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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터 프로젝트
맨손으로 토스터를 만드는 영웅적이면서도 무모한 시도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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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추천사 _ 이우일(일러스트레이터)
들어가며

분해DECONSTUCTION
강철STEEL
운모MICA
플라스틱PLASTIC
구리COPPER
니켈NICKEL
조립CONSTRUCTION

프로젝트를 마치며
참고문헌

저자 소개 2

토머스 트웨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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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as Thwaites

발표하는 프로젝트마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영국의 디자이너. 런던대학교에서 경제학과 생물학을 공부했고, 영국 왕립예술대학에서 인터랙션 디자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전시회 작품으로 토스터를 원재료부터 채취해 맨손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테드TED 강연에서 이 전 과정을 설명하면서 경제, 환경, 소비와 관련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파하여 주목받았으며, ≪토스터 프로젝트The Toaster Project≫라는 책까지 출판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후속작 ≪염소가 된 인간GoatMan≫은 크나큰 성공 뒤에 뜻하지 않은 슬럼프를 겪으면서 근심, 걱정, 스트레스에 짓눌린 날들을
발표하는 프로젝트마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영국의 디자이너. 런던대학교에서 경제학과 생물학을 공부했고, 영국 왕립예술대학에서 인터랙션 디자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전시회 작품으로 토스터를 원재료부터 채취해 맨손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테드TED 강연에서 이 전 과정을 설명하면서 경제, 환경, 소비와 관련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파하여 주목받았으며, ≪토스터 프로젝트The Toaster Project≫라는 책까지 출판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후속작 ≪염소가 된 인간GoatMan≫은 크나큰 성공 뒤에 뜻하지 않은 슬럼프를 겪으면서 근심, 걱정, 스트레스에 짓눌린 날들을 보내던 중, “과연 인간은 존재론적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답하고자 온몸으로 부딪혀 탐구한 보고서다. 이 기상천외한 프로젝트로 영국 생명과학연구소 웰컴 트러스의 지원금을 받았고, 2016년 이그노벨상 생물학상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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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

대학에서 영문학과 지리학을 공부했다.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배우는 게 좋아서 시작한 일이 어느덧 업이 되었다. 노동, 도시, 환경, 여성 등을 주제로 한 여러 학술서와 대중서를 번역해 왔다. 옮긴 책으로 『쫓겨난 사람들』『백래시』『여성, 인종, 계급』『가족을 폐지하라』『캘리번과 마녀』『혁명의 영점』『사라질 수 없는 사람들』 등이 있다. 『공기 전쟁』으로 한국과학기술도서 우수번역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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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7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390g | 148*224*20mm
ISBN13
9788958073871

책 속으로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토머스 트웨이츠예요. 토스터를 직접 만든 장본인이랍니다. 기간은 총 9개월, 비용은 1,187.54파운드(한화로 200만 원을 훨씬 웃돈다-편집자 주)가 들었죠. 영국에서도 가장 외딴 지역까지 돌아다니느라 약 3,000킬로미터나 이동했거든요. --- p.12

역 c설계란 어떤 물건을 분해함으로써 그 작동법을 추론해 내는 과정을 말한다. 싼 토스터일수록 부품이 적게 들어 있으리라는 그릇된 짐작에서, 나는 토스터 중에서 가장 값싼 아르고스 밸류 레인지 2-슬라이스 화이트 토스터를 분해하기로 했다. …… 토스터가 작은 복합체일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부품이 400여 개나 된다니? 100여 가지 재료들이 어디서 온 것인지 무슨 수로 알아낸단 말인가? 이렇게 많은 원료가 들어간 제품이 어째서 고작 치즈 한 덩어리 값인 3.94파운드밖에 안 되는 거지? --- pp.19~21

나는 여러 가지 재료들을 ‘토스터스러움’의 정수가 살아 있는 토스터를 만드는 데 필요한 가장 최소한의 것들로 축소했다. 그렇게 해서 남은 재료가 강철, 운모, 플라스틱, 구리, 니켈이었다.--- p.26

