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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_ 정도약국 가기 전에 우회전이요
다모아 호프/ 서서울병원 사거리/ 통일서점/ 곱창전골 2장 _ 아현가구거리 안쪽으로 쭉 들어가주세요 가구거리의 눈사람/ 우리가게 놀이코스/ 첫 번째 우리집 3장 _ 이리로 나가시면 충정로에요. 여기서부터는 걸어가자 비탈길의 김밥집/ 댕기머리 사거리 누리슈퍼/ 집 앞 채소차/ 초록색 대문집 4장 _ 학교 다녀올게요 대성세탁/ 굴다리/ 은행나무 길/ 배드민턴/ 일층 생물실/ 음악실 5장 _ 알았어요. 천하태평으로 갈게요 최초의 케이에프씨/ 천하태평/ 언덕 위 포차/ 북성 해장국 6장 _ 장 보면 무거운데 또 손 아프겠네 크리스탈 레스토랑/ 사거리 장난감 가게/ 이석제 내과 7장 _ 배도 부른데 돌아서 걸어가요 비둘기 마당/ 아현감리교회 어린이집/ 애오개의 나무/ 하나문구 그리고 아동문구 8장 _ 우리 정말 이사가? 이사 선언/ 이삿날 아침 9장 _ 이후의 이야기 새로운 동네, 새로운 사람들/ 가족들의 이너뷰/ 초등친구들의 이너뷰/ 중등친구들의 이너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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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덕분에 친구들과 추운 겨울날이면 어묵을 입에 한 아름 넣고 집에 걸어가곤 했다. 나는 그중에서도 사거리 입구 파란색 공중 전화박스 앞에서 파는 계란빵을 제일 좋아했다. 소금이 살짝 뿌려져 있는 짭짜름한 반숙 계란에 폭신한 카스텔라 빵의 달달한 냄새가 풍기면 어느새 겨울이 왔구나하며 계절을 실감하곤 했다.
--- p.24 눈이 부시도록 하얀 두 개의 형광등 밑에 꽂혀있는 책들 중 한권을 낑낑거리며 빼내는 것도 재밌었다. 당시에는 어린이들이 보는 만화 잡지책 같은 것에 서비스로 팬시나 캐릭터가 그려진 작은 공책 같은 것을 끼워주시곤 했는데 나는 그것이 아저씨의 재량인지 모르고 책을 사면 다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 p.28 아현동 주민들은 그 거대한 눈사람을 출퇴근길에 돌아가면서 꾸며 놓았다. 어떤 언니는 큰 눈사람에 빨강과 초록이 섞인 체크무늬 머플러 두 개를 엮어 목에 둘러주기도 했고 어떤 아주머니는 깎지 않은 커다란 당근을 코에 꽂아 놓고 가기도 하고 어떤 가구점 아저씨는 다섯 갈래로 나눠진 사람 손을 닮은 나뭇가지를 주워와 팔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 p.39 세탁소를 몇 시에 여시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학교 일 때문에 평소보다 훨씬 빨리 나간 날에도 세탁소에서 연기가 나오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세탁이라고 쓰인 간판 밑 유리창 너머로 열심히 일하시는 아저씨가 보인다. 김이 쉴 새 없이 폴폴 나는 다리미로 옷을 다리시고 계시는 아저씨는 항상 같은 얼굴이셨다. --- p.79 처음으로 케이에프씨가 오픈했을 때 주문을 하려고 문 바깥까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나는 지나가면서 여기가 뭐하는 곳이길래 사람이 이렇게 많지 했었다. 집으로 가자마자 엄마와 그곳에 대해 수다를 떨고는 다음날 한 번 가보기로 했다. --- p.111 그렇게 약 팔년 넘게 단골이었던 천하태평은 먹자골목 라인에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한순간에 없어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가족들과 다 같이 가서 식사를 했었는데 하루아침에 없어져있었다. 먹자골목에 있던 다른 집들도 말이다. 그 집들 중에는 건너편이나 다른 동으로 가게를 이전하는 곳도 있었지만 천하태평은 가게를 아예 그만두셨는지 동네에서 다시 볼 수 없었다. --- p.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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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옆 동네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아현동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의 추억 일기. 자신이 살아온 동네에 대해 책을 쓴다는 것은 어떤 마음일까? 무슨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기에 화자는 많은 소재 중 동네에 대해 쓰고 싶어 했을까. 빠르게 변화하는 주변의 상황들로 인해 한 곳에 정착하기 어려운 90세대는 ‘토박이’ 라는 말이 낯설다. 사라지는 과거와 유지되고 있는 현재, 변화할 미래의 시간 가운데 있는 사람들은 어떤 것들을 느끼고 있을까. 