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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
개정판
공지영 저
푸른숲 200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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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孔枝泳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1988년《창작과 비평》에 구치소 수감 중 집필한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1989년 첫 장편『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1993년에는『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통해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의 문제를 다뤄 새로운 여성문학, 여성주의의 문을 열었다. 1994년에는『고등어』『인간에 대한 예의』가 잇달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명실공히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대한민국 대표 작가가 되었다. 대표작으로 장편소설『봉순이 언니』『착한 여자 1?2』『우리들의 행복한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1988년《창작과 비평》에 구치소 수감 중 집필한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1989년 첫 장편『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1993년에는『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통해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의 문제를 다뤄 새로운 여성문학, 여성주의의 문을 열었다. 1994년에는『고등어』『인간에 대한 예의』가 잇달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명실공히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대한민국 대표 작가가 되었다.

대표작으로 장편소설『봉순이 언니』『착한 여자 1?2』『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즐거운 나의 집』『도가니』『높고 푸른 사다리』『해리 1?2』『먼 바다』등이 있고, 소설집 『인간에 대한 예의』『존재는 눈물을 흘린다』『별들의 들판』『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산문집『상처 없는 영혼』『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1·2』『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딸에게 주는 레시피』『시인의 밥상』『그럼에도 불구하고』등이 있다.

2001년 21세기문학상, 2002년 한국소설문학상, 2004년 오영수문학상, 2007년 한국가톨릭문학상(장편소설 부문), 2006년에는 엠네스티 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2011년에는 단편「맨발로 글목을 돌다」로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2018년『해리 1·2』가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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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10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430g | 153*225*20mm
ISBN13
9788971844878

책 속으로

은림이 고개를 들었다. 명우는 은림이 누구보다 오래 남았다는 생각을 했다. 과학적이던 명 선배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고 자부하던 자신보다, 비과학적이라고 그녀를 비난하던 후배들보다 은림 혼자 오래오래 남아 있었다. 은림은 지금 그것이 다 오빠 때문은 아니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난 지난 겨울에, 사람들 다 떠난 회관에 앉아 있다가 불현듯 그걸 생각해낸 거야. 우리를 떠나지 못하게 한간, 그토록 매료 시켰던 건, 그건... 바로 인간에 대한 신뢰였어.'

--- p. 131

와글바글한 곱창 집 한구석에서 박수소리가 터지고 한 여학생이 좌중의 시선을 받으며 일어섰다. 생머리가 길게 내려오고 발목까지 오는 조끼를 입은 여학생이엇다.

'긴 머리 긴 치마를 입은 난 너를 상상하고 있었는데 짧은 머리에 찢어진 청바지가 너의 첫인상이 었어.'

박수소리는 노랫소리에 맞추어 울리고 남학생들의 환호소리는 커져갔다. 경식과 명우의 눈길이 그들에게 머물렀다가 다시 돌아왔다.

'대학생들인가 보지?'

'응.'

'우리하곤 참 다른 거 같지.'

'다르지...... 달라야 하고. 안 다르면 어떻게 하겠니? 다만 어떻게 다를 것인가는 저들의 몫으로 남겠지.'

'그래, 그럴거야. 그나저나 넌 생계는 어떻게 이어가니?'

'그럭저럭.'

--- p.184

씹힌다는 의미로밖에 번역할 수 없는 퍽이라는 단어의 뉘앙스가 퍽이나도 강렬해서 그는 탕수육을 씹다 말고 넋을 잃은듯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의 가슴속에서처럼, 화면속에서도 소용돌이가 일고 있었다. 놀라는 사람들, 만류하는 뚱보 중년 사내... 하기는 미국의 인간들이라고 해서 저런 대사를 그냥, 아무 충격 없이 넘겨 벌릴 것이라고 그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아까 그 장면이 나올 때 천천히 씹다 만 탕수육 때문에 목이 멜까 맥주를 마셨다. 한 대 맞은 기분이었고 좀 떨떨하긴 했지만 예상을 빗나가게 하는 쾌감도 있었다. 그래서 그는 혼자서 빙그레 웃어 보았다.