우리가 욕망하는 것들 중에 출처를 정확히 알 수 없는 게 있다면 어떨까? 토스터 같은 물건들을 만드는 비용 중 많은 부분이 감춰져 있거나 다른 사람에게 불평등하게 돌아간다면? 우리가 내리는 판단의 기준들이 왜곡되어 있다면? 토스터는 하나의 상징이다. 우리가 사용하긴 하지만 꼭 필요한 건 아닌, 갖고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크게 아쉬울 것 없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갖고 있기도 쉬워서 하나 샀다가 고장 나거나 더러워지거나 낡으면 쉽게 내버리는, 그런 물건들의 대표다. 이게 바로 토스터를 선택한 이유다. --- p.36

아, 알게 뭐람. 전자레인지에 금속을 집어넣는 금지된 장난을 지금 아니면 또 언제 해보겠나? 게다가 특허개발자는 전자레인지로 철을 제련할 경우 코크스를 가지고 했을 때보다 유해물질이 절반이나 적게 배출된다고 주장했다. 에라, 모르겠다, 규칙 따위.
부주의하게 달려들었다가 어머니의 전자레인지를 태워 먹은 뒤, 좀 더 조심스러운 실험을 통해 결국 10펜스짜리 동전만 한 철 조각을 얻었다. 이 철 조각을 빌린 모루 위에 올려놓고 망치로 내려치니 부서지지 않고 구겨졌다. 아무렴 그래야지! 조리법은 아래와 같다. 도파관 근처에 작은 공간을 남겨 놓고 전자레인지 안쪽에 세라믹섬유단열재를 채운다. 작은 선철 조각 혹은 반쯤 제련된 철광석을 목탄 조각과 함께 세라믹 접시에 올린 뒤 단열재로 싸서 도파관 옆 빈 공간에 놓는다. 약 25분간 고열로 전자레인지를 돌린다. 토스터 한 대 분량의 철을 얻으려면 이 과정을 지겹도록 반복해야 한다. --- p.80

이런 상황에서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볼 필요가 있다. 요즘 지질학계에서는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신세기의 시작을 선포할 것인가를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인류세란 인류가 만들어 낸 지질학적 시대를 말한다. 지질학적인 의미에서 세기는 1년 단위가 아니라 몇 백만 년 단위로 바뀐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는 꽤 중대한 사건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세기의 선언을 놓고 고민하는 이유는 오늘날의 문명에 대해 알지 못하는 먼 미래의 지질학자들이 지금 쌓이고 있는 암석층에서 확연한 변화를 감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먼 미래의 지질학자들은 화석 기록에서 갑자기 많은 종들의 화석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대규모 멸종사태(인간의 멸종)가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또한 1945년 이후 인류가 터뜨린 2,000여 개의 핵폭탄에서 흘러나온 방사능 때문에 지층에서 방사능의 갑작스런 증가를 감지해 낼 수도 있다. 어쩌면 빙하의 핵과 암석 속에서 기이한 분자들을 찾아낼지도 모른다. 현생 인류가 쓰다 버린 플라스틱 분자 같은 것 말이다. 여기 있는 바위 하나가 이전 세기부터 자리 잡고 있었다면 그와 다를 바 없는 다른 바위를 가리켜 ‘인류세’에 자리 잡았다고 주장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 바위들 중 폴리프로필렌으로 된 바위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하여 철광석을 캐다가 쓰레기장에서 초창기 플라스틱 암석을 캘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억지스러운 궤변이라는 것은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어차피 내가 만든 규칙들이니 깨고 싶으면 깨는 거다. --- p.129

