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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천왕
겨울의 꿈은 날 줄 모른다 1억 년 전의 새 발자국 포유도 * 소묘 1 오탁번 선생과 나 - 홍부영 * 소묘 2 소년과 자목련 - 박금산 작품 서지 작가 연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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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신문과 방송도 인터넷과 모바일로 제작하는 1인 매스컴 시대가 됐다. 모두가 기자이고 아나운서이다. 정치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서 문학적 상상력이 이룬 구조보다 더 기막힌 허구가 초 단위로 생산되었다가 가뭇없이 사라져버린다.
SNS를 통하여 무한대의 속도로 뉴스와 논평이 퍼지면서 패싸움을 한다. 어느 게 진짜이고 어느 게 가짜인지 종잡을 수 없다. 일단 한 자리를 차지한 사람은 타인의 소외와 분노는 도외시한다. 오직 나의 기득권과 진영논리에 함몰되어 상대를 공격한다. 별별 야릇한 말장난이 판을 치고 사회 전체가 뜬소문으로 뒤덮인다. 얼마 전 남북이 발표한 평양선언과 판문점 군사협정을 국회 동의 없이 내각에서 비준하자 야당이 들고 일어났다. 당국은 북한은 우리 헌법상 국가가 아니므로 국회 동의는 안 받아도 된다고 맞섰다. 엉뚱한 말싸움이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망칠지도 모른다. 내가 북한의 최고 지도자라면, 즉각 핵미사일 일발 장착! 발사!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국가가 아니라고? AI가 바둑을 두고 소설을 쓰고 자동차를 모는 시대가 됐다. 기술은 날로 발전한다. 미리 유전자 검사를 해서 질병 위험이 적은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켜서 다운증후군이나 혈우병을 예방하고, 부부의 정자와 난자에다 더 건강한 다른 여성의 난자를 사용하여 심장질환을 차단하는 이른바 ‘세 부모 아기’를 만든다는, 꿈 같기는 해도 딱 벼락 맞을 기술이 나왔다고 한 게 몇 해 전이다. 또 최근에는 아예 인공수정을 할 때 IQ가 낮은 유전자를 폐기하여 머리 좋은 아기만 낳게 하는 기술이 나왔다고 한다. 이웃과 더불어 대지를 경작하고 사랑과 슬픔을 느끼며 살아가는 호모사피엔스는 이미 멸종의 시간 위에 서 있는 것일까. 나는 지구 종말이 오는 그날에도, 액막이연을 날리고 대보름날 달집 태우며, 하날때, 두알때, 사마중, 날때, 염낭, 거지, 팔때, 장군, 고드래, 뽕! 놀이를 하겠다. 왕할머니는 막내 증손자를 안고 누워 잠이 드신 모양이었다. 문 여는 소리에 아기가 끙끙거리며 왕할머니의 젖가슴을 파고들며 대춧빛 젖꼭지를 오물오물 빨기 시작했다. 아기의 궁둥이를 다독다독 다독거리는 왕할머니의 검버섯 핀 손이 호랑나비 날개만큼 가벼워 보였다. ---「작가의 말」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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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전후에 태어나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피란살이의 궁핍한 시대를 거쳐 독재와 암울했던 정치 상황을 통과해 이 자리에 서 있는 작가의 작품 세계에는 농경문화의 원형, 전쟁과 독재, 산업화와 민주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역사적 질곡이 문화적 상상력의 보고가 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작가와 작품을 통해 물리적 시간을 뛰어넘는 극적인 서사문학의 파노라마를 볼 수 있게 하고 문명사적 유적을 발굴해내는 살아있는 박물관의 활짝 열린 문을 만나게 된다.
