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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마지막 별
01. 그라디아 공작 영애 02. 젤디온의 황태자 03. 늙은 여우의 굴 04. 갈림길 위의 부엉이 05. 어린 여우 구출 작전 06. 첫 번째 무도회 07. 마도시대의 유물 08. 관계의 변화 09. 디세온 R. 코넬리언 10. 귀환 11. 샤일롯의 호수 12. 금발의 불청객 13. 페르디의 어린 뱀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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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짊어진 것이 많은 자다.”
“…….” “그래서 나의 결정은 결코 충동적이어선 안 된다.”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건가요?” 달빛을 등진 디세온의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내려앉아 그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 아이딘은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디세온의 얼굴을 밀어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의 그림자에 끌어안기듯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생각하고, 고민하고, 의심하고, 결정할 것이다. 그러니 그대도 생각해.” “무…엇을요?” “모르는 척하는 것인가?” “전하가 하는 말, 단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네요.” “나를 생각해.” “…네?” “내가 없는 동안 나를 생각하라. 끊임없이. 계속해서 나를 생각하고, 떠올리고… 오늘의 말을 기억해.” 코끝이 닿을 듯 가까워진 거리에 숨이 막혀 온다. 아이딘은 거칠어진 숨을 감추기 위해 애써 심호흡하며 이제는 선명하게 보이는 디세온의 파란 눈동자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 눈빛에 사로잡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수가 없었다. “나보다 느려도 상관없다. 나는 결정할 것이고 그 결정을 바꾸지 않을 테니까. 그대가 느리게 도착하더라도 충분히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저, 전하?” “내가 돌아오면… 그땐 이름을 불러. 그대가 직접 지어 준 디온이라는 이름도 상관없다.” “…….” “아이딘, 도망치지 마.” 저도 모르는 사이에 뒤로 물러났던 모양인지 그녀에게로 성큼 다가온 디세온이 아이딘의 허리를 잡아 자신 쪽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마치 그에게 춤을 배웠던 그 순간처럼 한 호흡이 흐트러지기도 전에 닿아 버릴 만큼 가까이에 그가 있었다. “돌아오면, 그대에게 도망갈 기회 같은 건 없을 거야.” “…….” “그게 싫다면 내가 없는 사이 도망치는 것도 방법이지.” “…제가 이곳을 함부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잘 아시는 분이 할 말은 아니지 않나요?” “내게는 행운이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지 키득거리며 웃기 시작한 디세온이 아이딘의 허리에 감았던 손을 풀지 않은 채 그녀의 턱을 살짝 잡아당겨 그의 얼굴을 마주 보도록 했다. 새파란 눈동자. 그 안에서 넘실거리는 정체 모를 감정에 숨이 막혀 온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