두 번째 시도에선 더 신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케이크 따위를 만들 때는 그릇에 부순 초콜릿을 담은 뒤 이 그릇을 물이 담긴 냄비에 넣고 중탕한다. 이렇게 간접적으로 가열하면 열이 골고루 퍼지기 때문에 타지 않는다. 이 조리법에서 단서를 얻은 나는 노란색 플라스틱 욕조를 잘게 부순 뒤 양동이에 넣고 이 양동이를 식용유가 반쯤 찬 더 큰 양동이 위에 띄웠다. 물 대신 식용유를 사용한 이유는 물의 끓는점보다 더 높은 온도로 가열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란 플라스틱에 점성이 생겼을 때 국자로 플라스틱을 떠내 나무틀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이 플라스틱이 식기 전에 재빨리 다른 나무틀을 그 위에 올려놓고 구석구석에 끈적한 플라스틱이 스미도록 틀 위에 올라가 몸으로 눌러주었다. 몇 분 뒤 지렛대를 이용해 나무틀을 분리하고는 생애 최초의 토스터 몸체가 완성된 것을 보고 기뻐 날뛰고 말았다. --- p.136

부품은 총 22개였다. 내 토스터에는 빵이 다 구워지면 튀어 오르게 하는 스프링도, 시간 조절 장치도, 작동취소 버튼도 없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제일 큰 문제는 내 토스터를 가지고 빵을 구울 수 있는지였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만 해도 나는 왕립예술대학 보건안전규정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아직 토스터에 전원을 연결해 보지 않고 있었다. 솔직히 내가 감전되거나 심할 경우 다른 사람까지 감전될까봐 조금 겁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토스터에 12볼트짜리 전지 두 개를 직렬로 연결해서 24볼트가 통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열판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너무 뜨거워서 만질 수 없을 정도였다. 열기를 확인해 보려다가 손가락에 화상을 입을 뻔했다. 하지만 열판은 붉게 달아오르지 않았다. 전지에서 공급되는 전류가 영국에서 공급하는 전력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았다. 다시 말해서 깐깐한 사람이라면 내 토스터를 빵을 굽는 기계가 아니라 데우는 기계로 분류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 p.179

토스터를 내 두 손으로, 원재료부터 만들어 보겠다는 시도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비효율적이었다. 내가 토스터를 만드는 데 쓴 비용은 아르고스의 토스터 가격보다 250배나 더 많았다. 그나마 직접 지출한, 주로 광산까지 이동하는 데 든 비용만 계산한 것이다. 만일 그동안 먹은 음식과 떨어진 신발값까지 계산한다면 최종가격은 그보다 훨씬 더 비쌀 것이다. --- p.180

제품의 실제 비용은 감춰져 있다. 철을 제련하거나 플라스틱을 만들 때 우리는 거기서 발생하는 오염을 눈으로 보거나 냄새로 감지하지 못한다. 그저 이런 일이 자신의 뒷마당에서 벌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내 이웃은 이 문제에 대해서 상당히 참을성 있게 견디긴 했지만 말이다.) 우리는 우리가 내버린 물건들과 함께 살아갈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오염물질이나 쓰레기가 아예 사라지는 건 아니다. 어딘가로 흘러가서 적절하게 처리되지 않을 경우 누군가가 대가를 치를 것이다. 아마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토스터의 가격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누락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바로 화폐경제에서 도외시하는 ‘외부효과’다. --- p.182

나는 토스터를 만들면서 우리 모두가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이 의존하는지를 깨달았다. 자급자족하는 삶이라는 발상은 낭만적이긴 하지만 공상이나 마찬가지다. 대규모 기아사태를 감수하지 않고서는 더 단순한 시대로 시계를 되돌릴 수 없다. 게다가 이 세상 대다수의 사람들은 시계를 앞으로 돌리고 싶어 한다. --- p.187

아무래도 모든 상품에는 설명서가 두 개 있어야 할 것 같다. 제품을 조립하고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 주는 설명서 하나, 이걸 다시 분해해서 여러 가지 부품이나 원료로 분류한 뒤 재료의 품질을 유지한 채 다른 제품의 원료로 공급하는 방법을 알려 주는 설명서 하나, 이렇게 말이다. ‘소비자’가 더 이상 쓰지 않는 물건을 분해해서 분류한다는 게 그렇게 비현실적이기만 한가? 지금 당장은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저녁 내내 낡은 토스터나 텔레비전을 분해하고 앉아 있다니? 보건과 안전문제 역시 쉽지 않을 것이다. (“1단계 : 가전제품의 전원을 뽑으세요. 전원에 연결된 상태에서 토스터를 분해하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내일이 오늘과 같을 수만은 없다. --- p.188

