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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 숲을 향한 원 노인의 신뢰와 사랑을 생각하며
이상한 소문 왕을 세우다 왕이 다스리는 숲 환란 숲의 함성 해설 | 평화의 조건 ‘숲의 왕국’론 |
玄吉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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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을 세워야겠다는 나무들의 기획, 그리고 더 먼 곳을 보고 있는 숲의 조성자
『숲의 왕국』에 등장하는 숲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게 아니다. 한국 전쟁에 학도병으로 참전했다가 큰 부상을 입고 귀향한 청년 원 씨는 고향의 민둥산에 충격을 받은 뒤, 학교 실습 과목 교사의 지원을 받아 나무를 심고 숲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60년 뒤, 바람이라도 조금 불면 누런 흙이 풀풀 날개를 돋친 듯이 날아서 아랫동네를 온통 뒤덮던 돌산의 모습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맑고 깨끗한 물소리를 내며 흐르는 시내와, 잣밤나무와 밤나무, 벚나무, 소나무, 떡갈나무, 그리고 탱자나무 등이 울창한 숲이 들어섰다. 원 노인이 이렇듯 평생을 숲에 바쳐온 이유는, 나라가 두 쪽이 나 서로 싸워도 나무는 아무렇지 않게 자란다는 명료함에 매료되었기 때문이었다. 원 노인에게 숲은 절대적인 가치, 근원적인 존재를 향한 희구의 종착지였다. 이는 젊었을 때의 그를 온통 사로잡았던 ‘국가’가 절대적 존재가 아님을 뒤늦게 깨달은 뒤 떠오른 생각이었다. 알고 보니 그 국가라는 것은 대립과 싸움과 상처로 유지되는 불완전한 존재였을 뿐이다. 그에 반해 세상의 변화에 초연한 나무, 그리고 그 나무들이 모여 이룬 숲은 변하지 않는 가치의 구현이다. 그런데 숲의 나무들이 자신들의 왕을 세우기로 하면서, 즉 숲에도 나타난 ‘정치’에 의해 원 노인이 믿었던 숲의 평화는 훼손된다. 인간과 동물은 물론 다른 나무들에게서조차 멸시받는다고 생각해온 윤노리나무, 호랑가시나무, 예덕나무가 ‘우리 숲’, 즉 ‘우리 나무들만의 숲’이라는 정체성을 세우고, ‘숲의 나무들 모두의 이익’으로 포장된 그 나무들만의 공동 이익을 지켜주고 욕구도 충족시켜줄 왕을 세우기로 결심하면서 숲의 평화가 깨지게 된 것이다. 물론 이런 사실을 꿰뚫어본 밤나무와 벚나무, 잦밤나무 등은 자신들을 왕으로 추대하겠다는 이들의 뜻을 완곡히 거절하지만, 사촌격인 유자나무에게서도 무시당해 그 한을 온몸에 돋은 가시로 풀어대던 탱자나무는 옳다구나 하며 이를 받아들인다. ‘모든 것(쓸모)을 갖췄기에’ 사람들과 동물들의 사랑을 받던 밤나무 등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하고 왕권을 강화하려는 탱자나무의 폭정과 막무가내적인 정책들은 숲의 모든 나무와 동물을 도탄에 빠뜨리는 것은 물론, 다른 나무와 나무 사이에도 서로를 향한 의심과 증오를 싹틔운다. 숲에서의 이런 상황은 나무들의 대화를 알아듣는 능력이 있는 관리인인 목 상무에 의해 원 노인과 그의 아들인 원 의원에게 낱낱이 보고된다. 이에 현직 정치인인 원 의원은 숲의 새 질서를 전복하고 숲을 재편하기 위해 기존의 나무를 모조리 베어버리고 새 나무를 심자며 원 노인과 목 상무를 종용한다. 그러나 원 노인은 이런 아들에게 “미워하고 싸워 이겨서는 평화를 이룰 수 없단다”고 말하며, 아들의 제의를 일축한다. 원 노인은 이런 상황이 단지 우발적인 일과성 사건일 뿐이라고 말한다. 즉, 숲의 나무들이 당장 필사적인 권력 투쟁[말 그대로 ‘만목의 만목에 대한 투쟁’]을 벌이고 있지만, 이 또한 그 나무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그리고 곧 그렇게 될 문제인 것이다. 아울러 숲속의 모든 존재가 화합하여 평화롭게 살도록 하려는 원 노인의 기획의 일부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