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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프롤로그 015 _ 눈물로 넘는 피레네 029 _ 떠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041 _ 순례자의 걸음을 닮아가는 길 057 _ 용서의 언덕에 서서 070 _ 침묵의 밀밭 081 _ 카미노의 하루살이 인생 095 _ 나를 길 위로 이끄는 것들 107 _ 나는 나를 응원한다 121 _ 마음을 얽어맨 사슬 127 _ 고독한 길 위에서도 우정은 피어나고 132 _ 비로소 나와 마주하는 순간들 140 _ 나를 깨어나게 하는 순간들 147 _ 카미노에 오버랩 되는 삶의 길 158 _ 때로는 상처가 나를 키우는 힘 167 _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174 _ 나를 잊는 순간 찾아오는 행복 184 _ 걱정은 걱정일 뿐 193 _ 느긋하게 걸어도 괜찮아 201 _ 내 이름은 It's OK 쏭! 207 _ 따듯한 가슴이 강하다 215 _ 오랫동안 감춰온 상처와 대면하기 219 _ 한 번만 더! 223 _ 별들로 가득한 카미노의 밤길 230 _ 에필로그 238 _ 부록 : 순례자용 필수단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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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놓아버린 사람은 자유를 포기한 코끼리와 같다. 내면에 숨어 있는 힘들을 써보지도 않고 일상의 사슬에 굴복한다. 살아오는 동안 몇 번쯤 경험했던 실패, 사회적 제약이나 관행과 같은 것들이 우리들 마음을 얽어매는 사슬을 만든다. 그리고 이제 그것을 알게 되었다면 사슬을 끊기 위해 힘을 짜내야 할 때다. 끝나지 않는 길은 없으니까. --- p.123
이제 나는 점점 길을 놓치고 헤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헤맨다는 것은 길을 잃지 않았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무언가를 만나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목표에 도달하는 시간이 조금 더 길어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오랫동안 헤매고 많은 길을 돌아왔다고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른 길, 내가 가야 할 길을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 p.160 파파의 미소는 따뜻했고, 수다스러운 파파의 말은 알아듣지 못해서 오히려 나를 얽매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자유로웠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뜨거웠던 태양처럼 대자연의 포스에 나를 한껏 맡겨버린 무한한 자유! 진정한 자유는 나 자신을 잊고 대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이었다. --- p.1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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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삶은 길과 닮아 있다. 걸음을 옮기는 지극히 단순한 일로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고 통찰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20년이 넘는 긴 시간을 백화점 콘크리트로 막힌 공간 속에서 보냈던 저자는 어느 날 자신이 꾸려가고 있는 삶에 회의를 품게 된다. 불운했던 어린 시절과 일과 사람에 치여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보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함께 그동안 자기 자신을 온전히 사랑해 주지 않았음을 인식하게 된 그녀는 무작정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난다. 그것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그녀는 삶에 지쳐 있었고, 사람들 틈에서 찢긴 영혼과 무너진 자존감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고, 산티아고는 일종의 도피처였다. 죽을 것만 같아서, 숨이 막혀서 떠날 수밖에 없었던 마지막 비상구였다. 어린 영혼에게 삶은 너무나도 무거웠고 슬펐고 우울했다. 아버지가 사고를 당해 혼자 지내야 했던 중학교 시절의 나는 연탄이 없어 동그란 백열등 전구를 가슴에 품고 겨울밤을 보내야 했고, 소풍을 가는 날이면 반 친구들이 도시락을 챙겨줘야 할 짐과도 같은 존재라는 사실에 자존감이 찢겼다. 