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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얼굴들
유용주가 사랑한 우리시대의 작가들
유용주
한겨레출판 201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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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한 점 소리 없이 눈이 내린다 · 안상학
세상에서 가장 낮은 노래 · 이나미
끝나지 않은 노래 · 김해자
먼 바다에서 온 물봉선 · 박남준
한 도보 고행승에 대한 중간 보고 · 한창훈
쓰다듬는 나무가 세상을 키운다 · 이정록
생의 북쪽을 지니고 간다 · 이면우
아니 갈 수 없는 길 · 이원규
바람 같고 산맥 같고 나무 같은 사람 · 정낙추
아름다운 얼굴 · 송기원
목매달아 죽어도 좋은 나무 · 박범신
숲을 이루는 존재들을 위하여 · 이문구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손 · 박경리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劉容珠

1959년 전라북도 장수에서 4남 1녀 중 삼남으로 태어났다. 1979년 정동 제일교회 배움의 집에서 공부했다. 14살 때부터 학교를 가지 못한 그는 목수, 자장면 배달부, 웨이터, 공사판 막노동꾼을 통해 밑바닥 인생을 경험하였고 그 경험이 시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가 처음 '시'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19살 때 정동제일교회 야학에 다니면서부터였다. 야학 국어시간 칠판에 적혀 있던 윤동주의 「서시」를 보고 처음으로 시에 대한 감동을 느꼈다고 한다. 그 시절 펴낸 시집 『오늘의 운세』가 우연히 백낙청 선생의 눈에 띄어, 1991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서 「목수」 외
1959년 전라북도 장수에서 4남 1녀 중 삼남으로 태어났다. 1979년 정동 제일교회 배움의 집에서 공부했다. 14살 때부터 학교를 가지 못한 그는 목수, 자장면 배달부, 웨이터, 공사판 막노동꾼을 통해 밑바닥 인생을 경험하였고 그 경험이 시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가 처음 '시'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19살 때 정동제일교회 야학에 다니면서부터였다. 야학 국어시간 칠판에 적혀 있던 윤동주의 「서시」를 보고 처음으로 시에 대한 감동을 느꼈다고 한다.

그 시절 펴낸 시집 『오늘의 운세』가 우연히 백낙청 선생의 눈에 띄어, 1991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서 「목수」 외 두 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7년 제15회 신동엽창작기금을 받았으며 2000년 [실천문학] 가을호에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시집으로 『가장 가벼운 짐』, 『크나큰 침묵』, 『은근살짝』, 『서울은 왜 이렇게 추운겨』, 『어머이도 저렇게 울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젊었을 때』, 시선집 『낙엽』 등이 있다.

산문집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 『쏘주 한 잔 합시다』, 『아름다운 사람들』, 『그 숲길에 관한 짧은 기억』,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다』, 소설집 『죽음에 대하여』, 자전적 성장소설 『마린을 찾아서』, 또다른 장편소설 『어느 잡범에 대한 수사보고』 등이 있다. 그는 [한겨레]에 「유용주의 노동일기2」라는 제목으로 연재소설을 쓰기도 했다. 1997년 신동엽문학상, 2018년 거창 평화인권문학상을 받았다.

MBC 프로그램 [느낌표!] 선정도서로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가 소개되면서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밑바닥 삶 속에서 생활고와 벌인 정직한 싸움이 그대로 녹아있다. 문단 권력에 전혀 얽매임 없이 자유롭고 분방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것으로 이름이 나 있는 그의 소박하면서도 치열한 삶을 엿볼 수 있는 산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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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9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444g | 142*212*20mm
ISBN13
9788984316164

책 속으로

사내들은, 아니, 인생이란 게 원래 쓸쓸한 거다. 겨울 같은 거다. 고구마 줄기처럼 외로운 거다. 그러나, 그 무덤에도 겨울 지나 봄이 오면 잔디가 푸르러 푸르러지듯, 저 들판 어디쯤에도 마늘 싹이 돋아나고 보리와 밀이 푸르게 푸르게 짙어질 것이다. 나는 한 그루 참나무를 생각했다. 나는 한 그루 소나무를 생각했다. 추울수록 나이테 촘촘해지는 소나무를 생각했다. 학은 한 그루 소나무 같은 짐승이었다. 누이를 보내는 두어 시간 동안, 화장장 근처에서 우리는, 우리 생을 다 살아버렸다. 순서 같은 것은 우스운 얘기다. 우리들은 저렇게 다 사라지는 것이다. 바람은 안에서 바깥에서도 쉼 없이 불어왔다. --- p.25

