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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농담
기형과 괴물의 역사적 고찰
김아림
알마 2012.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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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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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는 말

1장 괴물들? 고정관념에 도전하다
이 세상의 괴물과 경이로운 존재들 | 수십 년간의 유배를 마친 발생학 | 돌연변이 그 이상의 것 | 진화의 식탁 앞에 둘러앉은 괴물들 | 단단한 부분과 부드러운 부분

2장 외눈증과 두얼굴증이 발생하는 시간은 따로 있다
혼란스러운 세기의 시작 | 찰스 스토커드의 세기 | 정상에서 벗어난 발생 | 기형을 유발하는 결정적 순간들 | 두 사람이 함께 추는 춤 | 발생과 진화의 결합적 본성

3장 기고, 걷고, 뛰는 법을 배우다
두 다리로 걷는다는 것 | 각본에 없는 움직임의 규칙 | 형태와 기능 사이의 친밀한 관계

4장 팔다리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변형되는 걸까?
질서 정연한 두뇌의 지도 | 사지싹의 놀라운 여정 | 사라진 하드웨어 복원하기 | 껍데기의 충격 | 딱정벌레의 커다란 뿔

5장 성性에는 언제나 모호함이 존재한다
트랜스섹슈얼과 정체성 | 괴물 윤리학의 내리막길 | 수많은 상호작용을 통한 자아 형성 | 모호함과 마주하다 | 진화의 흥미로운 특징들 | 성적 이분법이라는 선입관

나가는 말 | 감사의 말 | 주 | 참고문헌 | 찾아보기

저자 소개 1

서울대학교에서 생물학을 공부하고 동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다 지금은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주요 역서로는 『RNA의 역사』, 『이데올로기 브레인』,『꽃의 마음 사전: 가장 향기로운 속삭임의 세계』, 『꽃은 알고 있다: 꽃가루로 진실을 밝히는 여성 식물학자의 사건 일지』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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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마크 S. 블럼버그 Mark S. Blumberg
아이오와대학교 교수이자 스타치starch 교수단의 구성원이다. 다양한 주제로 80여 편의 논문과 글을 쓴 그는 현재 〈행동 신경과학Behavioral Neuroscience>지의 편집장을 맡고 있으며 국제 발생심리학회 회장이기도 하다. 지은 책으로는 《체열: 온도와 지구의 생명Body Heat: Temperature and Life on Earth》 《원초적 본능: 행동의 기원Basic Instinct: The Genesis of Behavior》 들이 있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5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436g | 153*224*20mm
ISBN13
9788994963358

책 속으로

들어가는 말
이 책의 목적은 자연에 존재하는 별난 대표 선수들에 초점을 맞추어 그 다양성을 탐구하는 데 있다. 또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것들과 정상적인 것들의 세계를 결합해서 예컨대 헨젤 쌍둥이나 동물계에서 그와 비슷한 사례들이 어떻게 모든 개체의 발생에 본질적으로 내재한 놀라운 유연성을 드러내는지 살펴봄으로써 발생과 진화의 밀접한 연계와 발생 그 자체의 본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런 ‘기형’들, 몸만이 아니라 행동에서도 남다른 존재들은 자연에서 작동하는 근원적인 과정을 드러낸다. 언뜻 보기에는 복잡하고 놀라워서 색다르게 보이기도 하고 가끔은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이들은 사실 완벽하게 자연적인 존재다. 기형들은 우리 자신에 대해 무언가를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 더 넓은 관점에서 사물의 얼개를 풀어가다 보면 우리 모두는 유별나며 기묘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기형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연의 일부이며 어쩌다 보니 더 두드러지게 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사뭇 특별한 존재일 뿐이다._10~11쪽

