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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적 염원과 상상의 세계. 혹은 전쟁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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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접목
회색의 땅 박토의 혼 흔들리는 고향 메아리메아리 시간의 그늘 길 작품해설/민중적 염원과 상상의 세계, 혹은 전쟁의 기원 /류보선 |
Jo, Jung Rae,趙廷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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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님, 전화받으세요.'
준구는 흐리멍덩한 기분으로 담배 연기를 날리다 말고 미스 강을 건너다보았다. 그때 그의 미간은 두어 개의 주름살을 만들며 좁혀지고 눈은 가늘게 오므라들었다. 어쩌면 턱없이 오만해보이는 것 같은 그 표정을 미스 강은 얼른 외면했다. 그건 오만이 아니라 권태였다. 한 월급쟁이의 지극히 사무적이고 탈색된 표정이 바로 그것이었다. 미스 강은 그 표정이 요구하는 바를 타이프라이터를 두들기듯 빠르고 정확하게 전했다. '누군지 밝히진 않구요, 급한 용건이니 빨리 과장님 바꾸래요.' 미스강은 송수화기를 책상 위에 놓음으로써 자신의 임무가 끝났음을 알렸다. 그러면서, 이 어항 속 같은 권태의 늪을 어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애써 충동질하고 있는 자신을 느꼈다. 사무실 남자들은 영리한 금붕어들이었다. 어느 정도로 지느러미를 움직이면 얼마만큼의 먹이가 배당되는지를 담배 한 갑에 담배 몇개비가 들어있는가보다 쉽게 알아차리고 있었다. 미스 강은 생활이라는 굴레가 강요하는 일상의 안일을 이해하면서도 남성의 건강성이나 채색을 철저히 제거해 버린 창백한 남자들에게서 인간을 잃어버린 적막을 느끼곤 했다. 준구는 아직도 남아있는 어제의 찌꺼기를 넘기듯 메마른 입맛을 쩝쩝 다시며 느리게 전화기로 손을 뻗쳤다. 사무실에 나와 첫 전화를 받으면서부터 장마철같이 지루한 월급쟁이의 하루가 또 시작되는 것이다. 준구는 그 첫번째 전화받기를 무척 고역스러워하고 있었따. ---p.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