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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국어국문학과를 나와 교사를 하면서 소설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말수가 적은 게 아니라 할 말이 많았다는 걸 글을 쓰면서 깨닫게 되었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라 글 쓰는 일은 절대적으로 혼자 하는 일이라 그렇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모든 사람이 듣고 싶은 말은 아니라는 것도. 그래서 ‘사람은 누구나 외로움의 방을 갖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외로움을 달래는 방법이 각자 다르고 글쓰기도 그 방법이 되어준다는 것도. 대구에서 태어나 교사를 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2001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부문에 단편소
국어국문학과를 나와 교사를 하면서 소설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말수가 적은 게 아니라 할 말이 많았다는 걸 글을 쓰면서 깨닫게 되었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라 글 쓰는 일은 절대적으로 혼자 하는 일이라 그렇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모든 사람이 듣고 싶은 말은 아니라는 것도. 그래서 ‘사람은 누구나 외로움의 방을 갖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외로움을 달래는 방법이 각자 다르고 글쓰기도 그 방법이 되어준다는 것도.

대구에서 태어나 교사를 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2001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부문에 단편소설 『비』, 『적자생존』 당선. 탁월한 구성과 섬세한 문장, 예지력을 가진 작품이란 심사평을 들었다.

다양한 주제를 특유의 간결한 문체로 그려낸 첫 소설집 『나는 소꿉친구와 결혼했다』(2002) 발표 후, 거의 해마다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인도의 풍물이 안타까운 사랑 속에 어우러진 『그 거울 속엔 바람이 산다』(2004), 사랑하면서도 헤어져야 했던 아픈 영혼들의 이야기 『비련애』(2005), 절망 위에 우뚝 선 세 남자의 특별하고 간절한 사랑과 삶 『숨겨놓은 세 남자 창탕밍』(2006), 죽음의 문턱에서 삶을 돌아보고 동시에 생명이 빠져나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 『겨울산』(2007),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한 남자의 삶과 사랑을 집요하게 추적한 『홍나비』(2008), 사랑, 기쁨, 절망, 슬픔, 죽음, 깨달음이 다섯 편의 이야기 속에 각각, 또는 하나로 녹아있는 『꿈에서 꿈을 꾸다』(2011), 모든 생명체에게 내려진 유일한 축복은 ‘사랑’이라고 외치는 『그녀에게 뽀뽀하기』(2012),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버린, 아픈 가슴을 위한 위로의 편지 『한낮에 별을 보다』(2013), 하나가 전체고 전체가 하나인 마음의 비밀 『아득한 오늘』(2014), 뫼비우스의 숲 『폭풍우』(2015), 여행 에세이 『하늬/높새/갈마/소슬바람 러시아로 불다』(2017), 늦둥이 딸을 잃은 아버지의 정말 잊어버리고 싶은 이야기 『망각』(2018)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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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8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23쪽 | 382g | 148*210*20mm
ISBN13
9788964951194

책 속으로

지하철에 불이 났다.
수많은 사람들이 화기(火氣)와 연기에 호흡기가 상했고, 수십 명이 질식해 죽었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은 불길에 재가 되었다. 노인의 스물여덟 난 딸도 죽었다. 아니, 죽었을 것이라 했다. 시체가 확인되지 않았으니 아직 죽은 것은 아니던가.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딸 이름은 지금 실종자 명단에 올라 있다. 노인은 텔레비전 뉴스 속보를 보고 딸의 변고를 의심했고 휴대전화로 안부를 확인하고자 했다. 딸은 응답하지 않았다. 딸의 하루 행적을 너무나 잘 알고 있던 노인으로선 숨이 넘어가도록 통탄스럽다. 그 시각에 딸이 그 지하철에 있었을 게 너무 분명하기 때문이다. 미치도록 아니길 바랐지만 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전화를 받지 못하는 상태라니. 그런 처지에 있다니.
사고대책본부 전화도 불통이었다.
딸의 휴대전화 번호를 수십 번 누르던 노인은 사고 장소로 뛰어간다.
지하도 입구는 아수라장.
들어가려는 사람들과 통제하는 사람들의 몸싸움 터.
사고가 난 지 벌써 10시간이 지났다. 참상의 현장은 빠르게 정리되고 있었다. 노인의 몸도 통제하는 사람들 몸에 제지당한다. 막무가내로 돌진하던 노인의 몸이 통제하는 사람들 발 앞에서 갑자기 무너진다. 정신을 놓은 것이다. 구급대원들이 들것에 옮기려는데 정신이 돌아온다. 정신을 찾은 순간, 노인 입에서 나온 말.
- 잊어버리는 약 있으면 좀 주시오.

