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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작가의 말 1부 그는 언제나 찾고 있었다 _9 2부 그녀는 길을 잃어버렸다 _83 3부 그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았다 _197 4부 그녀의 마음에는 그가 무겁게 남았다 _239 5부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_2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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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작가의 첫걸음을 응원하는 ‘숨(SOOM) 시리즈’ 두 번째 책!
청 장편소설, 『내 온 마음을 담아서』 아름다움 출판사의 숨 시리즈는 ‘숨 잘 쉬기’를 원하는 보통 사람들,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소외된 사람들, 척박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독창적인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특히 우리나라 청년 작가들의 작품을 책으로 엮어 냄으로써, 작가로서 내딛는 첫걸음을 응원한다. 이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실로 지난 2018년 11월, 홍예린 시인의 『토끼 양초』 시집이 출간된 바 있다. 청 작가의 장편소설 『내 온 마음을 담아서』는 숨 시리즈 두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청 작가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어렸을 때부터 외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정식으로 한국어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꾸준한 읽기, 쓰기 경험을 통해 놀라울 정도로 풍부한 어휘력과 섬세한 문장력을 스스로 갖춰 왔다. 이 책 『내 온 마음을 담아서』는 작가가 한국어로 쓴 장편소설로서, ‘진정한 애도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한 사람의 정체성은 기억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 ‘기억과 망각의 대립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라는 문제의식이 유려하고 감각적인 문장들로 전개되는 작품이다. 또한 이 소설은 각 부마다 환과 성경이라는 두 인물의 시점이 번갈아 서술되는 구성을 취하며, 한국과 노르웨이를 오가는 편지를 매개로 주인공들의 반복적인 일상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균열과 변화를 예리하게 보여준다. 독자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더 입체적으로 조명되는 두 사람의 관계를 살펴보면서, 내 안에 이미 환이나 성경 중 어느 한쪽이, 아니면 양자가 모두 들어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잊고 싶은 사람과 기억하고 싶은 사람 서로의 얼굴도 모른 채 일기장 같은 편지를 주고받는데... 이 비밀스런 관계에서 구원을 받는 쪽은 누구인가? 한마디 말도 없이 갑자기 세상을 떠난 연인을 잊지 못하는 남자, 환. 그는 연인이 살던 노르웨이의 옛 집 주소로 삼 년째 편지를 보내고 있다. 과거에 얽매여 살아가는 자신이 답답하지만, 깊은 절망과 그리움에 빠져 수신인 없는 편지를 쓰는 일 외에는 다른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런 그를, 주변 사람들은 동정이나 비난의 눈길로 바라본다. 이런 시선에 상처 받는 데에도 익숙해질 즈음, 어느 날 노르웨이에서 답장이 도착한다. 환의 연인이 살던 집에 새로 이사 온 성경이라는 사람이 보낸 편지다. 그녀는 매일 아침에 전날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리는 선천적인 병을 앓고 있는데, 한 달에 딱 한 번, 하루 24시간 동안에만 한 달 치의 기억이 희미하게 돌아온다. 이렇게 망각의 늪에서 하루살이처럼 살아가는 성경은 기억을 갈망한다. 반면, 괴로울 정도로 생생한 기억 때문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환은 망각을 갈망한다.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두 사람은 상대방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끼고, 서로의 얼굴도 모른 채 편지를 주고받는 비밀스런 관계를 이어 나간다. ‘기억’과 ‘망각’이라는, 일견 화해될 수 없는 양극단에 서 있는 두 사람에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그리고 환은 성경에게, 성경은 환에게 어떤 존재로서 함께하게 되는 것일까? 