1장 괴물들? 고정관념에 도전하다
신이 그의 모든 피조물을 정당한 존재로 보증해준다고 믿는 문화에서는 괴물도 응당 피조물의 하나로 간주된다. 하지만 16세기가 지나면서 괴물이 일반인과 학자들에게 친숙해질수록 괴물을 신의 피조물로 보는 게 점점 더 어려워졌다. 이제는 괴물이 고립되어 있거나 드물게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해 뭔가 설명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바야흐로 괴물에 대한 과학적 탐구가 시작된 것이다. 1573년 프랑스의 외과의사였던 앙브루아즈 파레는 《괴물과 경이로운 것들에 대하여Des monstres et prodiges》라는 책을 출간했다. 역사가들이 괴물에 대한 과학적 논의의 시발점으로 여기는 이 책은 괴물이 탄생하는 원인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 파레가 초기 괴물 연구 역사에 확실히 자리매김한 까닭은 괴물과 경이로운 것을 구별했기 때문이다. 파레가 묘사한 바로 괴물들은 “자연이 흘러가는 방향 외부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 팔이 하나인 채로 태어난 아이나 머리가 두 개인 사람을 일컫는다.” 반면에 경이로운 것들은 “여인이 뱀이나 개를 출산하는 일처럼 완전히 자연에 반해 일어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자연적이란 말로 상징화된 세계에서 괴물들은 비자연적unnatural이고 놀라운 것들은 초자연적supernatural이다._30~31쪽

기형은 우리의 감각을 거스르며 우리의 자기만족에 도전장을 내밀 뿐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고정관념에 맞서게 한다. 그들은 우리가 개체발생의 특이성idiosyncrasy과 진화 역사의 엉뚱한 무방향성 사이에 존재하는 미세한 균형을 음미하도록 돕는다. 또한 기형들은 발생 자체의 본성으로 통하는 창문을 열어준다. “괴물”이든 “정상”이든 모든 동물은 매 순간 신체와 행동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몸이 맞붙은 쌍둥이 자매와 두 다리로 걷는 염소, 팔이 없는 대신 놀라운 능력을 갖춘 사람과 사지가 없는 뱀, 성을 바꾸는 개구리와 물고기 그리고 여러분과 나를 막론하고 발생은 지극히 개별적인 일이다._56쪽

2장 외눈증과 두얼굴증이 발생하는 시간은 따로 있다
다레스트는 에티엔처럼 병아리 배아의 부화 환경을 조작했다. 그는 달걀을 데우거나 냉각시키고, 흔들거나 화학 처리를 했다. 비록 그 방법들이 완벽하지도 새롭지도 않았지만 다레스트는 생틸레르나 알룸베르 상을 같이 탄 과학자보다는 더 체계적이었고 또 그만큼 성공을 거두었다. 다레스트는 배아 발생 초기에 조작을 가했을 때 가장 심각한 기형이 생긴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가 자신의 조작이 기형을 낳는다고 추측한 까닭은 그것이 어떻게든 발생 과정을 늦추거나 억제했기 때문이다. 다레스트의 관찰과 추론은 실험기형학이 그 시작부터 표준적인 배아 발생학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럼에도 기형학과 배아 발생학은 서로 분리된 분야로 발전했는데 이 분리는 부자연스러웠다._78쪽

시간은 중요하다. 스토커드가 다양한 방법으로 증명했듯이 외눈증과 두머리증인 연준모치가 형성되는 과정은 기회의 좁은 창에 한정되어 있다. 스토커드는 이를 “최고의 순간”이라고 불렀지만, 오늘날 우리는 일반적으로 “민감한 시기” 혹은 “결정적인 시기”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연준모치 배아를 차가운 온도에 노출시켰을 때 스토커드는 온갖 종류의 괴물을 얻을 수 있었지만 그것은 수정 후 24시간 이내에 노출할 경우로 국한되었다. 24시간을 넘어서면 특기할 만한 변이를 얻지 못했다. 스토커드는 이를 “무차별적인 순간”이라고 불렀다._80쪽