늘 그러했듯 딸은 아침 8시에 집을 나섰다.
지하철역까지 노인이 태워주었다. 자전거 뒷자리에 딸을 태워서 지하철 내려가는 계단 입구에 내려주었다. 휴일이 아닌 아침마다 볼 수 있는 부녀의 일상이었다.
딸은 아직도 마냥 어리고 어여쁘기만 한 스물여덟.
남들은 시집보낼 나이가 되었다고, 다 컸다고 말하지만, 노인에겐 아니었다. 그 여리고 고운 손과 병아리 같은 피부와 구슬이 구르는 예쁜 목소리 어디에 어른의 자취가 있다는 말인지. 벌써 시집이라니. 그런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다. 좀 더 곁에 두어야 했다. 딸의 출근길과 퇴근길을 함께 하는 일도 노인한테 큰 기쁨이었다.

늦둥이 딸, 미나.
잉태 소식을 들었을 땐 걱정부터 앞섰다. 부부의 나이가 쉰에 가까웠으니까. 그래도 포기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새삼스러웠지만 아내의 배가 불러올수록 걱정만큼 기대도 커졌다. 첫째를 가졌을 때 마음과 분명 달랐다. 그러나 처음엔 달라진 마음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냥 하루하루 삼가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아내가 ‘태교는 당신이 하나봐요’ 하고 웃었을 때 노인은 웃지 못했다. 맏이인, 미륵이 생각이 났던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미륵을 가졌을 때는 어떤 마음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태교란 말을 듣는 순간 노인의 기억이 아득한 과거로 달려갔다. 미륵이 태어났던 날이 떠오르긴 했다. 강보에 싸인 모습을 들여다보던 자신의 뒷모습이었다. 그랬다. 미륵은 태어나던 날 비로소 노인의 아들이 되었다. 아내 배속에 깃들었던 열 달은 노인 마음에 없었다. 그러니까 아내 말이 거짓은 아닌 것이다. 아버지도 태교를 해야 한다면, 미륵한테 아버지 태교는 없었다.
아내가 웃는데 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미륵이 대학생이 되도록 둘째 소식은 없었다.
부부한테 아무런 문제가 없고 피임도 하지 않았지만 소식은 없었다.
그러나 애타게 기다리지도 않았고 애타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 일에 대해선 부부 생각이 같았다. 자식이 없는 것도 아니니 그냥 삼신할미께 맡겨 두자는 심정이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포기가 되었다. 세월이 흘렀고 누가 봐도 가망 없을 나이가 되었으니까. 삼신할미는 부부를 잊었고 부부도 삼신할미를 잊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삼신할미가 다시 부부를 기억해낸 모양이었다.
처음엔 아내 몸에 큰 병이 생긴 줄 알았다.
의사 앞에 앉아있었던 그 짧은 순간이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결혼을 하고 난 뒤로 그렇게 긴장했던 때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기 소식을 듣고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헷갈렸다. 안도와 허탈과 신기함과 걱정이 뒤섞인 묘한 감정이었다. 그래도 마지막을 장식한 감정은 기쁨과 기대였다. 사실 듣는 순간 웃었다. 복잡한 감정의 변화는 웃음 뒤에 눌려 드러나지도 않았다.
미나는 그렇게 왔다.
어디서 그런 보물이 왔는지 날마다 고마웠다. 처음 가진 자식이 아니었으니 처음 겪어보는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달랐다. 자라는 걸 지켜보는 일이 새삼스럽고 행복했다. 미나는 귀했고 귀한 자식을 보살펴줄 수 있는 스스로가 대견했다.
그랬다. 딸의 탄생은 노인을 많이 바꾸어놓았다.
칼 퇴근은 기본이고 퇴근해서 잠잘 때까지 딸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무엇이 그를 자식한테 그토록 집중하게 했을까. 분명 맏이를 키울 땐 그렇지 않았다. 그는 변했다. 너무도 큰 변화이지만 정작 스스로는 변화에 대한 자각이 없었다. 주위에서 하는 소리가 노인의 행동에 대한 답이 되어 줄지도 모르겠다. 늦게 얻은 자식이라 더 예쁜 거라고. 그러나 의식하지도 못하는 변화의 이유 따위에 관심이나 있었을까.
맹목의 사랑은 시간과 함께 달려갔다.
딸이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노인은 이미 퇴직자였다. 퇴직 후 남아도는 더 많은 시간도 몽땅 딸의 일정에 맞추었다. 학교에 데려다주고, 등하교 시간에 맞추어 밥상을 차렸다. 딸이 직장을 잡았을 때도 일상은 변치 않았다.
그러니 딸의 행적을 노인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어느 시간에 어디에 있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까맣게 몰랐다. 정작 딸이 떠나는 시간은 몰랐다. 미나는 이미 10시간 전에 이승을 떠난 것이다. 노인은 그 시간에 시장에 가서 귤을 샀다. 그리고 집에 와서 편안하게 귤을 먹고 있었다. 딸이 화염에 휩싸여 아버질 부르고 있던 시간에 귤을 먹고 있었던 것이다. 미나는 귤을 좋아했다. 집에 돌아오면 좋아하겠지, 하며 귤 상자를 보며 흐뭇해했다. 텔레비전을 켜지 않았다면 그것도 모르고 문자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퇴근길, 미나는 지하철을 타면 문자를 보냈다. ‘미나’라고. 그 문자는 부녀 사이의 약속이었다. 지하철을 탔다는. 기다리던 문자를 확인한 노인은 신나게 자전거를 몰아 지하철역으로 달려갔고 언제나 먼저 도착해 딸을 기다렸다.

