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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1장 아름다운 휴가 레이크 디스트릭트를 떠나며 | 1년 6개월 전 | 석 달 전 | 떠나기 이틀 전 |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 부활을 믿는다 | 어미 양이 우는 이유 | 우디의 오두막집 | 그때 그 집 마당 2장 우디의 오두막집에서 슬픈 벚꽃이 또 피었다 | 수선화 가득한 묘지에서 | 우유 배달부가 들르는 아침 | 비 오는 날 정원에선 | 불이 켜진 누군가의 집 | 달이 뜬다 | 양들에게 묻는다 | 커피 한 잔이 주는 것들 | 어느 오후의 행복 | 심심하게 좋은 날 | 허드윅 양을 만나다 3장 딸 그리고 엄마 떠나는 독립, 보내는 독립 | 내가 한 건 대화가 아니었나 | 어른이 된다는 건 | 어둠이 스며드는 시간에 | 모든 집은 한 권의 책이 된다 | 밤길 위의 노라 존스 | 어른도 답이 없다 | 미안하다, 고맙다 | 우리는 모두 돌아간다 | 부치지 못한 엽서 | 딸의 친구가 찾아오다 | 이다음에 | 이곳에서의 나의 하루 4장 초원의 빛이여 내 그림자를 밟으며 | 아프고 부대껴야 빛난다 | 동행 | 비 오는 날, 토토로를 기다리며 | 카페에서 | 어느 오후의 그리움 | 초원의 빛이여 | 상상해본다 | 하루하루가 시험이다| 다 내려놓자 | 리 오스카의 마이로드 | 아름답게 늙자 | 다만 부끄럽지 않게 | 거짓말 그리고 위로| 누군가 이룬 나의 꿈 | 아이들은 운다 | 멈추지 않을 대화 5부 만남 베아트릭스 포터를 찾아서 | 워즈워스의 수선화 | 올드 던전 그릴 펍 | 세라 할머니의 진저브레드 가게 | 자연의 수호신, 존 러스킨 | 내셔널 트러스트의 론슬리 | 산에서 만난 할머니 | 캐롤라인과 존 왓슨의 유트리 농장 | 수선화를 사랑한 존 파킨슨 | 베아트릭스를 지켜준 윌리엄 힐리스 6부 자연의 드라마 꿈을 잇는 레이크 디스크릭트 | 자연에 몸을 담근다 | 마을길에서 차를 돌담에 처박다 | 너무 작고 초라한! | 깊은 초록빛의 에라 포스 폭포 | 호수를 품은 리틀 랑데일, 그레이트 랑데일 | 암벽등반의 길, 잭스 레이크 | 느린 산책자의 길, A592도로 | 산길 따라 커크스톤 패스 | 나무 심는 사람들 | 부끄럽지 않을 흔적 | 세월은 그냥 흐르지 않았다 ∴ 에필로그 ∴ 부록 레이크 디스트릭트 마을 산책 | 레이크 디스트릭트 정원 산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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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떠나왔던 건 결국 다시 돌아가기 위한 길이었다. 떠나오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후회도 있었다. 하지만 떠나오지 않았다면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영원히 몰랐을 거라고 스스로 위로도 해본다. 이 낯선 영국에서 맞았던 마흔, 그리고 다시 돌아가 맞게 될 내 40대의 제2부. 무모하게 떠나왔지만 무모하게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남겨진 나의 시간을 난 또 어떻게 맞아야 할까.
