구하고, 가문의 정의를 되찾기 위해 읍소한다. 위대한 아버지의 위광에 눌려 부담과 열등감을 가지고 살았던 형제지만 위기를 극복하게 해준 힘의 근저에는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어머니의 끝없는 사랑, 그리고 가족애가 있었다. 그래서 싸울 수 있었다.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서로 돕고 의지하며 가까이에서 살을 부비고 사는 시모가모 일가도, 권력 쟁취를 위해 악행을 저지르긴 해도 가족끼리 악착같이 뭉치는 에비스가와 일가도, 모두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놀라울 정도로 강력하게 결속한다. 아버지의 이름에 먹칠하지 않기 위해, 또는 아버지의 야망과 출세를 위해……. 그리고 두 가족은 나름대로 모두 행복하다. 어느 쪽이 더 좋은 가족의 모습인지, 더 부러운지는 각자의 판단에 달려 있다.

좋아도 나빠도 단단하게 뭉쳐 살아가는 너구리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가족의 참의미를 묻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교조적인 해석보다는, 가족을 사랑하고 형제자매를 믿고 유쾌하게 살아가면 세상은 한없이 밝고 부드러운 곳이라고 말하려던 것이 아니었을까. 결론을 말하자면, 가족은 ‘좋은 것’이다.

『유정천 가족 2』

모리미표 ‘뭉실뭉실’ 교토 원더랜드 제2탄,
덴구 부자의 백 년 갈등으로 그 막이 열린다!

뭉게뭉게 부풀어 오른 숲이 너구리를 연상시키는 어느 봄날. 하늘에서 영국 신사가 날아온다. 실크 모자, 스리버튼 양복에 서양식 지팡이를 든 잘생긴 덴구로 야쿠시보 2세, 즉 너구리들의 스승이자 야사부로의 은사인 아카다마 선생의 아들이다. 위풍당당하게 등장한 2세는 아버지의 숨통을 끊어놓겠다는 무시무시한 말을 남긴다. 그런데, 덴구 부자의 이 ‘백 년 갈등’이란 무엇인가? 아카다마 선생에게 납치되어 덴구 교육을 받은 2세는 혹독하게 수행하며 힘을 길러오다가 신세기가 도래하자 밖을 나돈다. 선생이 2세의 행실을 탐탁지 않아 하던 차에 둘의 갈등이 증폭된 계기는 2세가 열렬한 사랑에 빠지게 된 것. 이에 제자의 기강을 잡겠다고 선생이 2세의 사랑을 넘보았다고 하는데, 무엇이 진실인지는 선생만 알 터였다. 그렇게 아버지와 아들이 벌인 사랑의 줄다리기는 사흘 밤낮으로 이어지며 히가시야마산 36봉을 뒤흔들었다지만, 그 모습은 흡사 유치한 어린애들 싸움 같았다는 게 후문이다. 어쨌거나 선생은 싸움에서 승리했고 패배한 2세는 종적을 감추었다. 그 뒤로 백 년.

한편 2세의 귀환을 뒤늦게 알게 된 아카다마 선생은 결투장을 보내고, 백 년 전 2세를 떨어뜨린 미나미좌 대지붕에서 둘은 재회한다. 괴력을 일으키는 풍신뇌신의 부채를 떨어뜨리면서 이번에는 아카다마 선생이 지붕에서 미끄러지다 야사부로 덕에 간신히 위기를 모면하는 굴욕을 겪는다. 2세는 “죽여줄 가치도 없다”며 싸늘하게 돌아서 다시 하늘로 날아가버린다.

‘바보의 피’를 가장 짙게 이어받은
삼남 야사부로, 금요클럽의
너구리전골이 될 위기에 처하다!

