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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_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엘불리
6월_ 엘불리 주방의 문이 열리다 7월_ 기본으로 돌아가다 8월_ 지겨움 견디기 9월_ 창조성은 기계적인 노력에서 나온다 10월_ 살아 있는 요리의 역사, 페란 아드리아 11월_ 희생 12월_ 우리는 엘불리다 에필로그_ 엘불리는 항상 시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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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식도락가들은 엘불리에서 식사하는 것을 열망한다. 하지만 이곳에서 실습하길 원하는 야심 찬 젊은 요리사들의 열정에는 비할 수 없다. 주방 스토브 위에는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실습생으로 일할 기회를 얻기 위해 몰려든 이들의 지원서가 해마다 3,000장쯤 쌓인다. 엘불리의 실습생이 되면 특권이라도 얻는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엘불리의 명망에 이끌려, 또 페란을 비롯한 주방장들의 지도를 받을 기회를 잡기 위해 서울, 볼로냐, 로스앤젤레스, 카라카스 등지에서 수많은 실습생이 자비로 스페인 코스타 브라바 해안의 작고 건물이 빽빽한 도시 로세스로 찾아온다. 하루 한 끼 식사와 허름한 아파트만 제공될 뿐 보수도 전혀 없는데 하루 열네 시간씩 쉼 없이 일하는 까닭 또한 이 때문이다. 이들은 하루 중 일곱 시간을 발이 바닥에 붙은 듯 중앙 조리대에 가만히 서서 옥수수 알 수천 개의 씨눈을 압착하거나 말미잘의 점액질을 제거한다. 그러면서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는다. 이렇게 엘불리에서 6개월 내내 일하고 나면 어디 가서 세계 최고 레스토랑에서 일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pp.26~27
드디어 페란이 입을 열었다. 샌들과 청바지 차림에 어둡고 구불구불한 머리카락은 이제 막 희끗희끗해지기 시작했고, 둥그런 배 때문에 팽팽해진 티셔츠가 눈에 띄었다. 겉모습만 봐서는 전혀 위압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적어도 입을 열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는 딱딱 끊어지는 목소리로 연설의 반은 격려의 말로, 나머지는 지옥 불을 연상케 하는 이야기로 채운다. 그는 환영인사로 시작해 얼마나 대단한 기회를 목전에 두었는지 강조한다. “우리는 창조에 관해 알려주려고 합니다. 이곳은 해가 바뀔수록 점점 더 대학교처럼 되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겁니다. 여러분에게 모든 걸 알기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지금, 오늘은 아닙니다. 우리도.” 이때 그는 다른 주방장들을 가리킨다. “모든 걸 알진 못합니다. 현시점에서는 우리 메뉴가 어떤 모습을 갖추게 될지조차 모르죠. 우리는 모두 그라운드제로에서 시작하는 겁니다.” ---pp.36~37 엘불리 실습이 이력서에서 좋은 인상을 준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실습생이 엘불리에 이끌린 이유는 단순히 명성 때문만은 아니다. 엘불리에 대해 더 잘 알고 거기에서 뭔가를 배울 기회가 된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콜롬비아 태생 니코 구세스Nico Gushes는 이렇게 설명한다. “늘 이곳에 오기를 바랐어요. 레시피 몇 개 얻으려는 게 아니라 엘불리의 정신을 배우려고요.” 그는 조리복 주머니에 넣어둔 공책을 툭툭 두드린다. “이건 공책이 아니라 개념이에요. 제 이름을 건 레스토랑을 열면 이 개념에 맞는 다양한 모델을 써먹을 수 있을 겁니다.” ---p.51 오후 10시, 콜드 스테이션에서는 주문받은 음식을 제때 내보내지 못하고 있다. 엘불리에서도 만들기가 가장 어려운 이곳의 요리들은 미리 만들어두면 녹기 때문에 시간 계획을 정확하게 세워야 한다. 페란이 맨 먼저 남아메리카산 과일의 시큼한 과육으로 만든 룰로스Lulos를 주문하자, 루초는 가니쉬(얇게 깎은 푸아그라)를 들고 서둘러 온다. 이 기름진 거위 간이 언 상태로 유지되게 아이토르가 액체질소 한 통을 접시에 들이붓는 순간 주방 카운터와 메인 주방 바닥으로 연기구름이 퍼져나가고, 주방은 공포영화 세트로 변한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하코보 아스트레이Jacobo Astray는 아직도 가니쉬를 추가하고 있고 페란은 마음이 급해진다. 페란은 아이토르에게 소리친다. “룰로스를 준비하기도 전에 푸아그라를 올리면 어쩌자는 건가? ---p.82 “분자 미식학에 관해 배우는 게 재미있긴 해요.” 엠마는 말한다. “하지만 저랑은 안 맞아요. 전 진짜 요리를 하고 싶거든요.” ‘진짜’ 요리가 무슨 의미일까? 증류기나 원심 분리기를 쓰면 ‘진짜’ 요리가 아닌 걸까? 하이드로콜로이드나 아황산염이 들어가면, 잘 자란 채소를 접시에 ‘그냥’ 올리기만 하면 그건 ‘진짜’ 요리가 아닌 걸까? 실습생들이 아무리 페란이 고안한 요리로 접근하기를 거부한다고 해도, 그 정신만큼은 마음속에 새겨진다. 직장에서의 이득과 페미니즘운동으로 얻은 기회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페미니스트’라 불리기는 거부하는 젊은 여성들처럼, 실습생들은 자기가 만든 음식이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길 원하는 데서 더 나아가 자기를 표현해주기를 바란다. 다시 말해 그들은 요리를 시를 쓰는 것이나 석양의 모습을 그리는 것 같은 자기표현의 한 형태로 본다. 그들이 자기 요리를 뭐라고 하든, 결국 그들은 요리를 예술로 보게 된 것이다. ---p.2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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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된 자만이 페란과 함께 요리할 수 있는,