낙엽이 굴러가는 것만 보아도 까르르 웃을 나이에 세상은 외롭고도 혹독한 싸움터였다. 나는 홀로 그 싸움과 맞서야 했다. _142쪽 하지만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산티아고는 결코 낙원의 공간, 구원의 시간만은 아니다. 서울에서 보냈던 일상의 뜀박질만큼이나 산티아고 카미노를 걷는다는 건 육체의 고통은 물론 아득한 길의 무게감까지 견뎌내야 하는 곳이었다. 산티아고의 길은 삶과 닮아 있었다. 그녀는 삶의 대부분을 발바닥의 힘으로 살아 왔고, 산티아고의 그 길 또한 다르지 않았다. 산티아고는 무엇보다도 평소에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하던 발바닥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곳이었다. 나는 25년을 백화점에서 일했고, 육체 어느 곳보다도 발에 커다란 무리를 주는 일들이었다. 어쩌면 나는 발바닥의 힘으로 살아왔던 것이고, 산티아고는 그것을 깨우치도록 해 주었다.’ _88쪽 하지만 새벽에 일어나 아픈 발을 끌고 길 위에 서야 하는 치열한 전진을 그녀는 멈추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용서의 언덕에 서서 그동안 자신을 사랑해 주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스스로를 용서하게 된다. 살아오는 동안 자신을 책망하고, 스스로에게 책임을 돌리고, 뒤로 물러서기만 했던 과거의 시간들을 지우고 자신을 사랑해 주기로 한다. 나는 나에게 말했다. “넌 지금 마음이 아파서 빨간 약을 바르고 치료를 하는 중이야.” 한 번도 생각해 준 적 없었던 내 마음에게 나는 따뜻한 시선을 보내 주었다. _40쪽 용서는 나로 하여금 절망으로부터 지켜주는 힘이고, 진정한 행복과 평화에 이르도록 하는 수행이다. 카미노를 걷는 것은 나 자신을 얽어매고, 옥죄고, 짓누르는 그 모든 것들과 결별하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 열쇠는 바로 용서였다. 길은 내가 욕망하던 것들의 부질없음을 깨닫게 하고 ‘참나’를 찾는 길을 드러내 보여준다. 그동안 욕망해왔던 모든 것들에 집착하고 갈구하기 이전에 먼저 나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누가 말했던가? 가장 무서운 죄악 중 하나는 자기 자신을 믿지 않고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고. _63쪽 그녀에게 36일 동안 800km를 걸었던 산티아고 카미노는 단순한 여행의 노정이 아니다. 그 길은 지나온 삶을 뒤돌아보며 자신을 찾는 기회였고, 홀로서는 법, 마음의 상처를 보듬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된 교실이었다. 그 길에서 만나는 자연, 인연과 교감하는 법, 진정한 행복은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 준 스승이었다. 산티아고 카미노를 걷는 것은 배낭 무게를 줄이기 위해 필요가 적은 것부터 하나씩 비우는 과정이다. 버리고 버려서 끝내는 욕심마저도 버리게 되는 길. 하지만 그들이 선물한 라면만은 카미노가 끝나는 날까지 내 배낭 속에 남아 있었다.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먹어 버릴까봐 배낭 맨 밑바닥에 넣으며 나는 선물로 받은 라면처럼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님을 알 것 같았다. _55~56쪽 길은 누군가에게는 과거로 돌아가는 통로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미래로 가는 미지의 공간이다. 그녀는 그 길을 걸으면서 자신이 오랫동안 자기 스스로를 책망하고 괴롭혀 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용서해야 한다는 것과 먼저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다른 모든 것들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그녀는 물집이 잡혀 터진 발바닥을 끌며 매일매일 비우고 비우며 걸음을 옮길 뿐이며, 그렇게 걸으며 스스로를 비우고, 그 힘으로 산티아고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곳에 주저앉아 모든 걸 내던지는 게 아니라면, 내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은 한 걸음씩이라도 끝내 걸어내는 것뿐이었다. 현실의 무게는 늘 견딜 수 없이 무거웠지만, 그래도 그런 시간들 속에서 나는 견뎌냈고 지금까지 멀쩡하게 살아오지 않았던가. _23쪽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고,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자고 마음먹었다.