우리는 발생 초기에 수많은 환경적 조작을 가함으로써 다양한 기형을 만들 수 있다. 이 ?양성 역시 스토커드가 강조하려던 것 중 하나였다. 스토커드는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완전히 나뉜 쌍둥이에서 몸통 전체와 꼬리만 융합된 쌍둥이, 몸은 두 개이고 꼬리가 하나인 쌍둥이, 마지막으로 몸 하나에 머리가 조금 겹치거나 많이 겹치는(두머리증에서 두얼굴증에 이르는-옮긴이) 기형들까지 몸이 중복된 기형의 정도도 다양했다. 외눈증 표본도 있고 다양한 눈 기형을 보이는 표본도 있었다.” 그러나 스토커드는 결함이 임의적으로 생기기 때문에 이런 기형이 발생한다고 보지는 않았다. 이와는 반대로 정확한 시점에 환경적 손상을 입히면 어떤 특정 기관의 발생도 어그러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_82쪽

3장 기고, 걷고, 뛰는 법을 배우다
손으로 걷는 터키 아이들과 조니 에크, 두 다리로 걷는 염소를 한데 묶을 수 있는 관점은 하나뿐이다.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은 예기치 못한 문제에 대한 잠재적인 해법으로 가득한 신체와 신경계를 진화시켰다. 하지만 이런 해법들은 정적인 기억이나 미리 짜여 있는 프로그램의 형태로 잠들어 있는 게 아니라 대본 없는 과정을 통해 역동적으로 발현한다. 이는 복잡한 시스템의 본질적 유연성을 반영한다. 곧 반응으로 인해 또 다른 반응이 이어지는, 영향을 서로 주고받는 발생적 과정인 셈이다. 그리고 종종 벌어지는 일이지만 우리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하고 놀라고 난 후에야 발생의 잠재력이 우리가 아는 것보다 항상 더 크다는 사실을 직시하기 시작한다._114~115쪽

동물은 걸음걸이를 바꾸는 시점과 때를 어떻게 알까? 질문을 바꿔보면 동물은 걷기에서 빨리 걷기, 빨리 걷기에서 빨리 뛰기 사이에 놓인 속도 범위 중 자신이 택해야 할 속도를 어떻게 아는 걸까? 케이티도 조랑말도 그 방법을 알고 있다. 사실 두 발로 걷거나 네 발로 걷는 동물은 모두 그 방법을 안다. 일부러 가르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는 지식인 셈이다.
조랑말이 천천히 걷다가 빨리 걷거나 빨리 뛸 때 보이는 우아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무의식적인 듯한 동작의 전환을 설명할 개념은 물론 존재한다. 선천적이고 유전적으로 프로그램되어 있으며, 뇌에 배선되어 있고 미리 결정되어 있으며, 각본이 짜여 있는데다 본능적이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런 개념은 거짓 환상을 줄 뿐이다. 다리가 긴 종이나 어떤 종 내에서 다리가 긴 개체들 또는 다리가 자라고 있는 개체들이 빠른 속도에서 걸음걸이를 바꿀 때, 걸음걸이에 적합한 속도를 찾아내는 세세한 항목까지 신생아의 뇌 속에 미리 프로그램되어 있다는 생각이 과연 그럴듯한가? 그런 정보가 어떻게 전달되고 주입되느냐에 대한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필요한 정보의 양 자체가 어마어마할 것이다. 최소한 신생아는 발달단계마다 자신의 다리 길이를 미리 알아야만 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신생아는 자신이 얼마나 빨리 자라는지 알아야 하며 미래의 영양 상태까지 파악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동물도 이런 예지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DNA에 그 정도의 천리안은 없다._123~124쪽

