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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2세의 귀환 9
제2장 난젠지 교쿠란 75 제3장 환술사 덴마야 135 제4장 다이몬지 납량선 전투 195 제5장 아리마 지옥 265 제6장 에비스가와가의 후계자 325 제7장 덴구의 피, 바보의 피 429 |
Tomihiko Morimi,もりみ とみひこ,森見 登美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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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지간 재미있게 살고 볼 일이다. 일단 그렇게 단정해보면 어떨까. 나는 현대 교토에 사는 너구리이지만, 일개 너구리라는 것을 긍지가 허하지 않아 먼발치에서 덴구를 동경하며 인간 흉내를 내는 것도 좋아해 마지않는다. 이 성가신 습성은 조상 대대로 면면히 전해 내려온 것이 틀림없다. 선친은 그것을 “바보의 피”라고 불렀다.
--- p.11 “그게 아니야, 야시로. 천재는 99퍼센트의 바보와 1퍼센트의 영감이라고.” “그럼 노력은 언제 하는데?” “……천명天命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렇지만 형, 난 그럼 안 될 것 같은데.” 내가 ‘이 깡똥한 에디슨 같으니!’라고 말하려는데, 별안간 보이지 않는 거인이 잡아 흔드는 것처럼 숲의 나무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 p.23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일이 뭔가 하면 타인의 지시를 받는 거란 말이지. 내가 퇴거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리라고.” 남자는 당당하게 말했다. “꼭 한판 붙어야겠다면 도전은 받아주마.” “아저씨, 그럼 나랑 놀까.” “호오?” 남자는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눈 감고 열까지 세면 아주 재미있는 걸 보여줄게.” --- p.150 “몰랑몰랑하게 있다 보면 어떻게든 돼. 우리는 너구리잖니. 보들보들한 게 매력인걸.” “그럼 됐네요.” “얘, 내가 가르쳐줄게. 나도 결혼했었거든. 힘들었던 건 다 잊어버리고 근사한 것만 기억나. 예쁜 털 뭉치를 많이 낳았던가……. 그러고 보니까 다들 어디로 흩어진 걸까. 많이 웃고 오동통한 털 뭉치들…….” --- p.384 나는 천하태평을 사랑하는 너구리이지만 ‘그것만으로는 곤란하다’고 바보의 피가 속삭였다. 언제든지 풍파를 일으켜요. 팍팍 일으켜요. 언제든지 평화를 어지럽혀요. 팍팍 어지럽혀요. --- p.394 “왜 너답지 않은 소리를 하느냐, 야사부로.” 아버지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나를 봤다. “우리는 너구리야. 웃으면 안 되는 때란 없다.” 지금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건만 느닷없이 눈물이 치솟아 탁자 위의 아버지 모습을 가렸다. 멀리서 이별의 소리가 들려왔다. --- p.491 2세는 어째서 자신의 힘을 활용하려 하지 않는 걸까. 아버지의 지도 아래 개화된 덴구의 힘, 그 힘을 멀리서 동경하는 너구리도 있건만. 그러나 너구리는 덴구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고 덴구는 너구리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한다. 덴구에게는 덴구의 긍지가, 너구리에게는 너구리의 긍지가 있다. 그렇기에 덴구의 피와 바보의 피는 서로 반응한다. --- p.5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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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미표 ‘뭉실뭉실’ 교토 원더랜드 제2탄,
덴구 부자의 백 년 갈등으로 그 막이 열린다! 뭉게뭉게 부풀어 오른 숲이 너구리를 연상시키는 어느 봄날. 하늘에서 영국 신사가 날아온다. 실크 모자, 스리버튼 양복에 서양식 지팡이를 든 잘생긴 덴구로 야쿠시보 2세, 즉 너구리들의 스승이자 야사부로의 은사인 아카다마 선생의 아들이다. 위풍당당하게 등장한 2세는 아버지의 숨통을 끊어놓겠다는 무시무시한 말을 남긴다. 그런데, 덴구 부자의 이 ‘백 년 갈등’이란 무엇인가? 아카다마 선생에게 납치되어 덴구 교육을 받은 2세는 혹독하게 수행하며 힘을 길러오다가 신세기가 도래하자 밖을 나돈다. 선생이 2세의 행실을 탐탁지 않아 하던 차에 둘의 갈등이 증폭된 계기는 2세가 열렬한 사랑에 빠지게 된 것. 이에 제자의 기강을 잡겠다고 선생이 2세의 사랑을 넘보았다고 하는데, 무엇이 진실인지는 선생만 알 터였다. 그렇게 아버지와 아들이 벌인 사랑의 줄다리기는 사흘 밤낮으로 이어지며 히가시야마산 36봉을 뒤흔들었다지만, 그 모습은 흡사 유치한 어린애들 싸움 같았다는 게 후문이다. 