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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깊고 검은 가문비나무 숲 / 그림자밟기 / 페르시아 카펫 / 황사현상 / 가을에 / 푸른 시(詩) / 반쯤만 / 어떤 말 / 시간(時間) / 시간 2 / 사랑 / 옛날의 일기(日記) / 그가 다녀간 자리 제2부 달걀 한 판 / 곡선을 그리며 / 선거철 / 와일드 월드 / 아파트 / 놀이터에서 / 달의 뒷면 / 광대 / 종이꽃 히로인 / 지금은 월동(越冬) 중! / 방(房) / 수목한계선(Timber line) / 브리스틀 콘 소나무 / 연꽃잎이 물들지 않듯 제3부 제주 올레에서 길을 묻다 / 실종(失踪) / 쇠소깍에 가서 / 추사유배지 / 서귀포 오일장에서 / 올레를 걷다 / 보헤미안의 노래 / 사려니 숲길 / 큰엉에서 / 이어도 / 제주 바다 수평선 / 섭지코지 / 외돌개 / 한라산을 오르며 / 새들의 숲 제4부 출산(出産) / 아기의 배냇머리를 자르며 / 아가에게 / 현자(賢者) / 가족 / 봄 타는 여자 / 바느질 / 사과 / 휴식 / 빨래를 널며 / 벽 / 계단 / 편지 / 등 제5부 시월 하늘 / 수인반점의 왕선생 / 연변에서 온 그녀 / 거미, 하산하다 / 종이접기 / 잠 / 제비집 / 식탁에서 / 코끼리쇼 / 전화 / 야경(夜景) / 모기 / 낙하(落下)의 이유 / 들꽃 |
Kim Ji-yoon,金智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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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시선과 특이한 소재로 퍼올린 시적 깊이!
5개 코드로 읽는 시적 재미와 감동! 느릿한 말투에 중독되는 김지윤 시인의 첫 시집 사물을 따스하게 포착하는 시선과 소재의 특이성 때문에 문단의 각별한 이목을 끌었던 김지윤 시인의 첫 시집 《수인반점 왕선생》이 (주)문학사상에서 출간되었다. 김지윤 시인은 2006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통해 등단하였고, 이번 시집에서는 일관되게 ‘사랑의 시학’에 천착하고 있다. 김지윤의 첫 시집 《수인반점 왕선생》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동안 살아오면서 만나 사랑해온 대상들을 향해 바치는 가없는 시간의 상상적 기록이자 헌사”(유성호, 〈해설〉 중에서)이다. ■《수인반점 왕선생》을 읽는 5가지 코드 독자가 주목해야 할 첫 번째 코드는 ‘사랑’. 〈그림자밟기〉, 〈푸른 시〉, 〈반쯤만〉, 〈어떤 말〉, 〈사랑〉 등의 시편을 통해 사랑의 속성과 생리를 드러내고 있다. 두 번째 코드는 ‘일상에서 만나는 체험적 서정’이다. 〈달걀 한 판〉, 〈와일드 월드〉, 〈아파트〉, 〈놀이터에서〉, 〈달의 뒷면〉, 〈방〉, 〈수목 한계선〉, 〈연꽃잎이 물들지 않듯〉 등의 시편에서 시간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과 사물에 대한 아름다운 서정을 결속한 결실을 보여준다. 세 번째 코드는 ‘디아스포라’다. 사 년여를 제주에서 생활한 시인은 그때의 경험을 시로 남겼다. 〈제주 올레에서 길을 묻다〉, 〈서귀포 오일장에서〉, 〈큰엉에서〉, 〈이어도〉, 〈섭지코지〉 등의 시편에서 보이듯, 국내이면서도 이국적 공간의 요소를 보이는 제주도 이야기를 따뜻한 시로써 우리에게 들려준다. 특히 표면의 풍광만이 아닌 그곳의 시간의 깊이에까지 가 닿은 시인의 섬세한 시선이 압권이다. 아울러 〈수인반점 왕선생〉, 〈연변에서 온 그녀〉 등의 시편에서 이산(離散)의 땅에 머무르는 사람들의 인생을 관찰함으로써 소재의 특이성도 확보하고 있다. 네 번째 코드는 ‘가족’. 