4장 팔다리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변형되는 걸까?
태아와 아이들의 두뇌는 독특한 발생 조건을 거쳐 경탄할 정도로 적응력이 높다. 이런 독특한 조건은 어떤 종의 개체 차원에서도(예컨대 팔이 없는 대신 놀라운 능력을 보이는 개인들), 어떤 종 자체의 차원에서도(뛰는쥐처럼) 나타난다. 신체가 어느 정도의 크기와 형태를 보일지 예측할 수 없기에 이 적응 가능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두뇌의 기능이 미리 결정되어 있는 상황은 그럴 법하지도 않거니와 바람직하지도 않다. 대신(이제 익숙해진 주제이지만) 신경계의 기능적 조직은 그것이 발생 기간에 특정 감각기관 및 운동기관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반영한다.
감각기관의 기능을 잃은 개인들이 이를 보충하기 위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은 팔을 잃은 대신 놀라운 능력을 보이는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현상이다. 스티비 원더의 뛰어난 음악적 재능이 그가 선천적으로 시각장애인이었던 점을 다른 감각기관이 보상해준 데 힘입은 건 아닌지 생각해본 적 없는가? 실제로 그러하다는 증거가 존재한다. 더구나 이런 감각적 보상작용은 두뇌의 조직화를 동반한다. 예를 들어 정상인들의 경우 빛이 눈에 도달하는 과정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의 한 부분이 태어날 때부터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촉각적 정보가 손가락으로 도달하는 과정을 보강하는 데 쓰인다._148쪽

알베르크와 동료들은 고생 끝에 개구리와 도롱뇽을 비롯한 여러 종에서 앞다리와 뒷다리 뼈의 형성 과정을 정리해냈지만 그 원리는 쉽사리 알 수 없었다. 사람의 손을 예로 들어보자. 오른손 손등을 위로 하고 펴면 엄지손가락은 왼쪽에 있고 새끼손가락은 오른쪽에 있다. 사람보다 손가락이 많거나 적게 진화한 종들이 존재하는데, 특히 손가락을 적게 갖는 손가락 감소 현상은 진화 과정에서 반복되어온 유형 중 하나다. 쮾베르크는 손가락 수가 어떻게 줄어드는지에 흥미가 있었다.
‘어떻게’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알베르크는 먼저 ‘무엇이’라는 질문을 해결하려 했다. 손가락이 네 개인 개구리한테서는 손가락 1이 사라진 반면 똑같이 손가락이 네 개인 도롱뇽한테서는 손가락 5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다음으로 알베르크는 개구리와 도롱뇽한테서 손발가락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조사했고 발생 순서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알아냈다._157~158쪽

5장 성에는 언제나 모호함이 존재한다
모호함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세계를 깔끔하고 모호함이 없는 범주로 나눠줄 이분법으로 돌아간다. 선과 악, 유전자와 환경, 진보와 보수, 심지어 유전자 중심주의와 비유전자 중심주의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하다. 하지만 이 모든 이분법적인 범주 중에서 가장 굳건하게 확립되었고 가장 개인적이며 단호히 방어되는 범주가 있다면 바로 여성과 남성일 것이다. 이 이분법의 신성함에 반기를 드는 도전자가 나타나면 (대개 그 이분법을 받아들일 수 없거나 받아들이기 싫어하는 문화를 추구하는 개인이나 집단으로부터) 우리 사회와 법 제도를 도탄에서 “구해내려는” 반동적 물결이 잇따른다. 그리고 그 물결이 지나가고 나면 양측의 열성적 지지자들이 중세 시대 군인들처럼 다시 뭉쳐 그다음 전투를 준비한다. 이런 식으로 싸움은 되풀이된다.
성을 두고 벌어지는 이 전쟁에서 모호함은 여러 양상을 취한다. 그중 독자들에게 제일 익숙한 형태는 아마도 행동과 해부학이 일치하지 않아 생기는 듯한, 즉 남성이 남성을 사랑하거나 여성이 여성을 사랑하는 경우, 여성 복장을 선호하는 남성이나 남성 복장을 선호하는 여성의 경우일 것이다. 하지만 모호함은 생식기에도 적용될 수 있다. 페니스가 너무 작거나 음핵clitoris이 너무 크거나 질과 정소가 한 사람에게 모두 있거나 페니스가 난소, 유방과 함께 있는 경우다._186쪽

