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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엉켜 있던 매듭이 풀리는 순간
3월| 봄을 부르는 미친 개나리의 향연_응봉산 3월| 자전거와 벤츠가 친구인 동네_성북동 3월| 한약 냄새 맡으면 힘이 불끈 솟는_제기동 약령시장길 4월| 난분분 벚꽃 날리던 날_면목동 4월| 딱딱이를 치던 종묘 옆 작은 길_종로 순라길 4월| 종이 냄새 콸콸 나는 그곳_충무로 5월| 그곳에 자존(自尊)이 있어라_사직단 뒷길 5월| 이야기와 재미가 어우러지는 곳_대학로 여름; 매일 너와 이 길을 걷는다면 6월| 비 오면 생각나는 곳_피맛골 6월| 오랜만에 만난 그녀, 떡볶이를 너무 좋아해_신당동 6월| 서울 속의 쁘띠 프랑스_서래마을 7월| 예술끼와 창작의 불꽃 만남_홍대 뒷골목 7월|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는 날_이문동 7월| 계단을 따라 가며 동네 속살 구경_옥수동 8월| 애들아, 물놀이 가자_성내천 8월| 골목의 진수_한남동 가을; 이쯤에서 잠시 길을 잃어야겠다 9월| 음악, 카메라, 우표 그리고 사람_회현동 9월| 도심 속 문화골목_정동길 9월| 한가로운 철길과의 시간 나눔_항동 철길 10월| 역사의 시간 창고_동대문 10월| 성북동 비둘기 소리가 들리던 곳_숭인동 10월| 600년 전 서울로의 여행_가회동 11월| 하늘 아래 첫 동네_후암동 겨울; 어쩌면 만날 수 있을까 그 길에서 12월| 눈 오는 서울역 근처를 배회하다_중림동 12월| 서울 속 강원도_부암동 1월| 소시민의 삶이 펄떡이는 곳_아현동 1월| 한양 성곽 밑 첫 동네_이화동 2월| 뜨끈함과 서늘함이 공존하는 곳_공덕동 2월| 그곳에 옛정이 있어라_답십리 2월| 삐거덕 문을 열며 친구 찾고픈 동네_서대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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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은 집보다 큰 세상이었고, 우주만큼 끝없는 재미가 쏟아지는 멋진 세상이었습니다. 동경과 아쉬움, 슬픔과 ‘꺼리’가 넘쳐나는 곳입니다. 그런데 그 골목이 자꾸만 사라집니다. 오늘 또 다시 골목에 섭니다. 그곳에서 무수한 단어와 이야기가 말을 걸어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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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길을 오르는 일은 때론 힘겹다. 그럴 땐 잠시 멈춰 서서 한 박자 쉬어 가야 한다.
때론 잠시 뒤를 돌아보는 여유도 부려보아야 한다. (중략)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쉬지 않고 앞으로 앞으로만 달려가면 팽팽해진 고무줄처럼 모든 것을 놓아 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땐 쉬어야 한다. 그리고 뒤돌아보아야 한다. 발밑에서 웃고 있는 노란 배추꽃이 빙그레 웃으며 나를 토닥여 줄 것이다. --- p.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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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의 애환과 숨결이 곳곳에 스미고 서민들을 보듬어 주는 골목이 바로 피맛골이었다. 피맛골은 어머니의 손길처럼 뜨끈한 청진동 해장국을 비롯해 광화문에서 동대문까지 이어지는 종로통 양쪽에 있었다. 하지만 일제 이후 도로확장과 재개발로 여기저기 으깨지고 뭉개졌으며, 이마저도 피맛골 재개발로 다시 허물어져, 간신히 명맥만 이어오고 있다. 시간 창고 같았던 피맛골은 서서히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었다. 실은 떠나고 싶지 않은 피맛골을 우리가 몰아내고 있었다. 금세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 p.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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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인동 골목에 삼거리가 펼쳐진다. 창신역과 동모역 그리고 동망봉으로 향하는 이 길목에는 동네의 오랜 터주대감, 삼거리 슈퍼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더불어 삼거리 복덕방, 삼거리 세탁소까지, ‘삼거리’라는 단어는 이 길의 아이콘이다. 이곳에 서서 어디로 갈까 고민해 본다.
마치 인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듯이……. --- p.2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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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년 열두 달 서울 골목길을 더듬으며 풍경과 사람에 위로받다
C&M 케이블 방송에서 1년 동안 방영된 다큐 『로드 에세이, 골목에서 서울을 만나다』를 단행본으로 엮었다.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동안 서울의 골목 30곳을 걸으며 만난 풍경을 다채로운 언어로 표현하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담은 골목 여행 에세이다. ‘골목 작가’로 불리는 저자는 한 때 이 세상이 좁다며 전 세계를 쏘다녔다. 문화유산 덩어리인 로마의 거리와 그림 같은 프로방스가 더 멋지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1년 동안 조용히 서울의 골목을 더듬으며 우리 골목만큼 멋지고 따뜻한 곳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구릉지대에 자리한 골목길을 오르느라 헉헉 거리던 찰나, 흰 담벼락에 그려진 ‘똥’ 그림을 보고 웃과 다시 걸을 힘을 얻었고, 머리에 양은 냄비를 쓰고 빨간 보자기를 목에 두른 골목대장과 그 뒤를 따르는 아이들을 보며 어린 시절을 추억했다. 또한 어느 뒷골목에서 30년 동안 구두를 만들어 온 장인의 반짝이는 눈빛은 지친 사람들에게 다시금 살아갈 힘을 얻게 했다. 세련된 멋보다는 푸근함, 깔끔함 보다는 구수함이 느껴지는 골목을 찾게 되는 건, 어린 시절 담아두었던 풍경과 사람냄새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어쩌면 곧 사라질, 우리가 기억해야 할, 서울의 또 다른 얼굴 ‘골목’ K-POP 열풍으로 한글을 배우고 온돌방을 궁금해 하며 한국 것이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외국인들이 한국에 찾아온다. 이제는 서울의 명동이나 63빌딩 같은 유명한 관광지보다는 북촌 한옥마을이나 성북동을 밟으며 한국 고유의 것을 느끼고자 한다. 그런 골목이 산업화와 재개발로 인해 자꾸만 사라진다. 몇 해 전 돌아본 골목의 집들은 세월에 녹아내린 듯 없어지고 그곳에는 새로운 집과 사람들이 터를 잡았다. 집도 사람도 길도 모두 사라져 버리고 낯선 공간이 우뚝하다. 저자는 이러한 골목이 더 많이 사라지기 전에 이 책을 통해 골목의 흔적을 남겨 놓았다. 책에 담긴 사진들은 오래된 풍경을 추억하는 한 장의 엽서처럼 사람의 작은 온기와 스토리가 담겨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