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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서문 _ 죽음을 공부하며 삶을 배우다
프롤로그 _ 나에게 남은 생이 1년밖에 없다면? 1장 누구나 살면서 상실을 경험한다 “서른아홉이 지났으니 괜찮을 거야”|“왜 살아야 하지?”|슬픔에게 주는 위로|“죽으면 편안해질까요?”|#여자라서_죽었다|충분히 애도하지 못하고|“곁을 지켜줘서 고마워”|전혀 알지 못했던 이별|탄생과 죽음, 그 사이에 있는 것 2장 죽음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 죽음을 모르니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 _ 철학적 관점|때가 되면 옷을 갈아입듯 _ 불교적 관점|그는 죽었으되 죽지 않았다 _ 그리스도교적 관점|삶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는가 _ 유교적 관점|삶과 죽음을 연결하는 다리 _ 의례적 관점|우리 모두의 죽음과 나의 죽음 _ 시대적 관점|존엄하게 죽고 싶다, 안락사 _ 윤리적 관점|반려동물의 죽음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_ 반려인의 관점|하나뿐인 존재로서의 당신을 기억합니다 _ 애도적 관점 3장 삶의 질을 높이는 죽음 준비 나이 듦 수업|묵은 감정을 풀어내는 용서와 화해|호스피스?완화의료, 의미 있는 돌봄|이렇게 죽고 싶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떠나기 전에 정리해야 할 것들|마음의 유산을 남기는 유언장 쓰기|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을 남길 것인가|나는 어떤 사람이었나, 자서전 쓰기|삶을 원하거든 죽음을 준비하라 4장 마흔에서 아흔까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른으로 산다는 것|이타심도 인간의 본능이다|은퇴 이후의 삶|나에게 집중하는 자기 돌봄|죽음을 이해하고 삶을 만나는 법, 독서|감정일기, 삶의 질을 높이는 연습|내 안의 분노 바라보기|내면의 고요함을 찾는 명상|글쓰기를 통한 내 목소리 회복하기 에필로그 _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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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모습의 삶을 살아도 괜찮다는 걸, 절망적인 순간에도 무언가 작은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걸 알기도 전에 아버지는 떠났다. 아픈 아버지와 음식을 나누고, 노래를 듣거나 나들이를 하고 곁에서 마음을 털어놓는 소소한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 아버지의 마지막 삶을 떠올리는 건, 적어도 내게는 아쉬움이며 부끄러움이다. 암 선고를 받은 날 이미 생명의 반이 꺼져버린 아버지의 고통을 나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치료 과정에서 급속하게 쪼그라들던 아버지의 영혼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각종 수치나 사진으로 드러나는 병의 실체를 줄이는 일에 집중하느라 정작 병과 맞서고 있는 아버지를 살펴볼 여유가 없었다. 그럴 만한 마음의 깊이도 없었다.
---「1장 “왜 살아야 하지?”」중에서 그에 비해 소크라테스는 현세적인 삶만 절대시하거나 내세의 삶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선입견 없이 초연하게 죽음을 마주했다. 철학을 죽음의 훈련 또는 죽음의 연습 과정으로 보았고 죽음을 정의, 선함, 아름다움, 경건함 등과 같이 알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죽음이 무엇인지 알 수 없기에 미리 두려워하거나 피하고자 애쓸 필요가 없으며, 죽음을 인간이 겪는 최악의 사건으로 간주하고 피하려고 발버둥치는 것은 무지(無知)를 자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죽음을 종말이나 허무로 이해하기보다 중립적인 무지라고 여기고, 죽음이라는 무지를 자각함으로써 죽음을 넘어설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2장 죽음을 모르니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중에서 죽음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는 분위기 때문인지 호스피스?완화의료는 물론이고 심폐소생술 금지(Do Not Resuscitate, DNR) 결정, 사전 의사결정 등의 과정에서 환자는 거의 배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말기 암 환자들 대부분은 말기 암 진단 이후에도 의료 이용 행태에 거의 변화가 없이 임종 1~2주 전까지도 항암 치료와 상태 악화의 원인 규명을 위한 CT, MRI, PET 등 진단 검사를 받는다. 중환자실에서는 환자가 사망에 가까울수록 기도삽관,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사용 등 고가의 진료를 반복하거나 사망 임박 시기인데도 단순히 호흡만 유지시킬 뿐인 치료를 이용하고 있다. 이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무의미한 연명의료는 죽음이 임박한 환자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고통을 가중시키고, 가족에게는 경제적 부담을 지운다. 게다가 죽음의 당사자인 환자를 가족으로부터 소외시킨다. 마지막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임종하는 등 외로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3장 호스피스·완화의료, 의미 있는 돌봄」중에서 자기결정이 가능해야 존엄한 죽음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삶에 있어서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하려면 삶이 잘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 죽음을 앞두고 있다고 해서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기에 굳이 삶과 죽음이라는 거창한 말을 들이밀지 않아도 자신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일은 현재의 삶에 도움이 된다. 