사회혁명의 모순과 개인의 역사인식을 다룬 「굴뚝과 천장」, 유신체재를 풍자한 「우화의 집」, 고려사 내시들의 열전에서 취재하여 권력에 대한 인간의 탐욕을 비판한 「우화의 땅」, 그리고 죽음을 앞에 둔 인간들의 본능을 다룬 「혼례」와 역사소설 「미천왕」은 문학이 지닌 역사와 사회에 대한 철저한 탐색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지우산」 「저녁연기」 「맘마와 지지」 「불씨」 등은 소시민의 애환과 따듯한 인간애를 다룬 작품이며 「새와 십자가」 「달맞이꽃」 「부엉이 울음소리」 「하느님의 시야」 등은 한국전쟁을 겪으며 성장하는 소년의 시선으로 인간의 근원적인 비극과 가족의 운명적인 삶과 죽음을 다루고 있다. 1권부터 4권까지는 발표 순서대로 작품을 수록했으며, 중편소설은 5권과 6권에 따로 담았다. 작가가 걸어온 길을 따라 펼쳐지는 서사적 풍경과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볼 좋은 기회이다. 작가는 문학은 어쩔 수 없이 예술이어야 한다는 기본적이고 궁극적인 명제를 지키며 충실히 작품으로 그 실천을 보여주고 있다. 전쟁과 죽음, 삶의 다양한 굴곡 속에서도 삶과 예술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가치를 밝고 건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작가 오탁번의 작품 세계는 한국문학이 이루어낸 값진 성과라고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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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비평에서 ‘본문’은 본문이고 ‘부록’은 부록이다. 오탁번의 「굴뚝과 천장」은 실로 오랜만에 접하는 문예비평의 본문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 사실에서 연유한다. 그 하나는 예술작품이 본질적으로 내포하는 가장 곤란한 패러독스에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며, 사회적 변혁과 문학이 역사 자체가 될 때의 역비례 관계에 대한 성찰을 최초로 형상화시켰다는 점을 그 다른 하나로 들 수 있다. 그 패러독스란 예술 작품이 자족적 존재의 모습을 띠면서도 동시에 비자족적으로 규정된다는 점에 관계된다. 이 작품의 주인공의 잠적은 11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흔적도 없이 그곳에 있었다. 누워있는 게 아니라 흩어져 있었다. 흩어져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있다 없다를 초월한 상태로’ 나와, 우리와를 대면케 하는 것이다. 이 대면 속에 전율을 감지케 한 그 힘의 포착이야말로 이 작가의 예술가로 서의 정신의 높이일 것이다. - 김윤식 (중앙일보, 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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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번의 투명한 세계, 이른바 지적인 세계는 우리가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보아왔던 것들이다. 비록 『달맞이꽃』의 아름다운 영상들이 밤을 배경으로 펼쳐지고 있지만, 소설의 의미는 대낮처럼 밝다. ‘칼’에 대한 언더 플롯, ‘겁쟁이는 필요없어’라는 말의 되풀이 등, 비록 어린 아이의 행동이지만 작가는 그 행동에 뚜렷한 동기, 합리적 개연성을 부여한다. 그래서 자연히 작품 전체가 한 가지 울림을 갖게 된다. - 이어령 (문학사상,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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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와 십자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각 문장의 서술형 종결어미를 현재형으로 처리하고 있다. 게다가 각 문장은 대개 단문이면서 미문으로 다듬어져 있다. 각 인물의 복잡한 행동 양식과 사고 구조가 단문 혹은 미문 세례를 받으면서 명징성을 획득하게 된다. 이 작품은 군데군데 요의 형태를 끼워 넣고 있다. 이러한 요들은 기존의 노래에서 암시받아 작가가 만들어낸 창작 민요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면서 주로 성(性)과 가난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소설 중간중간에 시를 삽입하는 방법은 이미 고대소설에서부터 있어왔거니와 일단 이 방법은 작중의 분위기를 심화시키거나 일전시키는 데는 아주 안성맞춤인 것으로 생각되어지고 있다. 비유를 써서 말하자면 소설 속에 시나 요를 끼워 넣는 것은 환풍기를 돌리는 것과 다름이 없다. 작품 「새와 십자가」는 이러한 환풍 장치를 자주 사용하고 있어 소설 전체의 분위기를 음습하면서도 원시적인 곳으로 이끌어 가 버린다. 특히 이 작품의 거의 마지막 부분인 장례식의 대목에서는 집단 가무로 자주 나타나고 있어 독자의 공감대를 한층 더 넓혀주고 있다. - 조남현 (『한국현대문학전집』 29(삼성출판사,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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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꿈은 날 줄 모른다」 같은 작품은 순수낭만과 현실적 절망 사이의 변증법적 균형이 어떻게 유지되면서 건강성을 확보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현실적 절망은 최루탄 가스가 자욱한 대학 캠퍼스, 김소월 같은 시인이 형편없이 매도당하는 강의실, 패배의식에 젖어있는 교수들의 분위기, 암담한 정치상황 등으로 열거된다. 그리고 이런 현실 상황은 아내의 임신중절로 상징적 의미를 부여받는데, 그것은 생명이 파괴되는 죽음의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현실적 절망 사이사이에 순수낭만이 대위법적으로 열거되는데, 그것은 학생들의 순박한 생각, 아내와의 연애시절, 꾸밈없이 웃고 즐기는 학생수련회 모습, 첫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산과 그 산의 이름이 그냥 큰 산이라고 말하는 시골 소년 등등이다. 이 두 가지는 작품 속에서 서로 삼투되어 이리저리 엉키면서 주인공의 의식을 형성한다. 전반적으로 죽음의 현실상황이 훨씬 주도적이고 지배적이지만, 이 절망과 낭만의 대위법은 마지막에 가서 건강한 균형을 획득하게 된다. 즉 최루탄 때문에 벌레들이 다 죽게 되었지만 혹시 살아있을지 모르는 익충의 알이나 유충을 보호하기 위하여 인부들이 고생스럽게 벌레 잠복소섶을 만드는 희망의 장면으로 작품이 마무리되는 것이다. 현실의 절망과 순수 낭만 어느 쪽으로도 손쉽게 기울어지지 않고 그 사이에서 고통스럽게 갈등하며 그 변증법적 균형을 유지하는 것-아마 이것이 오탁번 문학의 가장 중요한 가치요 의미일 것이다. - 이남호 (나남문학선 31 『순은의 아침』(나남,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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