나는 토스터를 만들면서 여러 곳을 둘러보는 좋은 시간을 가졌다. 절대 아무 데도 내버릴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좀 식상한 표현이긴 하지만 이 시간은 너무나도 많은 기억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고원에서의 산책, 웨일스 파리스 산에서 갱도를 기어 오른 일, 클리어웰 동굴에 있던 크리스마스 장식들……. 감정과 그 감정에 결합된 의미를 가진 물건들은 어느 정도 역사성을 띤다. 그래서 사물의 기원이 중요하다. 아무래도 학교에서 토스터나 주전자, 작은 전자레인지를 직접 조립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러면 아마도 이런 물건들을 더 오래 간직하면서 고쳐 쓰고 잘 관리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물건은 단순히 가게에서 사 온 물건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될 수도 있으리라. --- p.189

만일 토스터를 다시 만든다면 첫 번째와 다른 방식으로 해보겠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물론 모든 방식을 다 바꿀 것”이라고 답한다. 첫 번째 시도를 통해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하지만 만일 내가 토스터를 맨손으로 만들겠다고 결심했을 때 그렇게 세상물정 모르고 천진난만하지 않았더라면 과연 그런 시도를 했을까? 지혜와 지식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지만, 무언가를 실제로 시작하지 않는다면 어떤 결과에 이르게 될지 절대 알 수 없다.

--- p.205

출판사 리뷰

이래봬도 토스터입니다.
빵은 못 구워요.
가격은 200만 원입니다.


절대 빵을 넣어서는 안 될 토스터가 있다. 이미 청중 앞에서 빵 대신 제 몸을 태운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문제적인 디자이너 토머스 트웨이츠가 맨손으로 만든 토스터 얘기다. 『토스터 프로젝트』는 이 젊은 예술가가 원재료 채취부터 시작해서 토스터를 제작한, 무모하고도 강렬한 모험을 담은 책이다.

저자 토머스 트웨이츠는 영국 왕립예술대학 석사 과정을 마칠 무렵, 졸업전시회 작품으로 토스터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토스터는 “우리가 사용하긴 하지만 꼭 필요한 건 아닌, 갖고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크게 아쉬울 것 없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갖고 있기도 쉬워서 하나 샀다가 고장 나거나 더러워지거나 낡으면 쉽게 내버리는, 그런 물건들의 대표”(본문 36쪽)이기 때문이다. 둘째, 어린 시절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5 : 대체로 무해함』에 나오는 문장 “어떤 도움도 없이 홀로 내버려두면 그는 토스터조차 만들 수 없었다. 겨우 샌드위치 정도나 만들 수 있을까?” 때문. 인류가 큰 위기에 빠진다면 이전에 쓰던 가전제품을 누구 한 사람이라도 실제로 만들 수 있을까? 저자는 그 점이 궁금했다.

토스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실패마저 재치 있고 익살맞게 그렸지만, 그 안에 녹아 있는 메시지는 만만치 않다. 외부 효과와 규모의 경제에 관한 문제 제기부터 실용적인 기능이라고는 죄다 잃어버린 현대인의 초상, 망가지는 환경 문제, 결국 아무도 누군가에 의지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는 소박한 깨달음까지. 때로는 정신 나간 사람 취급까지 받은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현대사회를 지탱하는 소비문화의 문제점과 그 안에서 우리가 점하고 있는 위치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세상은 당신이 소비자로만 남기를 원하고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대가는 점점 커진다