이나미는 언제나 지금 이곳, 우리가 잘 알면서도 짐짓 외면하고 있는 이곳의 아픔을 얘기하고 있다. 그들 편에 서 있다. 아니, 그들과 함께 산다. 모시며 살고 있다. 한없이 낮은 마음이다. 한없이 낮은 말씀이다. --- p.44

더욱 믿음직스러운 모습은 서두르지 않는 그의 보폭이다. 오래 헤엄칠 자세가 되어 있다는 말이다. 문학이 점점 왜소해지고, 자본에 속절없이 투항하고, 화학비료 뿌리고 성장 호르몬 넣어 속성 재배되는 요즈음, 언제든지 잊힐 수 있고(목숨 걸고 사랑을 한 사람만이 잊힌다는 데 초연하고) 포기할 수 있고(포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치열하게 밀어붙인 사람만이 포기할 수 있다) 그 틈새를 땀 흘려 일하는 것으로 메울 수 있는 당당한 자세, 그는 오래 참고 견딘다. 누군들 삶을 방기하고 싶은 욕망이 없겠는가. 쉽게 포기하고 편안하고픈 유혹이 왜 없겠는가. 한창훈 소설의 미덕은 오래 참고 견딘, 견딜 수 없을 때까지 버틴, 직전의 힘이다. 직전에 터져 나오는 탄성, 직전의 아름다움이다. --- pp.107-108

한때는 그 사람들과 들고나면서 만고풍상을 겪었지만 결국 문학이란 사람살이에서 오는 눈물겨움 아니던가. 잘 드러나지 않은 그늘의, 배면에 깔려 있는, 생명 있는 것들의 안쓰러움 아니던가. --- p.118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그는 그냥 도처에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왜 그럴까? 삶의 대긍정에 이르기까지 그가 겪어내었을 신산고초의 인생을 어렵지 않게 짐작하고도 남겠는데, 도무지 욕 한마디 할 줄 모른다. 무엇 때문에 칼날이 심장을 찌르는 듯한 고통을 세 번 참아야하는 것이며, 수염이 마디마디 끊어지는 고통을 세 번 이상 참아야 하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시시때때로 나이를 자각한다는 것은 철저하게 살아보지 못한 사람은 깨닫기 어려울 것이다. 흐트러진 삶에서는 엄정한 문장이 나오지 않는다. --- p.137

그런데도 현실 비판에는 누구보다 열심이다. 큰소리치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그의 문학이 울림이 큰 이유가 여기 있다. 작가는 현실 비판이 멈추면 곧 죽음이다. 작가다운 비판을 하면서 평생 작가로 살고 작가로 순직하고 싶은 게 그의 꿈이다. 그는 휴머니즘을 넘어서는 정파는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인간 중심주의 사고와 문학순정주의, 그것이 박범신이 평생 짊어지고 갈 이데올로기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 p.212

나무는 춥다 하여 남의 이불을 빼앗지 아니하며 배고프다 하여 이웃의 밥상을 넘보지 않는다. 나무처럼 가벼운 손을 보았는가. 나뭇가지는 허공 이외에는 아무것도 쥐고 있는 것이 없다. 그저 바람이 불면 같이 울고 비가 내리면 다독거릴 뿐. 간혹 폭설이라도 내려 감당하기 어려우면 스스로 몸을 부러뜨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나무는 비탈에서나 평지에서나 뽐내지 아니하며 자갈밭이나 쑥구덩이, 심지어 바위 위에서도 뿌리를 내린다. 높은 곳일수록 자세를 잔뜩 구부리고 먹을거리를 줄이는 겸손한 나무…… 아무리 늙고 병들어도 그림자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는 꼬장꼬장한 나무들……. --- p.224

부지런히 움직여라, 손 놀리지 마라, 단 한 순간도 허투루 보내지 마라, 편안하게 누운 선생님께서 조곤조곤 말씀하셨습니다. 일하는 사람의 손은 썩지 않는다, 살아 있는 생명을 함부로 대하지 마라, 모시고 살아라, 쓰다듬고 살아라, 무엇보다 좋은 글을 써라, 만장이 펄럭이고 만가가 허허바다 멀리멀리 퍼져나갔습니다. 푸른 바다 깊이 선생님 주름살처럼 스며들었습니다.

