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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 잃어버린 애착인형 나에게 주는 생일 선물 완벽한 손톱깎이 투자를 위한 소비 무쇠 팬 길들이기 떠나지 마, 골드스타 머피의 잇템 샤넬 백과 에코백 서울살이와 오디오 울부짖는 냉장고 젓가락의 맛 나를 위한 한 끼 내 생애 가장 잘 산 물건 왜 사는가 1 2 당신의 지도에는 없는 나라 취향 없는 사람 1 슈퍼마켓에서 길을 잃다 트렌치코트의 의미 도둑 안 맞는 자전거 취향 없는 사람 2 물건은 사기보다 버리기가 어렵다 쓰레기가 되지 않을 물건 노동자의 침대 디지털의 끝은 어디일까 사진은 카메라가 찍는 게 아니다 서재 정리하기 굿바이 미스터 테일러 왜 사는가 2 3 인생을 트렁크 하나에 담을 수 있다면 아무것도 없으면 모든 것이 새롭다 완벽한 커피를 찾아서 가난뱅이의 쇼핑 개도 좋아하는 신발 모던 히피 라이프 농경민과 유목민 물욕 없는 사람 캐시미어의 힘 하는 김에 이건 그냥 밥통이라고요 달려라 혼드 왜 사는가 3 |
이숙명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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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내 돈 주고 손톱깎이를 살 땐 인생의 큰 비밀을 알아버린 기분이 들었다. 한 세트의 가구를 꾸린다는 건 이렇게 티도 안 나는 숱한 것들에 돈을 쓴다는 의미였구나. 가끔 자취를 안 해본 친구들이 “너는 혼자 사는데 뭔 짐이 이렇게 많냐?”고 물으면 손톱깎이를 예로 들며 항변했다.
“혼자 산다고 살림이 4인 가구의 4분의 1이 되진 않아. 네 돈으로 손톱깎이를 사보면 알게 될 거야.” ---「완벽한 손톱깎이」중에서 사람들은 누가 유럽 여행을 하다가 소도시 갤러리에서 우연히 발견한 추상화나 조각상에 홀딱 반해서 종종 생각난다고 말하면 고상하게 여기면서, 공산품의 아름다움을 칭찬하면 속물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조형미라는 건 예술품이건 일상 소품이건 어디에건 깃들어 있다. 현대 설치미술 전시회에 가보면 온갖 생활 폐기물이 예술이란 이름으로 나뒹구는데, 그에 비하면 요즘 나오는 가전제품들이 훨씬 아름답다. 그러니 그걸 보고 설레는 건 죄가 아니다. 요구르트 할아범도 이쯤은 이해해줄 것이다. ---「울부짖는 냉장고」중에서 내가 한때 사랑했고 여전히 가치 있지만 내게는 필요 없어진 물건이 다른 누군가에게 행운의 선물이 되어 다시 사랑받는 것. 그거야말로 내가 중고거래를 좋아하는 결정적 이유다. 단지 물건을 처분하고 싶다면 고물상을 불러 한 방에 보내는 게 간단하다. 하지만 나는 나의 물건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고 싶었다. 모든 물건에는 그것을 설계하고 만든 이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것이 쉽게 버려지기를 원치 않는다. 그때 나는 오랜 친구들과 공들여서 긴 이별을 하고 있었다. ---「당신의 지도에는 없는 나라」중에서 나나 이곳 이민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엄밀히 말하면 히피 보다는 정장에서 캐주얼로 갈아입고 시골로 내려간 여피에 가깝다. 히피들이 색바랜 스카프를 주렁주렁 늘어놓고 ‘Don’t grow up’ 따위 카피를 써 붙인 방갈로에서 장기투숙하며 자아와 투쟁할 때, 조기 은퇴 자금과 크라우드펀딩으로 에코 리조트를 짓고 투숙객들의 돈을 긁어모아 유유자적 사는 사람들이랄까. 그래서 ‘히피’에 ‘모던’을 더한 거라고 주장한다면, 글쎄 애초에 ‘모던’과 ‘히피’가 어울리는 단어이기나 한지 의문이다. 대체 이게 무슨 60년 전통 김할머니 비건 곰탕 같은 소리냔 말이다. 미디어에서 그럴싸한 억지 네이밍을 만들어낼 때는 상업적인 의도를 먼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모던 히피 라이프」중에서 손빨래가 익숙해지자 다음엔 ‘하는 김에’라며 간단한 슬리브리스 탑과 요가 바지를 넣어보았다. 그다음엔 역시 ‘하는 김에’라며 티셔츠를 몇 장 넣었다. 건조대가 모자라서 집 앞 나무에 빨랫줄을 걸었다. 다음엔 바지를 빨았다. 그런 식으로 하는 김에, 하는 김에 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나는 묵직한 전신 타월과 이불보까지 발로 밟아 빨고 있었다. 이건 내가 부자라서 할 수 있는 일이다. 시간 부자. 나는 돈 대신 남아도는 시간으로 맑은 공기와 태양을 샀고, 그래서 세탁기를 버릴 수 있었다. 나는 발맹 스타일 셔츠를 입고 빨래를 밟으면서 생각한다. ‘이게 바로 럭셔리구나.’ ---「하던 김에」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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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오랜 친구들과 공들여서 긴 이별을 하고 있다.”
나를 둘러싼 물건들과 마주하며 찾은 삶의 방향 걸리는 것 없이 자유로웠던 저자의 인생에 딱 한 가지 장애물이 있다면 그것은 물건들이었다. 삶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아니 좋아하지 않는 것이 없는 것들로 가득 채우기 위해 영점에서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었다. 월셋방을 빼고 가구와 가전제품을 팔고 한때 저자의 공간을 빼곡히 채웠던 것 중 일부만 남기고 나머지는 버리거나 팔거나 기부했다. 15년 전 재활용센터에서 1,000원에 사서 마르고 닳도록 쓴 낡은 그릇은 후배의 애정템이 되었고, 뉴욕 구매 대행을 감행해 공들여 공수해왔던 마르지엘라 드레스는 단돈 3만 원에 육아에 지친 여성에게 따듯한 위로가 된다. 실수로 가품 가격에 팔아버린 정품 버버리 트렌치코트는 어떤 이의 위시리스트에서 나와 근사한 선물이 되었다. 삶이 버거울 땐 저자처럼 조금 덜어내 보는 것도 좋겠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낼지 우선순위를 정하다 보면 흩어져 있던 내가 조금 더 선명해지고, 지금 나에게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발견할 수 있다. “이 물건이 없다면?” “인생을 트렁크 하나에 담을 수 있을까?”라는 물음은 자연스레 내게 가장 중요한 것, 좋아하는 것, 나아가 어떤 결의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지로 이어진다. 더하기에 지쳐 내가 흐릿해질 때, 도대체 나는 무얼 위해 달리고 있는지 불쑥불쑥 답 없는 물음이 터져 나올 때 이 책이 지금 삶의 중심을 어디에 두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