토스터 제작에 나선 저자에게 첫 번째 닥친 미션은 철광석을 제련하는 것. 토스터의 뼈대를 구성하는 것이 바로 강철이기 때문이다. 철광석은 더 이상 채광은 하지 않고 관광지로만 명맥을 유지하는 광산에 가서 몇 덩이 주워 왔다. 그리고 아직은 붉은 돌덩어리에 불과한 철광석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조사하는데,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정말로 추출야금을 할 때 요즘 책들은 쓸모가 없다. 복잡한 산업공정을 설명하는 흐름도와 화학 반응을 보여 주는 등식 등 풍부한 자료를 갖춘 책들은 타타철강 같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대단히 유용할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직접 이 일을 하려는 사람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58쪽)

도시에 사는 이들이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자판 두드리는 일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고도로 문명화되었다고 믿으며 만들 줄 아는 게 없다고 좌절하지 않는다. 혹시 만에 하나 직접 뭔가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온다 하더라도 이미 완벽하게 정립된 기술을 구글링해서 찾을 수 있고 또한 금세 숙련될 거라고 믿는다. 저자의 생각도 그랬다. 하지만 막상 닥쳐보니 실상은 달랐다. 소비문화에 익숙한 도시인은 실용적인 기능을 완전히 잃었다. 점점 산업시스템에서 부속화되었고 이익은 불공평하게 돌아가고 있으나 이 문제를 눈치 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구리를 채취할 때 문제는 극적으로 드러난다. 저자가 찾은 광산은 사적지라서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채취해서는 안 되었다. 할 수 없이 가장 표가 덜 날 것 같은 ‘구리 녹은 물’을 담아오기로 했다. 광산 근처에 있는 강은 노출된 암석과 물이 반응하여 빨간색으로 아주 강한 산성을 띠었다. 토스터 등 현대인의 필수품이라 불리는 물건을 만드느라 땅을 파헤쳐서 인근의 강은 생명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곳이 된 것이다. 빨간색 물이 흐르는 강은 우리 집과는 머니까 아무 상관이 없는 걸까? 당장은 당신 앞마당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누군가가 대신 대가를 치르고 있으며 그건 언제 당신의 일이 될지 모른다. 저자는 차라리 이 대가를 돈으로 환산하여 적절하게 분배하는 편이 공정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만일 토스터 생산과 관련된 모든 비용을 계산에 넣는다면 토스터는 비싸질 것이고, 어쩌면 우리는 토스터를 그렇게 자주 새로 사지는 못할 것이며, 따라서 당연하게도 전만큼 많은 사람들이 토스터를 사지 못할 것이다.” (본문 184쪽)

저자의 두 가지 제안
1. 모든 물건에 설명서 두 개를 넣기 2. 간단한 전자제품 조립해보기


그렇다고 갑자기 꼬치에 빵을 끼워 모닥불에 구워 먹거나 9개월간 생업을 포기하고 토스터를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신『토스터 프로젝트』에서 그랬듯이 일상적인 물건에 녹아 있는 역사와 투쟁, 사상과 에너지, 원료들의 기원을 들여다볼 수는 있다. 또한 우리가 누리는 값싼 물건에 대한 비용과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고 부조리한 상황을 개선할 방법들을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학자나 정치가가 제시해야 할 거대한 담론이나 정책은 남겨 놓고, 대신 자신이 상상한 두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첫째 모든 상품에 설명서를 두 개 넣는 것이다. 하나는 조립하고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 주는 설명서, 하나는 재활용할 수 있도록 이걸 다시 분류한 뒤 다른 제품의 원료로 공급하는 방법을 알려 주는 설명서. 플라스틱을 만들기 위해 재활용업체인 액시온리사이클링 사를 견학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재활용업체는 수지타산을 맞추느라 쓰레기를 대충대충 분류한다. 그러나 ‘얼핏’ 비슷해 보이는 부품들을 같은 재료로 간주하고 재가공하면 그 재료의 가치는 현저하게 떨어진다. 오래된 비행기에서 알루미늄을 분리해 재활용해도 다시 비행기 부품으로는 쓸 수 없고 알루미늄 캔이 되었다가 또 불순물이 섞이면 쓰레기장으로 직행하는 수밖에 없는 식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사용을 마치고 스스로 제품을 분리할 수 있다면, 혹은 생산자가 재활용까지 책임지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문제는 훨씬 간단하게 해결된다. 하지만 아직 현대사회는 우리에게 얼른 가지고 있던 물건을 버리고 더 사라고만 요구한다.