그 지옥행 열차에 동승한 요리사들의 더운 숨결이 가득하다. 지상에서 가장 유니크한 주방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는 현장감 있는 요리 장면은 문자 그대로 압권이다.” _박찬일(요리 칼럼니스트, 《보통날의 파스타》저자) 전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엘불리 비밀에 쌓여 있는 엘불리 주방의 문이 열리다! 「뉴욕타임스」에서 취재를 위해 일주일 내로 자리를 만들어달라고 하자 엘불리의 수장 페란 아드리아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이니 특별히 2년만 기다리게 해주겠다!” 연간 예약자 50만 명, 예약 대기 최소 1년, 14년 간 미슐랭 최고 등급, 영국의 음식 전문 매거진 「레스토랑」이 뽑은 ‘세계 최고 레스토랑’ 타이틀을 5번이나 거머쥔 곳. 바로 스페인 북부 로사스 근처에 위치한 작고 소박한 레스토랑 엘불리다. 엘불리는 독특한 경영 방식을 가진 레스토랑이다. 1년에 단 6개월만 영업을 하고 나머지 6개월은 요리 연구를 위해 문을 닫는다. 또한 손님들의 평균 식사 시간이 5시간이나 되며 특별한 메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주는 대로’ 먹어야 한다. 그리고 엘불리에는 역사상 가장 창조적인 요리사로 꼽히는 페란 아드리아가 있다. 요리의 역사가 페란의 전과 후로 나뉜다는 평가를 받는 페란 아드리아는 엘불리를 조리법의 혁명지로 탈바꿈하고, 괄시받던 스페인 요리를 세계 최고로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엘불리는 요리사를 꿈꾸는 이들뿐만이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원하는 모든 이들이 바라는 꿈의 레스토랑이다. 《180일의 엘불리》는 기자 출신의 저자가 실제 엘불리의 주방에서 실습생들과 함께 겪은 6개월의 기록이다. 저자는 치열한 요리사들의 세계에서 그곳의 열기와 불안, 그리고 기교에 흠뻑 빠져들어 등장인물들에 관해, 그리고 주방에 관해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또한 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요리사, 페란 아드리아를 그의 실습생의 시점에서 재조명했다. 진정한 요리사가 되기 위한 통과의례와 한 독보적인 천재 요리사에 대한 그녀의 기록은 엘불리를 꿈꾸는 수많은 셰프들이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생동감 있게 살아 있다. 과연 지구상에서 가장 독특한 페란의 주방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6개월간 무보수, 하루 한 끼 식사,14시간의 중노동… 왜 전 세계 셰프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엘불리의 실습생이 되기 위해 몰려드는가? 엘불리는 한 시즌을 위해 해마다 30여 명 정도의 실습생을 뽑는다. 이 자리를 꿰차려고 3천 명이 넘는 야심 찬 젊은 요리사들이 엘불리에 지원하는데, 이들은 경력으로만 치면 놀라울 정도로 화려하다. 최종 실습생들로 뽑힌 이들은 세계 50대 레스토랑 출신의 요리사들이 많고, 엘불리의 실습생이 되기 위해 몇 날 며칠의 노숙 끝에 발탁된 한국인 루크 장(장명순), 코넬대학 출신의 생물학 연구원 등 사연도 다양하다. 하지만 이들이 이곳에서 처음 해야 하는 일은 ‘계급장’ 떼고 7시간이 넘게 옥수수를 다듬고 굴을 다듬고 토끼 귀를 닦는 것이다. 처음 실습생들은 엘불리에서 일을 한다는 기회를 얻은 것만으로 의욕에 넘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이 가졌던 환상은 조금씩 사라져간다. 군대조직과 같은 엄격한 규율에 페란의 주방만이 요구하는 규칙(정작 실습생들은 시식을 할 수 없으며, 두 번 지각시 바로 퇴출 등), 동료 간의 과한 경쟁과 의심, 반복되는 작업에 대한 지겨움과 짜증, 페란의 분자요리에 대한 회의감, 6개월 후 알 수 없는 미래 등 현실적인 고민들에 휩싸이며 점점 지쳐간다. 열기와 불안으로 가득 찬 통과의례를 치르는 35명의 실습생과 천재 셰프 페란 아드리아의 철학이 담긴 음식 이야기!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레스토랑의 주방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난한 창작 과정은 엘불리 레스토랑이 왜 세계 최고가 될 수밖에 없는지 보여준다. 엘불리에서의 훈련이 모 아니면 도인 위험한 도박임에도 불구하고 끈기와 열정으로 고된 시간을 견뎌내는 실습생들의 모습은 그들이 요리를 왜 하는지, 왜 페란 아드리아인지, 엘불리의 접시에 담기는 철학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예리한 문화적 관찰, 세심한 부분을 놓치지 않는 날카로운 눈으로 페란 아드리아라는 인물과 엘불리 실습생들의 일생일대의 모험을 연대기 식으로 생동감 넘치게 그려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