--- p. 79

비는 사정없이 창밖에서 몰아치고 있었다. 단한가지 사실이 달라졌을 뿐이다. 그가 노란 할로겐 스탠드를 켜고 흰포도주를 마시며 여경과 안락한 섹스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은림은 파란비닐우산을 쓰고 거리를 걸어다녔을 것이다. 다만 그때는 그것을 잊었고 지금 그는 그것을 기억해냈을 뿐이다. 그는 벌떡 일어나 부엌의 찬장을 열었다.

--- 2002/05/30 (kang210)

'뭐가 그렇게 절망스럽나요. 뭐가 그렇게 어리석었었나요? 연애도 제대로 못 해보고, 운전면허 하나 따지 못하고, 고시공부 한번 하지 못하고 보낸 젊은 날이 그래서, 이제 와서 그렇게 안타까운 건가요? 그래서, 이제와서 우린 어리석었다고, 우린 다 잃어 버렸다고 그렇게 쉽게 이야기하는 건가요? 고작 형의 회환이라는게 이런 건가요? 우리가 애썼던 날들하고 바꿀 수 있는 게 고작 운전면허에요?

아니요, 절망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어요. 잊지 않는 사람들, 죽어간 친구와 미쳐간 친구와 그런 사람들을 기억하는 이들.... 그들이 곧 이 나라를 이끌어 가게 돼요. 이제 곧 우리 세대에게서......그래요, 형 말대로 우리 세대를 거치느라 운전면허 하나 따지 못했던 젊은이들이...... 그들이 대통령이 되고 그들이 예술가가가 될 거라구요. 가짜들 말구 진짜들......

그것두 권력이라구 운동하지 않는 불쌍한 친구들 주눅들게 하면서 거들먹거렸던 사람들 말구, 이제 와서 어리석었다고 그 세월 전체를 매도하는 인간들 말구, 진짜들. 끌려가는 친구들도 있는데 미안해서, 정말 미안해서 테니스채를 사 놓고 한 번도 치지 못했던 친구들, 고시공부하다가 도서관 밖의 집회 바라보고는 머리를 싸매고 그날은 그냥 집으로 돌아갔던 사람들...... 길거리에 누워서 끌려가지 않으려고 서로서로 사슬을 얽어매고 울었던 그 친구들.'

--- p.

난 어쩌면......... 정말 유토피아를 꿈꾸었던 건지도 몰라. 이 세상에 없기 때문에 이름이 유토피아라지? 이 세상에서 우리가 상상했던 모든 좋은 세계에 대한 상상을 사회주의 속에 다 가져다부어놓고, 그것이 단지 꿈으로 끝날 수 있다는 상상은 해보지도 않았어. 다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었어. 굳게 믿었지. 그리고 아직도... 아직도..... 그 미망에.... 사로잡혀 있으니까.

그때... 젊었던 그 사람들..... 그래서 우리 후배들한테 아직도 올바르게 살려고 애쓰는 우리 후배들한테 전해 주겠어? 그애... 들은 우리들이 뭐 대단한..... 거라도 지니고 살았는 지 알아. 그럴 필요 없다는..... 말... 우리도 사실은 참 어수룩했다는 말.... 우리도 외로웠다는 말.... 그러니 그렇게 주눅 들지 않아도 그 애들이 이쁘다는 말을...... 해주겠어?

--- 본문중에서

나도 뭐 꼭 그런 사람들을 잘 알아 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정신을 풍요롭고 다채롭게 해 주는 사람들이잖아. 게다가 볼링도 못한다, 테니스도 쳐 본 일이 없다, 수영은 어렸을때 동네 바닷가에서 한 게 전부다.정말 재미없어.대체 그럼 학교 다닐때 뭘 했어요? 글쎄... 뭘 했었지? 그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학교 다닐때 무었을 햇던가.여경의 말 대로연주회도 안 가고,샤갈에게 관심도 없었으며 그리고 볼링이나 테니스 같은건 아예 꿈도 꾸지 않으면서 대체 그는 무엇을 했었던가. 술을 마셨지.싸움을 했고 그리고 노래를 불렀어.

