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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담
2. 마지막 마법사 3. 너른 들판을 바람처럼 달릴 개 4. 딸을 위한 기도 5. 사람은 어떻게 버림받는가 6. 함께 기리지 않으려나, 묵은 사랑이여 7. 가족 8. 가을 사람들 9. 사랑의 회계학 10. 신의 없는 내 팔 위에 11. 미녀와 야수 12. 재회 13. 복수의 붉은 몸짓 14. 시간의 압제에 맞서는 길 15. 우리 시대의 동화 16. 기억도 또한 죽는다 17. 전환기 18. 노욕이라지만 19. 우리의 불만의 겨울 20. 사람은 어떻게 기억되는가 21. 성(性)의 경제학 22. 기억에 대한 배신 23. 진정한 마법성 24. 마른 구근 몇 덩이로 야윈 삶이 이어지도록 하고 25. 콘월의 흰 돛 26. 소리질러라, 늙은 사랑아 27. 마법사 토르토르 28. 좀 무겁다고? 29. 천오백억 년 뒤의 해후 30. 마법성의 수호자 |
BOK,KOH-ILL,卜鉅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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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서평 위원 정은숙
개성적인 작가, 복거일의 신작 소설 <마법성의 수호자, 나의 끼끗한 들깨>가 출간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단숨에 읽어 내렸다. 읽는 동안 과연 복거일이구나 하는 중얼거림을 멈추지 않았으나 한편 몇 가지 점에서는 이번 소설이 그의 한계를 드러낸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복거일은 새삼 더 말할 것도 없이 <비명의 찾아서>의 작가로, 지금으로부터 15여년 전인 1987년에 출간된 이 소설로 한국문학에 큰 충격을 던졌다. 이 대체역사적 기법의 소설은 그 스케일과 거기에 걸맞는 디테일의 완성도로 해서 한국문학의 미답의 경지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그 문학적 승리는 서구의 흔히 SF라고 하는 과학소설(나는 의식적으로 일반적인 공상과학소설이란 말에서 '공상'이란 표현을 떼고 쓰고 싶다)에 빚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대체역사 소설이란 방식 그 자체보다는 그의 문학적 역량은 그 세부를 그려내는 기술의 정치함에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이고, 현재는 작가가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한 필립 K. 딕의 <높은 성의 사나이>가 출간된 마당이니 비교해서 읽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복거일은 그렇게 문제작으로 데뷔한 이래 많은 칼럼을 썼고 그 칼럼을 모아 여러 권의 에세이집을 낸 바 있다. 경제, 사회, 문학, 과학 등 우리 사회 모든 현상에 대한 그의 날카로운 지적들은 그때마다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그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영어 공용어론'이다. 그런데 그의 주장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그의 글들은 다른 이들의 글과는 뚜렷한 차이점을 드러낸다. 먼저 그의 과학 일반에 대한 깊은 식견이다. 가령 <쓸모 없는 지식을 찾아서> 같은 책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글의 주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을 것 같은 과학적 사실을 결합해서 '낯설게 하기'를 실현한다. 한편으로 그의 글의 어조는 퍽 낮다. 흔히 시에서 많이 사용하는 대구(對句)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하면서(여기에서 그가 <오장원의 가을>이란 시집을 낸 시인이라는 점을 상기해보자) 그는 독자를 자분자분 설득하려 든다. 그러니까 그는 글 쓰는 데 있어서 이런 다소 화려하지 않은 표현방식을 채택하면서도, 퍽 극단적인 주장을 많이 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마법성의 수호자, 나의 끼끗한 들깨>는 <역사 속의 나그네> 그리고 <파란 달 아래> 이후 한동안 뜸했던 이 작가의 창작열이 식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실증한다는 점에서 먼저 반갑다. 아직도 여전히 많은 독자들이 <비명을 찾아서>를 읽고 있다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듯 '복거일매니아'를 내 주위에서도 쉽게 만난다. 그런데 이 신작소설은 <비명을 찾아서>의 독자들의 기대를 만족시켜 줄 것 같지는 않다. 이 소설이 그의 소설에서 꾸준히 그 입지를 넓혀 오기는 했으나 남녀간의 사랑(구체적으로 불륜)을 극한까지 밀고 가고 있는 점, 또한 이제는 그의 아예 전형적인 특질이 되어버린 듯한 과다한 내적 진술이 소설을 이끌고 가는 점이 소설 구성상의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 물론 이런 점은 독자인 내 자신이 여자이고, 그래서 중년 남성의 이성(異性)에 대한 이상(理想)화와 애인이 없는 삶의 공허함을 잘 이해하지 못 하는 점도 한 원인으로 들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이런 소감을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모두 동의하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소설 속 주인공의 딸 아이가 쓰는 동화와 현실의 서사와의 연결 고리의 문제, 소설적 구성을 현저히 해치면서까지 길게 기술되는 성의 경제학, 주인공이 쓰는 시 구절의 직접적 삽입 등등은 좀더 단아한 소설적 구성을 선호하는 나 자신에게는 큰 의문을 남긴다. 혹시 이런 장광설들이 이 소설의 중요한 존재 의미일까? 그런데 이런 불만들은 그의 전작 소설들이 주는 높은 성취의 시각으로 바라봄에서 나온 것임은 분명하다. '복거일식'이라 함은 이제 문단에서 하나의 중요한 개성을 일컫는 대명사임을 생각할 때 과학적 세계의 엄정함과 시적 직관의 날카로움을 아우르는 이 작가의 행보를 계속해서 주목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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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핵심은 아내에 대한 그의 사랑보다 남편에 대한 그녀의 사랑이 훨씬 크다는 사실이었다. 사랑의 회계에서 그런 불균형은 자연스럽지 못했으므로, 무엇이 그의 부족한 사랑을 메워주어야 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부족한 사랑을 짜증으로 채우는 경우가 많았고, 그의 아내는 남편의 부족한 사랑을 자신의 사랑으로 메우려 했다. 그는 자신의 태도와 아내의 태도가 함께 못마땅했다. 사랑의 회계학은 참으로 가늠하기 어려웠다.