_ 떠나기 이틀 전 ---p.24 서울대학교병원의 뒤뜰 너머로 창경궁의 벚꽃이 한창이었다. 엄마는 저 흰 것들이 나비냐고 내게 물었다. …… “참 곱다.” 그리고 그해 봄, 보름이 안 돼 엄마는 세상을 떠났다. 지금도 참 많이 후회한다. 왜 그날 그 지독한 소독 냄새 나는 병원에서 엄마를 꺼내주지 못했을까? 왜 못내 눈 못 떼는 하얀 창경궁 벚꽃을 같이 보러 가자고 권해 보지도 않았을까? 그땐 그게 엄마의 마지막 봄일 것이라 생각 못했다. 그땐 그걸 보고 가셨으면 덜 아프게 가셨을 거라 알아차리지 못했다. 벚꽃이 너무 고와서인지, 내 서러움이 깊어서인지 다시 아랫배가 틀어온다. 참 서러운 벚꽃이 레이크 디스트릭트에도 있었다. _ 슬픈 벚꽃이 또 피었다 ---p.57 “그런 거야? 인생이?” “그런 거지 뭐. 왜 싱겁냐?” “응. 뭐가 되게 재미없다.” “너, 어른이 된다는 게 뭔 줄 알어?” “글쎄?” “인생이 별거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거. 근데 그 별것도 아닌 인생이 죽도록 힘들다는 걸 알게 되는 거.” “쳇, 어른 안 되는 게 낫겠다.” 그러게. 나도 어른이 되지 말걸 그랬다, 그런 후회 종종 한다. _어른이 된다는 건 중---p.109 사춘기를 보내며 지독하게 맞섰던 나와 작은아이의 ‘화해 시간’이 있어서 기쁘다. 레이크 디스트릭트에서의 일주일이 어느덧 흘러 ‘나와 나누는 것이 대화가 아니다’라고 말했던 녀석과 대화다운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딸도 자신의 딸과 이곳에 다시 찾아오길 바란다. 딸이 엄마가 해준 말은 대화가 아니었다고 말할 때, 엄마는 자기 맘을 모른다고 원망할 때, 왜 그렇게 구식이냐고 외쳐댈 때 지금의 나처럼 이곳으로 찾아와 나와 함께했던 일을 다시 해봐도 좋을 것 같다. _ 이다음에 ---p.139 잔디만 자기 그림자를 끌어안고 검게 속을 태우고 사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자꾸 하고 있었다. 그림자 없이 사는 사람 없듯이, 누구나 자기 키보다 더 길어진 그림자를 끌어안고 힘들게 산다고, 나만 그런 게 아니라고 나를 위로해주고 있었다. _ 내 그림자를 밟으며 ---p.150 왜 하필이면 이곳에서 이런 모진 맘고생을 치르고 있는 걸까. 그런데 며칠 후부터 레이크 디스트릭트가 고마워졌다. ‘이곳이어서 다행이다. 내 삶의 가장 어려운 결정을 하는 곳이 이곳이어서, 얻음이 아니라 내려놓음을 배워야 하는 곳이 이곳이어서 정말 다행이다’ 그리고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지금은 비바람이 분다’고 레이크 디스트릭트가 말해준다. _ 다 내려놓자 ---p.177 호수에서, 산 중턱에서, 레이크 디스트릭트가 너무 아름다워서 때때로 울컥한다. 친정어머니는 생전에 늙는 건 서럽다고 하셨다. 맞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내게 눈물이 날만큼 아름다운 이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자연은 만년의 시간이 만들어낸 깊이였다. 그건 꽃도 피울 수 없게 되어 버린 수백 년 된 고목이 주는 아름다움이었고, 이제 막 쪼개진 바위가 아니라 수천 년 전 갈라져 그 사이를 이끼가 채운 묵은 바위에서, 막 지은 집이 아니라 수백 년 전에 지어져 눈비에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그 오래됨에서 느껴졌던 아름다움이었다. _ 아름답게 늙자 ---p.183 여행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떠나기도 하지만 누군가 머물렀던 그 장소에 나를 담아보기 위해 떠나는 건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우릴 서로 어긋나게 해도 누군가가 앉아 있었을 그 공간 속에 나를 담아 놓아 그리운 이가 내게 말을 건넬 거라 믿으며 가만히 기다려본다 _ 세월은 그냥 흐르지 않았다 ---p.2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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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그런 게 아니라고,