--- p.85

그리고 그날 새벽, 오래 전에 잊혀진 약속처럼 첫눈이 내렸다. 하지만 은림이 본 마지막 세상은 어둠뿐인 메마른 도시였다. 그 도시를 덮는 첫눈을 보지 못하고 내리 사흘을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가 어느 새벽 그녀는 명우가 잠깐 잠든 사이 눈을 감았다. 순간적이었지만 격렬한 악몽에 시달리다가 명우가 눈을 떴을 때 이미 그녀는 숨이 멎어 있었다. 잠이 든 것처럼 편안한 얼굴이었다. 명우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손은 양초처럼 차가웠다. 목구멍이 꾸역꾸역 막혀 왔을 뿐 눈물은 조금도 흐르지 않았다.

--- p.283

그는 말을 다 마치지 못했다. 왠지 이제 더 은림에게 올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더는 은림의 얼굴을 그저 평온한 마음으로 대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바람이 많이 부는 절벽에 서있는 거처럼 그는 무언가 몹시 위태로운 기분을 느꼈다. 수심을 알아보기 위해 무심히 늘어뜨린 줄이 하염없이 그저 풀려 들어가기만 할 때 느끼는 그 이상한 두려움 같은 것이었다.

--- p.227

갑자기 이 세상을 힘겹게 살아가는 모든 친구들의 얼굴이 그 어둠 속에서 떠올랐다. 대체 무엇이 그들을 아직도 '시대착오적으로' '불화'하게 하는지, 대체 어쩌자고 이다지도 이 변화에 적응도 하지 못하는지……. 그리고 나는 어쩌자고 이 밤에 일어나 그들을 생각하고만 있는 건지……. 사실은 이 모든 게 한심했고, 한심했지만 나는 울컥 그들이 보고 싶었다. 그간 썼던 글들을 모두 지우고 이 소설을 시작한 것은 그날 이후부터였다. 벗어나려고 했지만, 나 역시 한때 그들과 함께 넉넉한 바다를 헤엄쳐 다니며 희망으로 온몸을 떨던 등이 푸른 자유였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아직도 그 등이 푸른 자유를 포기할 만큼 소금에 절여져 있지는 않으니까.

--- '작가 후기' 중에서

출판사 리뷰

공지영 장편소설 《고등어》가 도서출판 푸른숲에서 재출간됐다. 《고등어》는 불의 80년대를 거쳐 90년대에 이른 동세대 젊은이들의 꿈과 슬픔을 노은림과 김명우라는 인물을 통해 형상화한 소설로 이후 공지영의 작품 세계를 설명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된 작품이다.

집단의 이상 아래 개인의 꿈을 희생해야 했던 시대. 개인의 행복과 괴리되는 집단의 선(善)을 부여잡고 힘겨워하다 천상으로 떠난 노은림의 삶은 이른바 '386 세대'에 대한 반성의 한 관점을 제공하면서 94년 초판이 출간(웅진출판)된 이래 70여만 부가 넘게 팔려 작가 공지영을 90년대 대표적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기도 했다.

80년대 '이상'의 수혜를 받으며 성장한 많은 수의 작가들이 정체성을 잃은 채 휘청이고 더러는 상업적 글쓰기와 결탁하는 동안,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이른바 신세대 작가들이 현란하고 해체적인 글쓰기로 개인의 문제에 골몰하는 동안, 지속적이고 예민하게 삶의 중심을 파고들면서 이를 작품 속에 수용해온 소설가 공지영.

《고등어》에는 70∼80년대 선배 작가들이 개척해놓은 한국 문학의 정통성을 진지하게 계승하면서 모순 투성이의 현실 사회에 서슬 퍼런 붓끝을 겨눠왔던 공지영의 소설 문법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리뷰 총점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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