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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섬
2. 시그널 ㆍ머리 ㆍ기념일 ㆍ풍선과 바늘 ㆍ변화하는 행동 ㆍ주변의 이야기 3. 지나온 시간 ㆍ아현동 사남매 ㆍ결혼과 아이들 ㆍ유일한 취미 4. 불꽃 ㆍ도화선 ㆍ마음처럼 5. 아빠는 엄마를 ㆍ서로 ㆍ요리와 마음 6. 발송 ㆍ부재중 ㆍ안녕 7. 엄마 엄마 ㆍ단 한 번도 ㆍ같이 8. 선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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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이 얼마나 반복되었을까. 엄마가 혼자 티브이를 보는 시간이 늘어났어. 자신에게 한마디라도 건네주길 바라는 듯 음량은 점점 커져갔지만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잠들었지. 같은 집에 살지만 방문을 사이에 두고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말 한 번 안 하는 날이 일주일에 반은 됐을 거야. 근데 처음엔 미안했던 마음이 무심해지기 시작하더라고. 그 후로 어쩌다 말을 건네면 아주 뾰족하게 돋아있는 말투가 신경질적으로 건너왔어. 할머니도 알다시피 엄마와 난 서로에게 좀 유별났잖아. 별일도 아닌데 감정이 점점 격앙돼서 미운 감정이 더해지고 급기야 서로에게 돌직구를 던지곤 했던 그런 거. 나도 조용히 넘어가고 싶었는데 너무 화가 나는 거야. 사실 오늘도 서로에게 모진 소리를 했어. 할머니가 들어도 속이 상할 그런 말들을.
--- 「섬」 중에서 첫째가 잘돼야 동생들이 잘된다는 신조에 따라 할머니는 매일 밤 동생들을 재우고 나면 작은 책상을 펴놓고 엄마를 앉혀 공부를 시키곤 했다. 졸음으로 내려앉은 눈꺼풀을 낮게 껌뻑이며 책상에 앉은 첫째는 한참 늦은 취침과 이른 아침을 맞이해야 했다. 놀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동생들에게 항상 양보해야 했고 하고 싶은 것이 생겨도 그들을 먼저 챙겨야 했던 엄마는 자신을 챙기는 일보다 남을 돌보는 일에 더 익숙해졌다. 큰딸과 언니의 역할로 이십오 년을 살았을 무렵 엄마는 일을 시작하고 싶었다. 집에서의 자신의 위치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조금씩 생겨났다. 일을 시작하며 조금은 홀가분하게 자기 자신에 대해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을 즈음, 엄마는 결혼을 했다. --- 「아현동 사남매」 중에서 집으로 돌아와 주방에 수박을 내려두고 두 팔 벌려 엄마를 품에 안았다. 엄마도 처음, 우리도 처음 겪는 거니까 차근차근 같이 걸어가자고 얘기했다. 예전엔 낯간지럽다고 말끝을 흐렸던 ‘사랑해’라는 말도 또박또박 자주 얘기하기로 했다. 엄마가 속에 담아 두었던 말을 조금씩 하게 되었다면 나는 평소 하지 못했던 정말 중요한 이 말들을 자주 하자고 다짐했다. “아이구” 하시며 내 등을 토닥여주곤 하셨던 엄마의 몸이 쉽게 안을 수 있을 정도로 옛날보다 작아진 느낌이 들었다. --- 「마음처럼」 중에서 갱년기라는 변화를 맞이한 엄마의 처음 모습은 ‘불안’ 그 자체였다. 무섭고 힘이 드는데 옆엔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계속 들며 더 깊고 날카로우며 뾰족해졌다. 그것을 보고 가족들은 기존의 환경을 바꿔 보자는 생각으로 일상에 조금씩 변화를 줬다. 집에 있는 시간을 늘려 엄마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끝 부분에서는 점심은 뭘 해먹을까 하는 고민을 같이 했다. 한동안 시끌벅적했던 몇 가지 사건이 지나고 엄마는 점점 차분해졌다. 오히려 자신의 행동이나 말을 다시 생각해 보는 게 보일 정도로 뾰족하게 돋아있던 부분이 아주 천천히 둥그스름하게 변하는 듯 보였다. --- 「같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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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터가 무슨 뜻이야? #표지는 갱년기랑 무슨 상관이지?