기억의 무게를 덜어내고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환 망각의 허들을 넘어 매일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성경 ‘지금, 여기’ 오늘의 행복을 온전히 느끼며 함께 살아가다 환은 가벼워질 기미가 없는 기억에 압도되어 있고, 성경은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 그래서 환은 기억 대신 망각을 원하고, 성경은 망각 대신 기억을 원한다. 편지 한 통의 우연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관계는, 이렇듯 각자가 처한 현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강력한 욕구를 동력으로 삼는다. 환은 성경에게 ‘기억이 없는 곳에도 안식처가 있는지’(p.146) 묻는데, ‘당신이 원하는 것은 내가 벗어나고 싶은 오랜 상처’라며, ‘이곳에 안식처는 없고 그저 황무지만 있을 뿐’(p.149)이라고 성경이 답변하는 대목은 이 기묘한 관계의 출발 지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성경은 기억을 잃어버리는 병 때문에 그동안 누군가를 사랑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인을 사랑했던 기억마저도 전부 ‘없었던 일’로 돌리고 싶어 하는 환을 보며, 그가 겪고 있는 상실의 아픔이 얼마나 큰지 마음 깊이 헤아릴 수 있었다(p.105). 그래서 성경은 환에게, 잊히지 않는 것을 억지로 잊으려고 할 필요 없으며, ‘그런 기억이 있음에 안도하며 마음 놓고 울고 그리워해도 된다, 함께했던 시간을 살아서 기억해 주는 것만으로도 떠난 연인은 행복해하고 고마워할 것이다(p.149)’라고 말해 준다. 사랑하는 사람과 갑작스럽게 단절되어야 했고 그러한 분리를 받아들여야만 했던 환에게, 성경의 진솔한 편지는 큰 힘이 되어 준다. 그녀를 통해 환은 ‘지나간 일을 잊지 않되, 기억에 질식당하지 않는 법’, ‘자책하지 않으면서도 떠난 이를 추억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에게 성경은 ‘은인’이었다(p.212). 한편, 환은 성경에게 ‘당신이 기억 못 해도 내가 당신을 기억해 줄 테니까’ 당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한다(p.162). 이런 요청을, 성경은 여태까지 받아 본 적이 없다. 이 말이 그녀의 마음에 일으킨 동요를 이해하려면, 그동안 성경에게 ‘기억하는 행위’란 도대체 어떤 것이었고 무슨 의미였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 성경에게 기억이란 ‘쌍방’이어야만 하는 것이어서, 누군가가 자신을 기억해 주는데 정작 자신은 그 기억을 돌려주지 못하는 것에 항상 죄책감을 느껴 왔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그저 은둔하는 삶을 택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기억해 줄 사람을 만났다. 심지어 얼굴조차 모르는, 먼 곳에 살고 있는 남자가 그녀를 매일 기억해 주겠다고 한다. 기억이 있을 때에도, 없을 때에도. 꾸준한 편지에 담긴 이 한결같은 마음 덕분에 성경은 일상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열고 집 밖의 세상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었다. 이 신기한 관계의 출발점에서, 본래 성경은 기억하고 싶어 했고 환은 잊고 싶어 했다. 그런데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편지가 오가면서 어느 순간 ‘둘 다 기억하고 싶은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p.189). 즉, 이제는 기억하지 못해도, 잊지 못해도 괜찮아져 있었다. 결국 두 사람은 기억과 망각이라는 양극단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을 함께 모색하는 사이로 발전한 것이다. 그들은 매일 새롭게 오늘의 행복을 쌓고, 내일 잊어버릴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한다. 손가락 틈새로 빠져나가는 기억들은 그대로 흘러가게 놔두고, 그러한 망각 때문에 오히려 더 소중해진 ‘지금, 여기’의 시간에 오롯이 집중하기로 한다. 무엇보다도 함께하는 이 순간을 기억하려고 애쓰는 마음, 서로를 향한 따뜻한 눈빛과 손길은 변함없이 반짝일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기억하고 망각하는 행위는 모두, 나를 ‘나’로 직조하는 과정에 동등하게 참여한다. 시간의 흐름을 관통하여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는 것들과 잃어버린 것들, 그리고 새롭게 쌓이는 것들과 만나 색다른 의미를 띠게 된 것들이 함께 어우러져, ‘나’라는 사람을 이룬다. 이 책 『내 온 마음을 담아서』는 과도한 기억에 고통 받는 한 남자와 매일 기억을 잃는 한 여자의 특수한 이야기에서 출발하지만, 두 사람이 결국 서로에게 기대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기억’과 ‘망각’이 우리의 삶에서 한 몸을 이룬다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 매일 기억하고 잊는 순간들이 모여 나와 타인, 세상이 관계 맺는 방식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독자들은 새로운 감각으로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