내 삶을 정리하면 다음 스텝이 보인다. 나의 경우는 죽음을 ‘준비’하면서 삶의 습관이 조금씩 변했다. 가능하면 내가 터 잡고 있는 공간에서 정리정돈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언제 떠날지 모르겠지만 내가 떠나는 날 사람들이 떠나는 나의 모습을 아름답게 여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4장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 자서전 쓰기」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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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답게 죽고 싶다”
존엄사, 연명치료, 호스피스… 죽음의 품격을 높이는 웰다잉 “내가 혹시 죽을병에 걸리거나 사고가 생겨도 날 치료할 생각은 하지 마라. 이미 살 만큼 살았고, 억지로 숨만 붙어 있게 기계 이것저것 달고는 살고 싶지 않다. 사는 것도 아니고 숭하다.” 그렇게 말씀하시곤 하던 정숙(가명) 씨의 어머니가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 가셨다. 병원에서는 당장 호흡기를 끼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롭다고 빨리 결정을 하라고 하는데, 평소 들은 이야기가 있으니 “호흡기 끼지 않겠습니다. 평소 하신 말씀대로 편안히 보내드리고 싶어요”라고 말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 말이 선뜻 나오지 않았고 ‘나중에 후회하면 어떡하지. 치료를 했어야 했다는 죄책감이 들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결국 산소호흡기 착용 동의서에 사인을 하고 말았다. 호흡기를 착용하고 보름을 중환자실에 계시던 어머니가 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잠깐 눈을 뜨셨고 눈이 마주쳤는데, 그 눈빛은 자신을 원망하는 듯이 보였다고 한다. 그녀가 후회할까 봐 염려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과학 기술은 인간의 삶을 변화시켰다. 사람들은 지금까지와 비교했을 때 그 어느 때보다 더 오래 삶을 누리고 있으며,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나이가 들고 죽어가는 과정은 그저 의학적 경험이 되고 말았다. 나이가 들고 죽어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의료 전문가들의 손에 맡겨져 처리돼야 하는 문제가 되고 만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의료 전문가들은 죽음을 다룰 만한 준비가 되어 있을까?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는 암이다. 말기암 환자는 사실상 암을 완치하거나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가 없다. 지금은 의료진과 상의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수술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수술에 따르는 위험도 있지만 수술을 받아도 그가 원하는 삶을 되찾을 확률이 없기 때문이다. 암 선고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떠올리게 하지만, 갑작스러운 사별을 겪는 사람과 비교한다면 죽음을 준비할 시간이 주어진다는 면에서 선택의 기회와 여명이라는 선물을 선사한다. 환자는 기적만을 바라면서 남은 시간을 병원에 주로 머물러 있을 것인지, 가족이나 지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러운 죽음으로 삶을 마무리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새로 나온 신간 『사람은 살던 대로 죽는다』는 아홉 명의 저자들이 생사학(사나톨로지)과 심리상담에 기반을 두고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풀어놓는다. 후회와 고통, 두려움과 불안을 마주하기 위해 죽음을 바라보는 철학적, 종교적, 사회적, 문화적 관점을 다양한 시선에서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풀어냈다. 그들은 “죽음은 실패가 아니며, 죽음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고 말하면서 “오히려 죽음 준비를 함으로써 삶은 더욱 의미 있어진다”고 덧붙인다. “잘 살기 위해 잘 죽는 법을 배웠다!” 죽음의 성찰을 통한 마흔 이후의 자존감 수업 ‘오~ 하느님! 하필이면 왜 저입니까?’ 불치병 선고를 받고 죽음을 부정하면서 흔히 하는 생각이다. 그러나 죽음이란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죽음은 그저 일어나는 일이다. 착하다고 오래 사는 것은 아니며 뭘 잘못해서 죽는 것도 아니다. 죄값으로 죽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거니와 죽으면 죄값이 치러지는 것도 아니다. 사물의 자연스러운 질서가 그저 일어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우리에게 벌어지는 문제는 자연스럽게 일어날 사실을 예상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부정하며 오만하게 구는 것일 뿐이다. 그것은 우리가 죽음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죽음은 모두가 겪는 평등한 일이지만 늘 낯설고 두렵다. 심지어 오랜 기간 중병을 앓던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죽음은 여전히 낯설다. 우리는 부모님이 마치 불사의 몸인 것처럼 생각한다. 이 세상 다른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셔도 자신의 부모님만큼은 지병이 있더라도 불멸의 존재로 살아 계실 것처럼 생각하곤 한다. 