제목은 ‘skitter ; 잽싸게 [경쾌하게] 달리다 [나아가다]’는 뜻의 단어를 발음한 것입니다. ‘잽싸게 달리다’는 뜻에 빠르게 흘러가버린, 그리고 흘러가고 있는 엄마와 가족들의 시간이 반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제목으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목에서 ‘갱년기’라는 주제가 드러나지 않았으면 했어요. 특정한 주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표지에는 조개 형상 주위로 홀로그램박이 입혀져 있고, 가운데에는 원형의 커팅으로 잘라져 있어 인쇄된 속표지가 비춰지고 있습니다. 아주 옛날, 바다에 잠겨있던 시절을 지나온 산에선 가끔씩 조개가 발견되기도 합니다. 저는 이러한 부분이 엄마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오랫동안 말하지 않고 참아온 것들이 조금씩 수면으로 올라오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환경 속에서도 굳건히 이겨내 동그랗게 뭉쳐진 진주 속에는 얼마나 많은 그간의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생각하며 파도와 산의 이미지를 겹쳐 표현하였습니다. #간략한 소개 버전 [신간] 아홉프레스, 에세이 '스키터' 출간 1인 출판사 아홉프레스가 신간 에세이 〈스키터〉를 출간했다고 밝혔다. 책 〈스키터〉는 갑작스러웠던 엄마의 갱년기를 마주한 가족들이 소통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조그만 일에도 짜증을 내고 몇 년 전 일로 불현듯 화를 내는 일이 잦아진 엄마는 왜 갑자기 변했을까. 저자는 엄마가 달라진 이유를 찾기 위해 엄마라는 존재가 되기 이전인 어린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인생과 지나온 시간을 찬찬히 되짚어 본다. “엄마가 혼자 티브이를 보는 시간이 늘어났어. 자신에게 한 마디라도 건네 주길 바라는 듯 음량은 점점 커져갔지만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잠들었지. 같은 집에 살지만 방문을 사이에 두고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말 한 번 안 하는 날이 일주일에 반은 됐을 거야” - 「섬」중에서. 책은 화자인 딸의 시선으로 바라본 엄마의 일상을 에세이 형태로 서술하며 목차의 마지막장마다 할머니에게 전하는 편지를 수록해 진솔함을 담아냈고, 엄마를 위한 아빠의 특별한 요리 레시피를 수록해 친근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저자인 박지현 작가는 “책의 제목인 ‘스키터’는 ‘잽싸게 달리다’라는 의미로 빠르게 흘러간 엄마와 가족들의 시간을 뜻한다”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평범한 일처럼 독자들이 엄마의 갱년기를 받아들이기 원했기에 일부러 추상적인 제목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표지에 진주를 품은 조개는 가끔 산에서 발견되는 조개 화석이다. 이 조개가 엄마와 닮았다고 느꼈다. 오래전 바다였던 산에 잠겨 있던 조개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 것처럼, 그 속의 진주처럼 엄마 안에 담겨 있는 많은 이야기가 갱년기를 맞이해서야 비로소 밖으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책 속의 엄마의 갱년기를 맞이한 가족들은 집에 있는 시간을 늘리고, 점심 메뉴 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등 일상에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극복한다. 스키터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지만, 한편으론 익숙해서 자주 잊어버리곤 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에 대한 이야기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정식 출간 전부터 많은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스키터는 오는 5일부터는 인터넷과 대형서점 등을 통해서 구입할 수 있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따뜻한 시선이 담긴 글이 읽는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행복을 전해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대학에서 조형회화를 전공한 박지현 작가는 서점과 학교에서 책만들기 클래스를 진행하며 1인 출판사 아홉프레스를 통해 다양한 책을 펴내고 있다. 저서로는 〈나의 포근했던 아현동〉, 〈ANYWHERE;어디에서나〉, 〈스콜라시리즈 1. 바다가 필요한 이유〉, 〈세 개의 단어, 그리고 십분〉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