저자의 두 번째 제안은 학교에서 토스터나 주전자, 혹은 작은 전자레인지를 직접 조립해보는 것이다. 물건에 역사성이라든지 의미를 부여한다면 그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못할 것이 아닌가. 단순히 전자대리점에서 골라온 물건 이상이 된다면 소비자는 더 오래 간직하면서 잘 관리하고 고장이 나더라도 고쳐 쓰려고 노력할 것이다.
? 시작이라도 하지 않았다면 이런 괴물 같은 토스터나마 만들었을까?

어떤 사람은 『토스터 프로젝트』를 실패라고 볼지도 모른다. 저자가 한국 독자를 위한 에필로그에 고백했다시피 마지막 시연을 했을 때 토스터는 빵을 굽는 대신 제 몸을 스스로 구웠다. 그러나 이 패기만만한 디자이너는 이 프로젝트가 부분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가를 내린다. 첫째, 아무도 죽거나 다치지 않았고(실제로 위험하다 싶은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둘째, 열판이 실제로 뜨거워졌으며 셋째, 토스터를 만든 과정 자체가 일종의 모험담이 되었기 때문이다.

전자대리점의 진열대 위에 반짝거리고 늘씬한 모양의 토스터들이 조명을 받아 멋지게 빛나고 있다. 그 옆에 치즈가 녹아내린 듯한 모양의 토스터가 하나 있다. 가격은 처음 모델로 삼았던 토스터의 250배가 넘고, 같은 진열대에 있는 토스터와도 비교할 수 없이 비싸다. 아마 이 토스터를 제정신으로 살 사람은 없으리라. 그러나 토스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그는 영국 곳곳을 여행하고 역사를 여행했으며 산업시스템의 문제를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았고, 현대인이 누리는 문명의 대가를 치르는 사람들 사이를 오고 갔다. 토스터 프로젝트가 아니었다면 절대 닿지 못했을 세계였을 것이다. 저자는 마지막을 이렇게 맺고 있다.
“무언가를 실제로 시작하지 않는다면 어떤 결과에 이르게 될지 절대 알 수 없다.”

누군가는 이 책을 디자인서라 칭한다 - 재치 있는 글과 사진 배치를 만나는 즐거움

디자인을 전공한 이답게 9개월간의 대장정을 시각적으로도 재치 있게 담았다. 싼 제품이라면 부품도 간단하리라 믿고 가장 저렴한 토스터를 하나 모델로 삼아 분해해봤더니 부품은 총 404개. 재료에 따라 분류하자면 이보다 더 숫자가 커질 게 뻔했다. 저자는 3.94파운드(한화로 10,000원이 채 안 된다)짜리 토스터에 이렇게나 많은 부품들이 들어 있다는 데에 놀라며(이때의 감정은 당혹감에 가까웠을 것이다), 자신이 만들 토스터는 ‘토스터스러움’을 지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재료로 만들기로 한다.

그 결과 남은 재료가 강철, 운모, 플라스틱, 구리, 니켈이었다. 그리고 원료를 채취하여 부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차례차례 보여주는데, 모델로 삼은 부품을 앞에, 자신이 만든 부품을 뒤에 배치하고 중간에 부품을 만드는 과정을 서술하는 식이다. 부품들은 모델과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결국 토스터인지 치즈가 끓어 넘친 냄비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그로테스크한 토스터가 매장 진열대에 어마어마한 가격표를 달고 있는 장면으로 이 책은 끝난다.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제작과정과 실패담을 재치 있는 사진 배치와 입담으로 한층 흥미롭게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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