그 이유에 대해 이 책의 저자들은 함께 들여다보고 그 모순을 보듬어준다. 2018년 2월부터 ‘연명의료법’ 시행에 따라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고 등록할 수 있게 되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누구에게나 다가올 임종 단계에 회생 가능성이 전혀 없는데도 무의미한 연명치료인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 투석, 항암제 투석 등을 해야 할지 정신이 온전할 때 자신의 의사를 미리 밝혀두는 문서다. 여기에 호스피스 이용 계획도 함께 밝혀둘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꼭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죽음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고 가족과 상의하였음을 내용으로 하는 상담일지를 작성하는 것이 필수라고 한다. “나는 이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쓰고도 싶어. 그런데 자식들이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만약 아프기라도 하면 제가 끝까지 치료하고 살릴 거예요.’ 이러는데 어떡해”라며 자녀 동의를 구하지 못해 작성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다고 저자는 전한다. 내가 원하는 죽음의 모습, 임종의 모습이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늙어감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고 노후대책도 하지만 죽어감,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지 않는 것이 보편적이다. 노년의 부모님을 둔 사람이라면, 또 자신의 삶을 위해서라면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지도록 이 책은 이끌어줄 것이다. 그런데 생의 마지막 순간을 잘 맞이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보려면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밖에 없다. 살면서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죽음을 앞두고 있다고 해서 원하는 죽음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죽음에 관한 사유는 그래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사유가 동반되어야 한다. 살면서 자기결정이 가능해야 존엄한 죽음도 가능하다. 많은 임종을 지켜본 이들이 한결같이 말하길, 사람은 살던 대로 죽음을 맞는다. “슬픔은 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상실 치유와 슬픔에 대한 애도, 그리고 위로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했을 때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오랫동안 상실감을 놓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나 갑작스럽게 겪은 사별은 한 사람의 지지 체계가 무너지는 것과 같은 경험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그만 잊어버려” 같은 말을 하는 경우를 이따금 볼 수 있는데, 그런 모습은 우리가 상실을 경험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돕는 데 얼마나 미숙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상실과 슬픔은 개인마다 다른 무게로 다가오기 때문에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경우도 있다.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상실과 슬픔이 해결되지는 않으며 그 감정 속에 또 다른 감정이 올라온다. 그러므로 내재된 슬픔의 고통을 표현하고 애도하면서 풀어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책의 저자들은 ‘슬픔’의 기능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슬픔은 체념에 가까운 감정이며 시선을 내면으로 돌려 스스로 상황을 파악하고 현재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별 경험 후 애도 과정에서 표출되는 슬픔의 감정은 자신과 상황을 더 깊이 효과적으로 성찰하게 하는 기능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분노가 누군가와 대항할 태세를 만드는 반면, 슬픔은 생리적인 체계를 둔화시켜 세상의 속도에 반응하며 살아왔던 지난 방식을 잠시 잊고 이미 상실했음을 수용하고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 슬픔을 완전히 표현하지 못하게 하면, 그것은 마음에 무겁게 내려앉아 감정적인 고통과 신체적인 질병을 가져올 것이다. 게다가 죽음을 둘러싼 문제에 얽힌 감정을 풀지 못하면 슬픔과 상실감까지 더해져 우울증을 유발시킬 수 있다. 이런 우울증은 분노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자신에게 향한 결과이며, 이런 우울증이 심해지면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이 책은 아홉 명의 저자들이 다양한 유형의 죽음과 상실감을 경험하면서 겪었던 용서와 화해, 분노와 슬픔, 애도와 위로, 돌봄과 연민, 억압과 용기, 자기결정권의 회복 등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때로는 목울대가 뜨거워지는 느낌으로, 때로는 가슴 아린 심정으로 읽다 보면, 특히 준비 없이 떠난 죽음과 이별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잔잔한 위안과 따뜻한 다독임으로 다가올 것이다. 더불어 죽음에 관한 성찰과 함께, 죽음까지 포함한 것이 곧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