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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
문학동네 2018.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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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自序
슈테판의 회상
나의 회상
파델의 회상
슈테판의 또다른 회상
나의 또다른 회상
파델의 또다른 회상
우리들의 모래도시

저자 소개 1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자라고 대학 역시 그곳에서 다녔다. 오래된 도시, 그 진주가 도시에 대한 원체험이었다. 낮은 한옥들, 골목들, 그 사이사이에 있던 오래된 식당들과 주점들. 그 인간의 도시에서 새어나오던 불빛들이 내 정서의 근간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밥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고 그 무렵에 시인이 되었다. 처음에는 봉천동에서 살다가 방송국 스크립터 생활을 하면서 이태원, 원당, 광화문 근처에서 셋방을 얻어 살기도 했다. 1992년 늦가을 독일로 왔다. 나에게는 집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셋방 아니면 기숙사 방이 내 삶의 거처였다. 작은 방 하나만을 지상에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자라고 대학 역시 그곳에서 다녔다. 오래된 도시, 그 진주가 도시에 대한 원체험이었다. 낮은 한옥들, 골목들, 그 사이사이에 있던 오래된 식당들과 주점들. 그 인간의 도시에서 새어나오던 불빛들이 내 정서의 근간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밥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고 그 무렵에 시인이 되었다. 처음에는 봉천동에서 살다가 방송국 스크립터 생활을 하면서 이태원, 원당, 광화문 근처에서 셋방을 얻어 살기도 했다.

1992년 늦가을 독일로 왔다. 나에게는 집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셋방 아니면 기숙사 방이 내 삶의 거처였다. 작은 방 하나만을 지상에 얻어놓고 유랑을 하는 것처럼 독일에서 살면서 공부했고, 여름방학이면 그 방마저 독일에 두고 오리엔트로 발굴을 하러 가기도 했다. 발굴장의 숙소는 텐트이거나 여러 명이 함께 지내는 임시로 지어진 방이었다. 발굴을 하면서, 폐허가 된 옛 도시를 경험하면서, 인간의 도시들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았다. 도시뿐 아니라 우리 모두 이 지상에서 영원히 거처하지 못할 거라는 것도 사무치게 알았다.

서울에서 살 때 두 권의 시집『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혼자 가는 먼 집』을 발표했다. 두번째 시집인『혼자 가는 먼 집』의 제목을 정할 때 그것이 어쩌면 나라는 자아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독일에서 살면서 세번째 시집『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를 내었을 때 이미 나는 참 많은 폐허 도시를 보고 난 뒤였다. 나는 사라지는 모든 것들이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짐작했다. 물질이든 생명이든 유한한 주기를 살다가 사라져갈 때 그들의 영혼은 어디인가에 남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뮌스터 대학에서 고고학을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학교라는 제도 속에서 공부하기를 멈추고 글쓰기로 돌아왔다. 그뒤로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산문집 『모래도시를 찾아서』 『너 없이 걸었다』, 장편소설 『박하』 『아틀란티스야, 잘 가』 『모래도시』, 동화책『가로미와 늘메 이야기』 『마루호리의 비밀』, 번역서 『슬픈 란돌린』 『끝없는 이야기』 『사랑하기 위한 일곱 번의 시도』 『그림 형제 동화집』 등을 펴냈다.

동서문학상, 전숙희문학상, 이육사문학상을 수상했다. 2018년 10월 3일, 독일에서 투병 중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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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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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13.16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3.3만자, 약 4.4만 단어, A4 약 84쪽 ?
ISBN13
9788954653732

출판사 리뷰

기원의 발로, 기억의 발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우리가 되찾을 시간들

2018년 10월 3일, 시인 허수경이 독일 뮌스터에서 생을 마감했다. 1964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시인은 대학을 졸업한 이후 상경, 방송국에서 스크립터로 일하다 어느 날 문득 독일로 떠났다. 독일 뮌스터 대학에서 동방문헌학을 공부하며 시집 네 권과 소설 세 권, 에세이 네 권 등을 더 펴냈다. 정처 없는 몸을, 누추하고 스러지는 마음을, 상처를 특유의 애잔하고도 물기 어린 목소리로 어루만져주었던 시인 허수경. 우리보다 한 발 앞서 외로웠고, 쓸쓸했고, 머나먼 곳으로 떠난 시인 허수경. 그의 노마드적 감성은 일찍이 한국문학에서 볼 수 없었기에 신선함으로 가득했고, 쓸쓸함의 이면에 묻어나는 고유의 따스함은 위로의 문장이 되어 독자들에게 다가왔다.