용기 내 다시 돌아오라고 다독여준 아름다운 휴가 “마흔다섯, 인생 후반전에서 내가 나에겐 준 휴가는 레이크 디스트릭트와 나를 지탱해준 가족이 준 선물이었다.” 외롭고 아프고 슬픈 이 세상 모든 딸과 엄마…… 그들과 함께하는 위로 그리고 화해의 시간 | 책 소개 | 엄마, 여기라서 다행이야…… 낯선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묵묵한 위로, 딸 그리고 엄마의 끝나지 않을 대화 이제라도 떠날 수 있어 행복하다 16년차 잘나가는 방송작가에서 가든 디자이너로 변신한 오경아의 감성 에세이. 그녀는 서른아홉에 두 딸을 데리고 무모한(?) 유학길에 오른 뒤 이 악물고 정원사의 꿈을 이뤘다. 6년 동안의 공부가 끝난 뒤 새로운 출발선에 선 작가는 딸과 함께 영국의 서북쪽 레이크 디스트릭트로 짧은 여행을 떠난다. 130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영국의 최대 환경보전지역, 레이크 디스트릭트에서 보낸 2주간의 휴가는 유학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한 마지막 점검의 시간이었다. 그 여정 속에는 독립의 길로 접어든 두 딸을 품에서 놔주어야 할 중년 엄마로서의 준비와 서로의 흰머리를 봐주며 살아가야 할 남편과의 또 다른 삶에 대한 대비, 또 이미 가셨지만 한 번도 내 곁을 떠나지 않는 돌아가신 부모님과의 대화의 시간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행복한 인생 후반전’이자 다시 찾아올 ‘인생의 봄날’을 꿈꾸게 된다. 낯선 곳에서 마주한 ‘엄마’라는 이름의 기적 모두들 그저 달린다. 방향 없이 내달리는 사람들로 북적대는 도시에서 작가는 공황장애를 앓듯 헛헛했다. 그 방황의 끝에서 ‘나’를 품어준 것은 정원이었다. 작가는 정원에서 흙과 꽃과 나무를 만지며 급작스러운 부모님의 죽음을 견뎌냈고 그 끝에서 정원사로서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영국에서의 유학생활을 마무리하고 다시 전환점에 선 작가는 ‘나’를 위한 휴가를 떠난다. 그리고 여행지에서의 하루하루를 고백하듯 담담하게 적어내려간다. 여기에는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사랑스러운 풍광과 무모하게 뛰어든 중년의 유학생활 이야기, 이국적 풍경 속에서 불쑥불쑥 스며든 가족 이야기, 레이크 디스트릭트가 주는 환경보호의 교훈, 그리고 아직도 꿈을 꾸며 사는 아줌마의 성장통이 가득하다. 제목에서처럼 작가는 ‘낯선 정원’인 영국에서 돌아가신 친정 엄마와 모국을 끊임없이 떠올리고, 불러오며 마주한다. 더불어 반항기 가득한 십대 딸과 터놓고 나누는 ‘모녀간의 대화’를 통해 어느새 서로를 절절하게 이해하게 된다. 이 모두는 작가에게 따듯한 위로와 당부가 되어 떠나온 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을 건넨다. 특히 벚꽃이 필 즈음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 독한 사춘기를 겪어낸 딸과의 화해의 시간이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버무려져 가슴 한구석이 아련해진다. 그리고 작가는 수선화 가득한 묘지에서, 깊은 계곡을 품은 산에서, 잔물결 일렁이는 호수 앞에서 끝나지 않는 부모와 자식의 인연에 대해 이야기한다. 생을 마감하더라도 끝나지 않는 그 인연이 숨 가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일상의 기적’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마치 늘 변치 않고 모든 이들을 품는 자연처럼, 부모 역시 언제든 너른 가슴으로 자식을 안아주기 때문일 것이다. 거대한 정원을 거니는 산책자들의 천국, 레이크 디스트릭트 도보 여행의 천국, 피터 래빗의 고향, 워즈워드의 시〈수선화〉의 탄생지……. 이 모두를 아우르는 곳이 바로 영국 서북쪽의 레이크 디스트릭트이다. 레이크 디스트릭트에서 작가는 거대한 자연이 어떻게 한 사람의 인간을 위로하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거대한 협곡, 호수를 품은 산에서 딸과 엄마 그리고 남편과 자신의 길, 그리고 앞으로 가야할 길을 고요하게 들여다본다. 특히 130년 전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기 위해 내셔널 트러스트에 전 재산을 기부한 베아트릭스 포터, 윌리엄 힐리스, 존 러스킨의 발자취와 암석정원, 튤립정원 등 다양한 정원의 아름다움을 느린 산책자의 눈으로 생생하게 전한다. 베아트릭스 포터와 워즈워스 등 영국의 많은 인물들이 열정으로 지켜냈던 레이크 디스트릭트. 그 아름다운 풍광이 우리에게 주는 위안과 기쁨은 어쩌면 우리가 잊고 있던 ‘엄마’, ‘오래된 것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한발 한발 아득하기만 해 멈춰 설 수밖에 없을 때, 어머니의 품 같은 자연의 위로와 잃어버린 ‘나’와 ‘너’의 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인생 어디쯤에 ‘아름다운 휴가’가 필요한 이들이 느린 호흡으로 이 책을 마주했으면 좋겠다. 볕이, 꽃이, 초록빛이 더운 가슴으로 안아줄 수 있도록 느리게 느리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