어떤 이들은 독특한 생식 전략과 연결되어 있는 분리 가능한 형태와 행동으로 이루어진 대안적 수컷의 발생이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과정을 쓸데없이 더 복잡하게 만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복잡하다고 느끼는 인식 자체는 자연이 어떠해야 한다는 우리의 선입관에서 비롯한다. 성은 이분법적 본성을 지니며 이 이분법을 조금이라도 어기면 일탈이라고 보는 시각 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야기한 사례를 보면 동물들은 우리가 그들을 위해 만든 개념적 토대 위에서 그렇게 간단하게 규정되지 않는다.
현재 성적 분화의 모든 양상을 포착하는 더 넓은 역학이 규명되는 중이다. 이 역학 안에는 발생의 진화적 구축만이 아니라 대안적 발생의 진화적 구축도 포함된다. 여기서 대안이란 어떤 동물의 형태와 행동을 그 동물이 직면하기 쉬운 도전과 조화시키는 방법을 포함한다. 한 개체는 발생적으로 미세하게 조정되기 때문에 그렇게 얻어진 조화는 당장의 필요를 (수정 이후 변하지 않는다고 상정된 개체의 미래보다) 더 정확하게 반영한다._239쪽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세상에 버릴 사람”은 정말 아무도 없을까?

‘장님’ ‘벙어리’ ‘꼽추’ ‘병신’ 등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책이나 텔레비전 방송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용어였다. 그러나 지금은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말이다. 왜일까?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비하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 말 속에는 그들, 즉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정상적인 사람들을 분리하려는 고정관념이 깊게 박혀 있다. 이러한 개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근대에 이르러 자리 잡기 시작했다. 조선시대 초기만 하더라도 장애인은 가족과 마을 공동체 안에서 그리고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동등한 존재로 살아갔으며,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능력에 따라 사회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근대에 이르면서 장애인들은 사회적으로 배척받고 격리되고 천대받기 시작했다. 서서히 체제 바깥으로 밀려난 것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용어만 순화되었을 뿐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기형을 안고 태어난 장애인들은 단지 ‘신이 인간에게 내린 형벌’이며 ‘무서운 경고의 메시지’일까? 또는 사회적으로 쓸모없는, 누군가의 극진한 보호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일까? 이 책은 바로 이러한 문제제기에서 기획되었다. 인간에게서만이 아니라 자연에 존재하는 수많은 이형들에 대한 역사적 기록들을 추적해나가면서 과연 그들이 정말 쓸모없는 존재인지, 혹은 단순한 자연의 실수인지 그도 아니면 자연이 우리에게 준 또 다른 선물인지 고찰하려는 것이다.

사람들은 별나고 괴기한 대상을 통틀어 ‘괴물’이라 부르곤 했는데, 이런 말은 일반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해 우리가 갖는 과도한 환상이나 완벽함에 대한 왜곡된 개념으로 사용되어왔다. 또한 이상하게 생긴 사람과 우리 사이에 명확한 선을 그어 구분하려는 욕구에서 이런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는 정상적으로 보이는 ‘전형archetype’에서 비정상인 것을 분리하려는 균형 잡히지 않은 시각을 가지고 있다. ‘이형anomaly’은 설명할 방법이 없는 외부 세계에서 비롯되었고, ‘전형’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지상의 법칙에 따라 발달했다고 보는 식이다. 그러나 ‘이형’이나 ‘전형’은 넓은 관점에서 봤을 때 지구라는 하나의 공간에서 공존하는 존재다. 이러한 공존은 자연의 본성에 관해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해주는데, 그 비밀은 전형이 아닌 수많은 이형 속에 깃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바로 이 비밀을 밝히기 위해 쓰였다.