어쨌거나 선생은 싸움에서 승리했고 패배한 2세는 종적을 감추었다. 그 뒤로 백 년. 한편 2세의 귀환을 뒤늦게 알게 된 아카다마 선생은 결투장을 보내고, 백 년 전 2세를 떨어뜨린 미나미좌 대지붕에서 둘은 재회한다. 괴력을 일으키는 풍신뇌신의 부채를 떨어뜨리면서 이번에는 아카다마 선생이 지붕에서 미끄러지다 야사부로 덕에 간신히 위기를 모면하는 굴욕을 겪는다. 2세는 “죽여줄 가치도 없다”며 싸늘하게 돌아서 다시 하늘로 날아가버린다. ‘바보의 피’를 가장 짙게 이어받은 삼남 야사부로, 금요클럽의 너구리전골이 될 위기에 처하다! 백 년 만의 덴구 결투가 흐지부지 막을 내린 후 호텔에만 틀어박혀 칩거 중인 2세. 야사부로가 대립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명을 동시에 받드는 털북숭이 이중 첩자가 되어 암약하는 가운데, 차기 너구리게 두령(니세에몬)의 선출 소식이 들려온다. 야사부로는 선친의 뒤를 이어 니세에몬이 되고 싶었던 형의 오랜 꿈을 이뤄주고 싶은 마음에 동분서주하지만 그 과정은 험악하기 그지없다. 때마침 신출귀몰하는 환술사 덴마야는 너구리를 먹는 악식집단 금요클럽과 협력해 너구리 포획에 나서는데, 함정에 걸린 야사부로가 우리에 갇히는 봉변을 당한다. 과거 금요클럽에 반대하는 목요클럽을 창설해 ‘너구리전골 폐지!’를 외치는 요도가와 교수가 ‘폼포코 가면’을 쓰고 야사부로를 구하겠다고 짠 나타나지만 어마어마한 너구리 사랑을 설파한 것에 그칠 뿐이다. 게다가 숙적 가문의 에비스가와 소운을 모살했다는 누명을 쓰고 어머니와 야시로는 가짜 덴키브랜 공장 창고에 갇혀 있고, 동생이 금요클럽에 붙들렸다는 소식에 흥분한 큰형은 두령을 선출하는 자리인 장로들의 회의장에서 소란을 피운다. 이 와중에 매사 흐리멍덩한 작은형은 긴 여행을 떠나 행방이 묘연한 상태. 이대로 야사부로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너구리전골이 될 운명을 맞는 걸까? “너구리는 참 가상하기도 하지” 더한층 성장한 바보스러움으로 똘똘 뭉친 가족애! 끓어오르는 바보의 피로 똘똘 뭉친 뜨거운 가족애는 이번 편에서도 빛을 발한다. 짝을 만나 화촉을 밝히는 큰형 야이치로도 야사부로에게 말하지 않았던가. “너도 지킬 대상을 찾아”라고. 가족을 이루는 근간이 되는 사랑이란 내가 지키고 나를 지켜주는 존재라는 걸, 함께 즐거워하거나 기뻐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학문도 지위도 명예도 한바탕 봄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너구리들은 잘 알고 있었다. 곤궁에 처할 때마다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어 “재미있는 것은 좋은 것이다!”를 외치며 헤쳐나가는 너구리 사형제. 융통성 전무, 재능 전무, 눈치 전무, 담력 전무한 바보스러움으로 무장한 이들 사형제의 꿋꿋한 활약상을 보노라면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지고, “과연 너구리는 가상하기도 하지” 하고 감탄하게 된다. 너구리도 너구리지만 덴구도 남다른 가족애를 보여준다. 백 년 전처럼 아카다마 선생이 승리해 2세를 교토에서 쫓아낼 것인가, 아니면 2세가 승리해 신 덴구 시대를 개척할 것인가는 초미의 관심사. 하지만 “싫어하는 게 아니라 미워하는 것”인지 모를 골 깊은 감정의 정체도 어쩌면 가족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다. 반덴구인 벤텐이나 금요클럽의 회원들은 천하무적 유아독존의 위용을 과시하는 데 혈안이 되어 쓸쓸하고 공허한 존재로 그려져 있다. 전골요리가 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너구리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인간처럼 보이지만 너구리일 수 있습니다!” 사랑과 우정, 의리와 자부심 충만한 청춘판타지 『유정천 가족 2』는 역시나 ‘가족’에 대한 소설로, 시모가모가와 에비스가와가의 가족과 아카다마 선생의 덴구 가족이 이야기의 주축이 된다. 그리고 여기에 큰형 야이치로와 난젠지가 장녀와의 결혼, 그리고 야사부로와 약혼녀의 관계, 벤텐과 2세의 기묘한 기류 등 털 뭉치들과 덴구와 반덴구의 폭신폭신한 러브 스토리도 더해진다. 처음 등장하는 캐릭터들과 더욱 강화된 기존 캐릭터들도 주조연 할 것 없이 기세가 등등하다. 백 년 만에 백배의 분노를 장전하고 귀환한 2세와 지옥도에서 부활한 불사신의 환술사 덴마야를 비롯해, 자신도 너구리면서 아버지를 금요클럽의 냄비에 밀어 넣은 에비스가와 소운의 대경실색할 둔갑술이나 소운의 두 아들이자 쌍둥이 형제 금각과 은각의 바보 짓, 전골행이 된 소이치로를 대신해 두령 자리를 맡았지만 하와이 여행만을 꿈꾸는 한량 니세에몬 헤이타로도 함께다. 악행을 저지르는 너구리, 손가락에서 전기를 방전하는 너구리, 속세를 버리고 떠난 승려 너구리, 어제 우울했어도 오늘은 꺄르르꺄르르 웃으며 되똑되똑 땅 위를 걸어가는 너구리들……. 너구리와 덴구와 인간이 꿈질거리는, 사랑해 마지않는 교토 원더랜드가 바로 여기 있다. “좌우지간, 재미있게 살고 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