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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겨울 발자국 사랑일까요 뭍으로 그런 이별 피천득을 읽으며 언제나 늦다 어떤 밤 상실의 밤 낯선 그대가 계속 낯선 까닭 가위로 그리는 동그라미 사랑, 사랑 노력 없는 일 말하지 못하는 마음 첫 번째 편지는 이렇게 마칩니다 봄 환호 Dear, Tulip 1 Dear, Tulip 2 이름 붙이지 않아도 되는 사랑 고르는 일 고백 그늘진 빛 여수, 밤, 바다 순천에서 여행이랄지, 사랑이랄지 고요하고 아름다운 나를 사랑할 당신은 네게 관여하고 싶은걸 그러니까 사랑은 말의 날 여름 바다, 아니면 숲. 아니면 사랑, 강 앞에 서 있는 사람 바다가 아니어도 버드나무 밑에서 놀이동산과 공원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에 숲을 걷는 그대에게 시가 되기를 당신께만은 오로지 말꽃이 번지는 때 깊을수록 그대의 밤 저 바다가 하듯 돌연히 불어온 당신 낯설어 하기를 아름다운 그림자, 당신 조용하고 오래된, 사랑스럽고 우아한 가을 사랑을 이루는 순간들 어떤 모든 순간에 불을 밝힐 테에요 이해로 다가가는 마음 바닷길을 걷겠습니다 예지에게 사랑의 계절 모든 것이 사랑 캄캄한 중에라도 또 편지할게요 새하얘집니다 오늘은 파도가 높습니다 말이 없어지는 때 내 사랑이 달이라면 지금 내 앞의 바다 바다에서 숲으로 이어지는 길을 걸으며 우연한 조각 헤매는 글이, 사랑이 눈길을 모아 풀꽃과 사랑 여름엔 편지를 부칠 거예요 RE: prologue Epilog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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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 같은 것이 남아 있습니다. 누구의 것인지 알지 못합니다. 어떻게 지워버리는 지도. ---「발자국」중에서
딸깍. 딸깍. 불을 켜고 끄는 것은 이렇게 쉬운데 어째서 고르는 일은 그리도 힘든지. 물건만 못 고를까요. 마음도, 말도 잘 고르지 못합니다. 하물며 사람이야. 필요하다 하여 덥석덥석 집었다 놓을 수가 없는 겁니다. ---「고르는 일」중에서 그러니까 사랑은 당신과 나의 일이기도 했지만 나와, 또 그냥 나의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나와 세상의 일이기도 하면서 그저 세상의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사랑은」중에서 말은 너무 빨라서 마치 종이 모서리에 베인 때처럼 어느 순간인지도 모르게 상처를 냅니다. 그래서 글이 좋아요. 몇 번이고 고쳐 쓰곤 합니다. 나도 모르게 담은 말의 날은 걷어내고, 조금 모자란 말은 채우고, 다 담지 못한 마음에 글자를 하나 바꾸어보기도 하며 더 마침맞은 말로 만듭니다.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방식임을 압니다. 그렇게 조금 더 알맞은 말을 써낼 때 피어나는 사랑을 느껴요. ---「말의 날」중에서 이 길의 끝은 바다, 아니면 숲. 그도 아니면 사랑일 수 있을까요. 나는 그저 걷고 있습니다. 이 길 끝이 바다거나 숲이기를. 아니면 사랑이기를 바라면서. 바다와 숲 같기를, 아니면 사랑이기를. ---「바다, 아니면 숲. 아니면 사랑,」중에서 내가 사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힘은 무엇도 아닌 나에게 있습니다. 사랑을 이루는 순간을 만들고 간직하는 건 내게서부터. 또 당신에게도 닿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사랑을 이루는 순간들」중에서 그렇게 사랑은 시선 끝에 머물렀던 풍경으로, 또 어떤 날엔 어느 이의 입가에 맺혔던 미소로 계절 속에 녹아있습니다. 그리하여 나의 모든 계절이 사랑이었습니다. ---「사랑의 계절」중에서 그러나 이제는 이런 것들을 더욱 시선에, 마음에 붙잡아두고 싶습니다. 