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프롤로그 1 그들의 사정?둘만의 사정은 아닙니다 2 비혼으로 살아남기 3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아 4 다양한 비혼의 풍경 5 비혼을 위하여 에필로그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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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송이 포착한 비혼 외길 김애순의 삶의 궤적
모범시민 김애순 VS 개인주의자 이진송 김애순은 41년생으로 그 삶의 대부분은 ‘비혼’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지기 전의 시기였다. 지은 책 《독신, 그 무한한 자유》 《독신, 그 멋과 매력》 《싱글들의 파라다이스》에서도 알 수 있듯 김애순은 오랜 기간 ‘싱글’ ‘독신주의자’로 살았다. 아직은 비혼이라는 말이 생소하기도 하다는 김애순. 그러나 그의 생애를 따라가다 보면 그가 영락없는 비혼주의자라는 걸 알게 된다. 결혼을 거부하며 1인 가구로 살아왔고,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는 끊임없는 물음에 “하기 싫으니까”와 “경력단절이 된다”를 섞어 슬기롭게 답해왔으며, 독신여성단체 한마음회를 설립하여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을 결집시켰고, 비혼주의자들의 경제적 자립을 주창했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정면 돌파해왔던 김애순의 행보 하나하나는 비혼주의자들에게 ‘비혼으로도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다. 이제 김애순은 각종 매체에 얼굴을 비추며 비혼을 알리고 비혼을 위한 인정투쟁을 마다 않는다. 평생을 남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왔던 김애순. 비혼을 위해 평생 필요치 않았던 인정투쟁에 자발적으로 뛰어든 김애순 행보의 아이러니는 비혼 대표로서 그의 존재감을 더욱 빛나게 한다. 김애순은 10대 시절 약자를 위해 일하리라 다짐하며 변호사를 꿈꾸었고, 국회의원 비서관 시절에는 비혼주의자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국회의원을 꿈꿨으며, 사회단체에서 일할 때는 간호 요원들의 야근수당 지급을 위해 무던히 애썼다. 김애순은 이미 생의 많은 날들에서 ‘나’보다는 남이 먼저였던 사람이다. 이진송은 같은 비혼주의자지만 사회적 인간으로 사는 방식이 김애순과는 상당히 다르다. 그는 자신의 행복과 만족감이 우선인 사람이고 하기 싫은 일을 참아가며 하지 않는다. 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부당하게 억압하는 시스템에 순응할 생각이 없는 성정인 것이다. 그래서 김애순처럼 모범시민이 되려 애쓰지도 않는다. 둘은 대담에서도 이 부분에서는 입장 차이를 보였다. 김애순은 자신이 상처를 입더라도 도덕과 윤리를 숭고히 여기는 성격이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에 자신을 던져가며 살아온 이진송에게 비혼주의자 앞에 놓인 현실들은 모순투성이다. 국가의 이익을 위해 결혼제도 안에 시민들을 억지로 끼워 맞춰 결혼을 강요하고,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을 2등 시민, 비정상 취급하는 억압적 사회 분위기에 이진송은 투쟁심을 불태운다. 그 저항의 시작이 〈계간홀로〉 발행이었다면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비혼》 출간은 이진송의 비혼주의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김애순의 사양에도 인터뷰를 진행하고 대담집 출간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이진송은 김애순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자주 박수쳤고 종종 애틋해했다”. “비참한 비혼이라는 프레임을 들이미는 세상에 버티다가 말려들기도 했을 누군가의 매일매일, 누군가의 과거이지만 여전히 현재이자 미래이기도 한 그 모습을 그려본” 이진송은 비혼의 삶을 날것 그대로 묘사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현실에 대한 철저한 객관화가 이루어지자 비혼이 걸어가야 할 길이 보였고 김애순과 날을 세우던 대담도 비혼을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자는 긍정성으로 나아갔다. 이진송은 김애순을 인터뷰하며 자주 이렇게 말했다. “특별하지 않아도, 선생님처럼 강하지 않아도 비혼으로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원한다”고. 김애순의 생애를 비혼과 기혼의 이분법에서 끄집어내 새로운 삶의 형태로 읽어내는 이진송의 시각을 통해 우리는 비혼의 현주소와 비혼이 나아갈 길을 엿볼 수 있다. 두 저자는 이제 개인의 노력이나 희생 없이도 비혼이 자연스러운 삶의 형태로 받아들여져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비혼 생활 백서 비혼에 대한 거의 모든 것 비혼이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또 언제 생겨났을까. 비혼이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 비혼주의자들이 비혼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이며 비혼으로 살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나’를 잘 보살피는 방법은 무엇일까. 비혼주의자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 모든 질문들에 대한 답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비혼》에서 찾아볼 수 있다. ‘비혼 생활 백서’ ‘비혼 생활 가이드북’이라고 불러도 좋다. 비혼의 다양한 면면을 담아내려고 무던히 노력한 두 저자의 목표는 바로 ‘비혼은 이기적이다, 문제가 있다’는 편견에 어퍼컷을 날리는 것. 인터뷰가 시작되자 김애순의 78년간 비혼 생활에서 나온 노하우들이 화수분처럼 쏟아졌다. 비혼의 최대 적인 가족과 상대하는 법, 비혼에 대한 지레짐작과 겁주기에 대응하는 법, 스스로를 챙기는 법, 경제활동을 할 때 주의할 점과 집을 구할 때 유의할 점, 나이대별 중점을 두고 추구해야 할 사항 등 ‘믿고 듣는’ 조언은 끝이 없었다. 그 가짓수는 곧 비혼들을 위해 자기가 아는 최대한을 전해주려는 김애순 진심의 크기이기도 했다. 이진송 또한 비혼으로 살면서 겪은 아프고도 눈물겨운 기억들을 끄집어내는 데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경험과 김애순의 조언을 바탕으로 현재 비혼주의자들이 비혼을 결심하는 계기들을 분석하고 자발적 비혼과 비자발적 비혼의 양상, 비혼으로 사는 즐거움과 고충 등을 정리해나갔다. 신세한탄이나 비관적 체념을 넘어 ‘비혼 청년’의 입장에서 비혼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비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공감할 이야기들을 책 속에 담아내려 애쓴 것이다. 더불어 이진송은 미처 못다 한 논의를 산문으로 풀어내 비혼에 대한 담론을 더욱 풍부하게 했다. 김애순의 경험과 이진송의 통찰이 녹아든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비혼》을 통해 독자는 두 저자가 함께 말하고 더불어 써내려간 ‘비혼 백서’의 묘미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