- 미나야─ 대답해─
초점 없는 눈으로 앉아 있던 노인이 갑자기 놀란 듯 주머니를 뒤진다. 주머니에서 꺼내 든 휴대전화. 노인은 휴대전화를 빤히 바라본다. 그리고 기도하듯 번호를 누르고 기대에 찬 얼굴로 휴대전화를 귀로 가져간다. 받을 리가 없다. 노인 얼굴이 점점 일그러진다. 일그러진 얼굴이 펴지나 싶은 순간, 전화를 부여잡고 울부짖는다.
- 미나야─ 이 자식아─ 대답해─

--- 본문 중에서

줄거리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늦둥이 딸을 잃고 힘겨워할 때 따로 사는 아들 미륵의 화풀이 속에서 노부부는 아들을 외면하게 된다.
미륵은 죽은 자식만 자식이냐고, 그만 잊고 사람처럼 살라고 한다. 마음 편히 살 수 있도록, 신경 쓰이지 않게 해 달라고도 한다.
원망만 늘어놓는 미륵의 방문은 노부부를 더 기막히게 했고, 그 아들은 투정만 하다 돌아갔다.
서로의 눈에서 절망을 읽은 부부는 놀라 눈길을 피한다. 제발 오지 말았으면……. 그것은 거짓 없는 마음이었다.
아들 미륵은 딸을 잃은 지 두 달도 지나기 전에 노부부에게 화를 내질렀다.
“그만 잊으세요!”라고.
노부부의 입장에서는 그런 방법이 있다면, 억만금을 주고라도 배웠을 것이다. 잊어버리는 방법만 있다면.

