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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망치다 꼼짝없이 잡히다 2. 운명처럼 만나다 3. 뽕짝 부인과 토벤 선생님 4. 악기들이 수다를 떨다 5. 사랑의 세레나데 6. 천재들은 밥맛이야! 7. 베토벤을 위하여 8. 마술처럼 빠져들다 9. 노래에 이야기를 싣고…… 10.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11. 뽕짝 오케스트라 |
KIM,KIE-J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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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를 들어 보고 오케스트라반을 뽑는다? 그 얘기를 듣고 처음 든 생각은 오케스트라반이 그럴싸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선착순이나 제비뽑기도 아니고, 실력대로 뽑는다지 않는가. 그러다 곧 나는 무릎을 쳤다. ‘쳇, 똑 떨어지고 말 거야.’ --- p.15
선생님이 말했다. “우리는 운명처럼 만난 거야. 알겠니? 한 놈도 도망갈 수 없단다.” 베토벤은 자신이 쓴 악보 첫 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고 한다. ‘운명은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네.’ 다다다~단!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이다. 아, 내가 오케스트라반에 들어온 게 운명일까? --- p.20 선생님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 신세하고 비슷하군.“ “뭐가요?” “쇼팽하고 나하고.” 나도 지지 않았다. “선생님은 소팽만큼 유명하시진 않잖아요.” 토벤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처지를 빨리 인정했다. “쇼팽이 살던 시대에는 음악가들이 지금 같지 않았어.” --- p.60 오케스트라반에 들어간 지 벌써 석 달이 지났다. 그사이 내 바이올린 실력이 엄청나게 는 건 아니다. 일주일쯤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 성적을 올릴 수는 있다. 바이올린은 다르다. 이제 겨우 삑삑거리는 소리에서 벗어난 정도다. 나는 재능이 없는 것일까? --- p.117 토벤 선생님은 말버릇처럼 우리를 위로한다. “음악은 천재들만 하는 게 아니야.” 우리도 지지 않는다. “그럼 바보들이 하나요?” “재능만으로 되는 게 아니란 뜻이야.” “실력이 없는데 그럼 재능이라도 있어야죠.” 우린 말대꾸 재능을 타고난 게 분명하다. --- p.1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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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정 작가의 음악 동화
이 이야기는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이 배경입니다. 8년 전 어느 날, 아이 학교에 오케스트라반이 생긴다는 소문이 돌았고 부랴부랴 아들의 지원서를 넣었습니다. 연주회장에서나 보던 오케스트라가 초등학교에 생기다니요. 그 자체만으로도 아이들보다 우리 부모들이 더 흥분을 했습니다. 고물고물한 녀석들은 바이올린을 흔들며 폼을 잡았고, 제 몸집보다 큰 첼로를 끌었고, 클라리넷으로 흥흥거렸습니다. 소리는 끽끽, 삑삑거렸고 과연 어떻게 될까, 몰래 녀석들의 일과를 살피곤 했습니다. 그런데 학년말이 되었을 때, 녀석들은 놀라운 모습으로 바뀌어 있더군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의 서곡을 연주해 내는 겁니다. 굉장한 연주는 아니었지만 큰일을 해낸 듯한 아이들 얼굴을 보면서 우리도 같이 감동을 했습니다. 연주회를 보면서 ‘오늘 이 오케스트라반 이야기를 써 주어야지.’ 속으로 약속을 했습니다. 그리고 8년이 지난 오늘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의 말 우리의 초등학교 시절, 음악 시간은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었습니다. 꿀밤을 피하려면 리코더나 캐스터네츠를 빌리러 다녀야 했고 당번들은 다른 교실에 가서 풍금이라 부르던, 무거운 건반 악기를 들고 와야 했기 때문입니다. 쿵짝쿵짝! 다행히도 선생님께서는 손가락을 마술사처럼 움직여 멋진 음악을 우리 앞에 부려 내셨지요. 얼마나 신기하던지, 나는 수업이 끝난 빈 교실에 몰래 남아 건반을 몇 번인가 눌러 보기까지 했습니다. 겨우 계이름 몇 개를 두드리는 게 고작이었으나, 그 소리들만큼은 아직도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음악엔 재주가 없어 건반은 참 어려운 일이었고, 리코더와 하모니카로 몇 소절 부는 게 다였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은 운이 좋은 것일까요? “너희들은 행복한 줄 알아라!” 입버릇처럼 하는 말입니다. 어느 정도는 ‘우리는 못 그랬지만 우리 아이만큼은 악기 하나쯤은 제대로 다룰 수 있으면 좋겠다.’란 부모의 바람이 깃들어 있기 때문일 터입니다. 그만큼 음악은 우리 부모님들에겐 머나먼 은하수를 닮은 로망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이 배경입니다. 8년 전 어느 날, 아이 학교에 오케스트라반이 생긴다는 소문이 돌았고 부랴부랴 아들의 지원서를 넣었습니다. 연주회장에서나 보던 오케스트라가 초등학교에 생기다니요. 그 자체만으로도 아이들보다 우리 부모들이 더 흥분했던 것 같습니다. 역시나 고물고물한 녀석들은 학기 초에 바이올린을 흔들며 폼을 잡았고, 제 몸집보다 큰 첼로를 끌었고, 클라리넷으로 흥흥거렸습니다. 소리는 끽끽, 삑삑이라서 과연 어떻게 될까, 몰래 녀석들의 일과를 살피곤 했습니다. 그런데 학년말이 되었을 때, 녀석들은 놀라운 모습으로 바뀌어 있더군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의 서곡을 연주해 내는 겁니다. 굉장한 연주는 아니었지만 큰일을 해낸 듯한 아이들 얼굴을 보면서 우리도 같이 감동을 했습니다. 나는 그 연주회를 보면서, ‘오늘 이 오케스트라반 이야기를 써 주어야지.’ 속으로 약속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약속은 벌써 수년이 흘러 버렸더군요. 그러고 보니 그 시절 오케스트라반 아이들은 어느덧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길거리를 걷다 마주치기라도 하면 움찔하며 ‘이렇게 컸나?’ 하고 휘둥그레집니다. 대학생이 된 큰아들 녀석과 가끔이지만 이런저런 예술 이야기를 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어쩌다 오케스트라반 이야기를 하면 녀석은 뭐가 좋은지 해죽입니다. 음악과 문학과 미술, 그 본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느낍니다. 한편으론 우리의 삶 역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도요. 그냥 편하게 음악을 즐기면 되는 걸. 이야기를 듣듯, 코코아를 홀짝이며 빵 조각을 씹듯이, 음악도 그러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삶은 그렇게 쌓여 간다는 걸, 당연한 진리 하나가 예술 속에서 더 선명하게 보이는 까닭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