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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다미 넉 장 반 사랑의 훼방꾼
2 다다미 넉 장 반 자학적 대리대리 전쟁 3 다다미 넉 장 반의 달콤한 생활 4 팔십 일간의 다다미 넉 장 반 일주 |
Tomihiko Morimi,もりみ とみひこ,森見 登美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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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3학년 봄까지 이 년간, 실익 있는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노라고 단언해두련다. 이성과의 건전한 교제, 학업 정진, 육체 단련 등 사회에 유익한 인재가 되기 위한 포석을 쏙쏙 빼버리고 이성으로부터의 고립, 학업 방기, 육체의 쇠약화 등 깔지 않아도 되는 포석만 족족 골라 깔아댄 것은 어인 까닭인가.
책임자를 추궁할 필요가 있다. 책임자는 어디 있나. --- p.9 오즈와 나의 만남에서 이 년을 훌쩍 건너뛴다. 3학년이 된 5월 말이었다. 나는 사랑하는 다다미 넉 장 반에 앉아 가증스러운 오즈와 마주 노려보고 있었다. 내가 기고하는 곳은 시모가모 이즈미가와초에 있는 시모가모 유스이 장이라는 하숙이었다. 일설에 따르면 막부 말기의 혼란기에 불에 탔다 재건된 이래로 바뀐 데가 없다고 한다. (…) 그날 밤, 오즈가 하숙에 놀러왔다. 둘이 음울하게 술을 마셨다. “먹을 것 좀 주세요”라고 하기에 핫플레이트에 어육 완자를 구워주자, 딱 한 입 먹고 ‘제대로 된 고기가 먹고 싶다’ ‘파 소금장을 얹은 소 혀가 먹고 싶다’ 하고 사치스러운 소리를 했다. 울화통이 터져 지글지글 구워진 뜨거운 완자를 입에 쑤셔 넣어주자 조용히 눈물을 흘리기에 용서해주었다. --- pp.14-15 스승님이 그렇게 날카로운 표정을 지으면 어쩐지 고귀함이 느껴진다. 시모가모 유스이 장처럼 무너지기 일보직전인 다다미 넉 장 반에는 전혀 걸맞지 않고, 어느 유서 깊은 가문의 젊은 도련님이 세토 내해를 항해하던 중에 난파당해 이 누추한 다다미 넉 장 반이라는 고도에 표류한 것처럼만 보였다. 그렇건만 스승님은 낡아 후줄근해진 유카타를 버리지 않고, 육수로 삶은 듯한 다다미를 깐 넉 장 반에 눌러앉아 있었다. “가능성이라는 말을 무한정으로 쓰면 아니 되는 법. 우리라는 존재를 규정하는 것은 우리가 지닌 가능성이 아니라 우리가 지닌 불가능성이다.” --- p.1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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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3학년 봄까지 2년간, 실익 있는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노라고 단언해두련다!”
바야흐로 3학년 봄을 맞아, 2년간의 대학 생활을 돌아보던 ‘나’는 학업도 연애도 운동도 자기수련도 무엇 하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다다미 넉 장 반 크기의 자취방에 틀어박혀 시간만 흘려보냈다는 사실을 깨닫고 한탄한다. 곰곰이 생각을 더듬어 찾아낸 허송세월의 원흉은 하나뿐인 친구이자 원수 ‘오즈’, 그리고 녀석을 처음 만난 동아리 활동이었다. 혹시 1학년 때 다른 동아리를 택했다면, 그래서 오즈를 만나지 않았다면 꿈같은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를 구가할 수 있었을까? 모리미 도미히코의 대표작, 한국어판 출간 17년 만의 전면개정판! 공전절후의 매력과 가공할 개성으로 등장과 동시에 일본 문화예술계 전반을 발칵 뒤집어놓은 천재 작가 모리미 도미히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부터 『유정천 가족』 『펭귄 하이웨이』 『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 『야행』 『열대』까지, 선보이는 작품마다 주요 문학상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베스트셀러 랭킹을 독점하는 등 누구보다 꾸준하게, 뜨겁게 사랑받는 작가다. 그런 그를 거론할 때 맨 앞에 놓일 대표작이 『다다미 넉 장 반 신화대계』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이는 없을 것. 2007년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라는 제목으로 한국 독자에게 모리미 도미히코의 존재를 처음 알린 이 작품이 17년 만의 전면개정판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번 개정에는 문고본 출간 당시 작가 본인이 전격적으로 개고한 내역을 충실히 반영했으며, 번역자 권영주 또한 오늘의 감각으로 전체 원고를 새로이 가다듬었다. 동명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나카무라 유스케의 일러스트를 표지에 채용, 안팎이 모두 새로운 책으로 재탄생되었다. 고풍스러움과 현대미, 유머와 감동까지 겸비한 모리미 도미히코 교토 청춘 판타지의 정점! 내내 티격태격하는 두 얼간이 ‘나’와 ‘오즈’, 가장 냉철하지만 어딘지 느슨한 ‘아카시’, 어째서인지 스승으로 군림하는 ‘히구치’, 막무가내 근육파 ‘조가사키’, 대학생을 쥐락펴락하는 ‘하누키’… 『다다미 넉 장 반 신화대계』 속 인물들은 사실적이면서도 황당무계하고, 누구보다 진지하지만 어이없을 만큼 우스꽝스럽다. 기상천외한 캐릭터들이 시종 좌충우돌하는 이야기인가 싶으면, 인생의 항로를 정해가야 하는 청춘만의 고뇌가 진득이 배어난다. 누군가는 동 세대의 고민을 공감하며 읽어갈 터이고, 누군가는 지나쳐온 찬란한 시절을 돌아보며 찡한 그리움에 젖게 될지도 모를 일. 작가 본인이 대학 시절을 보낸 교토를 배경으로, 예스러운 단어와 표현이 빼곡한 특유의 의고체 스타일을 통해, 현실과의 경계마저 모호해지는 환상성 짙은 이야기를 펼쳐간다는 점이 ‘다다미 넉 장 반’ 특유의 맛이자 멋이라 해도 좋겠다. 충만한 개성으로 똘똘 뭉친 이 기상천외한 소설에 ‘교토 청춘 판타지’라는 별칭이 붙은 것 역시 무리는 아닐 터. 청춘소설 같기도 하고, 평행우주론에 근거한 SF 같기도 하고, 여러 얼간이의 한바탕 소동극 같기도 한 『다다미 넉 장 반 신화대계』를 한두 문장으로 정의할 필요가 있을까. 독자는 그저 천부적이고 독보적인 이야기꾼이 한껏 벌여놓은 ‘이상한 이야기’를 마음껏 웃고 즐기면 될 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