적막을 깨는 초인종 소리.
그 소리가 왜 반가웠던 걸까.
아무도 보고 싶지 않았고 문밖을 나가고 싶지 않았던 부부는 그래서 은둔자처럼 살고 있었다. 아들이 그 때문에 화를 내지 않았던가.
노부부의 집을 방문한 이웃집 소년의 엄마는 부모를 뵈러온 것 같다며 놀다 갔다. 딸처럼 생각해도 된다는 말도 했다.
그날 노인은 소년의 엄마 앞에서 울었다. ‘딸처럼’이라고 하는 순간 갑자기 터진 울음이었다. 어떻게 해볼 새도 없이 죽은 딸 미나가 가슴으로 뛰어 들어왔기 때문이다.
존재 자체로 원망의 표적이 되어버린 노파.
그로 인한 시부모와 아들과 며느리의 갈등. 핵가족화가 불러오는 현대사회의 어두운 면의 일단이다.

“늙은이가 짐짝은 아니다.
진짜 효자는 행복하게 사는 자식이다.
행복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자식이다.
네 막연한 욕망이 부모를 얼마나 슬프게 했는지 알까.
너희들만 나타나면 살아있는 게 욕이 되었다.
부모의 존재 때문에 다투는 자식.
그걸 눈앞에서 보고 있어야 하는 부모.
그보다 서글픈 불효가 있을까.”

노인의 기억이 떠나가고 있다.
소년은 그것을 본다. 소년의 감각이 노인의 기억을 감지하고 있다고.
소년은 감당하기 힘들다. 너무 많은 것을 감지하느라 혼란스럽다. 그래서 그만 울음이 터진다. 소년은 노인을 알아보지만 기억이 사라지고 있는 노인은 소년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저 낯선 아이가 울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감각을 말로 전달하는 건 불가능이다.
사람들이 말로 하라고 할 때마다 소년은 절망했다.
도대체 말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소년은 피아노로 감각을 전달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얌전히 앉아 밥도 잘 먹었고 장난감을 던지거나 하는 거친 행동도 없었던 소년은 이유 없는 울음만 아니라면 정말 예쁜 아이였다. 한글도 일찍 배웠고 혼자 동화책도 잘 읽었다. 그런데 말을 하지 않았다. 어떤 요구도 말로 하지 않았다.

그런데 기적이었다. 아들의 마음과 말을 대신할 귀인을 만난 것이다.
피아노 학원은 몇 달 밖에 못 다녔다. 피아노를 집에 들여놓자 학원에 가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학원에만 가면 피아노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아 결국 피아노를 사게 되었고, 학원은 의미가 없어졌다. 아들이 학원에 간 이유는 오직 피아노 때문이었던 지도 모른다. 학원에서도 선생님의 지도대로 잘 따르지 않았다. 치고 싶은 게 늘 따로 있었다. 비록 고분고분한 제자는 아니었지만 선생님은 아들의 손놀림에 놀랐다. 피아노 천재라고 했다. 엄마는 천재란 소리보다는 아들의 변화가 반가웠다.
사실 아들의 연주 실력은 나날이 늘었다. 듣는 사람마다 감탄했고, 학교에선 피아노 천재로 불렸다. 그렇거나 말거나 엄마의 관심은 다른 데 있다.

두 사람은 지금 노부부 영혼과 함께이다.
피아노 앞에 앉은 소년과 소파의 엄마는 막 세상을 떠나는 노부부의 영혼을 배웅하고 있다.
그들의 조용한 배웅을 아무도 모른다 해도 없는 것이 될 수 없다.
의식은 사라지지도 않고 없앨 수도 없으니 말이다.

소년은 피아노 덕분에 많은 것이 달라졌다.
피아노를 매개로 하면 대화가 훨씬 수월했다. 울고 난 뒤에는 한참동안 밥도 먹지 않고 벽만 보고 앉아 있던 버릇이 사라졌다. 주체 못하던 감정 투정이 없어진 것이다. 투정부리는 대신 피아노를 쳤고 연주를 하는 동안 평온해졌다. 연주가 끝났을 때 질문을 하면 대답도 했다.

“할아버지가 죽었어.”
피아노에게 말하듯 아들이 말한다.
이 말에 엄마의 놀란 눈이 허공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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