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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페어웰이 가득
제2장 맨 제3장 리카코 제4장 다시 리카코 제5장 온화한 밤 제6장 바다가 들린다 |
Saeko Himuro,ひむろ さえこ,氷室 さえ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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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리카코 사이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유감스러울 정도로, 아무 일도.
리카코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도쿄의 대학을 쳤다는 소식이라든가, 이미 도쿄에 왔다는 소식을 들은 후에야 ‘아무 일도 없었다.’라는 것을 나는 뼛속까지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은 역시 서운한 일이었다. 나는 리카코를 좋아했다. --- p. 177 변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럴 정도로 리카코를 잘 아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눈앞의 이 리카코가 진짜 리카코일지도 모른다. 세련되며, 남자와 능숙하게 교제할 줄 알고, 연회장이 매우 잘 어울리는 그녀가, ‘그렇구나.’ 나는 문득 생각했다. 리카코는 우리가 지냈던 고치에서의 1년을 없었던 일로 하고 싶은 거구나, 잊고 싶은 거구나. 그렇다면 그것도 괜찮겠지……. --- p.199 오늘은 리카코를 만나 기뻤다. 온화한 기분을 느꼈으며, 그 마음 그대로 하루를 마치고 싶었다. 츠무라 치사하고도 온화하게 보내고 싶었다. 정말로 그런 기분이었다. 남에게 이렇게 온화하게 대해주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 p.2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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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선사하는눈부셨던 청춘, 설레던 첫사랑의 기억
서툴렀던 청춘의 시간을 지나온 세대의 이야기 순박하고 강직한 타쿠, 차갑고 고집스럽지만 어린 아이같은 면모를 가진 리카코, 평범한 우등생이자 사람좋은 마츠노……. 『바다가 들린다』의 등장 인물들은 ‘만화에나 나오는’ 비현실적인 인물이 아니라, 학창 시절 같은 반에서 한 번쯤은 만났을 법한 캐릭터들이다. 이들이 겪는 고민과 갈등, 저마다의 심정과 기분을 공감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고교 졸업 후 동창회에 모인 친구들이 한때의 갈등을 자연스레 화해하는 모습에서 미소 짓게 된다. 그리웠던 바닷소리를 들으며 예기치 않은 데이트를 했던 첫사랑과의 데이트에서 애틋함을 느끼게 된다. 분명히 『바다가 들린다』의 스토리는 시종일관 감동과 눈물을 자아내지는 않는다. 숨가쁜 전개나 급격히 치닫는 절정이 없는 대신, 주인공의 이야기에서 자신도 모르게 지난 날을 돌아보게 된다. 우리네 삶에 늘 카타르시스만 있는 건 아님을 진즉에 알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래서 등장인물의 실제 또래인 이십대 초반보다는 그 시절을 한참 전에 지나온 세대의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들은 추억이 가진 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때론, 뒤늦게 깨닫는 사랑의 감정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있다.”라고 어떤 이는 말했다. 과연 그럴까? 반드시 내게 첫사랑은 있었다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보다는 그땐 미처 모른 채 지나고 보니 사랑이었다거나, 사랑의 감정을 지금까지 깨닫지도 못한 사람이 사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타쿠 역시 리카코에 대한 마음을 도무지 종잡을 수 없었지만 예민한 시기에 많은 일을 겪은 리카코의 속사정을 알게 된 이후, 그녀를 가엾게 여기게 된다. 그래서 타쿠는 어쩌면 둘 사이의 새로운 전개를 맞게 될 도쿄로의 진학을 결심했을지도 모른다. 둘은 여느 소설의 남녀처럼 뜨겁고 절절한 사랑을 하지는 않는다. 그동안 좋아한다는 말조차 한 번도 꺼내지 못했지만 리카코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지나온 시간을 떠올릴 수 있었던 타쿠. 리카코와 함께했던 학창 시절, 그때 그의 마음은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한때 두근거림이었을까? 그 시절의 나를 찾아가는 특별한 시간 청춘의 이야기는 늘 진한 여운을 남긴다. 『바다가 들린다』를 단순한 러브스토리로만 접해온 독자들은 이루지 못한 첫사랑의 아쉬움을 달랠 수도, 주인공을 통해 자신의 어설펐던 젊은 날에 대리만족을 할 수도 있다. 추억의 힘을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또한 ‘오늘’이라는 시간의 값어치를 깨닫도록 다독여주는 그 시절의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진심을 전하기에 주저했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콧잔등에 진땀이 맺히는 수줍은 날들을 후회할 필요는 없음을 알게 된다. 누구나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시간, 청춘. 그 여름날의 뜨겁고 순수한 이야기가 그렇게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