〈출산〉, 〈아기의 배냇머리를 자르며〉, 〈아가에게〉들의 시편에서 아이를 낳고 평범하게 사는 ‘엄마’로서의 경험이나 〈바느질〉, 〈봄 타는 여자〉, 〈빨래를 널며〉, 〈가족〉 등의 시편에서 아버지, 어머니, 어머니, 남편 등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시집의 중요한 갈피를 적시고 있다. 다섯 번째 코드는 들꽃처럼 다시 세상 앞에 서 있는 ‘나’다. 〈시월 하늘〉, 〈거미, 하산하다〉, 〈낙하의 이유〉, 〈들꽃〉 등의 시편에서 드러나듯이, 독자들은 한동안 고운 나비의 날갯짓처럼 다가오는 부드럽고 느릿한 말들에 중독될 수밖에 없다. 문학평론가 유성호 한양대 교수는 김지윤의 표제작 〈수인반점 왕선생〉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불을 발명했다는 중국 황제 수인씨의 이름을 딴 수인반점에서 점심을 먹는다. 한국에 온 후 칠 년 동안 이 식당에서 내내 주방장을 했다는 왕선생, 그의 손끝에서 불꽃이 떨어진다. 냄비마다 타오르는 불꽃은 봉화(烽火). 워짜이쩌얼 wo zai zher 我在??(나 여기 있다) 하고 알리는 봉화를 날마다 저 흐릿한 주방 유리창 너머로 피워올리는 왕선생. 무심히 밥을 먹는 손님들은 그릇 속의 탕수육 깐풍기 칠리새우를 튀겨낸 불꽃이 왕선생이 보낸 신호인지도 모르고 바삐 식사만 하는데, 옛 고향 앞뜰에서 설날에 놀던 폭죽의 그 불꽃, 지금 왕선생 냄비에 와 붙는다 늙은 아비 두고 떠나기 전 마지막 밥상 차려 올리던 날, 그 냄비 밑의 불, 다시 타오른다 놓고 온 여자의 눈 속에 위태롭게 일렁이던 그 작은 불꽃, 바람을 등지고 되살아난다 그러나 왕선생의 고향도 아버지도 여자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한 그릇의 요리 위로 머리를 숙여 미처 보지 못하는 사이, 왕선생의 봉화는 칠 년째 꺼지지 않는 불씨를 피워 오늘도 혀를 날름대며 왕선생의 고향도 아버지도 여자도 불꽃 속에 다 삼켜버리고 사라진 자리, 까맣게 타들어가 흔적도 없는 재 속에서 나는 보았다, 그 안에서 걸어나오는, 불 속에서 새로 태어나는 봉황새 한 마리. 我在??, 이라고 깃털마다 새겨놓은 봉황새 날개를 펴고 ― 〈수인반점 왕선생〉 전문 중국 황제 수인씨는 불을 발명했다는 전설 속의 인물이다. 시인은 그의 이름을 딴 '수인반점'에서 점심을 먹으며 그 '불'의 은유를 주방장 '왕선생'의 삶의 내력으로 옮겨가며 한 인물의 삶의 깊이를 부조(浮彫)하기 시작한다. 한국에 와서 칠 년 동안 주방장을 지내온 그의 손끝에 떨어지는 불꽃은 그의 생활력의 표징이자 그의 삶을 인도하는 '봉화(烽火)'이기도 하다. 그 봉화를 날마다 주방 유리창 너머로 피워올리는 그는, 무심히 밥을 먹는 손님들에게 삶의 불꽃으로서의 신호를 보낸 것이다. 그 옛날 고향 폭죽의 불꽃이 냄비 불로 전이되어 붙고, 왕선생은 아비와 여자를 두고 떠나기 전의 그 '불'을 '지금 여기'에 다시 옮겨와 타오르게 한다. 하지만 "왕선생의 고향도 아버지도 여자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왕선생의 봉화가 칠 년째 꺼지지 않는 그 불씨의 은유임을 알 리 없다. 그 순간 화자는 왕선생의 고향도 아버지도 여자도 다 삼켜버린 불꽃이 사라진 자리에서, 흔적도 없는 재 속에서 걸어나오는 '봉황새 한 마리'를 상상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 새 한 마리가 바로 '수인반점 왕선생'의 아득하고도 치열한 불꽃같은 삶을 상징하는 것일 터이다. (-유성호, 〈해설〉 중에서) 시인 김지윤의 시선은 개인적이고도 사소한 ‘사랑’의 코드에서 ‘일상’, ‘제주’, ‘가족’에 이르는 여정을 통해 인간의 기억과 시간을 초기화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는 느릿느릿 걸어가면서도 그 순간순간 따스한 온기를 세상에 흩뿌리기도 하고, 오랜 시간을 담아온 이들의 삶을 바라보고 투시하고 발견하는 품과 격을 보이고 있다. 임옥상 화백의 표지화도 김지윤 첫 시집의 품격을 높이는 한 요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