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장 지옥
2장 예기치 못한 편지 3장 오후 3시 4장 뜻밖의 죽음 5장 각자가 꾸는 악몽 6장 달을 쫓는 밤 7장 거대한 어둠 에필로그 |
김주영의 다른 상품
|
“그래도 집사람은 가족들 곁에서 떠났잖습니까.”
안도감이 묻어나는 말투였다. 끔찍한 사건 사고에 휘말린 죽음을 수없이 목격해온 그는 가족의 배웅을 받으면서 떠나는 죽음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것인지 잘 알았다. “그건 그렇죠.” 미희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도 저 밖에서는 갑작스러운 범죄의 습격이 이어지고 있었다. 어떤 기미도 없이 불쑥 등장한 범죄에 희생된 사람은 끔찍한 죽음을 맞고,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삶은 망가진다. --- 본문 중에서 공범으로 의심되는 남자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사람은 없었다. 키는 작지도 크지도 않았고, 체격은 뚱뚱하지도 마르지도 않았다. 흔한 머리 모양이었고, 얼굴엔 뚜렷한 특징이 없었다. 꼬치꼬치 캐묻는 미희에게 지친 시장 상인들이 마지막에 내뱉는 말은 거의 같았다. 그냥 평범했어요. --- 본문 중에서 지옥은 사건 현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건은 유황 냄새나는 연기처럼 관련된 사람들의 삶 속으로 스며들어서 끝내 그들의 삶을 지옥을 만들어 버리기 일쑤였다. 미희의 삶 역시 남편이 살해당한 후로 오랫동안 무너져 내렸다. 겉으로 보기엔 이제 괜찮아 보였지만 정말 그런 것인지 경수는 확신하지 못했다. --- 본문 중에서 아빠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이 들었던 순간, 모든 세상에서 불이 꺼지고 어둠만이 남은 기분이었다. 악랄하고 더러운 것이 가득한 세상이 호시탐탐 누군가의 삶을 빼앗으려고 기다리고 있음을 그때야 알았다. 세상이 품은 악의가 언제 덮쳐올지는 알 수 없었다. 그것은 언제든, 도무지 예상하지 못한 일상의 구석에서 갑자기 잭나이프처럼 날카롭게 칼날을 퉁기며 등장해서 삶을 갈가리 찢어버렸다. --- 본문 중에서 대체 어떻게 치워야 할지 난감한 현장을 둘러보다가 웃고 말았다. 그 옛날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 광경을 보고 잔소리를 할 남편이 이젠 없다. 갑자기 그가 죽던 날 병원에서 그랬던 것처럼 속이 메스꺼워졌다. 충격과 상처는 옅어졌지만 아직도 진행형이었다.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으리라고, 작고 소박했던 상담실에서 상담사가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완벽히 치유되는 상처는 없다. 다만 그 상처를 다루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게 되는 것이다. 오두막 사건 유족들도 그럴까. --- 본문 중에서 아버지 이야기만 나오면 윤석은 단단히 벽을 세우고 움츠러들었다. 그 벽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채은은 몰랐다. 아마 윤석 자신도 그 무엇이라도 딱 잘라 말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과 사실이 얽혀있을 것이다. 감당하기 힘들어서 어둠으로 덮어버리고 아예 들여다보지도 않는 기억. 자신 속의 어둠은 스스로 감당하기 마련이지만 희미한 불조차 밝힐 힘이 없을 때는 누군가 작은 불씨를 들고 그 어둠 속으로 걸어와 주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아빠가 살해된 후에 채은 자신이 그리고 미희가 그랬듯이. 유정 언니라면 윤석 오빠의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것을 걷어낼 수 있을까. 채은은 평소보다 말이 훨씬 적어지고 쌀쌀맞아진 윤석을 생각하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 본문 중에서 귀엽게 생긴 꼬마였어요. 그런데 애답지 않게 좀 싸한 느낌이랄까, 애늙은이 같은 느낌이랄까……. 표정이 없고 말까지 없으니까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 남자를 아저씨라고 불렀어요. 가족도 아닌데 같이 다니는 것이 이상하다 싶었죠. 얼굴이 어둡고 음침해 보이는 남자였는데 그냥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었습니다.” 미희가 공범이라고 생각하는 남자는 여전히 ‘평범한’ 남자였다. 특별한 특징도 없고, 공개된 장소에서 눈에 띄는 짓도 벌이지 않았다. 그 평범함이 벽이 되어 그 남자에게 이르는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 본문 중에서 첫인사를 건네는 남자의 목소리는 여전히 무뚝뚝하고 퉁명스러웠다. 미희는 그가 늘 건네는 평범한 첫인사말이 싫었다. 특히 사건에서 손을 뗀 후에는 그가 자신을 비난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물어오는 기분마저 들었다. 이 사건 때문에 남편이 당신 대신 죽기까지 했는데, 그냥 도망쳐서 홀로 평온한 삶을 누리는 당신은, 잘 지내십니까. 잘 지내지 못했다. 잘 지낼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무리 도망쳐도 죄책감과 상처가 뒤쫓아오고, 이제 괜찮아졌나 싶은 순간 그곳에 다시 지옥을 만든다. 그는 사건을 쫓으면서, 미희는 사건을 잊으려고 애쓰면서 둘 다 살아남기 위해 버티고 있었다.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이 사라지고 없는 이 세상 위에서. --- 본문 중에서 |
|
세기말을 앞둔 1999년. 숲속 외딴집에서 화재가 발생한다. 그곳에서 발견된 것은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탄 시체 한 구와 토담 앞에 쌓아 올린 사람의 머리 열하나. 참혹하고 끔찍한 이 사건은 ‘오두막 사건’으로 불리게 된다.