첫 장편소설 『모래도시』를 22년 만에 문학동네에서 다시 펴낸다. 2018년 11월 20일, 시인의 49재에 바치는 헌화이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그리운 목소리를 되새기고자 하는 작은 모뉴먼트라고 소개하고자 한다. 발표 당시 서른셋의 젊은 나이, ‘처음’이기에 가득한 에너지와 그래서 더욱 생생한 문장이 『모래도시』에는 살아 숨쉰다. 시간과 삶의 지층을 탐사하는 고고학적 상상력의 기원이자 시인이 시로 다 풀어내지 못한 삶과 기억의 편린을 우리는 바로 이 소설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세 명의 화자가 번갈아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마치 시인처럼 고향과 가족을 떠난 세 사람의 만남과 회상, 각자의 모래도시 속에서 난분분 흩어져내리는 과거와 현재를 이미지와 목소리로 포착해 눈앞에 펼쳐 보인다. 난마 악수의 바둑판과도 같은 서울을 떠나 독일로 유학을 간 ‘나’, 천체망원경으로만 보이는 머나먼 곳을 꿈꾸는 ‘슈테판’, 내전중인 레바논을 떠나 기원전의 사람들이 동경했던 이상향 딜문을 지금-이곳에서 그려보는 ‘파델’. 머나먼 곳을 꿈꾸는 세 명의 젊은이들이 독일의 한 대학에서 만나 이어지고 스치며 마음과 기억이 교차한다.

그녀는 도대체 어디에서 저런 사무친 얼굴을 가지게 되었는가. 너의 시간, 내가 너에게서 너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나는 너를, 너의 지나온 시간을 해독할 수 있겠는가. _142쪽

나는 그때 이 세상에는 이해라는 방식을 통하지 않고도 그냥 전해져오는 사람들 사이의 느낌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 커튼이 내어놓은 아주 작은 틈으로 들어온 햇빛이 이야기하고 있는 그의 얼굴 위로 잠시 잠시 스쳐지나갔다. 그때마다 그의 주름 사이로 햇빛은 마른 건초를 말리는 가을빛처럼 스며들었다. 그 빛은 그를 조금씩 조금씩 말리고 저러다 그는 다 말라 가루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상한 일은 그는 마르지만 내 마음은 우윳빛 은하수가 가득 차오르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_24쪽


“내가 이 먼 여행을 한 것은
‘머나먼 곳’이라 불리는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소설은 뚜렷한 줄거리 없이 이미지와 회상, 파편적인 삽화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시인이 추구해온 유목의 삶이 문득 떠오르고 사라지는 이미지-기억들과 닮아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남성적 구조라고 말할 수 있을 기승전결의 서사가 아닌 방사형으로 촘촘하게 직조한 글쓰기를 선보이는 까닭이기도 할 터이다. 기존의 서사가 하나의 굵은 줄기를 따라 이루어져 있다면, 허수경 시인의 첫 장편소설은 까만 잉크가 여기저기 떨어져내리고 거기에 물기가 스며 천천히 원을 그리며 퍼져나가는 모습으로 상상해볼 수 있다.

‘회상’과 ‘또다른 회상’으로 진행되는 목차 역시, 삶과 기억과 시간은 단선적으로 직진하는 것이 아니라 굴절하고 번복하며 때로는 난데없고 켜켜이 쌓이고 또다른 모습으로 다가옴을 반영하고 있다. 나, 슈테판, 파델 모두 가족과 시대의 상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지만, 망막한 폐허와도 같은 모래도시 속에서 반짝이는 파편을 쥐고 생을 감각한다. 생의 아름다움과 고통은 저마다 다르기에 시인은 자신과 자신의 삶을 닮은 모습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아, 아, 나는 지독히도 살고 싶었던 것이다, 그 도시에서. 희망이 없다고 말하기에도 지쳐버린 그 도시에서, 나는 희망이 있다는 말을 진심으로 하며 살고 싶었다. 희망이 있다, 나에게, 그 도시에서 사는 나에게 희망이 있다…… 진심으로 말하며 나는 살고 싶었다. 내가 원한 새로운 문장…… 그것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문장이었다. _72쪽

『모래도시』는 끝없이 유랑하는 청춘들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로 읽을 수도 있지만, 모래로 덮인 표층을 조심스럽게 걷어내보면, 이 세상으로 왔다 저곳으로 떠나는 삶의 본질을 포착해 그려낸 작품으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세 명의 주인공으로 그려지는 인물들은 모두 시인 허수경의 분신이기에 뒤미처 더욱 반갑다. 언제나 우리보다 조금 더 아팠고, 알았고, 조금 더 앞서 걸었던 시인 허수경. 마치 시인이 몰두해온 작업처럼 우리 역시 오래된 시간의 더께를 걷어내고, 머나먼 곳으로 떠난 그를, 처음으로 되돌아가, 천천히 그리고 아주 길게 만나보자. 다시 한번 허수경을 만날 시간이다.

내가 타고 있는 기차는 지금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가. 나는 그곳에서 아마도, 한참을 쓸쓸하게 걸어다니리라. 그녀는 없고 나는 혼자 남아 있으므로. 그녀와 나의 미래는 이런 것, 이런 것이었는가. 이런 미래라면, 난, 미래로 가는 것이 두렵다. 이 기차가 나를 데려다놓을 그곳에서 나는 내 최근의 꿈처럼, 그런 움직이는 그림이 되지는 않을까, 그리고, _233~2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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