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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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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연나래 (수험서, 컴퓨터, 대학교재 담당 / wing85@yes24.com)
꽁꽁 얼어있던 날씨가 조금은 풀린 지난 주말 김환기의 회고전에 다녀왔다. 칼바람을 맞으며 갤러리를 찾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만큼 대작을 만날 때의 가슴 벅차오름과 따뜻함. 나의 주말은 그렇게 충만하고 또 충만한 시간이 되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자 한국의 피카소라 불리는 수화(樹話) 김환기의 회고전이 2012년 1월~2월까지 갤러리 현대에서 열린다.
김환기 화백은 한국과 파리, 뉴욕 등지에서 활동하며 한국 모더니즘 미술의 제1세대로 한국 추상회화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 책은 140여점의 작품과 미술사학자 최순우, 정병권 미술사학자 최순우 등의 평문을 수록한 국ㆍ영문 도록으로 360여 페이지에 걸쳐 그의 작품을 세심하게 실었다. 작가의 대표작들을 한 권으로 볼 수 있으니 두고두고 꺼내볼 만하다. 김환기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면 공간과 시간에 따라 서울 - 파리 - 서울 - 뉴욕의 시대로 나눌 수 있다. 지리적인 위치에 따라 그의 작품세계는 조금씩 달라지게 된다. 초기에는 산, 달, 학, 매화, 백자와 같은 동양적인 소재를 서양적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에서 출발하였고 후기에는 점, 선, 면으로 단순하고 상징화된 작품까지 한국 추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된다. 서양의 모더니즘과는 달리 동양의 직관과 서양의 논리를 결합하고 서양의 재료를 사용하여 동양의 전통을 표현하였다. '둥근 하늘과 둥근 항아리와/ 푸른 하늘과 흰 항아리와/ 틀림없는 한 쌍이다'(p.47)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다시 만나랴 대표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김광섭의 시 '저녁에'의 마지막 구절에서 따온 것으로 200호 캔버스 가득 짙푸른색의 점들이 빼곡하게 박혀 별빛 가득한 밤하늘처럼 느껴진다. 전문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표작 1위로 꼽히기도 한 이 작품은 우리가 부딪히고 헤어지는 수많은 인연들을 하나하나의 점으로 새겨나갔다. 유홍준 교수가 한 프로그램에 나와 명작이 갖고 있는 중요한 특징이 현재성이라고 언급하였다. 김환기 화백의 작품을 찬찬히 살펴보면 도저히 그 시대의 색감으로 표현하였다는 것이 믿겨지지가 않을 정도로 세련미를 지니고 있다. 비슷한 푸른색이지만 청초하고 따뜻한 색감은 잔잔한 미소를 짓게하고, 웅장한 푸른색은 가슴속 깊은 답답함도 날려버리니 말이다. 아래는 김환기 화백이 1957년 프랑스 니스에서 개인전을 했을 때, 방송국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우리 한국의 하늘은 지독히 푸릅니다. 하늘 뿐 아니라, 동해 바다 또한 푸르고 맑아서, 흰 수건을 적시면 푸른 물이 들 것 같은 그런 바다입니다." 작가는 한국의 하늘, 바다, 산을 마음속에 새기고 조국을 그리워하며 작품을 완성해나갔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자연과 인간,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고 고통스러운 현실, 암흑의 시대를 지나온 한국인이 꿈꾸는 이상향을 담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2월에 끝나는 회고전을 보지 못한다고 하여 아쉬워하지 말길. 그의 작품은 북악산 한 자락 부암동에 위치한 환기 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이 미술관은 서울의 매캐한 매연을 피해 고즈넉한 동네를 찾아드는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선물을 선사해 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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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김환기
수화 한국미의 특질이 논의될 때마다 그 대상으로 늘 폭 넓게 다루어지는 것이 ‘멋’의 세계이다. 이 멋에 대해서 많은 학자와 시인들이 그때마다 함축이 깊은 이론들을 세상에 펴왔지만 실상 알 듯 싶으면서도 아리송하고 잡힐 듯 싶으면서도 만져지지 않는 것이 멋의 세계이다. 이것은 아마도 우리의 멋이 지닌 멋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의 멋이란 미술에도 문학에도 그리고 음악과 무용에도 흥건하게 스며 있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어떤 인간상 속에서도 그것을 실감할 때가 많다. 이역에서 수화 김환기 형이 기세했다는 전갈을 듣는 순간에도 나는 ‘멋’이 죽었구나, ‘멋쟁이’가 갔구나 하는 허전한 생각을 먼저 했었다. 수화는 그 그림에도 작게는 한국의 멋, 크게는 동양의 멋이 철철 흐르고 있지만 인간 됨됨이와 그 생활 자체가 멋에 젖어 사는 사람이었다. 그의 수필은 그 독특하고도 간결한 문장으로부터 내용에 이르기까지 그대로 아름다운 산문시요 그대로 멋이었다. 말하자면, 그는 한국의 멋을 폭넓게 창조해 내고 멋으로 세상을 살아간 참으로 귀한 예술가였다. 내가 굳이 그를 화백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은 그의 사색과 예술가적 폭이 그렇게 매우 넓기 때문이다. 멋쟁이라고 부르기에는 어의가 너무 속된 것 같고 ‘멋가’라고 부르기에는 말이 서먹서먹할 뿐 참 아름답고 희떠운 사람이었다. -전 국립중앙박물관 관장 최순우 시와 그림 사이에서 수화는 한국회화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현대주의 서양 회화-반( )추상, 추상, 점 추상회화-에서 독보적인 작업을 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1930년대의 일본 유학 시절에 그린 추상화는 서양의 아류이거나 일본인 교수로부터 배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950년대에 수화 자신의 그림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한 작가의 예술은 미술학교에서 배운 것을 다 잊어버렸을 때 시작된다는 통설이 수화에게도 적용된다. 미술학교 졸업 후, 10년이면 자기 것을 찾는다고 하는데, 수화는 약 20년이 걸렸다. 한국의 정치적 상황이 약 10년간은 화가로 작업할 환경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화는 ‘미술은 미이다’라고 단정하는 세대에 속한다. 20세기 미학은 대체로 전반은 ‘미란 무엇인가’에 많이 탐닉하고, 그 후반은 ‘무엇이 예술인가’를 끊임없이 자문하는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수화의 그림은 모두 아름다운 색채와 형태를 추구한 그림들이다. 오늘날 젊은 포스트모던 예술가들은 미 이외의 다른 문제와 싸우느라고 여념이 없다. 수화는 마지막 ‘문자 그대로의 미술가’로 살다가 간 모더니스트였다. 모더니즘에 무엇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모더니즘도 다른 것들 사이에 참고로 삼을 점이 있다는 것이 포스트모던의 입장이다. 수화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그림을 수화의 대표작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천재적인 예술가가 끝없는 우수 속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짐작할 수 있다. -미술사학자 정병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