백 년 만의 덴구 결투가 흐지부지 막을 내린 후 호텔에만 틀어박혀 칩거 중인 2세. 야사부로가 대립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명을 동시에 받드는 털북숭이 이중 첩자가 되어 암약하는 가운데, 차기 너구리게 두령(니세에몬)의 선출 소식이 들려온다. 야사부로는 선친의 뒤를 이어 니세에몬이 되고 싶었던 형의 오랜 꿈을 이뤄주고 싶은 마음에 동분서주하지만 그 과정은 험악하기 그지없다. 때마침 신출귀몰하는 환술사 덴마야는 너구리를 먹는 악식집단 금요클럽과 협력해 너구리 포획에 나서는데, 함정에 걸린 야사부로가 우리에 갇히는 봉변을 당한다. 과거 금요클럽에 반대하는 목요클럽을 창설해 ‘너구리전골 폐지!’를 외치는 요도가와 교수가 ‘폼포코 가면’을 쓰고 야사부로를 구하겠다고 짠 나타나지만 어마어마한 너구리 사랑을 설파한 것에 그칠 뿐이다. 게다가 숙적 가문의 에비스가와 소운을 모살했다는 누명을 쓰고 어머니와 야시로는 가짜 덴키브랜 공장 창고에 갇혀 있고, 동생이 금요클럽에 붙들렸다는 소식에 흥분한 큰형은 두령을 선출하는 자리인 장로들의 회의장에서 소란을 피운다. 이 와중에 매사 흐리멍덩한 작은형은 긴 여행을 떠나 행방이 묘연한 상태. 이대로 야사부로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너구리전골이 될 운명을 맞는 걸까?

“너구리는 참 가상하기도 하지”
더한층 성장한 바보스러움으로 똘똘 뭉친 가족애!

끓어오르는 바보의 피로 똘똘 뭉친 뜨거운 가족애는 이번 편에서도 빛을 발한다. 짝을 만나 화촉을 밝히는 큰형 야이치로도 야사부로에게 말하지 않았던가. “너도 지킬 대상을 찾아”라고. 가족을 이루는 근간이 되는 사랑이란 내가 지키고 나를 지켜주는 존재라는 걸, 함께 즐거워하거나 기뻐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학문도 지위도 명예도 한바탕 봄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너구리들은 잘 알고 있었다. 곤궁에 처할 때마다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어 “재미있는 것은 좋은 것이다!”를 외치며 헤쳐나가는 너구리 사형제. 융통성 전무, 재능 전무, 눈치 전무, 담력 전무한 바보스러움으로 무장한 이들 사형제의 꿋꿋한 활약상을 보노라면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지고, “과연 너구리는 가상하기도 하지” 하고 감탄하게 된다.

너구리도 너구리지만 덴구도 남다른 가족애를 보여준다. 백 년 전처럼 아카다마 선생이 승리해 2세를 교토에서 쫓아낼 것인가, 아니면 2세가 승리해 신 덴구 시대를 개척할 것인가는 초미의 관심사. 하지만 “싫어하는 게 아니라 미워하는 것”인지 모를 골 깊은 감정의 정체도 어쩌면 가족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다. 반덴구인 벤텐이나 금요클럽의 회원들은 천하무적 유아독존의 위용을 과시하는 데 혈안이 되어 쓸쓸하고 공허한 존재로 그려져 있다. 전골요리가 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너구리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인간처럼 보이지만 너구리일 수 있습니다!”
사랑과 우정, 의리와 자부심 충만한 청춘판타지

『유정천 가족 2』는 역시나 ‘가족’에 대한 소설로, 시모가모가와 에비스가와가의 가족과 아카다마 선생의 덴구 가족이 이야기의 주축이 된다. 그리고 여기에 큰형 야이치로와 난젠지가 장녀와의 결혼, 그리고 야사부로와 약혼녀의 관계, 벤텐과 2세의 기묘한 기류 등 털 뭉치들과 덴구와 반덴구의 폭신폭신한 러브 스토리도 더해진다. 처음 등장하는 캐릭터들과 더욱 강화된 기존 캐릭터들도 주조연 할 것 없이 기세가 등등하다. 백 년 만에 백배의 분노를 장전하고 귀환한 2세와 지옥도에서 부활한 불사신의 환술사 덴마야를 비롯해, 자신도 너구리면서 아버지를 금요클럽의 냄비에 밀어 넣은 에비스가와 소운의 대경실색할 둔갑술이나 소운의 두 아들이자 쌍둥이 형제 금각과 은각의 바보 짓, 전골행이 된 소이치로를 대신해 두령 자리를 맡았지만 하와이 여행만을 꿈꾸는 한량 니세에몬 헤이타로도 함께다.

악행을 저지르는 너구리, 손가락에서 전기를 방전하는 너구리, 속세를 버리고 떠난 승려 너구리, 어제 우울했어도 오늘은 꺄르르꺄르르 웃으며 되똑되똑 땅 위를 걸어가는 너구리들……. 너구리와 덴구와 인간이 꿈질거리는, 사랑해 마지않는 교토 원더랜드가 바로 여기 있다. “좌우지간, 재미있게 살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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