--- p.266

출판사 리뷰

유용주가 사랑한 우리 시대의 작가들
안상학·이나미·김해자·박남준·한창훈·이정록·이면우
이원규·정낙추·송기원·박범신·이문구·박경리
작가 유용주, 우리 시대 13인의 작가들을 기록하다


시인이자 소설가 유용주가 시대를 함께 살아온 13인의 작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발문집 《아름다운 얼굴들》을 출간했다. 이 책은 저자가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쓴 발문(跋文)들을 모은 것으로, 책의 끝에 내용의 대강이나 간행 경위에 관한 사항을 간략하게 적는 일반적인 발문 대신, 그 고유의 문체로 작가들과의 각별한 인연을 비롯해 삶과 문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함께 보낸 시간들을 통해 작가들을 새롭게 정의한다. 한 그루 소나무 같은 짐승 안상학, 소설을 앓고 있는 사람 이나미, 너무 많이 아플 때는 소리 내지르는 것도 사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는 김해자, 세상에 울분과 절규를 던진 박남준, 오래 참으며 견딜 수 없을 때까지 버틴, 직전의 힘을 지닌 한창훈, 일상의 자잘한 세목들을 훌륭하게 두드리고 반죽해서 시를 쓰는 이정록, 삶을 두드리고 깎고 쪼이면서 엄정한 문장을 만들어내는 이면우, 걷는 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보이는 이원규, 땀 흘려 일하면서도 설치고 잘난 체하지 않고 담담하게 삶과 문학을 일치시키는 정낙추, 밑바닥 사람들에 대한 한량없는 사랑이 전부인 송기원, 작가는 현실 비판이 멈추면 곧 죽음이라는 박범신, 높이를 잴 수 없는 나무와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바다를 닮은 이문구, 세상에서 가장 큰 어머니 박경리까지.

저자는 글을 통해 서로의 삶을, 마음을, 고통을 헤아리는 작가들이 함께 노래 부르고 웃고 울며 보낸 소중한 순간을 기록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문학이라는, 삶의 유일한 비상구를 찾은 자신의 투박하면서도 진솔한 인생을 이야기한다.

작가들과의 소중한 인연들 그리고 유용주 자신에 관한 내밀한 이야기

1987년 6월 29일,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 뒤로 정신을 못 차리고 육 개월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술을 먹었다. 밑바닥 인생 안에서 용을 쓰며 시를 썼다. 술에 취한 입에서는 막차가 끊기고 공장에서 숙소까지 20리 길을 걸어 다닐 때 울면서 외웠던 시들이 쏟아져 나왔다. 1988년 새해 아침, 신진 시인 유용주의 탄생을 꿈꾸며 신문을 펼쳤다. 1면에 적힌 문구, 신춘문예 당선작! 「1987년 11월의 신천」! 안상학! 시인 안상학과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박남준과의 인연은 또 어떠한가. 박남준이 사는 모악산방을 처음 올라가던 날, 저자는 깜짝 놀랐다. 어렸을 적 자신이 살던 집과 마당 가운데 박힌 돌과 집이 앉은 방향까지 쏙 빼닮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또 박남준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다섯 살 터울의, 지금은 행방을 알 수 없는 작은형이 떠오른다. 조용조용 설거지할 때, 정지에서 군불을 땔 때, 나무를 해오거나 텃밭을 맬 때, 특히 작은형이 좋아하던 김추자나 배호의 음악을 듣는 박남준을 보면 영락없이 작은형이 떠오르면서, 작은형이 환생을 했다고 우기고 싶을 정도다.

소설가 한창훈과의 만남은 1993년 가을, 서산 YMCA에서였다. 서산, 태안 글패인 ‘글마당 사람들’을 만들기 위한 준비 모임이 있었다. 주부, 교사, 택시운전사, 은행원, 점원, 농사꾼 등 주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생긴 대로 읽고, 살아온 만큼 쓰고, 진지한 합평도 했다. 그러다 한 건물에 같이 살게 된 인연으로 오르락내리락 술을 열심히 마시던 중, 어느새 완성했다며 그가 내민 소설은 환장할 정도였다. 그렇게 술 인연, 사람 인연을 넓혀가며 보낸 시간은 켜켜이 쌓여 추억이 되었고, 그는 여전히 문학을 붙들고 오래 참고 견디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외에도 끝없이 긴긴 겨울 밤 우연히 마주한 술자리에서 만난 인연(이나미), 누군가 훌륭한 시인이 있다며 건넨 시집이 며칠 만에 손에 우연히 닿은 인연(이면우), 막일을 찾아 이곳저곳 떠다니다 일주일가량 잡일을 돕게 된 인연(박경리) 등 저자의 가슴속에는 우연이 만나 인연으로 이어지는 그 순간순간이 모두 특별하게 남았다. 그리고 그 인연들은 홀로 글과 사투를 벌여야만 하는, 외로운 글쟁이의 길을 위로해주는 하나의 등불과 같았다. 흘러가는 별빛과 같았다. 그렇게 수많은 별이 흘러갔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는 삶, 작가, 문학에 대하여