늘 그 자리에 있는 것, 작은 것, 알아차리기 힘든 것, 사소하고 어쩌면 초라한 것. 옆구리에 붙어 웅크리고 누운 까만 개, 늘 그곳에 있을 줄 알았던 작은 뒷산, 나무, 꽃, 사랑하는 할머니와 함께 누웠던 겨울날의 단칸방 같은 것 말입니다. ---「지금 내 앞의 바다」중에서 이런 생각이 듭니다. 결국 다 같은 말인데 이런저런 낱말을, 문장을 헤매는 것이 마치 사람 같기도 사랑 같기도 삶 같기도 하다고요. 우리는 매일, 그렇게 평생을 같은 곳과 사람을 돌고 돌며 헤매는 건 아닐까요. ---「헤매는 글이, 사랑이」중에서 말하자면 길을 잘못 들었습니다. 허나 잘못 든 길에도 풀꽃은 피고 그리하여 그 길 끝에 사랑이 남더라는 겁니다. 분명 이 길에도 풀꽃이 피고 어느 구석쯤엔 사랑이 묻어있을 거예요. 그러니 다만 걷는 것입니다. 가만가만 둘러보며. 풀꽃과 사랑. ---「풀꽃과 사랑」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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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지기도 하고 모이기도 했던 말들
계절 속에 녹아 있는 사랑의 순간들 붙잡으려 애쓸수록 속절없이 흩어지던 말과 사랑 사랑하는 모두에게, 모든 사랑에게 쓰는 편지 Summer Letter 오늘은 파도가 높습니다 상실의 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왔지만 여전히 어깨를 움츠린 채 걷습니다. 겨울의 흔적이 채 가시지 않은, 찬바람 부는 날이었습니다. 오래도록 비가 내렸고, 오래도록 해가 지지 않았습니다. 뜨거운 기운이 가실 때쯤, 부치지 못할 한 통의 편지를 씁니다. 흩어지기도 하고 모이기도 했던 말들, 계절에 녹아 있는 사랑의 순간들, 붙잡으려 애쓸수록 속절없이 흩어지던 말과 사랑. 모두 흩어지도록 내버려 둔 채 달아나고 싶던 날도 있었으나, 도리어 마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에 모든 계절의 사랑과 말을 모았습니다. 자주 헤맸고 불안했던 글과 사랑을 모아 이 계절에 부칩니다. 사랑하는 모두에게, 모든 사랑에게. / 절망이 커다란 파도로 닥쳐올 땐, 도리 없이 눈을 감고 맙니다. 귀댁 내 건강과 안녕을 기원합니다. 귀하의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하고 있는 분 중 아래의 대상자가 주민등록상 사망으로 확인됨에 따라 피부양자 자격이 상실되었음을 통보하오니... ‘귀댁 내 건강과 안녕을 기원합니다’ 라는 말로 시작되는 편지가 온 것은 장례를 마친 지 엿새째 되던 날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치매였습니다. 내 세상 속 가장 크고 강했던, 굳건한 사랑의 시작이었던 사람이 무너지는 모습과 끝내 그를 잃었다는 사실은 나를 절망과 후회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아무리 고된 길에도 다만 한 송이의 풀꽃이 자라지 않겠느냐고, 확신에 차서 말하던 나는 없었습니다. 절망이 커다란 파도로 닥쳐올 땐 도리 없이 눈을 감고 맙니다. 많은 날에 파도가 높았고, 그 앞에서 눈 감는 날이 잦았습니다. 눈을 감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사랑이 묻은 계절을 꺼내어 보는 일 밖엔 없었습니다. 시선 끝에 머물렀던 풍경으로, 어느 이의 입가에 맺혔던 미소로 남은 사랑… 그렇게 모은 계절을 지금에서야 부칩니다. 마른 펜과 종이를 찾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다 마르지 못한 종이를 쥐었으니 내내 슬플 것입니다. 밤마다 물가를 서성일 것입니다. 잔잔해서 고마운 파도가 찾아 들길 바라며. summer letter, 오늘은 파도가 높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