--- p.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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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마음이 가벼워졌다. 아내의 얘기는, 다른 때 같았으면, 마음에 무겁게 얹힐 얘기였다. 가까운 친척이 자식들을 잘 가르치려고 잘 사는 나라로 이민을 가는데 자식을 외국으로 유학 보낼 힘이 없다면, 어느 부모인들 마음이 편하겠는가.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현재의 삶이 과거의 기억을 거침없이 밀어내고 있었다. 아내의효심이 아무리 깊어도, 그녀의 마음은 돌아가신 아버지보다는 제 딸에게로 쏠리고 있었다. 그도 물론 그렇고. 그것이 자연의 섭리였다.
그 점에선 남녀 사이의 사랑도 예외가 아니었다. 정임을 사랑했을 대, 그는 그녀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어떤 경우에도 버리지 않으리라고 다짐했었다. 그때 그에겐 그녀에 대한 사랑을 소홀히 하는 것은 무엇으로도 변명할 수 없는 배신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배신하는 일은 없으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결혼하고 나자, 특히 효민이가 태어나자, 그런 다짐은 새로운 다짐들에 힘없이 밀려났다. 아내와 자식에 대한 사랑과 의무 앞에선 그런 다짐은 풍화한 바위처럼 바스러져내렸다. 그의 입가에 야릇한 웃음이 떠올랐다. '만일 지금 내가 정임이를 옛날처럼 대한다면,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 그가 옛날의 기억에 충실하려 한다고 애기할 사람은 없을 터였다. 모두 그가 결혼과 가정에 충실치 못하다고 비난할 터였다. 정임에 대한 사랑과 그런 다짐이 그의 결혼이나 효민이의 태어남보다 앞섰다는 사실은 이제 아무런 무게를 지니지 못하는 것이었다. 마음을 다잡으면서, 그는 정임의 생각을 밀어냈다. 그의 손길에 밀려, 그녀의 앳된 모습이 천천히 물러났다, 서글픔이 어린 얼굴로 그를 바라보면서, 그러나 원망하는 빛은 없이. ---pp.237-2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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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놀이에 몰두해서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던 놀이터의 아이들을 떠올렸다. 아쉬움과 체념이 섞인, 낯익은 감정이 가슴을 적시면서, 몸이 나른해왔다. '몸이 늙으면, 마음만으론 어쩔 수가 없단 얘기지. 그럼 내겐 좋은 시절은 다 지나갔단 얘기구나.'
이어 안도감 비슷한 감정이 가슴 밑바닥에 깔리기 시작했다. '육체적 감각이 그렇기 무뎌졌다면, 슬픔이나 아픔을 견뎌내기도 좀 쉽겠지. 이번엔 그때보다 견뎌내기가 아무래도 좀 쉽겠지. 정임이와 헤어졌을 땐, 얼마나…….' "조교수님, 도대체 늙는가는 게 뭡니까?" 박이 진지하게 물었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렸다. "노화는 무척 복잡한 현상예요. 늙은 사람을 보면, 우린 이내 그 사람이 늙었다는 것을 알아보죠. 그러나 늙음이 무엇이냐 막상 정의하려고 하면, 참 막막해져요. 노화는 다세포 생물들에게 공통된 현상예요, 그래서 모든 다세포 생물들은 늙어서 죽죠. 그리고 노화는 생물에 내재적이죠. 외부에서 작용하는 것이 아니란 얘기죠. 그래서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 살더라도, 사람은 늙게 마련이죠. 그리고 진행성이죠. 노화는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게 아니고 꾸준히 진행되거든요." ---pp.160~1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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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가치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어른들을 만드는 것이다.(P.62)
낯선 사람 둘이 만나서 가정을 꾸미면, 다른 사람들은 모두 거기서 제외되지. 현재 자매처럼 가까운 사람들까지...어쨌든 남남이었던 두 사람이 만나서 새로 가정을 꾸미면, 단숨에 높은 담이 솟는거라. 가까운 피붙이들까지 이내 그 담밖으로 밀려나고.'(p.82) 그는 사람의 기억이 흔히 부정확하고 거의 언제나 변형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사람들은 끔찍한 기억들을 흔히 잊는다. 덜 끔찍한 일들도, 시간이 지나면, 차츰 잊혀진다. 그리고 사람들은 어떤 사건에서 괴로운 면들보다는 즐거운 면들을 자주 회상한다. 그렇게 경험의 부분들을 선택적으로 잊거나 기억해서, 사람은 누구나 자신과 자신의 삶이 좀 더 가치있게 보이도록 경험의 모습을 담는다. 그렇게 하는 것은 물론 이 힘든 세상에서 살아나가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p.171) 자신의 이름을 아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들의 이름을 알 수 있다....자신의 참이름은 사람이 평생을 두고 씨름하는 수수께께다. (p.256) --- 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