이나미는 “언제나 지금 이곳, 우리가 잘 알면서도 짐짓 외면하고 있는 이곳의 아픔”을 이야기한다. 김해자는 “너무 많이 아플 때는 소리 내지르는 것도 사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는 시”를 쓴다. 이원규는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온 예수와 붓다가 한번 되어보자”고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이렇게 문학은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른다. 그곳에 삶이 있기 때문이다.

단언코, 이나미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소설을 앓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래서 앓음다운 짐승일 게다. 어쩌면 고양이로 태어나기 전에 작고 눈 까만, 초식동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언제나 진행형인, 불통투성이 세상에서 온몸으로 울부짖지는 않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노래?이나미」 p.53

다만, 핏물을 먹 갈아 새긴 시는 알아볼 수 있다. 눈물을 먹 갈아 조각한 시는 들을 수 있다. 살점을 저며 쓴 시는 달게 먹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잘난 체하지 않는 시, 그러면서도 배운 티 내지 않는 시, 땀 그물로 끌어올린 정직한 시, 너무 많이 아플 때는 소리 내지르는 것도 사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는 시…… 김해자의 시.
「끝나지 않은 노래?김해자」 p.68

삶의 가장 밑바닥까지, 막장까지 한번 파 내려가 온몸으로 바닥을 기는 푸른 뱀이 되어보자는 거지요. 말없는 말, 그림자 없는 그림자, 경계 없는 경계, 길에게 온몸을 맡기고 말없이 흘러가는 참다운 거지가 한번 되어보자는 뜻인지도 모르지요.
「아니 갈 수 없는 길?이원규」 p.155

보일러공으로 일하며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무엇이든 참고 견뎌온 이면우는 나이 마흔이 되어서야 시를 쓸 수 있었다. 그 시는 “삶은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강해진다”는 진리를 말하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가장의 몸에서 나는 “들큰한 땀 냄새”로 가득하다. 고향 태안에서 농사를 짓는 정낙추는 농사철에 흘린 땀방울을 한 땀 한 땀 찍어 시를 쓰고 있다. 문학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삶이 이렇게 큰 현실이고, 문학인 것을.

하지만 그게 무엇이든 한 움큼이라도 쥐고 들어가지 못하면 아내와 자식이 굶어 죽는 처절한 생활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3천 원짜리 점심값이 부담이 되어 일터에서 제법 떨어진 대전시청 구내식당까지 가서 1천8백 원짜리 밥을 먹고 오는 쉰 넘은 가장의 마음을 요즈음 사람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도 점심을 일부러 늦게 먹는다. 일찍 먹으면 저녁 퇴근길 버스 안에서부터 배가 고파오기 때문이다. 이게 2001년 연봉 1천380만 원짜리 계약직 보일러공의 현실이다.
「생의 북쪽을 지니고 간다?이면우」 p.138

가끔 노인성 치매를 보이지만 삼시 세 끼 고봉밥 뚝딱 해치우고 경로당 출근하고 저녁때 돌아오면 텔레비전 보다 콧소리 요란하게 잠드는 아버지 옆에서, 풀의 역사이자 땅의 역사인, 음식, 길쌈, 바느질 솜씨 좋았던, 박꽃 같았던, 이제는 온갖 풍상에 시달려 한 줌 새털 같은 어머니 구부린 등 옆에서, 움벼처럼 싱싱한 아이들 꿈속에서, 어느덧 어머니 닮아 쇠비름 노란 꽃으로 시든 아내 옆에서 밤새워 시를 쓸 것입니다.
「바람 같고 산맥 같고 나무 같은 사람?정낙추」 p.174

문학은 삶을 떠날 수 없다.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사람을 떠나서는 문학이 될 수 없다. “작가는 현실 비판이 멈추면 곧 죽음(박범신)”이며, “품위가 있어야” 하고 “진지한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이문구). 또 부지런히 움직이며 “무엇보다 좋은 글을 많이(박경리)” 써야 한다. 문학의 길을 먼저 걸었던 선배님들의 말씀이다. 지극히 낮은 그 말씀은 여전히 저자의 마음에 남아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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