처음으로 펼친 책은 목차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마치 택시 기사님께 집 위치를 알려 드리기 위한 말들을 적어 놓은 것 같았다. 이곳에 처음 방문한 독자들에게 차근차근 일러 주듯이, 하지만 여기저기 소개해주고 싶은 마음을 수줍게 표현해 놓았다. 또한 목차의 소주제들을 보면 외지인 같았던 마음을 녹여주는 단어들이 가득한데 다모아 호프, 대성 세탁, 굴다리, 일층 생물실, 하나문구 그리고 아동문구 등. 사람 사는 동네라면 어디를 가도 들을 수 있는 말들이 있었다.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하지만 서서히 달라지고 있던 동네의 이야기. 작가와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 그녀는 말했다. “ 이곳은 변하지 않을 줄 알았어요. 하지만 동네를 떠나는 게 결정되면서 깨달았던 것 같아요. 변하지 않았으면 했던 건 제 추억이었고, 변화하는 동네를 눈 가리고 있었던 거죠. ” 작가의 마음이 어떨지 어렴풋이 짐작되었다. 익숙한 것들이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힘들다. 하물며 추억이 깃든 상점,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그것이 더 힘든 일이 될 것이다. 2014년 아현 고가도로가 철거되면서 동네의 재개발은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책에 재개발에 관한 이야기가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말없이 사라져가는 상점들을 보면서 작가는 어린 시절에도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어렸을 적부터 이 책을 기획했다는 작가는 그저 좋아하는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원고를 쓸 때 즈음엔 기록에 집중을 했다고 한다. 변화하는 모습들을 보며 모든 것이 사라질 것 같은 불안감에서 탄생한 이 책은 그러한 작가의 마음이 담겨있어 더욱 따듯했다. 초판 그리고 3쇄를 지나온 개정판까지. 그리고 독자를 위한 작가의 편지 프로젝트. 사람들이 어떤 것을 기억하기 위한 방법들은 다양하다. 사진을 찍어두기도 하고,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다이어리에 조금씩 기록하는 방법 등 굉장히 다양한 방법들이 있지만 몇 년에 걸친 기록들을 한 번에 펼쳐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다이어리를 몇 년이고 펼쳐보지 않았다면 우리가 알지 못할, 기억에서 잊었을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들 각자의 방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을 이야기들을 세상 밖으로 꺼내준 작가에게 감사를 표한다. 필자가 느꼈던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독립출판물로 먼저 나왔을 당시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찾았다. 동네가 그리워 군대에서 책을 읽었다는 독자님도 있었고, 한국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캐나다에서 이 책을 주문해 읽었다는 독자님까지. 가끔 왠지 모를 향수에 젖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강력히 추천한다. 아! 책 포장에 들어있는 비밀카드를 읽고 작가에게 연락을 주면 편지와 드로잉을 보내주는 프로젝트를 개정판 책에서도 진행하고 있다고 하니 짧게라도 작가에게 연락해보길 바라며, 끝으로 책의 프롤로그에 있던 문장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나의 포근했던 아현동'은 독립출판으로 먼저 선을 보였다가 이번에 개정판을 내게된 책입니다. 독립출판으로 세상에 나왔을 당시 '잊혔던 수많은 자기의 옛 동네'에 대한 저미는 그리움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급속도로 발전해 가는 세상 속에서 이러한 '잊힘'은 어쩌면 대수롭지 않은 일입니다. 아니 어쩌면 일부러 덮어두고 있는 것인지 모릅니다. 이 책은 비단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거창한 표현이 아니더라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잊혀지는 모든 것들에 대한 책으로의 헌사이자 트리뷰트 송 입니다. 오늘 이 책과 함께 잊고 있던 나의 옛 동네를 추억하는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마도 그 곳에 있던 정겹던 이웃들이 그 때의 모습으로 여러분을 반기고 있을 것입니다. '나의 포근했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