이형, 틀에 박힌 사고를 바로잡다

‘이형’은 발생과 진화의 비밀을 풀어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다. 왜냐하면 이형들은 개체와 집단 그리고 신체와 행동 속에 감춰진 발생의 가능성과 그 과정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형들을 자연의 실수라고 보는 인식은 잘못되었다. 이형은 라틴어로 ‘자연의 농담Iusus natura’이라 불렸는데, 이 말은 이형을 괴물로 인식하는 현대의 관점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그 말은 전형과 마찬가지로 이형 역시 자연의 일부라는 뜻을 담지하고 있다. 이형은 그 생김새가 복잡하고 놀라워서 색다르게 보이기도 하고 가끔은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과학적 영감과 진보를 가로막는 틀에 박힌 사고방식을 바로잡는 존재들이다. 어쩌다 보니 더 두드러지게 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특별한 존재로 자리매김했을 뿐이다.

이러한 이형들은 동물의 형태나 행동의 발생과 진화에 대한 그리고 개체가 갖춘 개별성에 대한 근본적인 진리에 접근하게끔 우리를 이끈다. 만약 전통적, 진화적 사고의 경계 밖으로 ‘이형’들을 추방해버린다면 우리는 자연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진화와 발생의 비밀을 결코 풀어낼 수 없을 것이다.

진화와 발생에 대한 비밀을 추적하다

이 책은 진화와 발생의 비밀을 풀어내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발생적 이형이 가지고 있는 생물학적 중요성을 탐구하고 이를 통해 ‘발생의 진화적 결과와 진화의 발생적 결과’를 조명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먼저 ‘기형’과 ‘괴물’들의 역사적 중요성과 발생적, 진화적 관점 사이에서 이들이 갖는 역사적으로 견고한 관계를 이야기한다. 이런 맥락에서 찰스 다윈과 윌리엄 베이트슨의 시대로 돌아가 그들의 시각을 상세하게 들여다보고, 그들 이전과 이후에 이 주제에 관해 글을 쓴 중요한 인물들의 생각을 추적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저자는 발생 자체에 놓인 핵심 원리들을 몸의 형태와 기능의 용어를 통해서, 또 그것들을 만든 발생적 메커니즘의 용어를 통해서 밝혀낸다. 이 넓은 틀 안에서 이형들이 어떻게 생겨나는지(예컨대 이형은 배아 발생 중 타이밍이 약간만 달라져도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이형적인 개체(서로 결합되었거나 사지가 없거나 몼별이 모호하거나 혹은 다른 방식으로 별나게 생긴)나 기형적인 모든 종이 어떻게 움직이고 서로 작용하면서 이 세계에서 살아남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기형과 괴물에 관한 흥미로운 질문들

결합 쌍둥이인 애비게일과 브리트니 헨젤 자매는 몸과 행동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불완전한 자연이 내놓은 괴물일까, 아니면 자연의 일부일까?

미국 오클라호마시티에서 두 발로 걷고 뛰는 개가 발견되었다.
몇몇 인류학자가 주장한 것처럼 직립보행으로의 진화는 어려운 것도, 진화상의 큰 도약도 아닌 걸까?

신생아의 1~2퍼센트가 남성인지 여성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양성인간으로 태어난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절대불변의 이분법은 단지 인류가 갖는 선입관에 불과한 걸까?
명확한 하나의 정답만 인정받는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에서 한동안 이러한 문제제기는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사는 행성을 관찰하고 그것이 제공하는 경이로운 다양성과 괴기한 기형적 형태를 들여다볼 여유를 가져야 할 때다. 팔 없이 태어났음에도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 몰래 숨어들어 정자를 배출하고 도망치는 연어와 성을 바꾸는 토바코피시 등 이 세상 모든 곳에는 저마다의 괴물이 존재한다. 이들은 지상에서 펼쳐지는 하나의 드라마 속에서 적대자가 아닌 주인공들이다.

이 책은 이러한 주인공들, 즉 이형적인 존재들에 대해 알려지거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기술하기 위해 그리고 그 편견을 없애기 위해 과학과 역사 모두를 깊숙이 파고든다. 그렇지만 이 책은 학술논문도 아니고 역사 연구 문헌도 아니다. 저자는 어려워 보이는 주제를 대중적으로 풀어쓴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전문가들도 까다로워하는 발생적 이형들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연이라는 큰 울타리 안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을 동등하게 바라봐주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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