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갈등이 일어나 소용돌이 쳤고 변덕스러웠지만 인정해 주고 믿어 주자고 다짐했다. 내가 믿어주지 않는다면, 내가 사랑해 주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믿어주고 사랑해 줄 것인가. _99쪽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다 완주할 수 있었던 힘은 단순해지는 데 있었다. 억지로 생각을 비워내고자 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 길 위에서는 저절로 생각이 비워졌고, 비워져서 텅 빈 그곳에 새로운 삶의 에너지가 차오르는 걸 느꼈다. 나의 삶을 더욱 힘겹게 만들었던 것 또한 바로 복잡한 생각이었음을 나는 깨달았다. 단순한 생각이 마음의 평온을 가져온다는 것을 길 위에서, 카미노의 자연 속에서 깨달았다. _110쪽 44번째 생일날, 산티아고 카미노를 완주하고 어둠이 깔린 대성당 광장에 누워 그녀는 이렇게 외친다. “미송아, 생일 축하해. 그리고 사랑해! 더 많이 행복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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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있으면 해바라기가 끝없이 펼쳐지는 들판이 떠오른다. 태양을 정면으로 받으며 걷는 그녀는 세상이 주는 고난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그녀에게 길은 무엇일까? 무엇이 그녀의 등을 떠밀어 길에 서게 하는가? 이 책의 끝에 다다르면 그녀에게 길은 그리움이며, 내려놓기라는 걸 알게 된다. 길은 누군가에게는 과거로 돌아가는 아련한 흑백 필름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미래로 가는 미지의 공간이다. 수행자에게는 마음의 소를 찾아 나서는 십우도 같은 그림이라면 그녀에게 길을 걷는 행위는 어머니와의 조우였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 엄마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은 사건이 그녀를 걷게 만들었다.지리산 종주 7번, 한라산을 열두 번씩이나 오르고,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덕지덕지 상처 난 두 발을 한 걸음씩 옮기며 그녀는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 온 날의 짐 너머로 어머니를 만난다. 상처 난 그녀를 안고 쓰다듬으며 “먼 길 오느라 고생했구나. 다친 발에 약 바르자.” 하는 어머니의 음성이 그녀의 가슴에서 들려오는 순간 그녀는 그리움의 방황을 끝내고 드디어 자신과 마주한다. 속절없이 눈물만 흘렸던 지난날들과 삶의 속박에서 풀려나 처음으로 자신을 향해 맑은 웃음 짓는 그녀에게 사랑의 마음으로 꽃 한 송이를 드린다. - 정목 (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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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처음 만난 건 추자도로 가는 배 안에서였다. 제주 올레길 18-1코스 함께 걷기 행사에 나타난 그녀는 척 보기에 영락없는 도시녀였다. 아니나 다를까 서울 도심에 있는 백화점 남성복 매장에서 이십년 넘게 영업 우먼으로 살아 왔단다. 그런 그녀가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는 하추자 방파제 앞에서 얼굴도 채 기억나지 않는 엄마를 향한 그리움을, 평생 그녀를 따라다닌 외로움을 한 조각 드러냈다. 엄마도 바다로 향한 뒤 다시는 못 돌아오셨다면서 세련된 도시녀로만 생각했던 그녀가 갑자기 어린 소녀처럼 안쓰럽고 애처롭게 느껴진 순간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가 올레길을 여러 차례 걷고 기어이 산티아고 길을 걸으러 가겠다고 하기에 아직도 풀어야 할 게 많은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산티아고 여행에서 돌아온 그녀는 너무너무 고생만 죽도록 했노라면서 자기를 좀 말리지 그랬느냐고 나를 원망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과 태도는 예전과는 사뭇 달랐다. 나는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아, 미송은 길에서 마음의 길을 찾아냈구나, 자기 마음으로 들어가는 길을!’ 그리고 산티아고 길에서 돌아온 지 3년만에 그녀가 제주까지 들고 온 원고를 읽는 동안 나도 같이 울고 웃으면서 그녀가 마음의 길을 찾아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 서명숙 (제주올레길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