그곳에 취재를 나갔던 미희는 어린아이 하나와 공범이 더 있었을 것을 추정하지만 사건은 자살한 남자가 저지른 짓으로 종결된다. 공범의 존재를 주장하던 미희는 유명해지기 위해 사건을 이용한다는 비난을 받게 되고, 제보자를 만나러 나갔다가 눈앞에서 남편이 살해당하는 일을 겪게 된다. 그로부터 20년 가까이 흐른 어느 날, 미희의 메일함에 ‘오두막 사건’에 관해 제보할 것이 있으니 연락을 달라는 메일이 계속 날아드는데……. “누군가에겐 끝났는지 몰라도 내겐 아직 끝난 사건이 아니야.” |
|
“가해자의 고통은 유한한데
왜 피해자의 고통은 무한할까요.” 20년을 건너 서서히 밝혀지는 ‘그날 그 사건’의 전말 진실은 잭나이프처럼 날카롭게 튀어나와 일상을 가른다! *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 하루에도 셀 수 없는 범죄, 그것도 강력범죄가 일어난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범죄는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그러나 미디어는 항상 가해자에게 집중된다. 그가 왜 범죄를 저질렀고 어떤 형벌을 받게 되는지 등등. 반면 피해자들이 사건 이후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어떤 고통을 받는지는 어느새 기억 저편이다. 가해자에게 주어지는 형벌의 고통은 시간이 지나면 끝이 난다. 반면 피해자의 아픔은 기억을 삭제하지 않는 한 오늘도 현재진행형이다. 어떤 이는 살아 숨 쉬는 시간 동안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면서, 또 어떤 이는 그때의 기억을 잊으려고 애쓰면서. * 참혹하고 끔찍한 사건의 기억이 다시 돌아오다 소설 『완벽한 생존』(김주영 작, 인디페이퍼 펴냄)은 세기말(1999년) 부산에서 벌어진 참혹하고 끔찍했던 어떤 사건에서 시작한다. ‘오두막’이라 불린 현장에서는 토담 앞에 피해자들의 잘린 머리를 쌓아 올린 가학적인 범인이 자살해 죽은 채 발견된다. 이 사건을 취재하게 된 한미희는 발견된 증거를 토대로 현장에서 사라진 공범과 한 아이의 존재를 주장하지만 그 와중에 남편이 살해되는 충격적인 사건을 맞게 된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어느 날, 그녀의 메일함에 ‘오두막 사건’에 대해 제보할 것이 있다는 메일이 도착한다. 그러나 그녀의 딸 채은은 메일을 삭제하고 자신이 직접 메일주소에 적힌 게스트하우스 [오후 3시]를 방문한다. 그러면서 ‘그날 그 사건’에 얽힌 생각지도 못한 진실이 조금씩 밝혀지는데……. * 그날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날 이후 모든 것이 달라진 사람들. 여전히 사건을 추적 중인 피해자의 남편, 사건에서 살아남았으나 그때의 기억을 잃은 아이, 사건을 추적하다 남편을 잃고 여전히 괴로워하는 기자 등 ‘오두막 사건’을 둘러싸고 피해자인 이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완벽한 생존』은 그들에게 여전히 끝나지 않은 그날의 사건을 미스터리 스릴러 기법으로 추적해나가며 우리들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가해자의 고통은 유한한데 왜 피해자의 고통은 무한할까요.” * 당신은, 잘 지내십니까 『완벽한 생존』의 작가 김주영은 2017년 출간한 SF스릴러 『시간 망명자』로 2017 SF어워드 장편소설 부문 대상 수상 등 다양한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한국 장편SF로는 처음으로 중국 최대의 SF출판사 [과환세계]에 판권을 수출하는 등 작가로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왔다. 김주영 작가가 여섯 번째로 출간한 『완벽한 생존』은 『시간 망명자』 이후 2년 만에 내놓는 신작으로, 1999년 세기말에 벌어진 어느 살인사건을 다뤘다. 작가는 사건을 겪은 피해자들이 한순간 벌어진 범죄 앞에 얼마나 고통받는지를, 그리고 그들의 인생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미스터리스릴러 기법으로 보여주며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사회의 한 단면을 독자들의 눈앞에 단단히 고정시키고 묻는다. 당신은 안녕하시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